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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불교사공부방(일본 불교사 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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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스크랩 비실한 수행자와 건강한 반수생의 여름 시코쿠 순례기 #6 - 해 떠서, 질때까지 걷다
박영빈 추천 0 조회 110 14.03.01 15:1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휴대폰 알람소리에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다. 바퀴벌레는 안보인다. 혹시 몰라 배낭하고 신발을 툭툭 쳐본다.

아침으로 미숫가루를 타먹고 짐을 정리한다. 아침 5시. 10분 오늘도 걷는다.

 

 

도로를 따라 한 40분정도 걷다 보니 한 할머니가 불러 세우신다.

 

"오헨로상~ 오셋타이 받고 가~"

 

이른 아침부터 시코쿠 순례길의 감사한 문화. 오셋타이의 시간이다.

 

"이른 아침부터 수고하네~, 원래라면 토마토나 좀 주겠는데 지금 밭에 가는 길이라.. 여그 티슈라도 가져가. 아침이라서 좀 젖어있지만"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천으로 만든 휴지집에 들어있는 티슈를 주신다. 안그래도 휴지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던 찰나 받아서 감사하다. 

 

다시 길을 나선다. 지방도로 16호와 만나는 지점에 로손이 하나 있다. 인적이 드문곳에 로손이라... 만약 텐트를 들고 다닌다면 쥬코코쥬안 말고 여기 와서 주차장 한쪽에 텐트치고 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첫날 히로씨가 우리에게 말해준 바로는  20번 가쿠리지와 21번 다이류지 사이의 길에 가게가 한 곳도 없으니, 가쿠린지에 올라가기 전에 아래 마을에서 먹을 것을 사가라고 한 것이 기억난다. 게다가 이번 가쿠린지 가는 길은 헨로고로가시라고 하니 어떻게든 먹을 것을 사기로 한다. 쇼산지 오르는길에 고생을 했더니 헨로고로가시라는 말만 들어도 멍~해진다.

 

가쿠린지 등산로에 조금 못미쳐 있는 가게에서 바나나를 산다. 10송이에 200엔이다. 괜찮은 가격이다. 일단은 올라가지 전에 몇 개 먹고. 남은건 점심삼아 먹기로 한다. 그렇게 10분정도 걸으니 민슈쿠 가네코야가 나온다. 분명 기억할만한 지나침님이 머물렀던 곳으로 기억나는 곳이다.

민슈쿠 맞은편에 앉아서 쉴 수있는 벤치가 몇개 있다. 일단 짐을 풀고 바나나를 먹기로 한다. 저 너머에 배낭을 진 할아버지 오헨로상이 보인다. 사정을 모르겠지만 택시를 타고 가시는 걸보니 노구에 가쿠린지에 걸어가시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가네코야에서도 오헨로상들이 몇명 나온다. 차로 순례하시는 분들이다. 이렇게 앉아서 느긋하게 사람 구경하는게 얼마만일까. 아침이라 선선한데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노라니 길 떠나기가 싫어진다.

초등학생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지나간다. 보니까 고학년생이 저학년들을 인솔해서 가는 듯하다. 보기에 좋다. 나도 저런때가 있었지....하니... 이거 내가 엄청 나이 먹은 것 같다. 아직 10대의 팔팔한 청춘인데 ㅎㅎ 

 

힘을 내서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한다. 밭사이로 난 길들이 엄청난 급경사다. 거의 기어가다싶이 걸어 올라간다. 그렇게 끙끙대며 오르려니 차도와 만나는 지점 나무에 초가를 얹은 근사한 코야가 나온다. 안에 붙은 종이를 보니 올 봄에 새로 만든 코야란다. 나무냄새가 향긋하니 좋다. 또 노숙하기 좋은 구조로 되어있다. 딱 2사람이 가능하다. 코야를 넘어서니 길이 완만해진다. 길도 잘 닦여 있다. 이게 헨로고로가시라는건가??

 

숲사이로 난 계단길(우리나라의 등산로 같이 되어있다.)을 따라 올라가니 샘터가 하나 나오고 위로 작은 사당에 코보우대사가 모셔져 있다. 지도에 보니 미즈노미다이시(水飮大師)라는 곳이다. 잠시 쉬기로 하고 배낭을 푼다.

 

미즈노미다이시 옆으로 난 숲길

 

다시 길을 나선다. 길이 조금 험하긴 하지만 잘 닦여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 다시 찻길과 만난다. 그런데 바나나가 문제가 생겼다. 뭉게지면서 과즙이 나오고 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다먹어 치우기로 하고 껍질은 숲속으로 던져버린다.  그래도 손에 뭍은 과즙이 끈적한게 영 기분이 별로다. 한참 숲길을 걸어 올라가니 가쿠린지의 산문이 나온다.

 

가쿠린지 산문

 

산문에 걸린 산호를 보니 영축산이다. 영축산은 인도에 있는 산으로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절이 있는 산 이름중 영축산, 내지는 영산이라는 이름이 붙는 곳이 종종있다. 우리나라 경남의 명찰 통도사가 있는 산도 영축산이라고 불린다.  

 

가쿠린지 본당

 

이곳 가쿠린지는 엔레키 17년(798) 칸무천황의 칙원(황제의 원)에 의해 코보우 대사가 개창하고, 후에 제자 신넨승정이 7당가람을 세움으로서 헤이죠, 사가, ?와등의 천황의 보호를 받았고 전국시대에도 여러 무장들의 보호를 받아 지금에 이른다고 한다.

 

코보우대사가 이 곳에 이르렀을때 암수 두마리의 학이 나이든 삼나무의 끝에서 춤을 추며 내려왔는데 날개를 펼쳐 1촌 8분(6cm)의 작은 금색 지장보살상을 보호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크게 환희심을 낸 대사는 3척(90cm)의 지장보살을 조각하고 그 금색 보살상을  큰 지장상의 가슴께에 봉안하여 본존으로 모셨다. 그 삼나무는 지금도 본당의 좌측에 건재하다.    

 

본당앞을 지키는 학

 

본당옆의 3층 목탑. 이 산꼭대기에 탑을 세운 사람들의 신심이 대단하다.

 

참배를 마치고 납경을 받으러 간다. 마침 물이 똑 떨어졌기에 물을 요청한다. 이래 저래 이야기 하다보니 작년께 시코쿠를 왔다갔다는 어느 여성 한국인 순례자 이야기가 나온다.

 

"응? 여자요? 한국인?"

"네, 곧 결혼한다고 그러던걸요."

"혹시... 얼굴이 둥글둥글하고. 머리카락이 이정도 되는..."

"아, 맞아요 그 사람이었요!"

"희상이네 ㅎㅎㅎㅎ"

"아는 사람이에요?"

"네^^ 아는 사람이에요, 지금 결혼했어요^^. 올해 봄에도 벳가쿠 순례했데요"

"그래요? 정말 대단하네"

 

이 먼곳에서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힘이 난다. 납경소 아주머니 기억력도 대단하시다. 연간 15만명이 온다는 이 길에 희야씨를 기억하고 계실 줄이야 ㅎㅎ

 

 21번 다이류지로 가는 길은 미즈야 옆으로난 내리막 길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진(眞)헨로고로가시는 여기라는 것을. 내리막길 중간에 쉴만한 곳이 한 곳도 없다. 게다가 내리막이다 보니 자연히 걸음에 가속도가 붙고 발이 아파온다.

겨우겨우 산길을 내려오니 작은 신사가 하나 나온다. 미즈야에 물도 잘 나온다. 안내판이나 정돈된 상태를 보니 이 동네에서 어느정도 중요한 신사인 듯 하다. 신발을 벗고 열받은 발을 잠시 식혔다 가기로 한다.

 

차가운 시멘트에 발 식히는 中... 가쿠린지 납경소에서 오셋타이 받은 엽서와 전병

 

"잘 쉬다갑니다!"

신사에 모셔진 신(무장의 신이라는듯 하다)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마을사이로 난 길을 내려가서  나카가와를 건너는 다리를 건넌다. 다시 나지막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그리고 저 앞으로 뱀 한 마리가 스슥-하고 지나간다. 후덜덜덜... 저게 야생의 뱀인가? 조심해야겠다.

 

그러고 본격적인 등산로에 들어섰는데 너무나도 멋진 경치가 펼쳐졌다.

 

 

정말 맑고 아름다운 계곡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진작에 물놀이 나온 사람들로 점령되서 복작복작할 만한 곳인데도 인적이 없다. 바위에는 이끼가 그득하고 계곡의 시원한 기운이 상쾌했다.

 

"으..."

"왜 그래?"

"으...우..."

"뭐여?"

"이건 유혹이야!!! 이런데서 안 쉬다 가면 그건 벌받을 짓이라고!! 못 참겠다. 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갈테다!!!"

 

그리하여 계곡옆의 휴게소에 짐을 풀고~ 신발을 벗고~ 계곡으로 발을 쏙~

 

[작품명] 쉬는 오헨로... 랄까나 ㅎㅎㅎ

 

물집투성이인 도균이 발과 왠진 몰라도 멀쩡한 내발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계곡. 정말 무릉도원이었다. 

 

그렇게 한 10분 쉬었나? 더 지체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걷기로 한다. 모르고 있었는데 짐을 풀어 놓은 계곡 가 옆으로 돌무더기가 있고 위에 코보우 대사상이 모셔져 있었다. 역시 이건 코보우 대사님의 선물인가보다ㅎㅎ

.

.

.

.

.....라고 생각했었다......

 

끔찍하게도 그 계곡 루트를 벗어나자 땡볕의 공격과 미칠듯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다이류지는 예로부터 서쪽의 고야산(高野山)이라고 불리던 곳. 절이 말 그대로 산 정상에 있다. 게다가 절로 가는 길에는 물은 커녕 그늘도 변변찮다. 거기다 쇼산지때와 마찬가지로 둘다 먹은것이 없으니 지쳐서 쓰러지려고 한다.

 

"젠장....그 아름다운 계곡길은 페이크였던거냐....."

 

그렇게 죽는 소라를 내면서 헉헉거리며 올라가니 어느순간 포장된 도로와 불상이 몇 체 보인다. 슬슬 도착인 듯하다. 고갯길을 꺽어 도니 21번 다이류지의 산문이 그 포스를 발하며 나타난다.

 

다이류지 산문.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로프웨이로 올라오다보니 산문은 왠지 버려진 느낌...?

 

이곳 다이류지는 해발 600M의 산꼭대기에 세워져 있는 절로 삼나무 거목들로 둘러싸여 예로부터 서쪽의 고야산이라고 불렸다. 언제 창건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코보우 대사가 24세때 저술한 "삼교지귀(三敎指歸)"에 보면

"아와국의 다이류 바위를 오르매, 토슈(토사)의 무로토곶에서 부지런히 염송하니..."라는 기록으로 보아 청년기의 대사의 사상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성지라 한다. 대사님은 이곳에서 허공장 보살의 진언을 100만번 외우는 '허공장 구문지법'이라는 수행을 하였는데 이 수행법을 성취하면 그 어떤 불경이나 세간의 학문을 배워도 잊어 버리는 법이 없다고 한다.

 

산문을 올라 납경소 앞의 휴게소에 배낭을 푼다. 도균이는 지쳐서 쉬기로 하고 혼자 본당으로 올라간다. 본당으로 올라가는 길에 종루와 문이 합쳐진 종루문이 있었는데 이러한 종루문은 시코쿠 찰소들 중에 몇곳이 더있다.

 

여기가 종루문

 

안에 종이 달려있다. 줄을 힘껏 잡아 당겨야 종이 울린다.

 

 다이류지 본당

 

다이류지는 코보우 대사가 허공장 구문지법을 수행한 연유로 본존으로 허공장 보살을 모시고 있다. 허공장 보살은 우주(허공)과 같이 광대하고 끝없는 지혜와 자비를 가지고 있다는 보살님이다.

 

본당에서 참배를 마치고 아래 계단을 보니 로프웨이 정류장이 보인다. 단체 순례자들이 한 무리 내린다. 후에 들은 이야기 인데 조금 돌아가긴 하지만 산을 타지않고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 오는 도보 순례자도 있다고 한다. 확실히 이 산길이 험하긴 한가보다.

 

본당 참배를 마치고 대사당으로 향한다.

 

왜, 서쪽의 고야산인지를 보여주는 대사당

 

대사당으로 가는길, 왜 이곳이 서쪽의 고야산이라 불리는 지 알게 해준다. 커다란 삼나무 고목이 경내를 둘러싸고 있어 그 분위기가 와카야마현의 고야산과 흡사한 분위기를 낸다. 게다가 대사당으로 가는 길은 고야산 오쿠노인과 같이 다리를 건너야 하고 대사당을 배전(拜殿)과 영묘(靈墓)로 나누어 오쿠노인과 같은 구조로 해놓았다.

 

대사당 배전은 들어 갈 수 없어(고야산은 들어갈 수 있는데....) 유리창을 통해서 내부를 보니 중앙은 창을 내어 뒤의 영묘를 보게 해놓고 좌우로 진언 8조(용맹보살, 용지보살, 금강지 삼장, 불공 삼장, 선무외 삼장, 일행 선사, 혜과 아사리, 코보우 대사)의 진영을 모셔 놓았다. 복도를 따라 뒤로 돌아 들어 가자 코보우 대사의 영묘가 나온다.  

 

코보우 대사의 영묘(?)

 

헌데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 코보우대사는 와카야마의 고야산에서 입적했고, 그 시신은 오쿠노인에 안치되었는데 어떻게 여기에 영묘(=무덤)이 있냐는 것이다. 코보우 대사의 유품이나 신체의 일부를 봉안한 것일까? 

 

삼나무 숲 사이에 우뚝 선 다보탑

 

다시 납경소로 돌아 가려니 단체 순례자들이 다리를 건너온다. 그런데 가이드 역인 센다츠가 저편 산을 가르키면서 뭐라로 한다. 뭐지? 센다츠가 가르킨 곳으로 가보니 바닥에 발바닥 모양이 그려져 있고 앞의 삼나무에 액자 프레임이 걸려있다. 응? 액자 프레임을 통해 건너편 산을 멀뚱히 보다보니 그 이유를 알았다.

바로 20번 가쿠린지가 보이는 장소인 것이다.

 

20번 가쿠린지의 삼층탑, 객전이 보인다. 저기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하루에 산을 2개나 넘다니...

 

다시 납경소로 돌아와 납경을 받기로 한다. 역시 절이름 답게 납경도장에 용그림이 선명하다. 또 본존의 범자를 써주는데 특이하게도 납작한 붓으로 써준다. 하긴, 나도 범자를 쪼~~~금 배워서 알지만 범자는 원래 납작 붓으로 써야한다. 여기는 완전히 정식으로 써주는 것이다.

 

납경을 써주시는 스님은 심장이 안 좋으신듯 하다. 납경소 안내문에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주세요. 의료기기에 큰 지장이 있습니다"  라는 말이 쓰여있고 스님도 코에 산소 튜브를 꽂고 계신다. 일단 대사당 영묘의 정체가 궁금해서 물어 본다.

 

"저기, 대사당의 영묘 말인데, 그거 진짠가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대사님은 와카야마의 고야산에서 돌아가셨고, 오쿠노인도 고야산에 있는데 여기 영묘가 또 있기에..."

"글쎄요, 옛날부터 저곳은 대사님의 영묘로 모셔졌으니 잘 모르겠네요."

 

그닥 신통찮은 답이다. 도균이가 쉬고 있는 휴게소에 와보니 도균이가 지쳐서 뻗어 있다. 일단은 나도 지쳤으니 좀 더 쉬다가 내려가기로 하고 이 절의 명물, 천정화를 찍으러 간다.

 

이 천정화는 메이지 34년(1901)년 교토에서 수학한 고치현 출신의 화가 타케무라 쇼우레이가 그렸다고 한다.

 

납경소 바로 옆 지불당 천정에 그려진 용

 

백년이 넘었지만 용의 얼굴이 생생하다

 

납경소 휴게소로 돌아오니 잠이 미친듯이 쏟아진다. 에라 모르겠다. 원래 목표는 22번 뵤도지까지 였지만 한숨 자야 겠다.  그렇게 두 오헨로는 1시간 반 가까이 잠을 자곤 미적미적 산을 내려가기로 한다.

 

다이류지 납경소 옆의 휴게소. 노숙 여부를 확인 할 걸 그랬다.

 

헨로지도에 보면 산을 내려가는 길이 2개 표시되어 있는데 그중 정상을 넘어 내려가는 길이 지금은 끊겼다고 한다. 결국 왔던 길을 살짝 되돌아가 차도를 따라 내려간다.

시계를 보니 4시 반이다. 22번 까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 느긋~ 하게 산을 내려간다. 배는 고프고 먹을 건 없고... 즈에를 이끼가 잔뜩 낀 벽에 벅벅 긁어 낙서를 한다. "배고파!"라고. 뒤에 오는 한국인 오헨로들이 보면 피식하고 웃겠지 ㅎㅎ

 

그렇게 한참 내려가니 민슈쿠 류잔소가 나온다. 고맙게도 오헨로들을 위한 휴게소가 있고 물병엔 시원한 보리차가 담겨 있다. 잠시 쉬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숲에서 쓰르라미가 츠츠츠-- 울고, 날은 어둑어둑해져 가고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다. 노숙 리스트를 보니 미치노에키 와지키에서 노숙이 가능하단다. 오늘은 일단 거기서 노숙을 하기로 하고 가본다. 

 

헨로미치에서 살짝 벗어나 도착한 미치노에키 와지키는 노숙은 가능한데 영 내키질 않는다. 도로변이라 시끄럽고, 사람도 많이 왔다갔다하고.... 잠시 고민 끝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산길을 넘어 22번 뵤도지 까지 가기로 한다. 

 

시간은 벌써 7시를 넘어간 상태. 이미 주변은 어둑어둑하다. 산길에 들어서기전 미숫가루를 풀어 밥을 먹는다. 즈에게 손전등을 묶어 고정하고 길을 나선다. 오후 7시 반. 산행의 시작이다.

 

완전히 정적.

대나무가 우거진 숲길은 뭐가 튀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길이다. 우리 둘이 지나가는 소리만 요란하다.

다행인 것은 외길이라 길 잃을 염려가 없다는 것. 길이 생각보다 편하다는 것. 쓰러진 대나무를 넘어가며 그렇게 한 시간을 걸었을까? 숲길이 끝나고 포장된 도로와 가로등이 켜진 길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8시 반이다. 딱 한 시간 걸렸다. 손전등을 끄고 가로등 불에 의지하며 길을 걷는다. 중간에 물을 마시며 쉴 수 있는 곳이 나온다.

 

물을 마시면서 쉬고 있는 도균이

 

벤치 옆에 서있는 마네킹 허수아비가 손전등에 비춰지니 으스스 하다. 물을 채우고 잠시 쉬었다 걷기 시작한다.

길을 가다 보니 어르신 두 분이 반사 어깨띠에 손전등을 비추며 걸어오신다. 이런 시간까지 오헨로들이 걷고 있는걸 보곤 놀라시는 기색이다. 22번 뵤도지의 방향을 물어 찾아간다.

 

저녁 9시 뵤도지에 도착. 당연히 산문은 굳게 닫혀있다. 절 옆의 가게 안쪽에 불이 켜져있어 말을 건다.

 

"실례 합니다~~!!"

"예, 잠시만요...."

 

가게 안에서 아주머니가 나오신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아루키 헨로들인데 여기 키쿠야라는 젠콘야도가 있다고 들어서.... 어딘가요?" 

"기쿠야요? 저기 앞의 길을 따라 쭉 가면 나와요"

"예, 감사합니다^^"

 

굳게 닫힌 22번 뵤도지 산문  

 

아주머니가 가르켜 주신 길을 따라 쭉 걸어 나간다. 그래도 민가 사이라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도중에 불이 켜진 민슈쿠에 사람이 앉아 있기에 물어본다.

 

"실례합니다. 젠콘야도 키쿠야가 어디죠?"

"저기 횡단보도 보이죠? 거기 옆에 있어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겨우 찾아간 젠콘야도 기쿠야. 세탁기도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싱크대도 있고, 게다가 에어콘, 선풍기 까지 있다!! 오오!! 엄청난 시설이다. 듣기로는 원래 머무르는 대가로 가게 일을 도와줘야 한다는데....

이렇게 늦은 시간이니... 어쩔 수 없다 생각되어 일단 키쿠야의 관리인께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젠콘야도 키쿠야의 관리인 되시나요?"

"그런데요?"

"아,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한국에서 온 아루키 2명인데 오늘 밤 신세 질 수 있을까 해서요."

"아, 예 마음대로 하세요."

 

허락을 받긴 했는데 주인 아저씨의 목소리가 영~ 퉁명한게 마음이 편칠 않다. 일단은 짐을 풀고 자기로 한다. 마음 같아선 세탁을 하고 싶은데 작동법을 모르겠다. 수도도 끊겨 있는것 같고. 에라. 대충 씻고 자자. 싶어서 뒤에 있는 욕실로 간다. 근데... 물이 안나온다. 게다가 온수를 사용하는데 5분에 100엔이란다. 비싸다.... 5분이면 물이 데워지는 시간이 5분인데...

방안에 싱크대가 있던게 생각나서 결국 샤워와 세탁은 포기하고 대충 얼굴과 이만 닦고 자려고 했는데.....

어라.... 싱크대 물도 안나온다.... 설상가상 믿고 있던 에어콘은 전원은 들어오는데 작동이 되는지 안되는지 모르겠고. 선풍기도 작동이 안된다. 이런 끔찍한....

 

결국 짐풀고 몸만 누인채로 잠에 든다. 오늘 고생해서인지 눈이 절로 감긴다. 내일 절에 가거들랑 씻기부터 해야겠다. 

 

 

<오늘 이동한 거리> 

  젠콘야도 쥬코코쥬안 ~(9Km)~ 20번 가쿠린지 ~(10Km)~ 21번 다이류지 ~(12Km)~ 22번 뵤도지

=31Km

 

 

<오늘의 지출>

바나나 -200Y

납경료 -600Y

=80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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