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강좌 68강
이번주 디카시 강좌에는 제1회 베트남 대학생 한글 디카시 공모전에서 수상한 즈엉 레 바오 쯔암의 <버스정류장에서>와, 당옥 아인의 <고요한 불씨>, 응웬 민 튀의 <전하지 못한 말들>을 소개한다.
제1회 베트남 한글 디카시를 통해, 한글 디카시의 향기가 발아되다.
I. 삶의 궤적에서 뽑아 올린 생활 디카시의 결정체
디카시는 한마디로 영상기호와 문자기호가 화학적으로 결합된 멀티언어이다. 정류장은 삶의 휴식 공간이며, 재충전의 장소이다. 이 장소에서 고단한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즈엉 레 바오 쯔암의 <버스정류장에서>란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짧은 휴식, 바쁜 삶 속 한 끼의 여유, / 도로 옆에 서둘러 먹는 따뜻한 밥 / 바람 속에 스며든 고단한 하루, / 그들의 삶도 더 나아지길 바라며, / 희망을 안고 다시 길을 나서네'의 시적 문장 속에, 따스한 시선이 녹아있다.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이 관통하는 영상기호와 문자기호로 그 희망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다.
2. 불씨는 따뜻함을 품은 서정시의 시작이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던가. 서정시는 부드러움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서정 디카시 역시 마찬가지다.당옥 아인의 <고요한 불씨>로 이를 감상할 수 있다.
'꺼져 가는 불씨는 / 아무 말 없이 나를 감싼다 / 따스함을 품은 채 / 소박한 고향의 품속처럼'의 시적 문장을 통해, 소박한 고향의 품속처럼, 따스함을 품고 있는 불씨임을 부각하고 있다. 불씨는 화롯불의 기적을 낳는다.결국 세상을 품고 있는 따스한 화롯불로 담겨질 것이다.
3. 말할 수 없는 가슴의 언어, 오토바이에 싣고 달리다.
오토바이는 베트남 현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교통 수단이다. 곳곳마다 오토바이가 넘쳐 난다. 국민들의 발이 되어, 베트남 경제를 일으키는 동력이 아닐 수 없다. 오토바이를 타고 일상을 즐긴다. 응웬 민 튀의 <전하지 못한 말들>을 통해 사랑의 언어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음속에 간직한 말들 나도 너를 좋아했지만 / 말 한마디 못한 채 / 우린 이미 떨어였네'의 시적 문장을 통해, 진솔하고 간절한 사랑의 의미가 전해진다.
특히, 전하지 못한 말들을 오토바이에 싣고, 사랑하는 이를 향해 달려가는 응웬 민 튀의 순수하고 어진 마음 또한 읽을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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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디카시에는 벼리영시인의 <새떼>를 선정했다.
#금주의 디카시
'누가 저 광활한 밭을 일구고 있나 / 떠나버린 네 노래가 이랑 사이로 퍼지면 / 흔들리는 도시 따라 / 흔들리며 떠도는 새''의 시적 문장은 새떼 구름을 놓치지 않고 미학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영상기호에 등장하는 소재는 도심 속의 건물, 새떼 구름을 클로즈업 시켜 새로운 이미지로 순간 포착하고 있기에 경외감마저 던져주고 있다.
문자기호에 표현되는 '누가 저 광활한 밭을 일구고 있나'의 경우, 대자연의 섭리를 빗대어서 진술하고 있기에 시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흔들리는 도시 따라 / 흔들리며 떠도는 새'로 귀결시킨 시적 문장을 통해, 존재적 자기 자각으로, '새떼'란 디지털 제목으로 명명할 수 있다.
디카시는 SNS의 날개를 타고 디지털 세상을 밝히는 디지털 별이다. 국경, 성별, 나이의 경계를 허물고 빠른 속도로 넘나드는 디지털 멀티언어다.
"스마트폰이 켜져 있을 때 디카시 심장소리 즉, 디카, 디카, 디카 소리가 들리면 디카시를 자신의 심장처럼 여기는 우리 시대 진정한 디카시 철학자이다."
정유지(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