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는 정약용의 대표적인 저술로서, 그가 전남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에 쓴 책이다. '목민(牧民)'이란
백성을 기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목민관이란 백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스리는 고을의 수령을 뜻한다. 또한 심서(心書)'란 귀양살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목민할 마음만 있을
뿐 몸소 실행할 수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목민심서는 총 12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은 다시 6조로 세분되어 있다. 각 편의 내용은 1.부임(赴任), 2.율기(律己), 3.봉공(奉公), 4.애민(愛民), 5.이전(吏典), 6.호전(戶典), 7.예전(禮典), 8.병전(兵典), 9.형전(刑典), 10.공전(工典), 11.진황(賑荒), 12.해관(解官) 등이다. 이제 각 편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1. 부임(赴任)
부임편에는 목민관으로 발령을 받고 고을을 부임할 때 유의해야 할 6가지 사항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정약용은
목민관이 여러 벼슬 중에서 가장 어렵고 책임이 무거운 직책이라고 하였다. 목민관은 임금의 뜻에 따라 백성들을 보살펴야 하는 직책인 동시에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민관은 부임할 때부터 검소한 복장을 해야 하며, 백성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나라에서 주는 비용 외에도 한 푼도 백성의
돈을 받아서는 안 되며, 일을 처리할 때는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또한 아랫사람들이 자신 모르게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단속해야 한다.
2. 율기(律己)
율기(律己)는 '몸을 다스리는 원칙'이란 뜻으로서, 율기편에는 목민관이 지켜야 할 생활 원칙이 담겨 있다. 목민관은
몸가짐을 절도 있게 해서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위엄이란
아랫사람이나 백성들을 너그럽게 대하는 동시에 원칙을 지키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마음가짐은
언제나 청렴 결백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되며, 생활은 언제나 검소해야 한다. 집안을 잘 다스리는 것도 목민관의 중요한 덕목이다. 지방에 부임할 때는 가족을 데리고 가지 말아야 하며, 형제나 친척이 방문했을 때는 오래 머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쓸데없는 청탁이 오가고 물자가 낭비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이다. 모든
것을 절약하고 아껴서 백성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 또한
목민관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3. 봉공(奉公)
봉공(奉公)은 임금을 섬긴다는 뜻이다. 봉공편에는 위로는
임금을 섬기고 아래로는 백성을 섬기는 방법이 적혀 있다.
목민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임금의 뜻을 백성에게 잘 알리는 일이다. 당시에는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 교문(敎文)이나 사문(赦文)과 같은 공문서를 각 고을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글이 너무 어려워 일반 백성들이 그 뜻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목민관은 이것을 쉽게 풀어 써서 백성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목민관은 법을 잘 지키는 한편 지방에서
내려오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힘써야 한다. 공문서는 정해진 기간 내에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 또한 공납과
같은 세금을 공정하게 징수해야 아전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외국 선박이 표류해 들어온 경우에는 예의를 갖춰 잘 보살펴 주어야 한다. 그들에
관한 모든 것(배의 모양, 크기, 문자 등)을 빠짐없이 기록해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 때 그들의 좋은 점은 보고 배워야 하며 백성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4. 애민(愛民)
애민(愛民)편에는 백성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목민관은 노인을 공경하고 불쌍한 백성을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4궁(四窮)을 구제하는 데 힘써야 한다. 4궁이란 홀아비와 과부, 고아, 늙어서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목민관이 합독(合獨)이라 하여 홀아비와 과부를 재혼시키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 점이다. 집안에 초상이 난 사람에게는 요역( 役)을 면제해 주고, 환자에게는 정역(征役)을 면제해 주어야 한다. 목민관은 자연 재해가 나지 않도록 항상 대비해야 하며, 재해가 생겼을 때는 백성들을 위로하고 구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
5. 이전(吏典)
이전(吏典)부터는 공전(工典)까지는 각 지방의 세부 업무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다. 조선 시대의 지방 행정 조직은 수령
아래 이(吏)·호(戶)·예(禮)·병(兵)·형(刑)·공(工)의 6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목민관은 6방의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이므로, 마땅히 모든 업무를 빈틈없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전(吏典)편에서는 아전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학문이 뛰어나더라도 아전을
단속할 줄 모르면 백성을 다스릴 수 없다. 그리고 백성을
잘 다스리려면 무엇보다도 인재를 등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알아야 한다. 관리를 뽑을 때는 충성과 신의를 첫째 기준으로 삼아야 하며, 재주나 지혜는 그 다음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관리가 한 일은 반드시 공적을 따져 상벌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백성들로 하여금 믿고 따르게 할 수
있다.
6. 호전(戶典)
호전(戶典)편에서는 세금을 거두는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소출량을 기준으로 한 세금 징수는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 정약용은 이 점을 비판하고 공정한 세금 징수를 위해 해마다 직접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민관은 원활한 조세 업무를 위해서 호적을 정리하고 부정 방지에 힘써야 한다. 또한 국민 경제의 근본인
농업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농사를 권장하는 핵심은 세금을 덜어 주고 부역을 적게 하여 토지 개척을 장려하는 것이다. 권농 정책에는 벼농사 장려뿐 아니라 목축과 양잠의 장려, 소의 도축을 막는 일 등이 모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