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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청산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뫼들
오늘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어부사시사의 고산 윤선도가 제주도 유배길에 정착하여 문학의 태를 묻었던 보길도로
문학기행 겸 산행을 떠난다.
새벽 1시에 출발하여 땅끝마을까지 5시간 넘게 버스로, 다시 35분여 동안 노화도를 뱃길로..그리고 연륙교인 보길대교를
지나 버스로 30여분 산행 들머리까지..
왕복 12시간이 넘는 대장정!
평소 그의 작품을 좋아해서 고산의 문학적 토양이 되었던 금쇄동 골짜기, 낙서재와 곡수당, 동천석실 그리고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를 대변하는 정원 세연정등 400여년전 그의 체취를 더듬어 보는 기대감과 섬산행 치곤 비교적 장거리인
6시간 넘는 섬 횡단 종주산행에 구미가 당긴 탓이기도 하다!~
노화도까지 일행을 싣고갈 뉴장보고호(여기는 모든게 완도 영향권이다) 선상에서 땅끝마을 기념탑을 바라보고 한컷!
아침 7시 첫배지만(하루에 한번만 뜨니까 첫째고 둘째고 칼끼없다) 짙은 안개로 어스름한 새벽같다!
몇년전에 땅끝마을 기념탑에 올라가니 안내문에 여기는 갈두산 사자봉! 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걸
산 한개 올라간 것으로 인정하는지 산따묵기팀한테 물어 바야지!!~ㅎ
잔뜩 흐린 날씨를 보고 모두 선실로 들어가 시끌벅적 한잔씩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벌건 기운이.. 야! 일출이다 소리에
입구에서 튀어 나가보니 보길도 팔경 일출이다!~
노화도 산양선착장에 도착해서 다시 돌아본 뉴장보고호! 돌아갈때도 이배가 우리를 마중나올줄 알았는데 막상 등장한건
"뉴"자가 날라간 장보고호! 시설이 훨씬 못하다! 앞으로는 무조건 뉴자 달린능거 타야한다!!~ 엿쟁이 마음대로?
산양진항 매표소에 가서 운임을 보니 성인 5,700원! 대형차량 운송은 11만원이다!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큰섬인 보길도가 주 선착장이고 노화도는 경유하는 섬이었는데 두섬을 잇는 연륙교인 보길대교가
생긴후부터 육지와 가까운 노화도가 완도군 노화읍으로, 보길도는 면사무소를 가진 덩치큰 꼬봉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보길도 사람들은 간간히 투덜거리기도 한다! 왜? 배가 그쪽으로 안뜨니까!~
애초에 1코스,2코스로 나누어 1코스는 6시간짜리 섬 종주산행, 2코스는 격자봉을 끝으로 하산하는 4시간짜리로 나누었
는데 뾰쪽산 들머리인 보옥리에 도착 내 혼자 달랑 내려놓고 버스는 망끝전망대로 되돌아 부~웅!
꼭 버려진 자식같은 기분이다! 니가 언제 버려져 보기는 했나? 그기~저.. 생략!!~
내리기전 하루에 한번밖에 없는 배가 오후 3시에 있으이끼네 하산시간은 알아가 내리오이소! 카는 산행대장의 말이
생각나 정신이 화들짝!!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마을 안쪽 끝지점 파란지붕집 우측 돌바닥길로 접어들면..
키큰 동백숲이 시작되기전 입구에 표시기가 여러개 달려있다!
195미터라고 해서 후딱 30분 정도면 다녀오겠지 생각하고 새빠지게 뛰어 올라가는데 아! 오름길 각도가 장난이 아니다!
뾰쪽산 이름이 허명이 아니라꼬 성질내는넘을 달래가며 암릉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벌써부터 숨이 막히고 땀이 질~질!
정상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고 조그만 돌무더기만..우측 전망대에 내려가 땅끝마을 쪽을 휘~이 둘러보고
건너편 망월봉 암봉을 바라보는데 364미터 치곤 디기 건방져 보일 정도로 높아 보입니다!!
우측 낡은 나무 판떼기에 보족산 95미터라고 쓰여있고 희미한 길이 보여 내려가는 길이 여기도 있구나 카미 족적을 따라
내려간다. 버스 안에서 혀짧은넘이 자꾸 "보*산! 보*산! 케가 킥킥거린 기억을 떠올리며...
그런데 이기 우예된기고? 갑자기 벼랑같은 암릉에서 길이 뚝! 밑을 내려다 보니 엄마야 무서버라!~
이제는 시간이 촉박해서 도저히 다시 올라갈수 없다!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닝기리! 카미 네발로 딱붙어가 죽기 살기로
내려간다.
마을로 다시 내려오니 예정시간 보다 15분 정도 오바다!
마을사람에게 망월봉 들머리인 보림산장이 어딘가 물어 보는데 "저 산밑 바위밑에 정자같은기 보이지요? " 안보이는데요"
"거 사람 없어요!" 답답해서 우왕좌왕 하다가 인터넷에서 본 들머리 입구 보길도식품 표시석을 발견하고 마을 안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마지막집 앞에서 그물 손질하는 아저씨에게 다시 등로 입구를 묻는데 처음본 사람을 경계하는지 염소떼
들이 계속 메~헤~헤! 대화가 안된다!
이 쒜이!! 물끼릴뿔라마!!~
* * * * *
벌써 1시간이 다되간다! 모르겠다 바로 치고 오르자! 길도없는 잡복사이를 비집고 네발로 또는 두발로.. 30여분 넘게
사투를 벌인끝에 망월봉에 도착하니 고목 희양목 몇그루만 보이고 일행들은 한사람도 없다! 야 이거 조짓다 시퍼가
격자봉 능선쪽을 보니 남동쪽으로 활처럼 휘어있어 사면으로 질러가면 따라 잡겠다 잔머리를 굴리가 계곡쪽으로 다시
치고 내리간다. 20여분을 진을 빼고 계곡을 건너려고 하는데 이~런! 온통 절벽이다!! 할수없어 100여미터 더 내려가
다음 능선으로 붙어 다시 둇빠지게 올라간다! 망월봉 바로 아래 안부에서 기진맥진 할 즈음 2진팀을 만난다! 반갑고
긴장이 풀려 그들을 먼저 보내고 10분간 나무에 기대어 숨을 고른다!!
무명봉을 지나 모종골로 빠지는 갈림길 뽀래기재! 이름 한번 기똥차군! 주머니에 핸폰을 꺼내 이정표를 찍는데 온통
뿌옇다. 그러고 보니 웃도리는 물론이고 바지까지 땀으로 범벅이다!!~땀에 젖은 핸폰을 딲고보니 오버페이스로 혼이
나가가 뾰쪽산을 떠나 처음 찍어보는 사진인데 작품이 엉망이다!
425봉 바위 전망대에서 돌아본 뾰쪽산! 아이고! 징그러버라!
가야할 격자봉 능선! 그길에서 2진팀과 다시 합류한다! 3~4명은 벌써 등산을 포기하고 뽀래기재에서 탈출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아침부터 배안에서 소주를 빨던 팀인것같다!~~ㅎㅎ
이제 남은 시간은 3시간여! 뛰자!
격자봉 전위봉 이정표! 저 멀리 누룩바위가 보인다!
왼쪽으로 전망대가 있는 누룩바위! 합천 부암산쪽 누룩덤보다 훨씬 못생기고 규모도 작다!
그러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일품!
오늘의 최고봉인 격자봉 430미터! 정상 아래 바위 전망대에서 드디어 점심식사를 하고있는 선두조를 만나 도시락
보따리를 푼다! 요며칠동안 마눌 궁디를 헌신적으로 만져준 하사품인 기름 잘잘 흐르는 찹쌀밥과 돼지고기찜도 하도
디끼네 모래 씹는것 같아 젓가락으로 서너번 깔짝거리다 덮고 먼저 출발!~
격자봉 도착전만 하더라도 일행들과 같이 부용리로 하산해서 고산 윤선도의 자취나 밟아보자 했건만 또다시 오기가
발동해서 홀로 끝까지 종주하기로 한다!~~ 비록 오버페이스로 몸은 망가졌지만..
수리봉 직전봉에서 이정표를 보니 지친 몸이지만 자신이 붙기 시작한다! 수리봉이 400미터 남았다!
수리봉 정상! 이정표 밑에 백계남 선생님과 비슷한 필체를 가진..(백계남 선생님 본인인지도 모른다) 이정표 밑에
수리봉이라 유성싸인펜으로 쓰고 몇월 몇일 다녀갔다고 되어 있는데 호박 년식이 오래되서 입력이 안된다!!~ㅎㅎ
수리봉을 지나면 간간히 암릉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군데 군데 밧줄을 설치해 두었지만 한겨울철이 아니면 그냥
걸어내려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을듯!
멀리 좌측 뾰족한 광대봉과 209봉 능선! 아직도 갈길이 멀다!
시간에 쫓기니 자꾸 이정표 거리에 신경이 쓰인다!
406봉에서 계속 내리막길! 암릉과 동백숲이 연이어 나타나고 다소 지루한 길이다! 15분여를 부지런히 내려오면 큰길재!
여기는 재와 산 짱배기의 이정표가 이렇게 차별화 되어있다! 무슨 이유냐고? 나도 몰러!!~ㅎ
구태여 이야기 하자면 아랫마을에서 재까지는 큰 굴곡이없어 일반인들이 평상복으로도 출입이 가능하니 탐방로라고
별도 코스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근접한 대답이라꼬 생각되마 박쑤!! 우~씨 박수 안치고 웃는 사람은 누고?
206봉 큰바위를 좌로 우회하면 조그만 동굴도 눈에 띄고...
대낮에도 컴컴한 동백숲 터널! 혼자 걷다보면 뒤가 땡기가 슬며시 돌아보게 되는 이런 터널을 수차례 통과해야 한다!
이산의 80% 이상의 수종이 동백나무인것 같다! 그것도 짜리몽땅한 내 키 기준으로 4~5배는 됨직한 키큰 동백이다!
이른봄 땅바닥에 떨어진 피처럼 붉은 동백꽃을 보러 언제 다시 한번 와야 될낀데..
광대봉 전위봉 전망대에서 여송리 마을쪽을 내려다 보니 앞에 손바닥만한 작은 섬에도 10여채가 넘는 가옥이 있다!
저 사람들은 뭐해가 묵고 살꼬? 저 앞바다의 드넓은 양식장 한귀퉁이가 이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을까?
한차례 내려섰다 10여분 오름질하면 310.5미터 광대봉 정상! 여기 역시 아무런 표식없이 무너진 돌탑만 쓸쓸히 자리를
지키며 이름표를 대신하고 있다!
계속되는 암릉을 지나다 섬치곤 넓은 개활지를 가진 월송리쪽을 바라본다.
구획정리가 반듯하게 잘된 논이있고 저수지도 있다! 울릉도에서 천부쪽 나리분지를 보듯 신기하게 느껴진다!~
이제 남은 시간은 한시간 40여분 정도!
짱배기가 온통 하얀 바위덩어리라 뫼들이 그자리에서 작명한 민대가리봉에서 오늘 지나온 연륙교가 지척에 보이고..
(계속되는 흐린 날씨와 땀에 젖은 핸폰이라 흐릿하게 보인다)
면사무소와 최종 도착지인 우체국이 있는 보길도 중심지가 눈아래 보이면서 점차 조급증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다! 도시락 꺼낼때를 제외하곤 오늘 산행중 한번도 풀지 않았던 배낭을 열고 사과를 깍고 양갱도 묵고 육포에
캔맥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니 지옥에서 천당으로 건너온 느낌!
민대가리봉을 우측이나 좌측 어디로 우회해도 만나는 삼거리! 여기서 면사무소는 지척이다!
내림길에 만나는 반가운 표시기! 등로변에 몇개나 더 달려 있었을 표시기를 이제사 발견한다!
내 인생도 눈가리개를 씌운 경주마처럼 정신없이 앞만보고 내달려 오느라 못보고 지나친 것이 한둘이랴!!~~ㅉㅉ
이런 앙증맞은 나무다리를 지나면...
동백숲 사이로 보길 등산안내도가 있고..
청별리 표지판에는 격자봉 11킬로라 되어있다! 뾰쪽봉에서 15킬로가 넘는 거리를 5시간 20분에 걸었다! 초장 입구에서
헤멘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산악마라톤 수준! 이~그! 뫼들 이 미친넘아!
오늘의 종점 보길면사무소! 보길분회라고 되어있다!
이것으로 무지 길게 느껴지던 산행을 접는다!
우체국이 있는 큰길로 나오니 있어야할 버스가 없다! 아직 뱃시간까지 한시간이 남아있어 버스를 수배해 보니 도보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세연정 앞에 주차해 있다!
인도블럭 대신 나무데크로 만든 해변 산책로를 걸으며 열녀숙빈김씨 비각도 구경하고.. 400여년전 고산이 걸었을 길을
뒤따르며 좋아하는 오우가 한구절(石)을 흥얼거려 본다!
"꽃은 무슨일로 피면서 쉬이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치 아닐손 바위뿐인가 하노라!"
첫댓글 수고하셨네요~ ㅎ 뾰족봉이 진짜 뾰족하게 생겼네요~ 지금이야 아름다운 섬이지만 유배당할 때의 심정이야
어떠했겠습니까? 산행후기를 보니 진짜 됻빠지게(죄송) 걸으셨네요~ ^^;
바위 전문가인 김대장한테는 웃음거리가 될줄 모르지만 뾰쪽봉 전망대 우측으로 내려오는데 20여미터 바위 벼랑길에서 혼비백산! 둥근 화강암에 잡을데가 없어 죽을 고생을 하고..망월봉 입구를 못찾아 직벽에 가까운 바위를 네발로 기어 오르고..뱃시간에 쫓겨 산악마라톤! 아름다운 섬에 지겨운 추억만 한아름 남겨놓고 왔습니다! 다음번에는 1박 2일 여정으로 여유롭게 산행하며 버리고온 지저분한 기억을 회수하려 합니다!~~ㅎㅎ 많이 바쁜 모양이지요? 까페 출입이 뜸한걸 보니..자주 참가하지 못해 미안하고요 한달에 한번이라도 갈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생하셨네요... 둥근 바위는 잡을데가 없어 더 어렵죠
제가 요즘 좀 많이 바쁘네요.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자 마자 나가기 바쁘니....
잠깐 짬을 내어 회원님들 후기도 후다닥 보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