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공연에서 '공(空)'을 부른 나훈아가 던진 말, "니는 잘했나?"
(음표)공(空) / 나훈아 - https://youtube.com/watch?v=f9p6likzDuo&si=ZdJqfCNl-d_RIKwj
나가 요새 방향 감각이 없다. 오른쪽이 어데고, 왼쪽이 어데고?
"살다보면 알게 돼 버린다는 의미를/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부질 없단 것을/ 띠리 띠리띠리리리 띠 띠리띠 띠리 띠리 띠리띠리리리 띠 리띠리 띠디디..."
나훈아가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2024 나훈아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 피날레 무대에서 '공(空)'의 후렴구를 부르면서 "인제 그만 두는 마당에 아무 소리 안 할라 캤는데..."라며 운을 뗀 뒤 왼팔과 오른팔을 들어보였다.
"나가 요새 방향 감각이 없다. 오른쪽이 어데고, 왼쪽이 어데고?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치고 있다. 이 얘기가 지가 지방(대구)에서 한 얘기다.”
그가 계엄선포 사흘 뒤인 지난달 7일 대구공연에서 “요 며칠 밤을 꼴딱 새웠다. 공연 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국회의사당이 어디고? 용산은 어느 쪽이고?” 등 비상계엄을 비판했다는 발언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훈아는 자신의 왼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고 말한 뒤 “내 생각과는 관계없이 저거(언론매체) 색깔에 맞게, 맘대로 막 쓴 기다. 그럼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 나이 차이가 적은 형과 나는 노상 싸웠다. 글도 모르시던 우리 어머니는 ‘둘 다 바지 걷어라’ 하셨다. 아무 것도 모르시는 우리 어머니도 이 세상을 두 개의 논리로 나누지 않고 ‘형제가 싸우면 안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린 누가 누구를 어떻게 하고 난리가 났는데, 묻고 싶다. 느그 하는 꼬라지가 정말 국가, 국민을 위한 짓거리인가”라고 외쳤다.
그가 “내 말에 동의를 안 해도 좋다”고 덧붙이자, 객석에선 곧바로 “동의!” “옳소!” 환호가 이어졌다.
'공'을 다 부른 뒤에 나훈아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 지금 우리 머리 위 폭탄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텔레비전에서 어떤 군인들은 계속 잡혀 가고, 어떤 군인은 찔찔 울고 앉았다. 이것들한테 우리 생명을 맡긴다? 웃기지 않나.”
나훈아는 언론을 향해 "이런 걸 생중계한다는 게 문제다. 그러면 북쪽 김정은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저런건 생방송해서 비추며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하는 분들이 반은 국회에서 밤을 새고 탄핵을 하니 생지랄을 하든 뭘 하든 다 좋아 다 좋은데"라며 "반은 국방을, 우리가 먹고 사는 경제에 신경 써야 합니다. 경제고 국방이고 다 어디로 가버리고 지금 딴짓들만 하고 앉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나훈아는 첫 곡 ‘고향역’부터 내리 6곡을 부른 뒤 “저는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게 ‘마지막 공연’이다. 오늘 아침에도 연습을 하면서 가슴이 좀 먹먹하고…”라고 말했다.
“여러분, 저는 구름 위를 걷고 살았습니다. 왜냐면 별, 스타니깐. 좋을 것 같아 보여도 저도 사람이다보니 별로 사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땅에서 걸으며 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 마이크를 놓는다는 이 결심입니다.”
나훈아는 약 2시간 30분간 23곡을 선보이며 수 차례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는 것 같았다. 마지막 순서로 ‘사내’를 부를 땐 결국 눈물을 보였다.
"가진 것은 없어도 비굴하진 않았다/ 때론 사랑에 빠져 비틀댄 적 있지만/ 입술 한 번 깨물고 사내답게 웃었다..."
나훈아는 오는 12일까지 사흘간 5회에 걸쳐 약 7만 관객을 만난다. 나훈아는 작년 2월 자필 편지로 "박수칠 때 떠나라는 쉽고 간단한 말의 깊은 진리의 뜻을 저는 따르고자 한다"고 마지막 공연을 알렸다.
1967년부터 가수 활동을 시작한 나훈아는 ‘사랑’ ‘영영’ ‘잡초' '고향역' '테스형' 등 직접 쓰고 부른 노래만 1200여곡이다.
(음표)
나훈아 / 사내 https://youtube.com/watch?v=bR1x1bu5IHM&si=nZGGXconuuLQ2Nv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