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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4 03:30
카라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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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라칼이 사냥한 홍학을 물고 어디론가 가고 있어요. 영국의 한 사진 잡지가 뽑은 ‘2022년 올해의 사진’으로, 미국의 사진작가 데니스 스토그스딜이 찍었어요. /네이처TTL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카라칼 부대 소속 여군들이 특수 임무를 부여받고 활동 중이래요. 카라칼 부대는 전체 부대원 중 3분의 2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는 여군 중심 부대죠. 부대 이름인 카라칼은 아프리카에서 중동을 거쳐 인도 북부의 건조한 초원과 사막 지대에 살고 있는 고양잇과 맹수랍니다.
카라칼은 사자·호랑이·표범 같은 큰 덩치의 고양잇과 맹수들보다 몸집은 작지만 이에 못지않은 사냥꾼이에요. 머리~엉덩이까지 90㎝, 꼬리는 33㎝까지 자라요. 스라소니·삵과 덩치가 비슷한데요, 몸은 훨씬 늘씬하고 다리도 가늘고 길어요. 고양잇과 동물들 특유의 점박이 무늬도 카라칼에게는 없고요. 갈색이나 검붉은 몸 색깔은 사자와 아주 비슷하고, 코와 눈 부근에 펜으로 색칠한 것처럼 검은 무늬가 있는 건 퓨마와도 닮았어요.
그런데 카라칼은 다른 고양잇과 맹수들에게 없는 독특한 신체적 특징이 있어요. 얼굴에 비해 아주 커다란 귀예요. 카라칼의 머리 위에는 얼굴 크기와 거의 맞먹는 크기의 세모진 귀가 쫑긋 서 있어요. 다시 그 위로 검고 기다란 털이 길게 돋아 있죠.
이렇게 커다란 귀는 단지 멋을 부리려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얘기해요. 우선 커다란 귀로 주변의 소리를 잘 들어 먹잇감을 쉽게 찾을 수 있대요. 카라칼은 귀 한쪽당 20여 개의 근육이 있을 정도로 튼튼해 귀를 자유자재로 팔랑거릴 수 있어요. 귀를 휙휙 움직여 얼굴 부근으로 파리 등 나쁜 벌레들이 몰려드는 걸 막기도 하죠.
검은 털이 삐쭉 솟은 귀는 위장 효과도 있대요. 풀숲에 귀만 세우고 들어가면 먹잇감에게 들키지 않게 자신을 숨길 수 있죠. 카라칼에게 귀는 동족들과의 소통 수단이기도 해요. 귀를 다양한 방식으로 씰룩대며 다른 카라칼과 여러 가지 메시지를 주고받는 거죠. 늑대가 여러 가지 울음소리로 동료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처럼요.
카라칼은 아주 솜씨가 뛰어난 사냥꾼이에요. 쥐·몽구스·원숭이 등 덩치가 작은 동물뿐 아니라 자신보다 몸집이 훨씬 큰 영양이나 타조까지 거뜬히 사냥해요. 점프 솜씨도 아주 뛰어나서 땅 위에서 높게는 3m까지 뛰어올라 날아다니는 새를 잡을 수 있대요. 먹다가 남은 고기를 나무 위로 가져가 숨겨 놓는 것은 표범과도 아주 흡사한 습성이죠.
이렇게 멋진 생김새를 하고 사냥 솜씨도 빼어난 카라칼은 고대 인도와 페르시아의 귀족들에게 '인기 반려동물'이었대요. 카라칼을 길들여 키우면서 사냥에 데리고 간 거죠. 특히 비둘기들을 풀어놓고 카라칼들끼리 누가 더 많이 잡는지 경쟁도 붙였대요.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을 만든다'는 뜻의 영어 속담으로 '비둘기 사이에 고양이를 놓다(to put a cat among the pigeons)'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여기서 유래된 거래요.
고대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 앞에 카라칼 조각상이 서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옛날 사람들이 카라칼을 중국의 용처럼 신성한 힘을 가진 수호신으로 여겨 세운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최근에는 인간과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어요. 카라칼의 서식지가 목장이나 농경지로 개간되면서 카라칼이 가축을 습격하려다가 농민들이 쏜 총에 맞아 죽는 경우가 급증하는 거죠. 인간과 카라칼이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