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당시 가장 심한 폭격을 당한 곳인 씨양쿠왕.
주도인 므앙쿤은 풍비박산이 나서 주도를 폰싸완으로 옮겨왔다.
7-8분당 1회의 폭격.
그래도 살아남은 것들.
돌 항아리, 탑, 그리고 불상.
선사유적인 돌항아리
미군의 폭격에도 절은 폐허가 되었으나 마침내 버티어낸 불상
언젠가 여기에 내 세상을 만들고 싶다.
기억하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붙인 집도 짓고,
내가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인 배우고 가르치는 공간도 만들고.
20년 가까이 흘러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니메이션이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그 주인공은 도토리를 심던데.
난 심을 것이 없으니 땅을 파려고 한다.
지뢰나 불발탄이나
마음에 박힌 증오심이나 배타심,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차별과 분쟁의 요인들.
이런 것을 파고 싶다.
안개낀 1100미터 평원 위에 선사 유적인 돌 항아리는 의연히 남아있다.
므앙쿤의 부처도 의연히 앉아있다.
길지 못한 씨양쿠왕의 여정이다.
볼 것이 없고 할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정말 좋은 땅인데도 말이다.
이제 호치민트레일을 본격적으로 달려내려간다.
세개의 라오스 보호구역이 있는 안남산맥을 가르면서...
저물녁에 카르스트의 실루엣을 보면서 드라이브 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고단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다행이다.
꽁로 마을까지 들어가고 싶었으나 날이 어두어
나힌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여태 나와 운전을 번갈아 해주고 있는 일행이 가져온 마지막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이고 생각보다 멋진 숙소에서 밤을 맞는다.
내가 구워서 빻은 커피, 프리미엄 브랜드 쏘포론, 이제 커피 산지인 빡쎄까지는 아쉬운대로 조마에서 산 에스프레쏘용 커피를 내린다.
오늘도 하루는 길었다.
배낭여행자를 위하여 기차표 두장을 예약해 주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가 이제야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