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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의 유서에 붙여
탈경계의 신화를 향하여
정 신 재(문학평론가)
1. <꽃잎의 유서>의 문학적 가치
<삼국유사> ‘탈해왕’조를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異域에서 배에 실려 왔다가 동해 바닷가에서 태어난 탈해는 경치가 빼어난 호공의 집에 몰래
숯과 숫돌을 묻어 놓고는 숯장사를 하던 자기 조상의 집이라고 우겨서 그 집을 차지하고는 후에
왕이 된다. 여기에는 남의 집을 자기 집이라고 우긴 거짓 논리와 음모가 숨어 있었다.
탈해는 진실을 외면하면서까지 권력에 대한 욕망을 채워 나갔던 것이다.
80년대 독재 권력의 양상은 진실을 외면하고 표면적으로는 사회 정의를 내세우면서
이면적으로는 음모를 꾸몄다는 점에서 탈해의 욕망 구조와 유사한 면을 보인다.
독재 권력은 압박과 감시를 통하여 민생을 안정시킨 듯이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 숨겨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독재 권력은 테크너크랫과 추종자에게
명예와 부를 안김으로써 권력의 고착화를 도모하였다.
이러한 권력의 고착화는 개인의 인권을 유린하면서까지 지지 세력을 확산해 나갔다.
그러나 독재 권력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김수영이 「풀」에서 풀뿌리까지 눕히는
억압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걸었던 것은 ‘풀’의 생명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풀이 살아 있는 이상 진실은 언제나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며,
독재 권력을 혁파하기 위한 방법이 모색될 수 있는 것이다.
하루비의 「꽃잎의 유서」는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고뇌하는 인간 존재의 실상을 그린 작품이다.
여기에 나타나는 맹목성은 두 가지 양상을 가진다.
하나는 권력이 가지는 맹목성이며, 다른 하나는 존재에게 숙명적으로 다가오는
맹목적인 사랑의 實在이다. 전자가 부정적인 성격을 가진다면
후자는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대비는 진실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욕망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의 성질을 가진다.
그것은 부드러움이 견고한 것을 이긴다는 <老子>의 진리와 맞닿아 있다.
곧 독재 권력이 견고한 듯하지만 부드러움에 부서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꽃잎의 유서」에는 두 개의 권력이 자리잡고 있다.
하나는 독재 권력이요, 다른 하나는 운동권 권력이다.
이를 보면 독재는 어느 곳에나 편재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도 부드러움 앞에서는 쉽게 무너지고 만다.
요즈음의 순정물이 대체로 보수주의적이라 하여 퇴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꽃잎의 유서」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인간미를
具現하였기 때문이다. 나아가 최인훈의 「광장」이 남북한 권력의 모순을 지적하였다면
하루비의 「꽃잎의 유서」는 독재 권력과 운동권 권력의 모순을 지적하였다 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권력은 그 지지 기반으로 인하여 고착화의 성질을 가진다.
독재 권력은 수많은 하수인과 추종자를 양산하며 운동권 권력은 독재에 맞선
치밀한 조직력을 앞세운다. 이와 같은 권력의 고착에 대하여 강함으로 맞서는 것은
대립과 충돌이 확산될 뿐이다.
이러한 방식은 사회에 불신의 골을 깊게 하며 강퍅함을 낳는다.
우리는 80년대 데모 현장에서 경찰과 데모대 간의 대립이 쌍방간에 극한으로 치닫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그래서 조세희는 이미 70년대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극한적인 대립을 양자의 시각에서 제시하면서 그들이 적이 아니라
공동체임을 강조하였다. 「꽃잎의 유서」에서도 권력의 하수인 재문과 운동권의
핵심인 효민이 서술자인 진희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권력의 편협함을 빠져 나올 수 있는
출구를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것이 견고한 것을 이기는 비결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는 분단 현실과 지역 갈등, 계층간의 갈등을 탈 경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인 것이기도 하다.
「꽃잎의 유서」에 나오는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의 대비는 진정 인간이 승화해야 할 덕목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게 한다. 권력의 맹목적성은 강한 것이고, 인간 모두에게 내재한
사랑은 조물주가 선물한 부드러운 것이다.
권력의 벽을 허물고 나올 수 있는 힘은 작중 인물들에게 내재한 사랑의 덕목이다.
서술자는 이 사랑의 전이 과정을 통하여 강함에서 부드러움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았다.
험악한 현실을 초강력 무기로 평정하는 람보가 있기도 하지만 사랑의 묘약으로
이기는 방법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술자는 이 사랑의 전이 과정을
‘감염’이라고 정의하여 놓았다. 도시와 농장의 대비 속에 권력의 하수인이었던
재문이 농장의 풍경에 동화되어 가는 것도 일종의 ‘감염’인 것이다.
2. 광기를 넘어선 사랑
주인공 진희의 운동권 출신인 효민에 대한 사랑은 기득권 세력이나 운동권 세력의 벽을
뛰어넘을 정도로 영원을 향하고 있다. 진희는 두 인물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한 사람은 정신과 의사 재문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운동권 출신 효민이다.
때는 80년대 중반 신군부 권력이 개인의 사생활을 압박해 오던 시기에 청순한
대학생 진희는 한 남자에게서 진한 사랑을 느낀다.
그녀는 효민의 여자가 되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그에게 몸을 맡긴다.
중요한 것은 효민에 대한 진희의 사랑이 광기보다 더 강하고 정련된 힘으로 존재를 지탱해
나간다는 점이다. 진희는 권력의 술수에 의하여 정신 병원에 감금된 효민을 구하기 위하여
환자로 위장해 들어가 의도적으로 광기를 발산할 정도로 사랑이 적극적이다.
그리고 진희는 효민에게 광기를 강요한 권력의 음모를 파헤치기 위하여 단신으로 권력의
하수인들을 만나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그런데 진희의 사랑은 권력의 음모와 광기를 초월하여 존재에 내재한 초인적인 힘으로
나타나는 데서 람보적 성격을 가진다. 진희의 사랑은 광기보다 우위에 있는 인간성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것이다.
광기는 대체로 모순에 찬 현실을 역전시키는 아이러니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꽃잎의 유서」의 경우 광기는 사랑과 대비되어 권력의 광기와 저항의 광기로 구별되어 나타난다.
권력은 우리들 일상의 곳곳에 편재해 있다. 독재 권력, 민중 권력, 부를 수단으로 하는 권력,
가난을 수단으로 하는 권력 등으로 그것은 어디에나 편재해 있는 것이다.
권력은 그것이 좋은 의미로 상용될 때에는 긍정적이지만,
그것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유린할 때에는 부정적이다.
부정적이고 모순적인 권력은 항상 도전을 받기 마련인데, 그때 광기와 같은 억센 힘이 요구된다.
권력은 문민정부 이전까지 군부에 의해서 독점되어 왔다.
이 권력은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질서에 길들여져 있고 개인을 놀라운 힘으로 압박할 만큼
폐쇄적이다. 진희에게는 두 개의 권력이 다가온다. 하나는 독재 권력이요,
다른 하나는 운동권 권력이다. 전자는 표면적으로는 선한 척하고 다가오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음모가 자리잡고 있다.
운동권 권력도 안인숙이라는 대리인을 통해서 다가온다.
독재 권력과 운동권 권력 사이에는 경계가 자리잡고 있다.
경계는 대립과 투쟁을 요구한다. 권력에 권력으로 대항하는 것은 경계를 더욱 두텁게 할 뿐이다.
이러한 경계의 획일적인 선긋기에 대하여 진희는 탈 경계의 방식을 취한다.
그녀는 독재 권력에 대하여 진실을 밝히기를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꽃잎의 유서」에서 진희는 권력에 대항하기 위하여 두 개의 무기를 준비한다.
하나는 사랑의 무기요, 다른 하나는 광기의 무기이다.
전자는 권력을 초월한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 사용되고,
후자는 권력의 광기에 以熱治熱로 맞서기 위해서 작용한다.
진희에게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이다. 권력은 매정하고 비인간적이다.
그것은 음모를 숨기고 위선을 드러낸다. 그래서 무지한 대중을 선동하여 광란과
구속의 도가니에 몰아넣는다.
그것은 개인을 구속하기 위한 얽어짜기이다. 그것은 획일적이고 수직적인 사고를 강요한다.
권력의 하수인인 최검사나 재문은 그 획일적인 힘의 압박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들 앞에서 개인은 불안에 떨고 죽음의 위협에 시달린다.
효민은 운동권 권력의 핵심에서 이론의 굴레에 둘러싸여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권력의 편협함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탈 경계의 방식은 사랑이다.
재문과 효민, 두 사람은 진희의 영원을 향한 사랑에 감염된다.
사랑은 그들을 생명에 길들이게 하는 묘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진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민은 데모를 하다가 뇌를 다쳐 바보가 되고
재문은 권력의 음모를 발설하였다가 실종되고 만다. 그것은 효민이 운동권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재문이 독재 권력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빚어진 결과이다.
집은 실존이요, 선택이다. 개인의 관념은 집 안에서 보면 자유를 얻지만,
집 바깥에서 폐쇄적일 수 있다. 이들의 집은 인간관계에 얽혀 있다.
효민에게는 안인숙이나 베로니카 등으로 얽혀진 그물망이 있다.
이러한 그물망은 권력의 효민을 잡기 위한 포위망과 대립되어 있다.
한편 재문은 권력의 하수인이었던 박과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효민을 광인으로 만드는
비밀을 알아차리지만 권력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진희의 사랑은 두 그물망에서 허덕이는 효민과 재문을 탈 경계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하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그러나 진희의 사랑이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비극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독자에게는 권력보다 더 고귀한 사랑의 가치를 전파시킨다.
이것이 「꽃잎의 유서」가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이다.
3. 광기와 사랑
아이러니는 광기에서도 나타나는데 하나는 순수한 광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자연적 광기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모순을 까발리는 데 동원된 인위적 광기이다.
전자는 영태·유나 등에서 볼 수 있고, 후자는 진희·효민에게서 볼 수 있다.
영태나 유나는 순진한 백치미를 보이며 각박한 현실과 대비되는 행동을 한다.
이들에게 광기는 유전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이에 비하여 진희나 효민의 광기는 인위적이다.
진희는 효민을 사랑하니까 정신 병원에 일부러 들어가 의도적으로 광기를 드러낸다.
효민은 그를 광인으로 만들려는 권력의 술수에 의하여 병원에 들어왔지만
강요된 광기를 의도적으로 바꾸어 권력에 도전한다.
광기는 소설에서 이성과 비이성,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의 대비 속에서 심리적 갈등의
진폭을 거쳐 보다 인간적인 세계로 나아가는 통과의례적인 절차에 응용된다.
또한 광기는 사회적 안정을 구호로 내세워 개인을 압박하는 권력의 음모에 대하여
초인적인 저항과 의지로 분노를 발산하여 개인이 가지고 있던 불만과 분노의 출구를 열고
대리 만족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꽃잎의 유서」에서의 광기는 권력의 광기에 대한 도전이요,
순수한 광기와의 대비이며, 권력의 음모에서 초월하기 위한 아이러니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영태·유나 등에서 볼 수 있는 자연적인 광기와 진희의 의도적 광기,
효민의 강요된 광기 등이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이 광기는 사랑과 대비되어 탈 경계를 꿈꾼다.
이러한 광기의 여러 유형들 가운데서 진희의 사랑은 슬픈 애가이면서 지속적인 송가이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계승되어 온 지조의 현대적 변용이면서 사랑과의 탈 경계를 추구한다.
우리가 「꽃잎의 유서」를 사랑의 교과서요, 연애 편지의 교본이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랑은 서술자의 내면에서 다양한 색깔을 나타낸다. 슬픔·공허·고독·꿈·절망 등이 교차하지만
그러한 생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서술자의 사랑이다.
이 사랑은 정상에서 광기로의 일탈을 요구해도 수용할 정도로 과감하다.
사랑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와 ‘너’를 만나게 하는 인연 놀이이다.
‘나’는 사랑하는 존재이고, ‘너’는 사랑받는 존재이다.
‘나’가 존재하는 이유는 ‘너’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행복의 조건이고,
‘나’는 ‘너’에게 매여 있는 존재이다. 그리하여 「꽃잎의 유서」는 모든 인간 존재에
보편적으로 흐르는 사랑을 일깨우는 사랑 현상학이 된다.
사랑은 조물주가 인간에게 선물한 가장 아름다운 심성이다.
「꽃잎의 유서」에는 이 사랑이 인간성의 옷을 짓고 인간미 있는 존재를 조각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자아가 아름다운 존재를 향하여 승화되어 가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리하여 「꽃잎의 유서」에 나오는 ‘나’와 ‘너’는 어느덧 현실에 있는
‘나’와 ‘너’가 되어 우리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사랑의 비단을 짜는 것이다.
4. 새로운 신화를 향하여
「꽃잎의 유서」의 인기 비결은 끊임없이 반전되는 구성과 유려한 문체에 있다.
실제로 나는 「꽃잎의 유서」를 읽으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인간미의 향내에
빠져드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렸을 적 고모가 바느질에 정성을 들이고 있을 때의 향내,
겨울철에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을 대의 향내, 그것은 내가 한때 잃어버리고 있었던
본래적 인간성으로의 귀향이요, 나의 본원적 정서를 되살리는 약초였던 것이다.
「꽃잎의 유서」의 문체를 통하여 번지는 서정적 향기는 나를 원초적 심산에 들게 하여
나의 본래적 심성을 드러나게 하였으며,
텍스트에 나오는 인물이 나와 별개의 인물이 아니라 나나 나의 연인과 같이 실제 인물인 듯이
착각할 정도였다.
「꽃잎의 유서」의 문체는 나의 연인을 향한 연애 편지였고, 인간학의 正典이었다.
매우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묘사, 면면히 이어지는 부드러운 여운은 권력의 편협함을 초월하여
인간미의 향기를 뿜어내었다. 구성에서도 권력의 하수인이었던 재문의 정체가 밝혀지고
음모의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은 추리 기법의 백미였으며,
서술자가 정신과 의사인 재문으로 기울어질 듯하다가 재민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효민에게 향하는 본심을 다시 일깨우는 반전 효과는 ‘하권’을 속도감 있게
읽어 내려가게 할 정도로 극적이었다.
그러므로 「꽃잎의 유서」는 단순한 멜로물이 아니라 80년대 진실 열망의 시대를 거친
90년대 성의 혼란 시대에 죽은 열정을 되살리는 인간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곧 가치관이 전도되어 가는 환멸의 시대, 해체의 시대에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하여
나의 존재가 참으로 귀한 것이라는 존재의 드높임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흥미진진한 것은 독재 권력과 운동권 권력간의 스릴 넘치는 숨바꼭질인데 운동권의 핵심 인물
효민의 질식할 듯한 도피 행각과 재문으로 인하여 밝혀지는 권력의 망상과
이를 파헤치는 서술자의 추적이 집요하게 이어진다.
이 추적은 효민의 두개골 함몰이라는 비극을 낳기도 하지만 헤게모니의 실체를 끝내
보여주지 않는 것은 권력의 추구가 얼마나 무모하며 허상을 좇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꽃잎의 유서」는 순정물과 고발 문학의 탈 경계 영역에서 현대를 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읽어보아야 할 리얼리즘의 정전이 되는 것이다.
또한 서술자는 ’80년대 정치적 혼란기의 대립 상황을 정치하게 그려 나가면서도
진희, 영주, 효민, 재문, 아버지, 영태 등 소수의 인물들을 통해서 시대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시대 현실이 개인간의 관계로 함축된 것이며, 현대 사회에서 모색되어야 할 보편적인
인간성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꽃잎의 유서」가 우리의 신화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신화는 지조와 사랑, 사랑과 광기가 탈 경계의 영역에서 새로운 융화를 꾀하는 것이며,
이러한 융화의 신화야말로 분단 현실, 지역 갈등, 계층간 갈등을 초월할 수 있는
한민족의 저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신화를 이끌어 가는 미학은 감정의 과잉과 산만함과는 대비되는 절제의 힘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간간히 나오는 일기체의 고백은 독자에게 강한 흡인력을 가져다주며,
독자의 자아 안에 섬세한 감정의 결들을 그려 나감으로써 풍부한
시적 속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내면세계에 아름다운 파장이 일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랑의 승화를 향한 능동적인 태도가 숨겨져 있어 권력과 사랑,
광기와 사랑 간에 탈 경계가 이루어진다. 그것은 80년대 독재 현실의 징후를 날카롭게
포착하면서 타락한 현실을 이끌 순수의 혼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신화 앞에서 부정적인 권력은 난장이가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꽃잎의 유서」는 진실이 사라진 시대를 고발하는 리얼리즘 소설이면서
사랑의 인간학이라고 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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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재(鄭信在.1956.5.2∼ )
시인ㆍ문학평론가. 전북 남원 출생. 동국대 국어교육과 및 대학원 국문과 졸업. 국민대 문학박사(1992).
1981년 [현대문학]에 평론 <한국현대문학에 나타난 달의 의미>로 데뷔.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총무이사 겸 사무국장,
서라벌고등학교 교사, 경기대ㆍ국민대ㆍ신흥대ㆍ경민전문대 강사 등 역임. 현재 [시인정신] 편집기획위원장,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이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제14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평론부문.1995), 한국시조신인작품상(1995) 수상.
【시집】<이문동 소견>(토방.1995) <산소가 있는 풍경>(조선문학.2001)
【수필집】<푼수가 된 허풍선이>(오감도.1999) <아들을 위한 연서>(오감도.2000)
【평론】<한국 현대시의 신화적 원형 연구>(국학자료원.1995) <퓨전 시학>(새미.2001) <한국현역작가연구>
(국학자료원.1997) <한국중견작가연구>(국학자료원.1997) <구조주의문학론>(문학예술사.1983)
<문학 비평의 실제>(번양사.1992) <한국문학의 담론>(국학자료원.1999)
<한국현대희곡작품론>(국학자료원.2001)
【저서】<문학비평의 실제>(번양사.1992) <구조주의문학론>(문학예술사.1983)
<한국현대사의 신화적 원형 연구>(국학자료원.1995) <이문동 소견>(토방.1995) <한국 현역작가 연구>
(국학자료원.1997) <한국 중견작가 연구>(국학자료원.1997) <한국 문학의 담론>
(국학자료원.1999) <푼수가 된 허풍선이>(오감도.1999) <아들을 위한 연서>(오감도.1999)
<한국 현대소설의 담론>(새미.2001) <한국 현대 희곡 작품론>(국학자료원.2001) <퓨전 시학>(새미.2001)
<산소가 있는 풍경>(조선문학사.2001) <성과 광기의 담론>(조선문학사.2004)
[출처] 시인ㆍ문학평론가 정신재|작성자 재봉틀
정신재 박사님은 이 글을 보시면 연락을 주십시오.
상의 드릴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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