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의 신대계곡이 부른다
(기행 수필 신대 계곡 제1편)
루수/김상화
여름의 더위가 절정에 이른다. 왜 이리도 더울까? 낮에는 작렬한 태양이 쏟아져 대지를 달구고 밤에는 열대야로 인해 잠을 못 이룬다. 살면서 이렇게 무서운 더위는 처음 겪는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식물은 물론 지구가 몸살이 날 지경이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더위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이 더위를 이겨내려고 오늘은 송우산악회 가족들과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에 있는 신대 계곡을 가기로 했다. 그곳엔 맑은 물이 흐르고 가는 곳마다 신선한 공기가 있어 도시에서 느끼지 못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줄 것이다. 또 새들은 환상적인 노래를 부를 것만 같다. 향기로운 그 노래는 고요한 계곡을 메아리로 가득 메우지 않겠는가? 그러한 새들의 신비로운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물에 발도 담그고 명상도 해보고 싶다. 세상을 살면서 생긴 악취 나는 모든 잡념을 바람에 날리고 맑은 물에 띄워도 보내자. 그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불볕더위가 괴롭혀도 버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달린다. 신대리 주차장까지 왔다. 여기서 두 갈래로 갈린다. 오른쪽은 태기산으로 가는 계곡이고 왼쪽은 봉복사(鳳腹寺)가 있는 덕고산으로 가는 길이다. 우리는 태기산 계곡을 택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길은 매우 평탄하다. 간간이 별장 비슷한 집과 장사하려고 지어 놓은 집들이 보인다. 개울에선 물 흐르는 소리가 맑게 귓전을 때린다. 빨리 만나고 싶다는 유혹이다. 호랑나비도 간혹 나르며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런데 세상에 태어나 아직 장가도 가지 못하고 애절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들린다. 어찌나 구슬프게 우는지 평범한 심장을 가진 나로선 들을 수가 없구나! 겨우 보름 살다 가면서 이 세상에 씨앗 하나 뿌려놓겠다고 몸부림치며 우는 모습 너무도 가엽다.
태기산에 대한 전설을 알림판에 의해 적어본다. 태기왕의 전설과 천혜의 자연이 공존하는 힐링의 고원이다.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한다. "풍부한 적설량이 빚은 설경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횡성군의 최고봉(1,261m)인 태기산은 웅장한 산세만큼이나 전망 또한 일품이다. 태기산은 진한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군과 싸웠다는 전설에 따라 명명되었다. 2,0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태기산 자락인 성골 골짜기에는 허물어진 성벽을 비롯해 집터와 새터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또한, 신우대, 물푸레, 주목 군락지와 같은 원시식물이 많이 서식한다. 또한, 낙수대 폭포와 어우러진 심산계곡의 절경을 이룬다. 특히 겨울철에는 풍부한 적설량으로 설경이 유난히 아름다워 멋과 낭만도 만끽할 수 있는 지역이라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태기왕 전설 길은 4.5km이며, 낙수대 계곡 길은 6.7km라고 한다.
오늘도 불볕더위는 정신을 못 차리게 한다. 혹시 더위로 인해 사고가 염려스러워 산행하지 않기로 했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오늘이란 귀한 시간을 힐링할 것이다. 올라가다 보니 시원하게 발을 담그고 놀만 한 장소가 나타난다. 계곡으로 모두 내려갔다. 바지를 둥둥 걷고 맑은 물에 발을 담갔다. 그 순간부터 더위가 만들어 낸 몽롱했던 정신이 맑아지고 온몸이 시원해진다. 올여름의 불볕더위를 오늘 이곳에서 모두 씻어내고 날려 보낼 것이다. 회원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물속으로 들어가 물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더위도 식히고 세상 잡념을 모두 물에 띄워 보내는 순간이다. 얼마나 재미있는지 웃음바다를 이룬다. 전윤연 수석 고문과 신연화 회원은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얼굴에 핀 웃음꽃은 꽃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주위에 있는 모든 회원을 즐겁게 해준다. 김평재 부회장은 회원들의 추억이 될 사진 찍기 바쁘다. 박태만 고문께서는 늘 선한 얼구에 수달래 꽃 같은 웃음으로 회원들을 대한다. 오늘도 역시 회원들을 돌보시느라 여념이 없다. 임헌남 고문과 홍권효 부회장은 회원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더욱 즐겁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이렇게 송우가족은 서로 돕고 도와주는 회원이 모인 향기로운 산악회다.
물놀이를 하느라 시간 흐르는 줄도 모르고 즐거움에 취했다. 2시간 이상 놀다 보니 그때가 1시 반이다. 2시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물놀이의 즐거움도 뒤로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가마솥에 닭을 삶는다. 거기엔 엄나무도 넣고 가시오가피 나무와 몸에 유익한 약재료를 듬뿍 넣고 삶는다고 한다. 그 향이 진동한다. 날아가던 새들도 신선하고 고요한 골짜기에 무슨 내음이 이렇게 향기로울까 하고 날갯짓을 멈추고 바라볼 것 같다. 한 사람 앞에 한 마리의 닭이 좌석에 놓인다. 더위에 지친 몸 보양식으로 올여름을 거뜬하게 지내라고 김성중 회장의 선물이다. 약초를 넣고 끓인 것이니 국물이 귀한 보약이라고 남기지 말란다. 그래서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점심을 즐겼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배가 방실방실 나오도록 닭 한 마리를 다 뜯었다. 시간이 있기에 봉복사(鳳腹寺)를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같이 갈 회원들이 한 사람도 없다. 나 홀로 고독을 씹어가며 걸어야 했다. 봉복사(鳳腹寺)에는 어떤 보물이 숨어 있을까? 궁금함을 가슴에 안고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길의 양옆엔 수종이 다른 수백 년 자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전나무가 있고 금강송과 참나무가 있다. 나무들은 내가 외로울까 봐 고운 향기를 뿜어내 선물을 준다. 길옆에 이렇게 큰 나무들이 아름답게 들어선 것은 광릉 수목원을 제하고 처음 보았다. 주차장으로부터 약 1km를 걸었다. 봉복사(鳳腹寺)가 눈에 들어온다. 절에 들어가면 으레 불경 읽는 소리가 들리고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이 절의 경내를 들어가도 발자국 소리하나 들리지 않고 고요가 깔려있다. 단 숫 매미가 신붓감을 찾느라 목이 터지도록 애절하게 울어댄다. 절의 후문에는 은행나무 보호수가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지정번호: 강원-횡성-30호(2003. 02. 08) 나무 둘레는 약 500cm이고 높이는 약 22m이며 600년 되었다고 한다.
봉복사(鳳腹寺)에 대해 알아본다. 봉복사(鳳腹寺)는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신대리 138번지에 있다. 봉복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월정사 말사로 전통사찰 제14호이다. 덕기산(현재 태기산) 서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으며, 횡성군에 있는 현존 사찰 중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었고 유서가 깊은 사찰이다. 647년(신라 선덕여왕 16년)에 자장율사(慈藏律師)가 덕고산 신대리에 창건하고 삼상(三傷)을 조성하여 봉안한 뒤에 오층석탑을 조성하고 봉복사(鳳腹寺)라 하였다. 652년(진덕여왕 6년)에 낙수대(落水臺), 천진암(天眞庵) 등의 암자를 지었고, 669년(문무왕 9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671년 문무왕 11년)에 원효조사(元曉祖師)가 중건(重建)하였다. 이때 사찰의 이름은 봉복사(鳳福寺)였다. 1034년(고려 덕종 3년)에는 도솔암(兜率庵), 낙수암(落水庵)이 소실되었으나 이후 1747년(조선 영조 23년)에 서곡 선사(瑞谷 禪師)가 중건하였다.
이 산에는 암자만 9개가 있었고 한때는 승려가 100명이 넘었으며 구한말에는 의병들이 머물면서 일본군과 싸우던 곳이기도 하다. 1901년 화재로 다시금 손실된 것을 1907년 취운(翠雲)이 중건하여 봉복사(鳳腹寺)로 바꾸었고 1950년 6.25 전쟁 때 다시 불에 탄 것을 중창하여 오늘에 이른다. 봉복사 사찰명에 대하여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처음에는 봉복사(奉福寺)로 불리다가 봉복사(鳳腹寺)로 변경되었다. 삼성각, 국사당, 요사채 등이 있고, 유물로는 자장이 세운 삼층 석탑이 있으며, 이 탑은 현재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0호로 지정되었다.
덕고산(1,126m)은 깊고 조용한 태고의 신비를 갖고 있는 명산이다. 덕고산은 횡성군 청일면과 홍천군 서석면 사이에 있는 산으로 봉복사(鳳腹寺)라는 절에 "덕고산 봉복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 산 이름이 붙여졌다. 성골 계곡을 사이에 두고 태기산과 마주하고 있으며 삼한 시대 말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새로 일어나는 신라군에 쫓겨 이곳에 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군과 싸웠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실제로 이 산에는 허물어진 성벽 일부와 기와조각, 샘터 등이 발견되고 있다. 산기슭에는 복조리의 재료인 산죽(山竹:시누대)이 많이 자란다. 북동으로 흥정산, 회령봉, 보래봉, 운두령을 넘어 계방산 오대산과 이어진 산맥 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쪽으로 인접한 봉복산과 운무산 먼드리재를 넘어 수리봉과 공작산으로 이어진다. 산행코스는 총 11.89km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될 거라 생각된다.
이렇게 봉복사(鳳腹寺)를 보고 부지런히 내려왔다. 시간이 남아 김성중 회장이 낙산사를 가자고 한다. 필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기쁨을 참지 못했다. 신대계곡 1편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2편에서는 낙산사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쓸 것이다.
2018년 0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