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진의 드라마 삼국지
[3화] 황건적이 코앞인데 군사가 적다… 유주 태수의 비명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6.05.20. 03:00업데이트 2026.06.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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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Gemini
전광진의 드라마 삼국지는
삼국지의 그 오리지널한 맛을 약 600년 만에 되살렸습니다. 총 120회의 삼국지연의를 1675개의 에피소드로 구분, 고전의 망망대해 곳곳에 등대를 설치했습니다. 또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도록 인물의 대사와 지문을 연극 대본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멤버십 회원들이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글 하단에는 음성서비스를 준비해드렸습니다.
1-4: 인의의 상징, 유비의 등장
한편, 장각 반군의 한 무리가 북동쪽 유주(幽州) 경계까지 밀어닥친다. 유주 태수 유언은 강하군 경릉 태생으로 전한 노공왕 후손이다. 황건적 무리가 곧 밀어닥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교위인 추정을 불러 대책을 묻자 단호히 대답한다.
“도적 떼는 많고, 우리 군사는 적습니다. 그들과 맞서자면 빨리 의병을 모집하여야 마땅합니다.”
유언은 그의 말이 옳다고 여기고는 즉시 의병을 모집한다는 방문(공고문)을 붙이라고 한다. 탁현(涿縣)에도 그 글이 붙어 그곳에 사는 한 영웅을 불러낸다. 그는 책 읽기는 그다지 즐기지는 않으나, 천성이 너그럽고 온화하다. 말수가 많지 아니하고, 기뻐할 때나 성낼 때 안색이 바뀌지 아니한다. 일찍이 마음속에 큰 뜻을 품고 있어 천하의 호걸들과 사귀기는 매우 좋아한다. 키가 7척 5촌이고, 두 귀가 어깨까지 축 늘어져 있고, 두 팔이 길어서 무릎을 지날 정도이고, 눈은 자기 귀를 볼 수 있을 만큼 옆으로 길게 뻗었으며, 얼굴은 옥같이 맑고, 입술은 연지를 바른 듯 붉은빛을 띠고 있다. 중산정왕(中山靖王) 유승(劉勝)의 후예이고, 한나라 경제(景帝) 유계의 현손으로 성은 유(劉) 이름은 비(備)이고 자는 현덕(玄德)이다.
야망의 은폐자유비劉備
옛적에 유승의 아들 유정이 한나라 무제 때 탁록정후에 봉해졌는데 후에 조정에 상납금을 내지 못하여 벼슬을 잃었다. 그런 연고로 그의 자손들이 탁현에 살게 된다. 현덕의 할아버지는 유웅이고, 아버지는 유홍이다. 유홍은 효성이 남다르고 청렴한 인물을 중앙에 추천하는 효렴으로 발탁된다. 그리하여 일찍이 벼슬을 하였으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현덕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된 어머니를 지성으로 모신다. 집안이 매우 빈곤하여 짚신을 만들어 내다 팔고 멍석을 엮는 일로 생계를 근근이 이어간다. 탁현 누상촌(樓桑村)에 있는 그의 집 동남쪽 모서리에는 큰 뽕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높이가 무려 다섯 길이나 된다. 멀리서 바라보면 잎사귀가 대단히 무성하여 마치 임금님 수레의 덮개 같아 보인다. 어느 날 풍수를 잘 보는 사람이 그곳을 지나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집에서 반드시 귀인이 날 것 같구나!”
현덕이 어렸을 때 동네 꼬마들과 뽕나무 아래에서 장난치며 놀다가 이런 말을 한다.
“난 말이야! 커서 천자가 되어 이런 덮개가 있는 수레를 탈 거야!”
작은아버지 유원기가 그 말을 전해 듣고는 참으로 대견해하며
“이 애는 보통이 아니겠는걸!”
가난하여 세끼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것을 알고는 양식을 자주 보내곤 하였다. 그가 15살 되는 해, 현덕의 어머니는 아들을 유학 보낸다. 그래서 정현(鄭玄), 노식 같은 훌륭한 스승에게 글을 배우고, 공손찬(公孫瓚)과 같이 뛰어난 인물을 벗 삼게 된다. 유주 태수 유언이 의병을 모집한다는 방문(榜文)을 각 고을에 내다 붙일 때, 현덕은 이미 28세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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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
| 문학박사, 성균관대 문과대학 학장 역임, 현 중문과 명예교수. 조선일보에 11년 동안 '생활한자'를 연재. 삼국지 역사 600~700년 만에 ‘삼호신편(三好新編) 삼국연의(三國演義)’라는 중국어 판본을 새로 내고, 이를 저본으로 한국어, 일본어, 영어판 삼국지를 엮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