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上 不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 : 가장 좋은 것은 그 존재를 모르는 것. 그 다음은 가까이 하여 기리는 것. 그 다음은 두려워하는 것. 그 다음은 업신여기는 것...
이 문장은 흔히 정치지배자에 대한 평가로 간주된다.
최고의 정치는 그 지도자가 있는지 밑의 사람들이 모를 정도로 은근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바람직한 정치는 가까이 하면서 칭찬하는 것. 그 다음은 정치지도자를 두려워하는 것. 마지막으로는 정치지도자를 모멸하는 것이다.
나는 도덕경의 저자가 이 글을 쓸 때, 민족국가나 제국이 아닌, 원시 공동사회를 염두에 두었다고 생각한다.
도덕경이 지어졌다고 현대인들이 추측하는 시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를 전후한 민족국가가 난립하여 서로 헤게모니를 다투던 때이다. 춘추전국시대나 통일된 중국에는 이런 목가적인 최고 정치지배자가 탄생할 수 없다. 그들은 모두 말을 타고 전쟁에서 승리한 군주이자 황제였다. 이들은 볼테르의 말대로 '성공한 군인'*이었을 뿐이다.
저자는 53 장과 75 장에서 '朝甚除 田甚蕪 倉甚虛 服文綵 帶利劍 厭飮食 財貨有餘 是爲盜 과(사치할 과): 궁정은 깨끗하게 잡초가 뽑혔지만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창고는 텅 비어있다.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고, 날카로운 칼을 차고, 음식을 싫어하고, 재화가 남아도니, 그것이 도적이 아닌가?', '民之饑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饑 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民之輕死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백성이 굶주리는 이유는 상층부가 너무 많이 세금을 받아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굶주린다. 백성이 다스려지기 어려운 이유는 상층부가 무슨 짓인가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은 다스려지기가 어렵다. 백성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이유는 상층부가 자기 생활을 너무 사치스럽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볍게 여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서 최소한도 민족국가의 정치적 폐해를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도덕경의 저자는 원시 공동사회의 추장 정도의 지도자 상에 빗대어 민족국가 내지는 제국의 지도자를 비판하고 있다.
동아시아 권에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고대 중국의 요순시대를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시대로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의 철학자 곽말약은 요순시대를 원시 공동사회**정도로 묘사한다. 정치적으로 권한이 매우 제한된 원시 공동사회에서 누가 기꺼이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겠는가?
원시 공동사회는 오늘날에도 볼 수 있다. 아마존 강 유역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내륙과 폴리네시아, 극지방에서 학자, 특히 인류학자들이 그들의 생활을 연구하고 있다. 이 원시 공동사회의 특징은 정치적 권력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래 마빈 해리스의 글이 묘사하는 현대의 원시 부족공동체는 도덕경 전반에 걸쳐 표현되는 '수모를 사랑하는, 검소하고 자애로운, 나누어주는, 낳되 소유하지 않는, 기르되 강요하지 않는, 물같이 행동하여 부족의 말을 경청하는, 기타 등등, 그리하여 지배권만을 유지하는 성인(big man, great provider), 즉 정치적 지배자'가 설명된다***.
참으로 순진하기 짝이 없는 도덕경이다. 현대와는 너무 멀리 떨어진 비현실적 에덴동산을 묘사한다. 동화 이야기다. 검증되지 않은 신화이다.
원시 공동체의 구성원은 정치적으로 거의 평등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부족 집단의 경제생활이나 사회생활은 현대 자유민주주의의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불안정하고 비과학적이며, 야만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들의 경제생활을 자연적인 조건에 좌우된다. 그러므로 풍족할 때도 있겠지만 자연재해나 부족 내부의 인구증가가 나타나면 기아, 질병 그리고 전쟁이 벌어진다.
앞에서 에덴 동산에서 추방된 인간의 신화가 인용되었다. 스콧 펙 박사는 에덴동산의 신화를 인용하면서 우리는 고통을 짊어지고 앞으로 전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에덴동산같은 '천국'은 인류의 역사상 없었다. 그 에덴동산은 홍수와 지진과, 그리고 기아와 전쟁, 질병이 반복되는 그런 비참한 땅이었다****.
다만 내가 도덕경 17 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太上 不知有之: 가장 좋은 것은 그 존재를 모르는 것.'과 같은 정치체제가 원시 공동체가 아닌 근현대에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제시하는 것은 정치적 권력이 문제시 되지 않는 원시 공동체와 관계없는, 정치적 권력이 민족국가이든 제국이든 충분히 주어지면서 최고 지도자의 존재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치적 현실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나의 결론은 그런 정치가 존재했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용한 정치체제는 많은 시행착오, 즉 지배자와 백성의 투옥이나 추방, 심지어 살해라는 시행착오를 거쳐서 정착되었다. 그 문명은 바로 서구문명이고 대표적인 것은 앵글로 색슨 문명이다:
미국에는 성문법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성문법이 매일 행하여지는 것을 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규칙적으로 움직일지라도, 통치자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사회라는 기계를 지시하는 손은 보이지 않는다.
-알렉시 드 토크빌, "미국의 민주주의" -
Written laws exist in America, and one sees the daily execution of them; but although everything moves regularly, the mover can nowhere be discovered. The hand that directs the social machine is invisible.
- Alexis de Tocqueville, "Democracy in America" -
* 볼테르가 말하기를: '왕이 된 최초의 인간은 성공한 군인이었다.' 모든 왕자는 의심할 바없이 실제로 처음에는 승리한 지휘관이었다, 그리고 오래 동안 그 상태로 지배했다. 상비군을 얻은 후 왕자들은 백성들을 자기들과 자기들의 군인을 먹여 살리는 수단으로 여겼다, 다시 말해서 털과, 우유, 고기를 제공하기 위하여 사람이 기르는 가축 떼로서. 이것은 자연에 의하여 그리고 처음부터 지구상에서 다스리는 것은 정의가 아니고 무력이라는 사실에 근거를 둔다.
- 쇼펜하우어, "법과 정치에 대하여" -
Voltaire says: 'Le premier qui fut roi fut un soldat heureux.' All princes were no doubt in fact originally victorious commanders, and for a long time ruled as such. Having acquired standing armies, they regarded the people as a means of feeding themselves and their soldiers, that is to say as a herd which one looks after so that it may provide wool, milk and meat. This is based on the fact that, by nature and from the first, it is not justice which rules on earth but force.
- A. Schopenhauer, "On Law and Politics" -
'Le premier qui fut roi fut un soldat heureux.': 'The first king was a successful soldier.'
** '...堯.舜의 선양이라는 그처럼 원시적이고 낙후한 장난감은 대단키나 하겠는가! 그처럼 간단하기 짝이 없는 것은 조금도 찬미할 가치가 없다. 나는 그대를 위하여 폭로하겠다! 그러한 장난감이 생겨난 이유는 옛날의 생활이 대단히 어려웠고 제왕이 된 사람이 누린 생활도 문지기조차 없었기에 어떤 사람이라도 양보할 수 있었던 것이니, 그대가 말하는 堯, 舜이 뭐 진기한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오늘날에는 세도가 변하였다. 비록 한 사람의 縣官에게 그 지위를 양보하게끔 하려고 해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八說"편에서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옛날에는 사람이 적어서 서로 친하였고, 물건이 많아서 이익을 가벼이 여겨 양보하기 쉬웠다. 따라서 읍을 하고 사양하여 천하도 넘겨준 사람이 있었다... 크게 다투는 세상을 만나서 천하를 사양하는 법식을 따르는 것은 성인의 다스림이 아니다.'
-郭沫若 著, 조성을 옮김 "中國古代思想史" 463~464 쪽, 도서출판 까치 1991 -
*** 무리 당 50 인이나 마을 당 150인으로는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친밀하게 알고 있어서, 상호 교환의 결속은 사람들을 단결시킬 수 있었다. 사람들은 받을 기대를 하며 주었고, 줄 기대를 하며 받았다. 동물 포획이나, 야생 음식물 채취, 기초적 농업 형태의 성공에서 우연이 큰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어느 날 잡는 행운을 누린 사람은 다음 날 나누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피할 수 없는 곤경에 대비하는 최선책은 인심 쓰는 것이었다. 인류학자 리차드 고울드에 의하여 표현되는 것처럼, "위험이 클수록 그만큼 나눔의 정도도 크다."였다. 상호 교환은 작은 사회의 은행이었다.
- 마빈 해리스 "우리의 종種" -
With 50 people per band or 150 per village, everybody knew everybody else intimately, so that the bonding of reciprocal exchange could hold people together. People gave with the expectation of taking and took with the expectation of giving. Since chance played a great role in the capture of animals, collection of wild foodstuffs, and the success of rudimentary forms of agriculture, the individuals who had the luck of the catch on one day needed a handout on the next. So the best way for them to provide for their inevitable rainy day was to be generous. As expressed by anthropologist Richard Gould, "The greater the amount of risk, the greater the extent of sharing." Reciprocity is a small society's bank.
- Marvin Harris, "Our Kind" -
로버트 덴턴이 중부 말레이지아의 세마이 족 가운데서 현지 답사를 하면서 발견한 바처럼, 아무도 다른 사냥꾼에게 받은 고기에 대하여 감사하지 않는다. 밀림의 열기를 통과하여 돼지 몸통을 하루 종일 싸워서 힘들게 끌고 집으로 온 다음에, 사냥꾼은 사냥물이 동등한 부분으로 나누어지도록 하고 전체 무리에 준다. 덴턴은 받은 부분에 대하여 감사를 표하는 것은 얼마나 주고 받을지를 계산하는 인색한 종류의 사람임을 보여 준다고 설명한다.
- 마빈 해리스, 상게서 -
As Robert Dentan discovered while doing fieldwork among the Semai of central Malaysia, no one ever says "thank you" for the meat received from another hunter. Having struggled all day to lug the carcass of a pig home through the jungle heat, the hunter allows his prize to be cut up into equal portions, which he then gives away to the entire group. Dentan explains that to express gratitude for the portion received indicates that you are the kind of ungenerous person who calculates how much you give and take.
- Marvin Harris, ibid -
추장이 명령을 할 때는 불복종하는 사람을 처벌할 확실한 물리적인 수단이 없다. 그래서 추장이 "추장 직위"에 남고 싶으면 거의 명령을 하지 않는다...에스키모 가운데는 한 무리가 뛰어난 사냥꾼을 따르고 사냥 장소 선택에 관하여 그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른 모든 문제에서는 "지도자의" 의견이 다른 사람의 의견만큼 중요성을 지니지 않는다. 유사하게, 쿵 족 가운데는, 각 무리는 인정된 "지도자들"을 가지고 있고 그들 대부분은 남성이다.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분명히 말하고 조금 경청되지만 공식적인 권위가 없어서 명령할 수 없고 설득할 뿐이다. 리가 쿵 족에게 강력한 우두머리의 의미로서 "추장"이 있는지 묻자, 그들은 그에게 말했다, "물론, 우리에게는 추장이 있지! 실제로 우리는 모두 추장이지...우리 각자는 자신에 대한 추장이다."라고 그들은 리에게 말했다.
- 마빈 해리스, 상게서 -
When a headman gives a command, he has no certain physical means of punishing those who disobey. So if he wants to stay in "office," he gives few commands... Among the Eskimo, a group will follow an outstanding hunter and defer to his opinion with respect to choice of hunting spots. But in all other matters, the "leader's" opinion carries no more weight than any other man's. Similarly, among the !Kung, each band has its recognized "leaders," most of whom are males. These men may speak out more than others and are listened to with a bit more deference, but they have no formal authority and can only persuade, never command. When Lee asked the !Kung whether they had "headmen" in the sense of powerful chiefs, they told him, "Of course we have headmen! In fact we are all headmen... each one of us is headman over himself."
- Marvin Harris, ibid -
추장 자리는 실망스럽고 성가신 직업이 될 수 있다. 브라질의 킹구 국립공원의 메히나쿠 족같은 브라질 인디언 무리 가운데서 추장은 하루 밤 동안 밖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열정적인 스카웃 대장을 생각나게 한다.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나서, 추장은 마을 마당 가운데 서서 주민들에게 소리쳐서 동료들을 깨운다. 할 일이 있으면,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추장이고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추장이다. 그는 힘든 일뿐만 아니라 양보에서도 본보기가 된다. 낚시나 사냥 원정 다음에, 그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잡은 것을 내놓고; 다른 무리와의 교역에서, 그는 가장 좋은 품목을 자신이 가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 마빈 해리스, 상게서 -
Headmanship can be a frustrating and irksome job. Among Brazilian Indian groups such as the Mehinnacu of Brazil's Xingu National Park, headmen remind one of zealous scoutmasters on overnight cookouts. The first one up in the morning, the headman tries to rouse his companions by standing in the muddle of the village plaza and shouting at them. If something needs to be done, it is the headman who starts doing it, and it is the headman who works at it harder than anyone else. He sets an example not only for hard work but for generosity. After a fishing or hunting expedition, he gives away more of the catch than anyone else; and in trading with other groups, he is careful not to keep the best items for himself.
- Marvin Harris, ibid -
덴턴의 설명에 따르면 추장은
강요가 아니라 화해로 평화를 유지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존경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로부터 멀어지거나 그의 말을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언제나 훌륭한 추장은 문제에 대한 자기의 일반적 느낌을 판단하고, 그 느낌에 자기 판단을 두어서, 그는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여론의 대변자이다.
- 마빈 해리스, 상게서 -
In Dentan's words the headman
keeps the peace by conciliation rather than coercion. He must be personally respected... Otherwise people will drift away from him or gradually stop paying attention to him... Furthermore, most of the time a good headman gauges his general feeling about an issue and bases his decision on that, so that he is more a
spokesman for public opinion than a molder of it.
- Marvin Harris, ibid -
그렇지, 젊은이가 많은 동물을 잡으면 그는 자신을 두목이나 큰사람으로 여기게 되고 나머지 우리는 자기 하인이나 열등 인간으로 여기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우리는 뽐내는 사람을 거부하는데 그 이유는 언젠가는 그의 자존심이 누구를 살해하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그의 사냥 물을 가치없다고 말한다. 이 방법으로 우리는 그의 가슴을 식히고 그를 부드럽게 만든다.
- 마빈 해리스, 상게서 -
Yes, when a young man kills much meat he comes to think of himself as a chief of or a big man, and he thinks of the rest of us as his servants or inferiors. We can't accept this, we refuse one who boasts, for someday his pride will make him kill somebody. So we always speak of his meat as worthless. This way we cool his heart and make him gentle.
- Marvin Harris, ibid -
**** 천국을 이루려는 우리의 꿈은 지구상에서 실현될 수없다. 우리가 이성에 의존하고, 우리의 비판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하자마자, 개인적 책임이라는 명령을 느끼고, 그 책임의 명령과 함께, 지식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야 할 책임을 느끼자마자 우리는 종족적 마술에 완전히 복종하는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 지식 나무의 열매를 먹은 사람들에게, 천국은 사라졌다. 종족주의라는 영웅 시대로 돌아가려고 우리가 애를 쓸수록, 그만큼 확실히 우리는 종교재판과, 비밀경찰과, 낭만적 폭력에 도달한다. 이성과 진실을 억압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인간적인 모든 것을 가장 잔인하고 난폭하게 파괴하고 끝나야 한다. 자연의 조화로운 상태로 돌아갈 수없다. 우리가 돌아선다면 길 전부를 가야 한다 - 우리는 동물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 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 권" -
Our dream of heaven cannot be realized on earth. Once we begin to rely upon our reason, and to use our powers of criticism, once we feel the call of personal responsibilities, and with it, the responsibility of helping to advance knowledge, we cannot return to a state of implicit submission to tribal magic. For those who have eaten of the tree of knowledge, paradise is lost. The more we try to return to the
heroic age of tribalism, the more surely do we arrive at the Inquisition, at the Secret Police, and at a romanticized gangsterism. Beginning the suppression of reason and truth, we must end with the most brutal and violent destruction of all that is human. There is no return to a harmonious state of nature. If we turn back, then we must go the whole way - we must return to the beasts.
- Karl R. Popper,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vol.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