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일, 건축! 그러나 주택전문건축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건축주를 처음 만나서 설계 의뢰를 받을 때나 또 공사의뢰를 받을 때나 한결같이 듣는 이야기들이
몇가지 있는데,
첫째. 이집은 설계를 맡으신 건축사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멋지게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서 그렇게 해 주시면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 중 이러 이러한 친구들이 강원도 설악산 쪽에
또 몇 명은 충청도 서해안에 땅들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집을 짓는 것을 보고 잘 지으면 내년쯤
따라 지을 계획들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집을 모델하우스라 생각을 하시고 잘 지어 주시면 앞으로
많이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하는 식의 말씀과
둘째. 사실 건축주 자신의 주변에 건축을 하는 많은 분들이 있는데 그중에 처남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현장소장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번에도 처남이 자신은 좀
바쁘지만 자신이 보내는 목수를 필두로 하여 업자를 데리고 직접 공사를 하면 처남의 얼굴을
봐서 아주 싸게 좋은 품질로 지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을 뿌리치고 이번에 귀사에 건축을
의뢰하는 것입니다.
셋째. 그리고 항상 습관처럼 하시는 말씀들 중 가장 많은 것은 아무래도 이런 것이다.
전문가에게 믿고 맡기는 것이니 정말로 알아서 잘해 주세요. 우리는 주택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어서 말이지요.....
그러면서 막상 설계가 시작이 되고 건축공사가 시작이 되면 건축주는 자기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위 건축전문가(그중에는 토목과 교수, 조적공, 방수공 심지어 동네 철물점 사장까지)의
의견이나 또 때론 먼저 집을 지었던 경험자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런 이야기들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의뢰한 건축사나 건축시공사에 대하여 이런 말들을 전하게 된다.
“저~ 말이지요. 저는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주변에 목수 일을 한 30년 했으며 전원주택도 시공을
해본 경험이 많은 김목수라는 분에게 우리집 도면을 보여주며 좀 검토를 부탁드렸더니요 아무래도
이집의 평면구성이 내부가 너무 오밀조밀하고 또 창들의 크기가 좀 작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어제 교회를 갔더니 우리교회에 다니시는 아주 유명한 토목과 교수님이 계시는 데요. 그분 말씀이
건축은 건축전문가에게 맡기시면 되지만 기초는 튼튼하게 하라고 하시던데요. 그리고 강원도 땅은
겨울에 얼었다가 봄에 녹으면서 지반이 들어 올려졌다가 내려앉게 되니 기초는 반드시 <동결심도>
이하로 약 1M이상 깊게 묻어서 시공해야 한다고 하던데요. 그리고 사실 우리 생각에도 기초는
튼튼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 일을 진행하다보면 건축주분의 집에 사시는 연세 많으신 할머니로부터 또 가끔은 파출부
아주머니까지 건축공사에 대하여 한마디씩 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이런 경우를 많이 겪으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건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산업인구 중 비율상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 목수나 미장은 아니더라도 철물점,
타일등 건축자재 판매, 인테리어, 도배공사 등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며 그분들 중
많은 분들이 쏘주 한잔 마시게 되면 “노가다”는 어떻고 저떻고 하시면서 자신의 업을 그냥
건축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실제 어떤집을 짓는데 그곳에서 벽돌 일을 하셨어도 “평창동 OO 회장님댁
공사를 내가 했지” 하시면서 영웅담을 늘어놓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실제 그분들의 주장에는 틀림이 없으며 자신의 업종에서 많은 영업력을 가지기 위하여는 그렇게
또 하게 되는 것이고 필자 또한 그런 범주의 인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주택을 지으시려고 하시는 건축주의 경우에는 이런 것들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택건축 자체를 건축주는 작품이길 요구하시고 있지만 실제 그 집의
기능이라는 것이 그 집주인의 삶을 행복한 작품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주택 자체가 건축물로서 작품적 성격이 너무
강할 경우에는 실제 그 집에 사시는 분들의 생활에 불편과 집의 거대하고
강한 기에 눌려서 삶 자체가 춥고 남편이 출근한 빈자리에 써~얼렁 한 기운만
감돈다면 과연 그 미술품 같은 집이 가져다주는 값어치는 얼마일까?"
건축설계를 오랫동안 했더라도 막상 주택 설계를 의뢰 받았을때 흔쾌히 답을 찾아내고 정말 그 집의 기
능을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엮어가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때론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집을 설계 하였더라도 막상 만들어지는 집의 모습은 노출콘크리트에 유리가
많은 커튼월을 사용한 갤러리 같은 집들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꼭 그런 양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타입만이 건축가의 작품인 것처럼 건축가들끼리 스스로 자위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자신이 그런 부류의 회원 될 자격이 없음을 느끼게 된다.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도체 전문가, LCD액정 전문가, 프로그램 전문가, 그 외에도 그야말로
수많은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LCD액정 전문가 혼자서 컴퓨터를 만들기란 불가능 하다. 여기서 그림에
비유를 해보자 보통의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유치원, 초등학교 그리고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수많은 그림을 도화지에 그려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누구나 그림을 그릴 줄 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주택을 한 채도 제대로 지어보지 못한 많은 분들 중 주택공사의 일부분인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 후레이밍><주택 전기 설비공사><벽돌공사><도배공사> 특히 <철근콘크리크 공사>등의
업에 종사하신 분이라면 대부분이 자신을 주택의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주택건축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면 스스로 정말 그런 경지에 올라온 것처럼 느끼게 되는 마취효
과까지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분들은 곧장 집을 지으려고 하는 분이나 짓고 있는 주변의 친구나 친척등에게 자문역을
자처하고 나서거나 그분들과 계약을 하고 공사를 착공하게 된다.
더욱 재미 있는 것은 그렇게 주택건축을 보기는 많이 보았지만 처음 하게 되는 경우라도 또 때론
정말 좋은 집도 지을 수 있으며 또 때론 그냥 저냥 보아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집도 나오게 되고 스스로
주택전문가(?)의 반열에 자신을 올려놓게 되지만 정작 건축주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이 진짜 잘
지어진 건축물인지 아니면 그럭저럭 보아 넘겨야 할 집인지를 똑같은 건축물이 있을 수 없으므로
판단하기조차 모호하게 되는 것이다.
주택 건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례로 연세가 80세정도 드신 할머니도 그저 값싸게 도면 맡겨서
자기 명의로 직영공사의 형태를 취하고 목수반장 한명 앞세워 공사를 시행해도 가능한 것이
주택건축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여 평당 공사비 200만원도 되지 않는 허접스런 집이지만 자신의 경제능력이나
안목 그리고 연세 드신 분께서 살아가실 동안에 등따습게 만들어 줄 수 있으니 그 집은 80세 되신
할머니께 주택으로서 손색이 없는 훌륭한 주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한 반면 소위 우리의 전원주택이라 이름을 붙이거나 그래도 꽤 괜찮은 단독주택을 설계하고
시공을 하기 위한 주택전문 건축사가 갖추어야 할 소양은 생각보다 많은데 그것은 건축학도들이
“건축의 시작도 주택이지만 건축의 최종 완성도 주택작품에서 나온다.”라고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을 보아도 쉽게 짐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주택건축과 관련한 “스틸하우스 후레이밍” 작업을
비롯하여 각종 공종에 종사를 하시는 분이나 앞으로 주택건축을 그래도 업으로
하시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도면을 읽고 이해할 능력을 키우시길 바라고 싶다.
“아니! 내가 목수 생활만 벌써 30년이 되었는데 도면을 읽고 이해할 능력을 키우라
니?, 또 아니면 건축사가 그려놓은 도면을 보고 도면대로만 시공을 하면 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녀교육열에 불타는 우리네 부모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한글을 다 깨우치게 한다.
거기서 한발 앞서시는 분들의 자녀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ABCD EFG ~ and XYZ" 노래까지 흥얼거린다.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기도 전에 글을 읽고 쓰게 되는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건축공사에서 도면은 건축주나 설계자의 뜻을 명확히 전달하는 기능적 측면이서는 ‘글’이나 같은
기능을 한다.
그리고 더듬더듬 읽어가던 도면 읽는 능력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이내 되면 대체로 무리 없이
빠른 속도로 읽어갈 능력이 생기는 것처럼 목수생활 몇 년이면 도면을 정확히 읽어내어 공사를
아주 멋지게 수행하는 것을 보게 된다.
여기서 잠시 아이들이 읽는 교과서나 수필의 경우와 건축도면의 성격을 비교해 보면 아이들의
책은 그 자체로서 거의 완성된 것이지만 실제 주택건축용 도면을 작성하는 소위 전문가중의 전문가인
설계자들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주의 예산을 완벽하게 반영하여 최적의 주택!, 건축주의
의견과 설계자의 디자인성을 반영하여 만든 완벽한 예술품!, 또는 공사시방이 완벽하게 기록된
기술서적 같은 어찌 되었거나 여러 방면에서 아이들의 책처럼 완성된 의사전달매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가끔은 주택에 대하여 왜곡된 시각을 가지신 건축주와 합작으로 만들어진 모순투성이
전달매체가 되는 경우도 발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한가지는 아이들이 글을 완벽하게 읽고 쓰는 능력을 구사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다고
그 아이에게 단테의 “신곡” 같은 글을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1000세대 이상의 아파트 공사나 아주 높은 고층의 빌딩공사를 진행하거나 상가주택을 진행하는
경우 등 대부분의 건축공사에 있어서 목수는 초등학교 4학년이상의 도면이해능력과 경험만
많으면 아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건축공사용 도면은 어떤 경우도 “단테의 신곡”이나 함축된 언어의 미학인 “시”처럼
만들어지지 않고 그저 읽을 능력만 되면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대로 읽어서 달리 해석없이 공사를 하는 사람만이 훌륭한 목수가 될 수밖에 없다
괜히 아는 척해서 달리 해석을 하면 아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큰 불행의 싹이 될 소지도 많다.
그렇지만 주택의 경우는 어떠한가?
막상 만들어진 도면으로 공사착공에 들어가 보자,
기초공사 때부터 건축주는 이순신 장군께서 긴 칼을 옆에 차고 망루를 내려다보며 왜군의 기를
감시하듯 한 눈초리로 현장을 지휘하시는 경우도 생기고,
또 어느날 “이 창문 때문에 안방에 가구하나 들여 놓을 수가 없으니 이쪽 창문을 없애고 저쪽
창문을 키워주시오!”, 외장재의 색깔도 수시로 바뀌고 자재도 수시로 바뀌어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가는 그저 이런 저런 색상의 견본품만 제시하고, 처음 공사 시작전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믿고
의뢰하고 싶다던 건축주께서 부지불식간에 전장을 장악하고 심지어 군사들에게 각각 전투의 임무를
주는 경우도 보게 된다.”
그런 일들이 왜 생길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 건축물과 달리 주택은 설계변경없이 완성된
도면을 만들어 내기에는 규모는 작지만 너무 어려운 프로젝트인 것과 그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만한 진정 전문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현실상 주택전문 건축가가 되면 바로 밥굶기
딱맞은 설계용역시장의 환경상 그렇게 되려고 하는 바보도 드물고 그러다 보니 가끔 취미삼아
건축주를 재물삼아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치고자 하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주택의 전문가가 되기 위하여는 비록 종사하는 분야가 스틸스터드를 짜는 후레임이거나 목수이거나
가능하면 한국에서의 “주거학”이라는 거창한 용어는 붙이지 못하더라도 “주택도면에 대한 이해”와
“대부분의 주택도면은 미완성의 전달매체”임을 스스로 인지 하여야 시공을 다해놓고 건축주의
심경변화에 의하여 뜯고, 재시공하고 또 뜯고, 재시공하는 오류를 최소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할 수 일이 주택 건축이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모두가 주택의 전문가는 아닌 것이다.
주택의 전문가가 되는 길은 생각 보다 이율배반적인 모순적 요소가 가득한 가시밭 속으로 이어진
길인 것 같다.
<이윤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의 작품이라는 장인정신이 요구되는 반면 많은 경험과 영속을 위하여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거나 아껴써야 하는 현실이나>
<최고의 전문가로서 컨설팅부터 진행을 해야 하지만 정작 모든 결정을 고객에게 맡겨야 하는 일의
진행방법이나>
<건축주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가장 친환경적 자재를 엄선해야 하지만 본드나 석유화학 제품 및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현실이나>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하여 주택시공을 의뢰 받아 공사를 하게 될 경우 일반건설업 면허를 가지지
못한 사람은 건축주/시공자 모두 형사고발 대상임에도 거의 90%이상이 일반개인이나
무자격자가 건축주 직영의 형식을 빌어 공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법적 현실이나>
<주택전문 건축가 되는 것은 건축에서 가장 어렵지만 주변에 무수히 많은 주택전문 건축가가
있는 것이나>
대부분의 경우가 이렇게 앞뒤가 꼭 맞아 떨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필자도 주택 전문 건축사로
생업을 유지 하고 있다.
그저 이런 냉탕과 온탕을 적절히 오갈 수 있다는 능력 정도만 가지고 있을 뿐임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