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장벽을 향해 던지는 칼빛 언어, 자유의지 김수영은 '자유'의 시인이다. 그는 돌에서 피를 뽑아 낼 정도의 치열한 자유의지로 우리 근대사의 뼈아픈 역사와 삶의 생채기를 온몸으로 껴안은 시인이다. 따라서 자유란 테마는 그의 시세계 전체를 관통하며 끈질긴 탐구의 대상을 이룬다. 이런 자유의 정신으로 벼려진 칼빛 언어에는 시적 진정성을 구현하기 위한 김수영의 혹독한 자기 수련(修鍊)이 아로새겨져 있다. 결코 현실의 장벽에 굴복하지 않는 도저한 자유의지는 물 위를 날아가는 돌팔매질로 그려지곤 한다.
"물 위를 날아가는 돌팔매질―/아슬아슬하게/세상에 배를 대고 날아가는 정신"('바뀌어진 지평선'). 삶의 자유로운 비상을 억압하는 물 위를 아슬아슬하게 날아가는 돌, 무엇을 치어 받으려고 그토록 가열하게 날아가는가. 세상에 배를 밀착하고 날아가는 강인한 정신에서 명징하게 드러나듯, 그가 말하는 자유란 현실의 한계를 단박에 뛰어넘어는 '초월(超越)'의 희열이 아니다. 현실의 아픔과 상처, 갈등과 고통 위를 온몸으로 밀며 나가는 기어넘기, 즉 '포월(匍越)'이자 그 생채기를 안고넘는 '포월(抱越)'의 산고일 따름이다.
그러기에 자유, 그 반역의 정신은 좌절의 쓴맛과 직결된다. "헬리콥터여 너는 설운 동물이다//―자유//―비애"('헬리콥터'). 헬리콥터는 곤고한 지상과 결별하며 이륙할 수 있는 "자유의 정신의 아름다운 원형"이나, 종래에는 어딘가 착륙할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비애가 병존한다. 이런 시적 모반의 정신이 극단에 이르면 그의 시는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며 혁명을 꿈꾼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반항의 정신이 돛을 올리는 순간이다. 4·19 혁명 직전에 발표한 '하……그림자가 없다'와 '나는 아리조나 카보이야'가 그 대표적인 시라 하겠다. 그의 이러한 문학 정신은 소위 말하는 '반시론(反詩論)'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전복을 꿈꾸는 모든 전위 문학은 긍정이 아닌 부정의 정신을 근간으로 해야만 한다는 그의 헌걸찬 주장은 '지금 여기'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모든 전위 문학은 불온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들이여! 일상의 안일과 나태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는 그대들이여! 지금 어떤 모반의 전략을 꿈꾸고 있는가? 도대체 꿈꿀 수 있기는 한가? (류신/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