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토요일은 노원구가 분구된지 20년이 되는 해이여서, 노원구의사회도 도봉구의사회로 부터 분리된 20주년 기념식을 롯데백화점옆 노블레스 호텔 10층 연회장에서 열었다.
이노근 노원구청장, 홍정욱 노원병 국회의원 당선인, 노원경찰서장, 노원보건소장, 노원보건소 의약과장 등 귀빈을 모시고 5시부터 시작했다.
원래 가족 동반 모임이라고 했는데, 우리 마누라는 그런 모임 가는 것을 질색을 해서, 늘 홀애비처럼 나혼자만 다닌다.
노원구청장은 5년~10년안에 강남 집값을 따라 잡겠다는 희망섞인 발언을 했고(나도 상당히 고무받아, 지금이라도 더 빚내서 노원구 아파트 하나 사둬야 하지 않나 잠깐 고민했었다.).
홍정욱 당선인을 20년간 한나라당이 국회로 못갔던 노원병에서 20년간 봉사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노원경찰서장은 안전하게 잘 지켜드리겠다는 말씀을 한 듯 하다.
1부 기념식이 끝나고, 귀빈들이 다 빠져 나가는 동안 호텔부페에서 식사를 한다고 줄서 사람들이 몰려서 아수라장이 되는데, 나는 거기서 줄을 서서 접시로 음식을 담아 왔다 갔다 하면서 피곤하게 아는 척을 해야 하고 또 밥도 먹고, 맛없는 술도 먹고, 너무 싫다.
2부 행사로 장기 자랑, 퀴즈, 댄스, 경품 추첨 등의 행사가 있지만, 나는 귀빈들 갈때 배웅하고, 제약회사 부스에 들려 선물을 챙긴 뒤, 조용히 도망쳐 나오는데, 또 엘리베이터에서 귀빈들 배웅하고 돌아오는 회장, 부회장, 총무이사 등등을 딱 마주쳤다. 어. 도망간다고 뭐라고 한다. 나는 공보이사이지만, 싫은 건 싫은 거지. 그냥 무시하고 줄행랑 놓았다. 아! 자유~~~
마누라한테 전화해서 집에가서 밥 먹을꺼라고 이야기하고, 카스 큐팩 700씨씨 맥주 냉동실에 얼려 놓으라 말하고, 롯데백화점으로 갔다. 아! 쇼핑하는 자유~~~
여름 양복은 접어 쇼핑백에 넣고 긴팔 와이셔츠는 팔을 접고, 윗단추는 풀고, mp3를 들으며,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노스페이스를 찾아가는 이 기쁨!!!
노스페이스 슈미트 시리즈 반팔 75000원짜리 하나 샀다. 나는 원래 붉은 색 좋아하는데, 그런 색이 없어, 무난한 파란색 95 달라고 하니 사이즈가 없다고 한다. 남은 색은 녹색과 연보라색 계통인데, 어쩔수 없이 좋아하지도 않는 녹색을 샀다.
그리고, 노원역에서 중계역 다음 하계역에 있는 세이브존(예전 한신코아)까지 짐을 들고 걸어 갔다. 집사람은 너무 무리라며 차를 타고 가거나 집에서 차갖고 와서 태워 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냥 걸어가겠다고 했다.
오랫만에 기분은 좋은데, 걷다보니 인간적으로 좀 길은 듯 했다.
세이브존 K2에 가서 주황색 반팔 하나 사고, 아버지꺼 연두색 반팔 하나 사고 내 반바지 하나 샀다. 퇴촌 전원주택에 큰 누나, 매형과 엄마, 아버지 같이 계신다.
작년 여름에 보니까 아버지 산에 산보 1시간 정도 갔다 오시고 그늘에서 쉬시는 것 뵈니, 런닝과 티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어, 아버지 등산복 하나 사다 드리라고 내가 집사람한테 말해서 세이브존에서 밀러 반팔 등산복을 하나 사다 드렸더니, 누나 말이 진솔집으로 그것만 입고 다닌다고 하셨다.
그래서 날씨 서늘해 질때, 내가 또 세이브존에서 K2 긴팔 하나 사다드렸고, 이번에 K2 반팔 사다드렸는데, 아마 내가 태어나서 아버지 옷 사기는 이번이 두번째인 듯 했다.
하여튼 세이브존에서 중계동 은행사거리까지 짐을 들고 껌껌해진 길을 돌아오는 데, 짐도 있고, 배도 무지 고프고 피곤이 몰려왔다.
힘들게 집에 들어가니, 마누라가 나보고 무식하단다.
주황색 반팔 보고는 축구복 같다며 안좋다고 했고, 초록색 반팔보고 색이 너무 안어울린다고 자기랑 다닐때 입지 말라고 했다. ㅠ.ㅠ
그러더니, 입어보니까 노스페이스 초록색 반팔 생각보다 괜찮다고 한다. 역시 여자들은 돈에 약한 것 같애~~~
그 다음 일요일 아침.
7시쯤 일어나, 8시에 누워있는 마누라보고 밥 달라고 깨우니까, 지겨워 죽겠다며, 알아서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애한테 풀무원 짜장면 먹는냐고 물어보니까 딴거 없으니까 먹겠다고 한다. (일요일 아침은 늘 내가 애랑 같이 해 먹는 편 - 마누라는 10시쯤 슬슬 일어나시기 때문 ㅠ.ㅠ). 그런데 토요일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 풀무원 직화짜장면 살때 보니까, 짜장면 2인분에 볶음면 1인분 붙어있어, 2개 살려다가, 욕심사납게 3개 샀었는데, 토요일 점심에 애랑 짜장면 끓여먹고(사모님은 출타중), 또 짜장면 끓여 먹을까 하다가, 써비스로 붙어있는 볶음면 갖고 가서 애한테 먹겠냐니까 먹겠다고 해서 그것 볶아 먹었다. 아끼바라인지 일본식 볶음면이였는데, 애는 맛있다고 했는데, 나는 너무 달고 니글니글했다.
노원어린이도서관 들렀다가 롯데마트 개장 10시에 맞춰 퇴촌에 갖고갈 식료품 사서 퇴촌으로 갔다.
퇴촌 전원주택은 작년 4월경 대지 200평에 건평 42평 큰 누나네가 샀고, 엄마 아버지가 잠깐 머물다가, 지금은 수서삼성 22평 아파트 월세놓고 아예 같이 계신다.
인정록 사장님께서 수요일날 해물탕 포장세트를 나한테 선물해 줬다.
집사람에게 줬더니, 그날 저녁은 난 모임이 있었고, 우리 식구가 먹기는 좀 많다며, 그 다음날 친구들 집에 왔을때 같이 먹을까 하더니, 냉동실에 넣다가 일요일 퇴촌에 갖고 가서 큰누나네랑 엄마 아버지랑 같이 먹자고 한다.
물론 그냥 빨리 먹어야 맛있는데, 얼리니 맛이 덜하겠지만, 하여튼 감동.
내 고등학교 동창 중에 암사해물탕 사장님이 있다고 자랑을 늘어 놓았다. 맛은 가서 먹는 것만 못하지만, 다 모시고 나가 먹기 어려운데, 별미로 고맙게 잘 먹었다.
퇴촌에서 나무 옮기고 자르는 일 좀 돕다가 왔다.
우리는 집사람이 늘 운전하고, 나는 늘애와 뒷좌석에 탄다. 사실 거의 자면서 왔다 갔다 하는 편이다. 그런데 토요일날 나를 노블레스 호텔까지 태워 주면서, 앞 좌석에 안앚는다고 매너가 없대나 뭐래나 한다. 그래서 내가 '니가 앉지 말라매?' 쩝~
오는 동안 차에서 인정록 암사해물탕 사장님께 해물탕 큰누나와 부모님과 잘 먹었다고 문자메세지 보냈더니, 너무 오래동안 보관해서 먹으면 탕 맛이 떨어졌을텐데... 라고 답장이 왔다.
그래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