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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따라 흐르는 착한 맛집 9選
청계천은 길다.
태평로에서 신답철교까지 6Km에 달하는 물길을 따라 산책하는 것 만으로 여유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개발 과정과 역사적 유물이 제거되는 등의 문제점이 많긴 하지만 관광자원이기 전에 시민들의 쉼터라는 기능 하나만으로 가치가 충분하겠다.
사람들 모이는 곳에 먹거리가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 으레 그렇듯 비싸기만 하고 맛은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곳이 많다. 내가 치르는 것이 음식값인지 자릿세인지 헛갈린다. 전망 좋은 곳에서 분위기 잡는 거야 뭐 기어코 뜯어말릴 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 데리고 하루 나들이 나온 서민들 주머니를 배려해주는 맛집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곳을 " 착한 맛집"이라고 명명한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전망좋고 고급스럽고, 그러므로 비싼 곳들은 모조리 제외시켰다. 이번 취재의 타깃이 될 '착한 맛집'의 기준은 1인 5천원 정도의 가벼운 주머니로도 즐길 수 있는 밥집과 조금만 더 보태면 넉넉한 술자리가 될 만한 곳이다.
이런 곳을 기다렸다고? 그렇다. 오래들 기다리셨으니 얼른 따라들 오시기..전에, 이 착한 맛집의 발본색원 과정을 잠시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우선 기존 매체에서 다룬 청계천 맛집의 옥석을 예리하게 감별하고(광고기사인가 아닌가), 인터넷에 떠다니는 네티즌의 추천집을 죄다 끌어모은 후, 이 지역의 터줏대감을 긴급히 수배하였고, 각지에 암약하는 노매드 세포들의 의견을 반영하였다.
그리고 지난 냉면 취재 때처럼 이번에도 노매드의 맛집 커뮤니티 '때깔단'과 함께 동행했다.
최대한 맛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민간인(?)을 마루타로 내세운 것이다. 앞으로도 모든 음식 관련 취재에는 때깔단과 운명을 같이 할 작정이니, 입맛이 동하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분들이라면 얼마든지 참여하시길.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니까. (잘 먹은 귀신이 때깔 좋다는 정설에 의거, 맛집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커뮤니티가 때깔단이다. 때깔단 참여하기)
이제 본격적으로 가자.
취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나는 은둔형 고수의 착한 맛집들, 의외로 많았다. 여기 9개의 집은 그러므로 첫'빠따'의 주인공들이다. 청계천은 앞으로 두고두고 발굴할 만한 먹거리의 보고인 만큼 이후라도 착한 집이 있다면 계속 공유하자.
대략적인 분포도 파악을 위한 초간단 약도
양반의 고장이라는 안동.
안동에도 의외로 맛난 지방음식이 많다는데, 안동소주를 제외하고는 딱히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니 '안동국시'라는 이 집의 업소명이자 대표음식인 안동국시엔 뭔가 독특한 맛이 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역시나 사무용 고층빌딩 지하 아케이드에 자리잡은 안동국시의 모든 음식맛의 근원이자 기본은 사골육수에 있었다.
면발이 가늘어 빨리 불어버리는 단점이 있으니 음식이 나오면 사진 찍을 생각말고 빨리 먹는 게 좋겠다.
기자의 입맛을 당긴 건 안동국시보다는 또 다른 안동 고유의 음식, 안동국밥이다.
경상도 사람이라면 대부분 즐기는 소고기국밥 맛, 혹시 아시는지. 육개장이나 평양온반보다는 훨씬 덜 자극적이면서 무가 많이 들어가 역시 달달하면서 시원한 국물맛을 볼 수 있는 소고기국밥 맛, 딱 그것이다. 국밥의 핵심이랄 수 있는 한우고기는 푹 삶겼음에도 흐물거리지 않을 정도로 육질을 보존하고 있다.
황소고집
점심 시간에 뭘 먹을까? 모든 직장인의 고민이다.
종로와 같이 음식점 타운이라 불릴만한 곳에서도 이 고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도 아닐 테고 늘 같은 것을 먹기 때문에도 아닐 것이다. 이 고민의 근원은 뭐랄까, 집 밥과 장사 밥의 차이 같은 것. 밥이 주는 어떤 자연스런 향수를 우리는 늘 그리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는 청계천 물이 도도히 흐르고 뒤로는 종로2가 강북 중심 건물이 늘어서 있는 첨단의 공간에, 어울림을 찾아봐야 전혀 어울릴 것이 없는 이 집 앞은 점심 시간이면 늘 긴 줄이 선다.
황소고집이라는 매우 컨트리틱한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집에 흐르는 핵심은 바로 집 밥의 향수다. 원래 부터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그저 묵묵히 연탄불에 돼지 갈비를 구워대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 주인에게 풍기는 저 집념이 가게 이름과 잘 맞아 떨어진다. 황소 고집스럽게 고기 만을 구워내신다.
연탄불로 구워내는 돼지갈비를 가장 맛있게 먹은 곳은 전남 담양에서였다. 떡갈비로 유명한 담양이건만 사람들은 '승주식당'이라는 곳으로만 몰려갔다. 이 곳을 승주식당의 오마쥬라고 불러도 되려나? 규모도 작고 고기의 양도 적고 음식 맛도 남도의 그 것에 비해서는 열세지만, 여기는 서울이 아닌가. 비록 오마쥬라고 해도 충분히 줄서기를 자원할 만큼 가치가 있다.
2인분의 돼지고기는 양이 적다. 한 끼 식사에 3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때문인지, 보이는 양은 적다. 그렇다고 특별히 부족하지는 않다. 딱 알맞은 양 만큼의 고기가 등장한다.(저녁에는 5000원이고 고기 양이 많다)
고기가 적어 보이면서도 밥 한 끼 먹는데 아쉬움이 없는 이유는 집 반찬 때문이다. 화려하지도 아주 맛깔스럽지도 않지만 집 식탁에서 느껴지는 수수한 끌림이 있다. 특히 이 집의 된장국은 참 맛있다. 갓 지어낸 밥과 잘 어울리며 밥과 반찬과 국은 무제한 (셀프)리필이다. 음식을 인정으로 만들고 있다.
청계천 나들이 길, 그저 수수한 한 끼 밥을 드시려거든 이 집이 좋겠다. 폼 잡을 외식은 아니지만, 실속이 있고 정감이 있다. 청계천의 역사 만큼이나.
경북집
이 집 무척 유명하다고 하던데, 그 유명세를 미리 인식하지 못하고 갔을 때 왜 유명한지를 경험으로는 알지 못했다.
막걸리집이야 어디에든 있는 것이고, 전이라는 것도 막걸리집이라면 거의 취급하는 안주아닌가. 그렇다고 전이 아주 입에서 살살 녹는 경지도 아닌 듯하고.
오히려 대포 한 잔을 하고 있자니, 싱가포르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하는 배낭객이 가이드 북을 들고 와서 된장찌게를 어렵게 시키는 모습이 의아했다. 이 집 뭐지?
그런데 알게 됐다. 이 집, 귀신이 씌운 집이구나, 라는 생각을 술 마시면서 내내 했다. 술이 도대체 취하지를 않고, 술을 마시면 마실 수록 컨디션이 살아난다는 건 귀신이 씌운 집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술 귀신 씌운 집.
막걸리 한 잔과 대포 한 잔은 다르다. 대포 한 잔이라는 말을 쓸 때, 훨씬 더 넉넉하고 술 맛이 나며 정감이 넘쳐난다. 좋은 대포집은, 탁자와 의자, 벽면 여기저기, 가게 사방팔방에 술꾼들의 그 진한 삶의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집이다.
몇 억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이런건 술귀신만이 가능하다. 저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술귀신이 대포 한잔을 하고 있을 때, 술맛이 난다. 어이 형씨, 오늘은 조금 마시오 라고 덕담을 해주는 정 많은 술귀신이 있는 집.
그게 경북집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으스스 한가? 그럼 당신은 술꾼이 아니다.
술꾼은 가지고 있다. 개 코 보다 더 정밀한 후각과 곤충 보다 더 예리한 촉수를. 그래서 그들은 딱 안다. 여기가 진짜 제대로 된 대폿집인지 아닌지. 경북집은 진짜다. 참고로 1호집의 지하에서는 이런 기분 안나더라. 오히려 2호집의 실내가 술마시는 분위기는 딱이다.
어시장 - 전주식당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곳의 음식점을 취재하다보면 어떤 기준으로든 그 기간 동안의 베스트가 출현하기 마련이다. 그런 곳은 대부분 뜻하지 않은 발견의 기쁨을 안겨주는데, 이번 취재에서는 바로 이 곳 어시장-전주식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한다.
일단 어시장은 전혀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외지고 좁은 골목길 안쪽에 '박혀'있다. 어디어디에 있다는 설명을 듣고도 끝내 전화를 걸어 다시 안내를 받아야 할 정도다.
음식이 나오면 또 놀란다. 푸짐한 광어회 한 접시와 매운탕까지 모두 해서 단 돈 2만원이다. 둘이 먹기엔 많고 3-4명이서 술을 곁들인다면 푸짐하다고 할 만한 양이다.
그래, 광어 한마리에 9,900원 하는 식당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그정도 싼 가격엔 그닥 놀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산 광어의 빛깔을 보면 그저 이곳이 가격대비 적당한 맛으로 그저 회 맛 봤으니까 됐지? 하는 부류의 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쫄깃쫄깃한 살점을 씹으면서 그 확신은 뚜렷해지고, 마지막으로 들러리처럼 따라나온 것처럼 보였던 매운탕 국물을 한 숟갈 떠 넣는 순간 카운터 펀치를 맞는다.
사실 동해든 서해든 노량진 수산시장이든, 생선이 싱싱하기만 하면 회 맛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매운탕은 다르다. 빨간 매운탕이든 하얀 지리탕이든 양념을 제대로 못하면 재료가 아무리 신선하더라도 먹는 사람 기분 망치기 십상이다.
마늘을 넣지 않아 시원한 맛을 지키면서도 풍부한 국물맛을 보여주는 지존급 매운탕.
모든 음식은 물론 직접 회를 떠 내기도 하지만 착한 가격을 고수하는 건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주인 아주머니 말씀. 앞으로 자주 뵐 것 같은 확신을 가지고 나설 사람은 기자만이 아닐게다.
오라이 등심
시청과 남대문 시장 사이에 놓인 북창동이라는 곳에는 X등급 유흥업소 말고도 유명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고추장 앙념을 발라 구운 등심이나 꼼장어따위의 술안주, 그것도 소주에 딱 어울리는 먹거리들 말이다.
그런데 그 유명한 고추장 등심구이와 꼼장어 집들이 대부분 이곳 광장시장에서 파생되거나 옮겨간 곳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으니. 그 중에서도 이 곳, 오라이 등심은 그런 면에서 일명 '동그랑땡'으로 불리기도 하는 독특한 등심구이의 원조 격이라 할 만하다.
오라이 등심은 청계천 주변에서 가장 '잘 나가는' 먹거리의 스펙타클을 제대로 보여주는 광장시장 먹자 골목 안에 자리하고 있다.
정말 맛있는 음식점은 곁들여 나오는 야채나 밑반찬 하나까지 다 맛있다. 자리잡자 마자 내주시는 식혜 한 컵. 적당히 달콤하면서 감칠 맛이 난다. 보통 단 것을 먹으면 식욕이 떨어지지 않나? 이 집의 식혜는 그 반대의 효과를 낸다.
사진에 보이는 냉면 대접에 담아나온 것이 2인 분의 등심. 불판을 두 개 반 정도 채울만한 양이다.
색깔부터가 입 안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등심은 삼겹살에 비해 기름기가 적어 퍽퍽한 맛이기 쉬운데,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살짝 달달한 양념이 살코기의 고소함과 썩 잘 어울린다.
물론 이 집의 대표선수는 등심을 비롯한 돼지고기들인데, 또 하나의 비장의 카드가 있으니 바로... 꼼장어다.
갓 껍질을 벗겨나온 살결에 '싱싱'이라고 씌어있는 듯 한 꼼장어를
혹 포장마차에서 꼼장어 시키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이라면 반드시 이곳의 꼼장어 맛을 보시기를. 1인분에 만원이라는 가격과 굽고 나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양이 좀 섭섭하긴 하지만, 맛 볼 가치 충분하다. '그동안 내가 먹었던 꼼장어 맛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테니까.
그 동안 얼마나 맛없는 꼼장어를 먹었길래 그러냐고 타박하신다면 할 말 없지만.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다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을 만나면 우물쭈물하게 될 정도로 좁은 골목길. 동대문에서 한 블럭 떨어진 종로 6가 먹자 골목 역시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르는 숨겨진 맛집의 보고라 할 수 있겠다.
우선 골목 초입부터 늘어선 생선구이집들. 이 집들도 시간이 없어 지나쳤지만(조만간 꼭 디벼드리리다)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고수들이다. 그러나 지금 소개하는 닭 한마리를 목표로 한다면 다소의 인내심을 발휘하시라.
감자 한 덩이 문 중닭 한마리가 간이수영장에 잠겨 있다.
진하게 우러난 닭 국물을 더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이 드는데, 가게 자체가 남는 국물이야 어떻게 되든 방치하는 듯한 태도가 좀 아쉽다.
사실 닭 한마리라는 아이템은 웬만하면 어디서 먹든 맛이 고만고만하다. 딱히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한 요리도 아니다. 그저 닭이나 야채들이 싱싱하기만 하다면. 다대기 양념에 딱히 치명적인 실수가 있지 않다면.
그런데 이곳에서 먹는 닭 한마리는 뭔가 다르다. 정말 닭 한마리라는 이름이 발생한 원산지같은 식당 분위기하며, 아이들을 포함한 4인 가족이 먹어도 충분한 양도 그렇지만 그 오래된 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정겨운 분위기 때문일 게다.
국수 사리를 한 번밖에 안 준다는 건 좀 섭섭하지만.
인근의 상인들이 가장 맛있다고 손꼽는 식당. 이런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식당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유정식당 역시 대충 방향만 잡고 가면... 찾기 힘들다.
이런 골목 안에 들어앉아 있으니까. 동평화 건물 뒷 골목이다.
식당에 들어선 기자를 당혹스럽게 한 건 바로 벽 한면을 가득 채울만큼 많은 메뉴 수다.
걱정스럽다. 어쨌든 음식 맛부터 보자.
만 원 짜리 게장백반. 수 많은 메뉴의 소나기 중에 꿋꿋이 대표메뉴로 내세우는 듯한 자태. 윤기를 간직한 속살은 촉촉하니 싱싱하지만 양념이 매운 와중에도 단맛이 좀 센 편.
계란찜은 평균치의 맛. 평균보다 저렴한 가격이 매겨있는 갈치는 살이 빈약한데다 미리 초벌로 익혀놓은 것을 사용한 탓인지 갈치를 앞두고 기대하는 맛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이 집에서 내 세우는 또 하나의 대표메뉴는 바로 이것이다.
된장/김치/청국장의 목살 3종찌게. 특이하게도 찌게만 만원. 물론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다. 두 사람이서 하나를 시키라는 뜻이겠지만 세 사람에게도 부족한 양이 아니다.
그렇다. 언제나 음식 취재의 목적이 그렇듯 지금 우린 양보다 질을 따지고 있는 참이다. 아무리 가격이 좋다하더라도 맛이 없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런 면에서 목살 찌게는 바로 이 집의 베스트 메뉴다. 된장맛도 그렇지만 걸쭉한 국물을 만들어 된장과 환상의 궁합을 만드는 돼지 목살의 육질도 좋다.
저 수 많은 메뉴를 다 맛보지는 못했으나 이상 4가지 메뉴로 미루어 대체적으로 평균치를 살짝 상회하는 맛을 보여줄 것으로 짐작된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보통 밥집에서 볼 수 있는 메뉴는 비슷한 가격대지만 다른 곳에서 비싸게 받는 메뉴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주변을 지나다 가족끼리 찾아도 괜찮겠지만 이 곳의 강점은 24시간 연중무휴 영업. 동대문 심야쇼핑을 끝내고 청계천 산책을 하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야참먹을 곳으로도 적당하겠다.
영광 할매곱창
곱창하면 으레 신림동이나 동대문 시장에서 깻잎을 듬뿍 넣어 순대와 함께 양념장에 볶아낸 것을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대충 그 맛이 그 맛이거니 하고 때깔 좋아 보이는 곳에 들어가 먹게 마련인데, 소 곱창도 그렇지만 돼지 곱창 요리 역시 주재료인 곱창의 신선도는 물론 그것을 만지는 사람의 손 맛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운 나쁘게도 돼지 특유의 고약한 노린내를 물씬 맡아버렸다면 남은 인생에 더 이상의 돼지곱창은 없다, 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 곳에 가면 없는 물건이 없다...기 보다는 상상하지 못한 물건들이 아무렇지 않은 듯 널려있기 때문에 도깨비 시장으로도 불리는 황학시장 블럭 끝자락의 진입로를 따라 모여있는 이 곳이야말로 돼지곱창의 메카라 할 수 있겠다.
삽겹살집 서문도식당과 같은 공간을 쓰며 간판을 나란히 하고 있다.
이 골목의 곱창요리로 가장 대중적인 메뉴는 '야채곱창'. 흔히 볼 수 있는 순대곱창 볶음에서 순대만 뺀 것이지만 앞에 말했듯이 재료의 신선도와 양념의 품질이 골 결정력을 갖기 마련.
바깥의 철판에서 초벌로 볶아온 곱창볶음을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지져가며 먹는다.
두세 명이 왔다면 야채 곱창 한 가지만 맛 보고 가기가 좀 아쉽겠다. 그렇다면 구이곱창에 도전해 보시라. 야채곱창에 넣는 양념과는 또 다른 레시피로 만들어진 양념장을 버무린 양념구이와 소금구이, 두 가지가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주재료는 볶음에 쓰이는 곱창이 아니라 막창이다.
인근에 몰려있는 다른 곱창집들도 대체적으로 평준화가 이루어져 맛이나 스타일에서 차별화되는 건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오래된 집이 보장하는 맛의 안정성이랄까. 혹시 모를 실패에 대비하자면 안전하게 이 곳을 선택하면 좋을 것.
대중옥
53년 된 해장국집이란다. 처음 그 자리에서, 오래되고 천장도 낮은 그 집 그대로, 가마솥 한 번 옮기지 않고 53년이라면 그만한 내공이 간직되고 있으리라는 짐작은 사실과 다르지 않을 게다.
이곳도 찾기 힘든 곳에 숨어있다. 숨으려고 숨은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주변에 빌딩들이 턱턱 들어서 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겠지만.
옛날엔 청계 8가인 이곳에 찾아온 손님들이 왕십리까지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는 이 곳.
대중옥의 대표메뉴는 선지해장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맛볼 수 있었던 선지해장국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일단 테이블 위에 내온 뚝배기를 접하는 순간 뿜어내는 그 강력한 기운에 긴장하게 된다. 우선 고기는 한 점도 없고 사골과 잡뼈에 우거지만 넣고 끓인 국물은 진득하니 한 자리를 지켜온 세월을 말해준다. 그리고 선지. 그동안 먹어왔던 선지가 아니다.
선지가 소 피를 굳힌 음식이라는 건 다들 아시겠지? 그런데 우리가 흔히 먹는 선지는 굳히기 전에 물을 섞어 농도를 조절한다고 한다. 그런데 찰선지라고 불리는 이곳의 선지는 물을 섞지 않은 원액 그대로의 피에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킨다고 하니, 같은 소의 몸에서 나왔어도 전혀 다른 음식이랄 수 있겠다.
그러나 내공이 높으면 높을 수록 평범함과는 거리를 두는 법. 만약 선지를 전혀 모른다거나 입맛에 잘 안 맞는다거나 하는 분이라면 대중옥의 선지 해장국을 만났을 때 당혹감 그 이상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진국 중에 진국인 국물 맛 역시, 아직 인스턴트 음식이 더 맛있다고 느끼는 분에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될 듯.
구경은 못 해봤지만 다음에 대중옥에 오면 꼭 먹어보고 싶은 메뉴가 있다. 3만원짜리 갈비찜이다. 4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라고 하니 가격의 부담도 없고, 머릿수만 모아 오면 될테니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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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