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4일,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대 신한은행의 경기를 되돌아봤습니다.
사실 이날 경기는 경기 외적으로 큰 이슈가 하나 있었죠. 바로 경기 시작 30분을 앞두고 일어난 용인체육관 정전 사태 말입니다.
여기 대구도 요며칠 영하 15도 안팎까지 내려가는 최저기온에 종일 영하권에 머무는 한파가 대단하긴 합니다.
안 그래도 당일 보도를 통해 TV 중계가 취소되고, 추운 날씨 속에 어렵게 경기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오늘 중계 영상을 찾아보니 그래도 후반전 Full 영상은 있네요.
■ 오늘 경기 흐름 살펴보기
3쿼터 시작 멤버, 홈팀 삼성생명에서는 강계리-박하나-김한별-토마스-할리비 선수가 코트를 밟았고, 원정팀 신한은행은 윤미지-김연주-김단비-쏜튼-그레이 선수가 스타팅입니다.
2쿼터 종료 때까지만 해도 31 대 37로 지고 있던 신한은행은 3쿼터 시작과 동시에 그레이의 연속 득점으로 35 대 37 따라붙는데 성공했습니다. 골밑으로 뛰어 들어가는 그레이 선수를 향한 김단비 선수의 어시스트, 둘의 2대2 플레이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 김단비 선수의 드라이브-인 돌파로 기어이 37 대 37 동점이 되었고, 이후 경기 종료 때까지 엎치락뒤치락 양팀의 접전이 계속되었습니다.
4쿼터에도 이어지는 양팀의 공방, 여기서 확실히 신한은행 그레이 선수의 투지가 빛났습니다.
윤미지 선수와의 콤비네이션으로 55 대 55 동점을 만들더니(골밑돌파 성공), 김단비 선수의 슛을 공격리바운드 해 풋백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57 대 55 역전을 다시 만들어냈습니다. 이 때 그레이 선수의 포효가 오늘 경기를 뒤흔들었을까요?
4쿼터 중,후반 삼성생명 토마스 선수를 밀어붙이며 보너스 원샷까지 얻어낸 득점(66 대 60 시점)에, 4쿼터 2분 11초 남은 시점에서는 기어코 토마스 선수를 경기장 밖으로까지 쫓아낸 그레이 선수입니다(토마스 5반칙 퇴장).
그래도 삼성생명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는데, 역시 쉽지 않은 경기였네요. 신한은행의 7연승 달성입니다.
■ Today's Best Player : 신한은행 르샨다 그레이
확실히 르샨다 그레이 선수의 올시즌 인생경기였습니다.
빠르고 잘 달리는 삼성생명 토마스(20득점 12 리바운드)에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특유의 묵직함과 단단함으로 토마스를 밀어붙였습니다. 오늘 경기 31득점에 14리바운드!
에이스 김단비 선수가 8득점에 그치고, 쏜튼 선수(9득점)마저 전혀 보이지 않았던 오늘 경기에서 팀을 지탱해준 것은 그레이 선수였습니다. 물론 이 바탕엔 그레이 선수를 살려주는 동료 선수들의 빛나는 리딩패스가 다수 있었지만, 그레이 선수 활약 좋았습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쏜튼 원맨팀'이었던 수준에 신기성 감독의 버럭이 줄을 이었던 팀에서 확실히 180도 바뀌었네요. 오늘 경기 결과로 3-4위간 간격을 벌리며 플레이오프행 확률을 더 높였습니다. (3위 신한은행 13승 11패, 4위 삼성생명 11승 14패).
올시즌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진출은 우리은행-KB스타즈-신한은행이 되나요?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Today's Worst Player : 힘 좀 내라 삼성생명!
삼성생명에서는 박하나 선수가 16득점(3점슛 4개), 요즘 좀 잘나가 보이는 강계리 선수도 10득점을 더해줬습니다. 토마스 선수는 자유투(4 성공/9 시도)에서 특히 아쉬움을 많이 보였지만, 그래도 20득점(12 Reb) 해줬고요.
그 외에는 다 별로였습니다. 배혜윤 선수는 요즘 활약이 통 안보이고(25분 출전, 6득점), 고아라 선수도 18분 출전에 그쳤네요. 제가 계속 함량미달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할리비 선수도 단 4득점(12분 출전)... 전체적으로 분발이 필요합니다. 토마스에게 집중된 공수 부담이 너무 커 올시즌 많이 힘들어 보이지만요. 경기는 아직 남아있습니다.
■ 그 외 주요 Point!
경기 외적인 이야기를 좀 합니다. 그냥 넘어갈 순 없어서요.
요즘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잇따르는 잡음이 조금 가슴 아픕니다.
쇼트트랙 대표팀 내에서는 코치진의 구타로 선수(심석희 선수-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팀을 이탈했다가 돌아오고, 해당 코치는 영구제명 당하는 사건이 있었죠.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불찰로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 선수의 올림픽 출전이 물거품 될 뻔 했었습니다(다행히도 앞선 러시아 선수들이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예비 명단에 있던 노 선수에게까지 출전 자격이 부여되었다 하네요) .
대한스키협회는 평창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까지 참석시켰던 경성현 등 선수 5명에게 올림픽 출전 불가를 통보해야 했습니다.
관련 보도를 보면 애초에 우리나라에 부여된 출전권이 4장(국가 쿼터 2장, 개최국 쿼터 2장)이 전부였는데, 다른 선수들이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올 것이라 생각해 별도의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변명이네요. "(알파인 스키 참가 기준이 전체 선수 랭킹으로 결정되는 가운데) 정확한 랭킹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9명 중 누군가는 탈락한다'는 말로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았다"는 스키협회 관계자의 변명! 이게 말이야 방귀야?
협회는 아니지만 조금 넓게 보자면, 이번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관련된 일 진행에 있어서도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남북한의 평화 좋죠! 그런데 올림픽 개막을 불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일을 이렇게 막무가내로 처리해도 되나요?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우생순'처럼 비인기 종목에, 어디서도 제대로 된 대우 한 번 받지 못하고.. 오로지 선수들 개개인이 꾸는 꿈과 노력이 모여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4년간, 아니 그 이상 준비해온 꿈의 올림픽 무대인데 갑자기 뜬금없는 북한 선수들을 끼얹는 이 상황은 뭐죠?
아무리 감독에게 선수 선발의 전권을 준다고 말을 해도, 대통령과 국가의 높으신 분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벤트에 감독(세라 머리)이 부담을 안 느낄 수 없고. 기존 우리 선수들 중 누군가는 출전 시간이 줄어들어야 하고(북한 선수들과의 출전시간 분배 문제 때문에), 또 누군가는 경기에 아예 못 뛸 수도 있습니다. 이미 꺾여버린 선수들의 사기와 혼란은 또 어떡할 건가요?
솔직히 문재인 대통령 응원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피 튀기게 싸우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북한과 화해 모드라니요?
어느 네티즌 분의 댓글에 참 공감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북한 사람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였습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 국가적 큰 뜻을 위해 개인(선수)들이 조금 희생해도 괜찮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애초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아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뭐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이번 단발성 이벤트로 나중에 노벨평화상은 한 번 노려보실 수 있겠네요.
화가 일어 너무 나간 측면이 없지 않은데, 이번 여자프로농구 경기에서의 WKBL 관계자가 한 인터뷰라는 것도 참 어이 없습니다.
경기장 일대 정전 사태가 발생해 TV중계는 취소되고 난방도 이뤄지지 못했는데, "아직 체육관에 잔열이 남아 경기나 관람에 지장은 없다"니요. 선수들은 수시로 언 손을 불어가며 경기를 뛰고, 벤치에 앉은 선수나 팬들 모두 두꺼운 점퍼로도 모자라 추워 보이는데..
안 했어도 되는 말, 수준 이하의 인터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들 정신 좀 차리고, 상식대로 좀 삽시다!!!
이상입니다.
■ Today's Photo
토마스(삼성생명, 왼쪽) 뛴다! 그레이(신한은행, 오른쪽)는 날았다!!
김단비 선수는 뭐, 득점이 좀 부진해도 수비와 경기 조율에서 제 몫 다 해주니까... 박하나 선수도 이제 한 팀의 에이스 다 되었네요.
윤미지 선수는 그냥 똘망똘망하게 사진 잘 나와서 한 장, 곽주영 선수는 추워보여서(오늘 경기를 잘 나타내줘서) 한 장!
7연승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