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가 고장난지 한달하고도 반이 훌쩍 넘어갔다.
겨우 겨우 돌아가긴 하는데 모터가 끄윽끄윽 '나죽네' 하는 소리를 내는데다가 와중에 탈수도 안되니
도저히 세탁기를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한달 정도는 어떻게 어떻게 손빨래를 하면서 힘센 아들내미 한테 짤순이를 맡기면서
해보니 영 자신이 없다.
세탁기가 없는 세상에서 산 어머니 세대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
난 세탁기가 없으니 안 되겠다, 못 살겠다 ㅠㅠ (항복!!)
없는 시골살림에 목돈을 들려 세탁기를 살려고 하니 엄두도 안나 a/s센터에 상담을 하니
아마 출장비와 부품 교체비를 합하면 15만원 정도 들지 않나 한다.
12년된 세탁기를 그 돈에 고칠바에야 새것을 사는게 낫겠다 싶어 인터넷을 뒤지니
으매~ 세상에 세탁기가 이렇게 다양한 모델에 가격에.. 눈이 벵벵 돌아가 고르지를 못하겠다.
마침 쇼핑몰에서 온 카다로그가 있기에 보니 동그란 세탁기만 비싸고 평범한 세탁기는
30만원 6개월 무이자 할부에 파는게 있어 신청을 하고 말았다.
막상 세탁기를 신청하고 나니 빨래 하고 싶은 생각이 싸악 사라져
차곡 차곡 세탁실에 빨래들을 모아두었다.
근데 세탁기가 일주일이 지나도 안오고 기껏 온다는 날에 눈이 와서 밀리고..
우리집 목욕실에는 점점 빨래들이 심각하게 쌓아올라가고ㅠㅠ
어찌 어찌 빨리 좀 와주세요. (속으로 이러다 빨래에 묻히겠어요~~양말도 없어요.. 제발~) 하고
재촉을 했더니 "차가 올라 갈 수 있냐고" 전화가 왔다.
우리 차가 왔다 갔다 다니니 당연 올라올 수 있고,
세탁기 땜에 길에 눈도 싸악 치워놓았으니 오시라고 했다.
근데 문제는 우리 트럭은 4륜이 되는 차고 세탁기를 실은 차는 일반 트럭이니
중간에 응달진 곳에 눈이 녹지 않은 곳을 통과를 못했나보다.
세상에~~ 두 아저씨가 세탁기를 들고 300미터가 넘는 오르막길을 올라오신것이다.
얼마나 미안하고 송구스러운지..
핸드폰이 안터지니 전화도 안되고, 도로 내려갈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들고 올라오셨단다.
그래도 인상 한번 쓰지 않고 제자리에 세탁기 놓고 가시는데 너무 고마워서 할말을 잃었다.
나 같으면 "뭐 이런데를 올라오라고 하나?"하고 짜증도 낼만한데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는데, 아 요즘도 이런 분들이 있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마침 거실에 마르라고 늘어놓은 느릅나무 껍질이 있기에
위장에 좋은 거니 끓여 드시라고 드렸드니
"이렇게 귀한걸 주냐"며 고맙게 잘 받아가셨다.
우직함이 미련함으로 통하는 세상에 황소같은 아저씨들을 보니
뭐라고 속단할 수 없는 세상의 길이 또 하나 있음을 발견한다...
첫댓글 세탁기가 드디어 도착했군요.후련하시겠어요.혜령이 학교 잘 다니고 있지요?
어제 혜령이 입학식 했어요. 약간 긴장하더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