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세월이 밉지만 어디 세월만큼 공평한게 있는가?
1976년 4월 10일 토요일 오후, 부산 부영극장앞은 청소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바로 <진짜진
짜 잊지마>라는 하이틴 영화 개봉 첫날로, 교복을 입은 두 주인공 <임예진>과 <이덕화>의 얼굴은 극장
간판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그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필자도 친구들과 함께 그날 극장을 찾았고, 오
후 2시쯤 저녁 5시 표를 끊어 광복동, 창선동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영화의 시
작 전 <롤프 헤닝거>가 나온 독일 영화 <지그프리드>의 예고편을 보고 빨리 보고싶어 가슴이 벌떡거렸
던 기억도 난다.
바로 이 영화를 며칠전 30여년만에 다시 보았다. 1시간 40여분되는 영화를 보는데는 대단한 인내력을
발휘해야했고, 이 영화 역시 할리우드의 히트작 <러브스토리>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은 소녀를 찾아오는 소년. 그 소년의 모습과 드라마 <제5공화국>의 그 대머
리아저씨 <이덕화>와 오버랩되면서 심각해야할 장면에서 실소가 터져나온다. 그러고보면 <이덕화>는
흘러가는 세월에 적응하며 연기변신을 참 잘 한 배우다. 물론 <임예진>도 그렇지만...
이 영화에는 조연으로 <김보연>, <신구>, <김윤경>, <문오장>이 나온다. 김보연은 <김복순>이란 본명으
로 임예진의 친구로 등장하는데. <춘향전>에 비유하면 “향단이”역할이다. 물론 지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청순한 소녀의 얼굴이다. 그런가하면 연기파 배우 <신구>가 새파랗게 젊은 얼굴로 이덕화의 형으
로 나온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게 한이되어 동생만은 공부를 시키겠다고 이를 악다문 형으로 열
연하는데, 이 대목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맞어... 그 시절에는 동네마다 동생들을 위해 희생하는 저런
형이나 누나들이 있었지... ”
열여섯살때 본 영화를 마흔이 휠씬 넘은 나이에 다시 보니, 영화가 코메디로 변해 있다. 남학생과 여학
생이 한 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당하고, 남학생, 여학생들과 같이 빵집에 갔다는 이유로 여선생
(김윤경)이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장면등은 격세지감을 넘어, “어 저 시절에 정말 그랬나?”하고
의문이 들 정도였고, 요즘 TV푸로에 “코메디 소재”로 활용하기조차도 힘들 정도였다. 영화를 다 본 후
“저런 시절에 학창시절을 보낸 나도 참 옛날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긴 한숨이 밀려왔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이자 꽃같은 모습이었던 <임예진>, <이덕화>, <김보연>도 쭈글쭈글한 아저씨, 아
줌마가 되어 때로는 푼수를 떨어가면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세상에 세월만큼 공평한
것도 없다(악취미)라는 생각도 들고, 추억만 남겨놓고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세월이 참 밉기도 하고...
- text by 매르맥크/燦
첫댓글 매르맥크님 오랫만입니다. 추억을 되씹어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나도 그때 부영극장에서 보았던 것으로 기억이 나네요. 물론 고등학생 신분으로ㅋㅋㅋ
안녕하세요 선배님~ 초등학교 후배이면서도, 간혹 모임에서 만나면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 그러나 이곳 게시판에 올리시는 글이나 사진을 통하여 항상 만나뵙고 있습니다. 휴가철입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즐거운 날 되십시요 ^^
ㅎㅎㅎ 그땐 정말 그랬었지요. 정말 세월은 공평하구요.그런데 임예진님은 나이 먹고 나는 안먹었다는 생각이 착각인줄 알면서도 왜 자각은 안되는지요.ㅎㅎ
반달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 무렵 학생들 임예진 나오는틴 영화를 참 좋아하고 많이 보았는데 전 단 한편도 보질 않았네요.왜 그랬는지 아마도 좀 유치하다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제가 좀 조숙했나 봅니다. 임예진님은 지금 보아도 비교적 고운 모습 아닌감요 ^^
나도 얄개전이니..틴영화는 영화관 가서 본적이 없다는...TV에서 가끔 본것이 전부이고..무엇보다 틴 스타중에 눈길가는 남배우가 없었다는게 큰 이유
훈장님과 바이올렛님은 그 당시에 이미 그런 영화를 볼 나이가 지난 것 아니었나요? ㅎㅎㅎ 저는 그런 영화들이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나와서 참 재밌게 보았습니다. ㅎㅎ
당시는 부르스리 영화가 한획을 그었지요?? 76년이면 하아~ 용산시외뻐스..ㅎㅎㅎ
1976년이면 용산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던 시절이었나 보죠? 저는 그때는 부산에 살았기때문에 잘 모릅니다. ^^;
용산 시외버스터미널은 1990년대에도 있었자나요... 용산 시외버스터미널엔 무슨 관련된 사연이 있길래...?
저는 낄 군번이 아니지만서도... 초중고 시절에 진짜진짜 시리즈를 티브이에서 본 기억이 나서... '어른이 되고팟던' (팟... 오타 발견하고 즐거워 합니다 ㅋㅋㅋ) 카피가... 참 재미있네요.ㅋㅋㅋ
네 예전 포스터들을 보면 그런 예가 종종 있답니다. ㅎㅎㅎ
고교생이 분식집 갔다고 타학교 선생한테 파출소로 연행되던 시절도 있었읍니다!지금생각해도 무고한 학생을 지위와 나이로 억누르던 그 선생,경찰 열받습니다!!
70년대 영화 <바보들의 행진>을 보면... 그 시절 세태가 참 잘 묘사되어 있지요. 그래도 분식에 갔다고 처벌하는 것은 참 너무하네요 ^^
다 생각이 스쳐가는군요. 그 당시 임예진씨는'여학생'이란 잡지의 표지 모델로도 나왔었던 기억입니다. 그 때가 전성기 아녔을까요
임예진씨는 아역배우출신이었습니다. 1969년작 김지미주연의 <렌의 애가>라는 영화를 보면 고아소녀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후 <여학생>의 표지모델로 나왔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요 이 영화 찍을 당시가 그녀의 전성시대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