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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지리산 천왕봉 일출 산행 후기
1.언제:2010년 2월12일~2월13일
2.동선:21일(금)/동서울터미널(am11시)->백무동도착(pm4시15분)->장터목대피소도착(pm8시/1박)
23일(토)장터목대피소 출발(am5시40분)->제석봉(am6시)->통천문(am6시30분)->
천왕봉(am6시50분)->법계사(am10시)->로터리대피소->(am10시20분)->중산리 하산완료(am11시)
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립니다.
오르는 산마다 폭설이 내려 산하의 아름다운 설경을 원없이 만끽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반면 등반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는 소식을 접할때면 겨울철 산행은 안전장비를 철저히 갖추고
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함을 깨우치게 됩니다.
최고의 등반가치는 안전이기 때문이지요.
설명절 귀향길에 고향집에서 가까운 '민족의 영산(靈山)'이자 어머니의 품속같은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 일출산행을 감행했습니다.
2월 12일 금요일, 오전 11시
눈내리는 동서울 터미널을 출발하여 지리산 백무동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귀향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의 정체로 예정시간보다 약 1시간 30분정도 늦은 오후4시 15분에 도착,
하마터면 백무동 매표소에서 입산 통제로 천왕봉 일출산행이 무산될 뻔 했습니다.
백무동에 도착하니 눈과비가 섞여 내리고 있었고,
겨울철에는 오후 4시가 넘으면 입산을 통제하는데 다행(?)스럽게 국립공원 관리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입산했는데 겨울산으로의 나홀로 산행은 기초적인 체력과 정신적인 담대함이
요구됩니다.^^
백무동~장터목 구간은 그동안 많이 오르내려 지형지물에 밝았고 거리도 짧아 자신있게 들어갔는데
기상상태가 좋지않았고 날까지 어두워져서 겁을 좀 먹었을 뿐이고....!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한 후 국립공원 관리 직원분들께 야단 좀 맞았을 뿐이고...!!^^
하지만,고생끝에 樂이 찾아온다고
다음날 천왕봉에 올랐을 때는 지금껏 수차례 올랐던 지리산이었지만
기대와 예상을 뛰어넘는,이제껏 볼 수 없었던 평생을 잊지못할 대자연의 웅장함에 순식간에
감동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역시 '산은 지리산'이었습니다.!!
장대한 지리산을 집어삼키는 운해를 내려다보며 황홀함에 감탄사를 연발했고!!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있다'는 장엄한 천왕봉일출을 보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2010년 '경인년'!
지리산에서 받은 충만한 기상으로 거침없이 도약하는해로 삼을것입니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붉은 태양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가슴뛰는 삶을 살아야겠노라 다짐하며 하산했습니다.^^
회원님들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동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평상시 시간표로 연휴나 명절때는 증편운행되는데 서울출발 11시 버스는 설명절로 증편된것입니다.
백무동 정류장 도착
백무동 매표소
백무동 대나무 숲,내린눈으로 대나무들이 휘어졌는데 마치 작년 5월에 보고 또 만나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네는것 같습니다.^^
등산과 입산/이원규
산그늘에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기에 참 좋은 날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기 바랍니다.
다만 등산은 말고 입산하러 오시길.
등산은 정복욕과 교만의 길이지만
입산은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상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경쟁하듯이 종주를 하다보면
보이는 것이라곤 앞 사람의 발뒤꿈치 뿐이지요.
하지만 입산의 마음으로 계곡을 타고 흔적 없이 오르는 사람에게는
몸 속에 이미 지리산이 들어와 있습니다.
유정 무정의 뭇 생명들이 곧 나의 거울이자 뿌리가 되는 것이지요.
누구나 정복해야 할 것은 마음 속 욕망의 화산이지 몸 밖의 산이 아닙니다.
산에 오를 때엔 바람의 방향을 따라 흥얼거리며
'만만디'('천천히'의 중국어) 오르기 바랍니다.
그것만이 사람도 살고 산짐승도 사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바람결에 나의 냄새와 노래를 실어 보내면 멧돼지나 반달곰이나 독사들도
알아서 길을 내주지요.
처음엔 향기로운 풀꽃을 따라 갔다가 상선약수의 계곡 물을 따라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바로 그곳에 그대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참샘'도착,누구의 솜씨인지는 모르지만 정교합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찍으면 남"이되고 '참'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니 '침'이되었네요.^^
장터목 대피소를 약 1.5km 남겨놓고 어두어졌습니다.
눈이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앞서간 발자국이 덮이면 조난을 당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드디어 시야에 들어 온 장터목 대피소.저 불빛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습니다.
장터목 대피소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곳에 위치하는 우체통입니다.
대피소에서 예쁜엽서와 우표를 판매합니다.
사랑하는 이나 그리운 이에게 엽서한장 써서 보내기좋은곳입니다.
황동규/즐거운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속을 헤매일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 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장터목 대피소는 세개의 방이 있는데 제가 묵었던 방은 '천왕봉'방입니다.'제석봉'방과 '연하봉'방이 있어요!
대피소는 반드시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여야 합니다.1박7천원(담요1장당 1천원 추가)
다음날 새벽 천왕봉을 향하는 제석봉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관문 '통천문'
통천문 철계단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천왕봉 정상 1915m,표지석 뒷면)
해뜨기 직전입니다.
해가뜨기 바로 직전입니다.
드디어 올라옵니다.
지리1景'이라는 천왕봉 일출!!
천지가 개벽하는듯한 저 장엄한 일출광경을 드디어 보았습니다.
한국인의 기상의 발원지로 민족의 영봉으로 운해 위로 붉은 광채를 발하며 솟아오르는
장엄한 일출광경은 마치 천지의 개벽을 보는것같이 감동스러웠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발 1,915m 고지대의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日出을 보러 오시라
三代 째 내리 積善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黑心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悔恨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革命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處女林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산 詩人 이원규님의 "행여 지리산으로 오시려거든"이란 시입니다.
이원규 시인은 현재 '연하천 산장'지기이기도 하시며 작년 5월 지리산종주 때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행사로 천왕봉 가는길에 잠시 만나 명함을 받고 인사를 나눈적이 있습니다.
이 가사에 곡을 붙여 가수 안치환씨가 부르기도 했지요.
촛대봉과 세석평전을 운해가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반야봉.노고단은 구름속에 잠겨버렸습니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운해위로 저 멀리 여인의 엉덩이를 닮았다는 '반야봉'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지리산 주능선만 빼꼼하게 모습을 보이고 있군요.
운해속에서 반야봉과 주능선만 보이고 그 뒤 노고단은 구름속으로 잠겨버렸습니다.
백무동 방향은 운해속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네요.
얼어붙어버린 천왕봉 표지석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가파르기로 유명합니다.흔히들 무박 천왕봉 일출산행을 중산리에서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왕샘
중산리 마을이 보입니다.
하늘아래 첫 사찰, 지리산 법계사(해발 1450m)
" 법계사는 544년(신라 진흥왕 5년) 연기(緣起) 조사가 전국을 두루 다녀 본 후 천하의 승지(勝地)가 이곳이라 하여 천왕봉에서 약 4㎞ 떨어진 현재의 터에 법계사를 창건 하였다한다.
용이 사리고 범이 웅크린 듯한 산세는 좌우로 급박하게 짜여져서 오직 동남쪽으로만 트여 있으니
동틈과 함께 지기와 천기가 조화를 이루며 화합하는 곳이다." -출처:산청군청
보물 473호 지리산 법계사 삼층석탑
"이 석탑은 부처님 진신 사리가 봉안된 탑으로 이 탑과 적멸보궁 앞쪽에 있는 산의
커다란 바위는 일본의 후지산과 일직선상에 놓여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정학적 배치를 고증이라도 하듯 일본과의 미묘한 관계가 구전되고 있다.
예로부터 '법계사가 일어나면 일본이 망하고, 일본이 일어나면 법계사가 망한다'고 하여
여러차례 왜적이 법계사를 침범 하였다고 한다.
고려 때 왜적 아지발도(阿只拔屠)가 이 절에 불을 지르고 운봉 전쟁에서
이성계의 활에 맞아 죽은 일화는 바로 구전이 허위만이 아님을 반증하고 있다."출처:산청군청
봄이오는 지리산 계곡
지리산을 가장 지리산답게 만든 사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따로따로 존재할 수 없으며,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은 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믿음으로,
행동하는 유학자들의 큰 스승, 남명 조식 선생
그가 스무 살에 처음 지리산에 올라
틈나는 대로 산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다가
덕을 쌓을 만한 곳이라고 터를 잡은 뒤에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 산천재(山天齋)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시조 한수를 읊었습니다.
봄 산 어디에 향기로운 풀이 없으랴만,
하늘 가까운 천왕봉이 좋아 여기 있네.
빈손으로 왔으니 무얼 먹을까?
십 리 은하 같은 물 먹고도 남으리.
두류산 양단수를 예듣고 이제보니
도화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겼어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남명 선생
두류산은 지리산의 옛이름입니다.
중산리 하산완료
첫댓글 앞으로는 산신령 이라 부르겠습니다...감동받고 가네요...
ㅋㅋ 그러지 마삼~!! 케인님 지난 한해동안 수고 많으셨어요..카페를 활기차게 해주셔서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요..조만간 벙개 모임으로 식사나 한번 하시지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 있는 천왕봉 일출... 감동입니다.
사진 자료 감사 합니다.
정말 말이필요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소중한 야생화정보를 공유해주셔서 카페가 많이 활성화되었습니다.감사드리고 새해에도 쭈욱 부탁드립니다.^^
이런 멋진 새해 선물이 또 있을까요? 바다인지, 파도인지, 눈인지, 하늘인지, 구름인지....종잡을 수 없는 그 곳을 한번도 보지 못한 건 역시 제 부덕의 소치군요. 카페지기님 멋져요!
설명절에 보내주신 문자메시지 "복과 덕이 넘치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말씀 잘 간직하겠습니다.^^저 역시 매년 수차례 오르지만 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항상 부러움뿐이네요^^
삶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자알 즐길줄 아시는 분입니다.
올해에는 이 열정 아주조금만 나누어서 카페 일에 투자 해주세염^^ 등반에 고생 많으셨네요.
덕분에 삼실에서 따뜻하게 감상 잘 하고갑니다 ㅎㅎ
늘 애정어린 조언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본말이 전도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겠습니다.새해에는 더 많은 급매물들을 풍성하게 전시하는데 최선을 다할께요!
까페지기님의 선명한 기억으로 오래토록 간직할 수 있어 부럽습니다... 마치 본인의 삼대가 덕을 쌓은것 같은 생생한 일출 동영상과 사진 잘 감상 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대박나는 한해 되십시요.
덕담 감사합니다.한번도 뵌적은 없는것 같은데 댓글이라도 남겨주시니 닉네임을 잘 기억하겠습니다.^^ 까치천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