쥐오줌풀 :
어둠속에 숨어있던 꽃과 나비들도 밝은 곳으로 나와 자기 좀 쳐다봐달라고 이쁜짓한다. 뿌리에서 쾌적하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쥐오줌풀이라 부르는데 자신의
불명예스런 이름에 항의라도 하는듯 이시기에 피는 어느꽃보다도 예쁘고 단아한 모습으로 우뚝 서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한 송이 둥그런 꽃이지만 자세히 보면 셀 수 없을만큼
수 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있다. 원래
작은 것들은 함께 뭉쳐야 살아남는 법이다.
그래야 벌나비도 자주 찾아와 주지 혼자서 숨어 있으면 평생 벌나비는 꿈도 못꿀게다.
노린재나무는 나무를 태운 재 색깔이 노란색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 나무이름을 들었을 때 여름에 풀나무에 붙어살면서 안좋은 노린내를 풍기는 노린재 벌레를 연상하면서 의아해했다. 혹시 노린재가 특별히 이나무를 좋아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었으나 그 유래를 알고 나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나무를 태운 잿물로 천을 노랑색으로
염색했다고 한다.
날이 밝아오자 눈길은 산길에서 벗어나 숲속으로 뛰어다닌다. 작년에 응복산에서 처음 만난 개시호도 보이고,
이제 얼마 안있으면 화려하게 꽃을 피우면서 등장할 산수국이 무대뒤에서 열심히 준비중이다
오리방풀인지 산박하인지 자꾸 헷갈리는 풀이지만 그 아름다운 꽃이 필 것을 생각하면 가슴설레게
하는 풀이다.
단풍취는 불과 2주전 솜털이 보송보송 났을때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젠 의젓한 성년이 되어 곧 꽃대를 올릴 태세다
요즘 산객들의 눈을 호강시켜주는 큰앵초의 찬란한 꽃이 산행을 잠시 쉬게 만든다
2주전 남덕유에서 보았던 금강애기나리는 길가에 도열해서 아직 자기를 보지 못한 산객들에게 눈짓한다.
처녀치마는 이제 꽃은 다 지고 열매를 달고 있다. 갈아입은 치마는 여름내내 입고 있다가 추운 겨울이 오면 그 치마를 입은채
눈속에 잠들었다가 내년 이른 봄 또 다시 산객들을 유혹하겠지.
엉성한 그물 같은 잎사귀를 피운 고본은 올 여름 또 한번 화려한 흰꽃을 피울것이다.
산앵도나무꽃은 화려하지도 않고 색깔도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이파리속에 숨어
있어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 작지만 자세히 보면 통꽃이 앙증맞게 예쁘다. 이제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앵도가 달리겠지.
꿩고비는 태고적 원시림의 꿈에 젖어 있는 듯하다. 다시 한번 그 영광을 누려볼 수 있을까.
붉은병꽃나무는 높은 지대에서 아직 건재함을 과시한다.
아직 죽지 않았다며 핑크빛 두툼한 꽃잎을 피우고 있는 철쭉과
낮은 산에는 벌써 한달전에 피었다가 져버린 은빛 털이개 같이 생긴 쇠물푸레나무꽃도 이곳에서는
아직 생기가 돈다. 무조건 부지런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닌가보다. 이렇게
늑장부리며 피어나니 또 다른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던가.
꿩의다리도 여름을 준비중이다. 도대체
얼마나 멋진 모습을 보이려고 이렇게 소담지게 자라고 있는가.
첫댓글 야생화 공부 잘 했습니다. 지식 늘어가는 재미가 있네요
상복씨는 식물학 박사로 명하고 싶습니다.
야생화를 하나 하나 알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