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능력주의(박권일, 2021,이데아)
여름 휴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집에서 책으로 여름을 보낸다. 박권일의 책 '한국의 능력주의'를 읽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왜 우리는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사정 말이다. 다른 사람은 어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난 정말 우리의 정책과 사람들의 생각을 보면 몹시 화가 난다. 특히 정책의 진행과 방향을 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잘하려고 분명 노력할 것 같은데 현상은 그 반대처럼 보인다. 역행하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사회학적으로 불평등에 대해 화를 내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이며 meritocracy라고 하는 능력주의도 선호하고 있다. 능력주의는 그렇다치자. 불평등의 심화에 대해서는 왜 고쳐보려고 애를 쓰지 않는가. 나는 이것이 화가 난다. 지금 우리는 이런 문제로 온 국민이 날카롭고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태로 살고 있다. 자살율, 출생율, 노인빈곤율, 행복지수, 경쟁의 심화 등 이런 지수들이 현재 우리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있지 않는가. 곧 죽을 수 있는 조건이다. 이 시급한 문제를 두고 방치하거나 엉뚱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 오늘도 뉴스에 어떤 40대 여성이 네 명의 자녀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죽이려다 미수에 거친 일이 올라왔다. 물론 다른 나라에도 이런 문제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OECD가운데 1등이라는 것이다. 어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내 문제가 아니라고 방관할 수 있을까. 원인을 찾아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책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맨날 밥그릇 지키기 하다가 세월을 보낼것인가. 한심하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가난은 임금도 구제할 수 없다는 말. 좀 더 나아가 불평등은 어쩔수 없다는 말. 그러나 이것은 아니다. 이로 말미암는 부작용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지 않는가. 더 나은 제도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paradigm)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제국으로 진입하면서 개혁과 혁명을 시도했다. 하지만 많은 부분 사회제도에서 거의 일본을 베꼈다. 일본사람들의 가치관을 거의 받아들였다. 원치 않았지만 그들의 직접적인 통치, 식민생활을 겪었다. 그 다음엔 미국을 신세계인 양 동경했다. 그로 말미암아 경제적으로, 민주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 민주주의, 경제적 민주주의는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시민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빈부격차가 심해 가지지 못한 자는 가진 자에게 거의 예속되어 있다. 신분이 고착되는 것 같다. 그렇지 않는가. 무기력감과 패배주의가 가득찼다. 그 결과가 오늘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이다. 이는 우리가 신봉하고 있는 무한 능력주의의 병폐가 아닐까? 대안으로 김누리 교수는 존엄주의(dignocracy)를 제시했다. 너무 공감이 된다. 왜? 능력주의의 한계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능력주의는 아마 역사적으로 과거제도로 부터 시작된 것 같다. 고려시대, 조선시대, 지금 우리는 모두 시험성적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제도 속에 살고 있다. 그 시험결과에 따라 특혜는 어머어마하다. 과장하면 한 사람은 승자가 되고 다른 사람은 패자가 되어 일어서지를 못하는 구조다. 능력주의가 어찌 단점만 있을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장점으로 말미암아 여기까지 왔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그 부작용을 목격하고 있다. 그것도 심각한 부작용 말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과감하게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한 나라들이 있으니 지금 그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북유럽 말이다. 그런 다음 우리에게 맞게 수정하면 될 것이다.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부끄러운 일인가? 지금 최악의 현상을 안고 사는 것이 더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런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 자리를 연연해한다면 그것이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는가? 우리는 지금 능력주의를 수정할 때가 왔다.
더운 날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또 나의 인생에서의 하나의 여름이 지나고 있는 것 같다. 마당엔 여름 꽃들이 한창이다. 저마다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