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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시민단체.여성.지방관련 스크랩 [대안주체 형성⑥]소수 대기업의 고립적 독주구조
安同洙(俊洙) 추천 0 조회 19 08.04.21 23:3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대안주체 형성⑥]소수 대기업의 고립적 독주구조

2007-07-04ㅣ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 출처: 이스트플랫폼   

      



3. 소수 대기업이 고립적으로 독주하는 산업구조



누가 한국 주주자본주의의 주인인가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 피해를 전혀 보지 않으면서, 정확히 말하자면 그 수혜를 받으면서 지금까지 승승장구해왔던 기업과 자본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이 이식되면서 새롭게 그 주인으로 등장한 세력은 누구이고 그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주주자본주의의 수혜자로 되고 있을까.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한국 자본주의는 주요 공기업과 은행지배력을 장악하고 있던 국가와, 이른바 30대 재벌 그룹이라고 상징되던 재벌 대기업그룹에 의해 통제되고 지배되어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외국자본이 주식시장 등을 통해 가지고 있던 지분율은 10퍼센트가 넘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외환위기로) 한국 경제 운영의 기본 틀이 정실주의, 보호주의, 정부규제에 기초한 시스템에서, 시장,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기초한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시스템으로 혁신하는 전환점이 되었다”1)고 미화 분식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이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전에 재벌그룹들은 ‘황제경영’이라고 비난받을 정도로 국가의 각종 특혜를 누리며 전근대적 경영행태로 한국경제를 좌우했다. 주식시장이 미발달했던 시대에 은행은 주요한 자본의 조달창구로서 기능하면서도 ‘관치금융’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듯 국가에 의해 통제되었다. 포스코와 KT 같은 핵심 기간산업도 정부 수중에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양상은 달라졌다. 재벌그룹은 절반 정도만 살아남았고 그들은 더욱 거대한 규모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단적인 사례다. 은행은 더 이상 국가 통제 아래 있지 않다. 수차례의 인수합병을 통해 7개 내외로 줄어든 거대 은행들은 평균 80퍼센트 이상의 지분이 외국인 수중에 들어간 채로 철저히 민영화된 거대 기업군을 형성하고 있다. 은행은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회사로서 한국경제에 대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한편 매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2) 외환위기 이후 IMF의 주요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이자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은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였다. 주요 기간산업이던 공기업은 민영화되고 외국자본이 핵심 주주로 등장했다. 대표 공기업 포스코(2000년 민영화), KT(2002년), KT&G(2002년) 등이 단적인 사례다. 이들 역시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근간으로 침체된 한국경제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주인은 과거 국가와 30대 재벌로부터, 외환위기에서 살아남아 더욱 거대해진 재벌그룹과 은행, 민영화된 기간산업을 주축으로 새롭게 재편되었고 국가는 중요한 경제적 권리를 포기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외국 금융주주자본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실질적인 주주자본주의의 한국경제의 주인이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변화 과정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이들 주주자본주의 실세들이 어떻게 한국경제를 운용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이윤실현을 하려고 했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여 년간 산업구조 변화의 원인과 동기, 그 추동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한쪽에서는 외국 투기자본을 규제한다면서 재벌의 역할을 과도하게 설정하려고 하는 주장이, 다른 한쪽에서는 재벌기업의 총수일가 지배체제를 견제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외국 금융주주자본과 한패로 움직이려 했던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도 이런 맥락 아래 있다. 누구도 중소기업이나 민중과 함께 외국 금융주주자본과 재벌을 견제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었다. 시계추처럼 외국 금융주주자본과 국내재벌 대기업 사이를 방황해서는 답을 구할 수 없다.

한국경제의 실질적 지배자 외국 금융주주자본

주식시장을 매개로 재벌대기업과 거대 금융회사, 심지어 민영화된 기간산업까지도 장악하고 있는 한국 주주자본주의의 실권자는 실제로 얼마나 한국경제를 잠식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는 1998년 말 약 8,000명에서 2007년 초에는 3만 명으로 불어나 있다. 2006년 결산법인 기준으로 주식투자자가 305만 명에 이르지만3) 그 백분의 일에 해당하는 외국 금융주주자본이 사실상 자본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33개 국 가운데서 9위로 2006년 말 현재 한국주식시장의 37.3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화가 심각한 멕시코(45.1퍼센트를 외국인이 소유)를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는 네덜란드, 필리핀 등 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들뿐이다.

외국자본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이나 영국의 비중이 각각 8퍼센트 미만인 반면 미국이 공식적으로 37퍼센트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다. 또 케이만 군도 등 조세회피지역의 자본이 대부분 미국계인 것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자체 조사한 한국 투자 현황을 보더라도 이점은 분명하다. 미국은 1994년 한국 주식과 채권을 약 70억 달러 보유하고 있는 정도였지만 2005년 말 기준 1,100억 달러를 보유함으로서 10여년 사이에 25배로 금액이 늘어났고, 우리나라 증시 주가총액의 약 15퍼센트, 증시 외국인 투자액의 약 50퍼센트를 차지하게 되었다.4)

2004년을 정점으로 외국인 비중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이는 국내성장 잠재력이 줄어들어 국내보다는 다른 아시아 신흥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재벌총수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자기지분율을 일정 정도 올린 요인도 작용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에도 2005년 말 기준으로 아직 개인투자자들이 61퍼센트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만 외국인 역시 2006년 말 기준으로 14.6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국내 대부분의 은행은 외국자본이 80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국내은행이라고 부를 만한 것은 우리은행 뿐이다. 국내 재벌 대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나 SK, LG, 현대자동차 주요 계열사에 대해서도 외국인은 평균 50퍼센트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나아가 포스코, KT, KT&G와 같은 민영화된 공기업도 절반 이상의 지분을 외국인이 장악하고 있다. KT는 49퍼센트를 장악 당했는데 이 역시 민영화 당시 법적으로 외국인이 50퍼센트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 탓이다.

외국의 금융주주자본은 최근 보험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그간 국내 판매망 부족으로 고전했던 외국계 보험사들은 은행의 방카슈랑스 영업을 계기로 국내 시장을 대폭 늘리고 있다. 그 결과 생명보험사 수입보험료 가운데 8개 외국 생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1퍼센트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 19퍼센트까지 확대되었다.5)

이처럼 외국자본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주요 기간산업, 금융, 대기업의 소유권을 주식시장을 매개로 장악해왔다.

그렇다면 자본시장을 통해 한국의 주요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외국 금융자본의 실체는 무엇일까.

신자유주의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금융자본이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말 현재 전 세계 금융자산은 140조 달러로 세계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 총합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커졌다. 이 규모는 지난 수년간 두 배로 커진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주식소유의 20퍼센트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 미국의 금융자산이 47조6,000억 달러로서 세계 금융자본을 주도하고 있고 영국이 6조7,000억 달러로 뒤를 잇고 있다.6)

특히 최근 외국금융자본은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등 펀드자본주의 형태를 띠고 확대되고 있다. 100인 미만의 개인들이 펀드를 형성하여 금융당국의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기업인수 합병 등을 공격적으로 수행하는 사모펀드(PEF)는 그 부정적인 모습을 ‘메뚜기 떼’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단순히 기업인수합병을 주도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기업의 판도를 좌우하는 공룡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미국 소비자 기업인 던킷도넛과 버거킹도 현재 사모펀드의 소유다. 미국의 대표적인 렌트가 업체인 허츠도 사모펀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외환은행을 소유한 론스타도 그러하다.7)

또한 최근 10년 사이 그 규모가 열배로 커져서 2007년 1월 현재 자산규모가 1조5,600억 달러로 비대해진 헤지펀드도 펀드자본주의의 주요 실체다. 세계의 헤지펀드는 현재 1만1,000개가 활동 중이며 2008년 말에는 운영자금 규모가 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8) 이들 펀드자본이 주축이 된 외국 금융주주자본이 국내 주요 기업의 소유권을 장악하고 단기수익을 높이기 위해 경영권에까지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 금융주주자본은 어떻게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을 지배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과연 그들이 은행을 대신하여 기업에 자본을 조달하는 긍정적인 메커니즘은 없을까.

2007년 6월을 지나면서 한국 증권시장은 종합주가지수 1,800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기록을 연일 갱신중이다. 전반적인 산업침체와 경기부진에 비하면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7년 5월 2일자로 유가증권시장 770조 원, 코스닥시장 86조 원 등 우리나라 주식시가 총액은 856조 원을 넘는다.9) 우리나라 GDP가 800조 원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그것을 넘어서는 규모가 된 것이다.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은 약 720개 수준이고, 코스닥 등록 기업은 900개를 넘어가고 있다. 다 합쳐봐야 1,700개 기업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이 공급되는 기업은 사실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가령, 30만 중소기업인의 입장에서 주식시장은 자신들과 전혀 관계없는 자본시장이다. 특히 거래소 상장기업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24개 정도만 새로 등록되었을 정도로 진입 문턱도 높다.

결국 코스닥에 등록된 일부 벤처기업을 제외하면 자본시장은 우량 대기업을 대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외국금융자본이 이들 기업의 다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금융자본이 기업들에게 신규설비투자와 고용확대, 첨단기술 도입을 위한 자본조달을 하기는 하는 걸까.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자본시장으로부터 상장기업들에게 자본이 조달된 것보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 남긴 수익을 자본시장이 회수해 간 액수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으로 자금이 투입될 때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와 이미 상장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뿐이다. 반대로 기업에서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유출되는 경우는 현금을 배당하거나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이다.10)

말하자면 자사주 매입과 현금 배당, 그리고 유상감자는 기업의 자본조달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오직 기존 주주들의 주주이익 실현을 위한 행위일 뿐이다. 증권시장에서 시세차익을 바라고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이미 발행된 주식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차익을 주주들이 나눠 가지는 것일 뿐 기업의 자금조달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런데 지난 6년간 자금이 기업으로부터 순 유출된 금액(현금배당 + 자사주 취득 - 기업공개 - 유상증자)이 꾸준히 증가해온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6년간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30조 원을 조금 넘는 반면, 기업들이 올린 수익 가운데 자사주 취득과 현금배당으로 지출한 금액이 무려 70조 원에 달한다. 기업으로부터 주주에게로 40조 가량이 더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몇 년 전부터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가 몰려있는 3,4월만 되면 매년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가 나는 신(新)풍속도가 한국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3월 경상수지는 15억 달러의 큰 적자를 냈다. 이는 주주총회 결과 외국인 주주에게 현금배당이 발생한 탓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21억 달러의 소득수지 적자 때문이었던 것이다.11)

외국 금융주주자본의 목적이 단지 기업의 수익을 기다려 배당을 요구하거나 주식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데만 있지 않다. 이른바 신종 ‘주주행동주의’라고 불리는 그들의 경영간섭 양태는 투자한 기업의 경영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싫으면 주식 팔고 떠난다’는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은 기업경영과 성과배분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자신들의 투자이익 회수를 단기간에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12)

이미 대기업 그룹인 SK가 소버린에게 경영권 위협에 시달렸고 민영화된 공기업인 KT&G가 칼아이칸에게 비슷한 곤경을 당했으며, 핵심 은행의 하나인 외환은행도 론스타에게 넘어가 막대한 차익을 남겨주었던 사례가 있다.

그러다 보니 주요 상장기업들의 경영자들은 “결코 주주를 배고프게 하지 말라”는 명령을 지상과제로 삼아 기업경영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주로 단기 수익을 낼 수 있는 감원과 구조조정, 주가관리 등에 매달리면서 장기설비투자나 사업 확대에 지극히 소극적인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보수적 경영을 착실히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금융주주자본은 경영자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스톡옵션을 주고 주주자본주의식 경영을 실행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요 은행들은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에게 2006년 9월 기준으로 국민은행 약 480만주, 신한은행 80만주, 하나은행 250만주, 외환은행 600만주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부여해 주었다.

주주들의 단기적인 기업인수 뒤 되팔기 행태와 경영개입은 비교적 소규모 벤처 기업들이 몰려있고 개인 투자자들도 60퍼센트나 되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재현되고 있다. 2006년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된 회사가 전체 상장기업의 1/5에 해당하는 215개나 되며 두 번 이상 최대주주가 바뀐 곳도 71개사에 이른다.13) 거의 하루에 한번 꼴로 대주주가 바뀐 회사가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기업경영을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외국 금융주주자본은 자본시장을 통해 주요 기업들을 지배하고, 단지 지분을 소유해 배당금을 챙길 뿐 아니라 공격적인 경영개입으로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갖가지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기업도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다. 주주자본, 펀드자본에게 인수 기업은 ‘사회적 기관이나 장기적인 부의 창조자가 아니라 사고팔아야 할 자산목록에 불과’한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와 한국의 산업은 바로 이들 외국 금융주주자본의 움직임에 의존하여 그 구조가 변해왔다고 볼 수 있다.

소수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재벌대기업

외환위기 이전까지 30대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 집단은 정부의 각종 특혜와 전근대적 경영으로 한국경제를 지배해 왔다. 외환위기는 방만한 차입경영과 중복투자를 일삼은 재벌그룹을 위기에 몰아넣고 대우그룹을 비롯한 주요 재벌이 붕괴되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에서 살아남은 절반 정도의 재벌그룹들은 주주자본주의에 편승하여 더욱 확고한 독점적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 무너진 일부 재벌들의 자리에 신생기업이 등장한 것이 아니라 절대강자의 독식체제가 구축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삼성이 있다.

현재 대기업 집단은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매월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자료에서 대략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14 2007년 5월 현재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공기업을 포함해 모두 62개 집단이며 이들이 거느린 계열사는 삼성이 59개, 현대자동차 37개, SK 58개를 비롯하여 모두 1,206개에 달한다. 이들 기업집단의 자산 총규모는 2006년 말 기준으로 979조 원을 넘었고 1년 동안 106조가 늘어났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오너와 그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이 43개로 전체의 70퍼센트에 달한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SK, LG를 필두로 한 총수지배 재벌그룹은 총수와 친인척의 지분을 합쳐 5퍼센트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15) 여전히 주력사 사이에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삼성은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삼성에버랜드, 현대차는 현대자동차 - 기아자동차 - 현대모비스 - 현대자동차, SK는 SK - SKC - SK케미칼 - SK의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실상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수출에 주력하여 성장을 주도한 것은 이들 재벌그룹들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상위 4대 그룹의 수출액이 국가 전체 수출액의 절반에 이르고 국내 총생산(GDP) 비중은 42퍼센트에 달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16)

또한 이들은 우리나라 기업수익의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다. 2006년 수익성 상위 5퍼센트인 70여개 기업들이 전체 기업 경상이익의 88.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5개 기업이 차지하는 경상 이익률만도 전체 이익의 6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과 기업 양극화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하기 좋은 나라’가 아님은 물론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아니다. 정확히 ‘극소수 대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 셈이다.

물론 대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을 남기면서 한편에서는 주주를 위한 배당금으로 돌리지만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쓰지 않고 쌓아둔 현금 유보율(자본금 대비 잉여금 비율)은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12월 결산 제조업체 487개사의 2004년 유보율은 500퍼센트, 2006년에는 600퍼센트를 넘어 섰다.

한국의 재벌들은 금산법과 경영권 방어문제로 외국금융자본과 경쟁관계에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주주자본주의에 적응하여 외국 금융주주자본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는다. 이는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일가의 배당수익 증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는 2006회계연도에 244억 원 상당의 현금배당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2004회계연도에 287억 원을 배당 받은데 이어 2005회계연도에도 146억 원을 배당받은 바 있다.17)

재벌기업의 경영관행도 주주자본주의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벌대기업들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대량감원을 실행했고, 설비투자를 줄여왔으며 주주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거액을 돈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이종욱 전경련 상생협력연구회 회장이 중소기업 납품단가 정상화 요구에 대해 대기업 입장에서 한 변명을 보면 알 수 있다. “수익을 내는 것이 경영진의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다. 삼성이고 LG고 외국인 투자자나 국내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이익을 내는 데 힘이 부칠 것이다.”18)

수출 증대로 수익을 올린 재벌 대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을 감축했을 뿐 아니라 인력 훈련비를 줄이기 위해 신입사원 채용비율을 줄이고 경력직 채용비율을 체계적으로 늘려왔다. 또한 해외생산기지 이전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졌다. 2007년에도 대기업은 변함없이 고용을 줄이거나 동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6년 4,500명에서 2007년 4,000명으로, LG전자는 2,000명에서 1,500명으로 채용인력을 줄일 계획이고 현대와 기아차도 1,200명 수준에서 묶는다는 계획이다.19)

결국 이들의 주주자본주의적인 보수적 경영과 주주관리 비용은 재벌 대기업에서 조차 성장능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고, 최근 대기업의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대기업들의 영업 이익률은 2005년 평균 7.2퍼센트에서 2006년 6퍼센트로 낮아졌는데 이를 단지 원화절상이나 고유가 때문으로 보기는 어렵다.20) 최근 삼성과 현대자동차 총수들이 샌드위치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에 대한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재벌기업들의 행태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일본기업들이다. 최근 일본기업들 사이에서는 ‘제조업의 국내회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과연 일본은 고용비용이 싸기 때문일까. 물론 일본의 인건비는 대단히 비싸다. 하지만 생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기술이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고, 또 연구와 제조기술이 결합할 때 진정한 경쟁력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국내의 공장을 통해 이를 결합해야 한다.21) 일본의 기업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손쉽게 고용을 줄이고 해외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국내 재벌과는 여러모로 비교되는 대목이다.

거대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주주자본주의 첨병, 은행

외환위기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분야가 금융산업이다. 그 가운데 특히 은행이 두드러진다. 외환위기로 기업부실을 떠맡은 은행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덕에 회생할 수 있었지만, 곧 이어 민영화와 외국자본 유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민영화되고 외국자본에게 문호가 개방된 은행은 국제경쟁력이라는 이름아래 대형화, 겸업화를 추구하면서 인수합병을 추진했으며 최근 지주회사 형태로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외국자본에 의해 소유지배구조가 장악되어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이 완전히 소유와 경영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물론이고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회사, 하나금융지주회사, 외환은행 모두가 외국인 비중이 80퍼센트에 이른다. 아직까지 민영화과정에 있는 우리금융지주회사만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78퍼센트다. 우리나라의 모든 은행은 사실상 외국인 소유 은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외국인이 소유지분을 장악한 은행은 민영화, 대형화, 겸업화하면서 외환위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경영시스템을 운영하게 된다. 가령, 위험부담이 많고 장기대출이 요구되는 기업대출을 대폭 줄이는 대신 가계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급속히 늘렸다. 또한 구조조정과 감원, 비정규직 고용에서도 재벌 대기업에 못지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고, 산업에 대한 금융중개 기능은 포기한 채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경영을 해나가고 있다.

그 결과 국민은행은 2005년 순이익 2조2,000억 원, 2006년 2조4,000억 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계속 갱신하는 등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6년 국내은행의 순이익은 약 13조5,000억 원으로 2005년 13조6,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2조5,000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순익도 크게 늘어난 셈이다.
은행이 올린 수익의 상당 부분은 배당 형태를 띠고 외국인 주주에게 넘어간다. 국민은행은 순이익의 절반 수준을 배당으로 돌리기로 해 1조억 원 이상이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가게 되었고, 10년 만에 첫 배당을 실시하는 외환은행 역시 대주주인 론스타를 비롯한 외국인 주주들에게 5,000억 원 이상이 지급될 예정이며 신한금융 역시 3,000억 원 이상이 재일교포를 포함한 외국인에게 돌아갈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배당금을 합치면 2007년에만 2조2,000억 원 이상의 거액이 외국인 주주에게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22)

이에 대해 은행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 많은 배당금이 나가는 데 대해 국민정서가 좋지 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존재의 목적에 대한 이의제기”라며 강변하고 있다.23)

은행들은 국민의 예금을 쌓아두고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대기업은 이미 축적된 내부 자본 덕에 더 이상 은행대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그 수익을 고스란히 외국금융주주에게 배당으로 지불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대출을 꺼리고 산업자금중개 기능을 거의 하지 않음으로써 금융기관임을 포기하고 금융회사로 방향을 잡고 있다. 고용을 지속적으로 줄여 노동인력을 방출하는 데도 한 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첨단 수출 대기업, 민영화된 기간기업, 은행 등 거대금융그룹은 외환위기 이후의 저성장 시대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다른 대부분의 기업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즉, 외국자본과 일부 재벌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인, 자영업, 노동자들은 전혀 자기 위치를 잡고 있지 못한 것이 주주자본주의 대한민국 경제의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중심의 기업정책, 산업정책을 펴왔다.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고, 금융자본과 대기업의 자유로운 활동 폭은 계속 커져왔다. 한미 FTA는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로 구체화된 참여 정부의 선진 통상국가론은 박정희 시대의 1차 압축 성장에 비교되는 2차 압축 성장 모델이라며 “5대 재벌이라는 강력한 펀더멘털 구축을 배경으로 노동배제적인 해외자본, 국내재벌, 국가의 삼각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지배블록의 형성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그런 면에서 타당성이 있다.24)


<각주> 

1) 이규성(전 재정경제부 장관), 2006, “한국의 외환위기”, 박영사

2) 2007년 5월 16일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들이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은행장들이 “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은행이 더 이상 공적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겨례신문 2007.5.18

3) 2007.2.13일 증권예탁결제원의 발표 결과. 2007.2.13일 연합뉴스

4)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이 2006년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미국의 외국주식 및 채권보유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주식, 채권 투자액은 시가 기준으로 94년 70억달러, 97년 말 153억달러, 2001년 말 345억달러, 2005년말 1102억달러로 급증했다. 이로써 한국의 미국의 ‘나라별 유가증권 투자 순위’에서 11위에 올랐다. 프레시안 2007.1.8일자

5) 2007년 2월 16일 금융감독원 발표 자료. 경향신문 2007.2.16일자에서 재인용

6)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2007.1.11일자 자료. 매일경제 2007.1.11일자에서 재인용

7) 이들 펀드자본은 최근에 한국의 사교육 시장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은 2007년 5월 3일 국내 특목고 입시 및 영어학원 업체인 ’토피아아카데미’에 최대 2000만달러(19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2007.5.3

9) 연합뉴스 2007.5.7

10) 자사주 매입은 보통 자기 회사 주식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을 때 적대적 인수합병 등에 대비해 경영권을 보호하고 주가를 안정시킬 목적으로, 기업이 자기자금으로 자기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현금 배당과는 달리 회사 현금을 외부로 유출시키지 않으면서 주식 유통물량을 줄여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고, 현재 경영진의 경영권을 옹호하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주주이익 배분 방법으로 선호되고 있다.

2007년에도 삼성전자가 약 1조8천억 원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고 포스코가 8893억원, 현대중공업이 2850억 원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등 막대한 수익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붓고 있다. 매일경제 2007.4.29

11) 동일한 이유 때문에  2006년에도 3월에 14억7000만 달러, 4월에 18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12) 삼성경제연구소, 2007, 헤지펀드 행동주의 대두와 대응과제.

13) 연합뉴스 2007.1.3

14) 공정거래위원회, 2007.5.2,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현황

15) 2005년 기준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평균 총수일가 지분은 4.94퍼센트였다. 이들은 이 정도의 지분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형성된 지분을 이용하여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2005.7.13, “05년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 관한 정보공개”

16) 연합뉴스 2007.5.15

17) 이 회장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에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그만두며 보유주식을 처분해 2005회계연도 배당을 줄였기 때문에 배당이익이 줄어들었다. 머니투데이 2007.1.22

18) 한겨레신문 2007.5.16

19) 반면 일본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고용확대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는 내년 정규사원 채용을 11퍼센트 늘린 3500명을 뽑을 예정이며 기능직 사원도 21퍼센트를 늘린 2000명을 신규 고용할 예정이다. 샤프도 내년에 올해보다 무려 60퍼센트 많은 1000명을 뽑을 예정이고 NEC는 1000명, 미쓰비시 전기도 130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발표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대졸자 4명이 1개의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반면, 일본은 1명이 2개의 일자리를 놓고 선택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조선일보, 2007.4.26.

20) 왜냐하면 원화절상과 고유가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수출기업의 영업이익률 하락은 0.7퍼센트로서 대기업 영업이익률 하락 1.2퍼센트를 훨씬 밑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4.4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0.1퍼센트 하락에 그쳤다. 한국은행, 2007, “2006년 기업경영분석결과”

21) 우종원 일본 국립 사이타마대 교수의 기고문. 중앙일보 2007.2.28

22) 연합뉴스 2007.2.12

23) 연합뉴스 2007.2.20

24) 정준호(2007)

※ 연속기사
[대안주체 형성④] 우리 국민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대안주체 형성⑤] 한국의 산업구조-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


[대안주체 형성①②③] 한국사회 대안주체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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