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추계예대 문창과 수시합격 한 최슬기입니다.
<문장>....사실 저의 문장은 미완성이었기에 선생님께서 수기를 제안하셨을 때 머릿속엔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 마음을 수기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문장 학원을 다녔던 13개월 동안이 저는 선생님들을 많이 힘들게 한 학생이었습니다.
말없이 학원도 안 나가고 말대꾸하고 결과에만 연연하고.....아마 선생님 혈압 200은 올려드린 주범이었을 것입니다. 선생님...죄송합니다 ..ㅠㅠ
저는 마땅히 꿈은 없는데 서울로는 가고 싶고, 딱히 잘하는 것은 없는데 자존심만 센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저는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학원 노트를 보았고, 무작정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문장 학원에 처음 글을 배우러 온 날.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과 선배님들 모두 백일장을 나가서 학원엔 저와 선생님 두 분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때다 싶어 선생님께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다 물어보고 진짜 선생님 옆에 꼭 붙어서 첫 작품을 완성 시켰습니다. 지금 보면 웃음만 나오는...작..품....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백일장부터 내가 제일 선배가 되어 가는 백일장.
저는 그 차이에서 엄청난 부담을 느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고3 수험생과 고2의 차이? 이정도 쯤 이겠지만 그 압박감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고2때 선배님들과 백일장을 가면 장려나 참방을 받아도 ‘나도 선배님들 실력 정도 됐을 때는 장원, 차상 정도는 받겠지’ 하며 그저 웃었습니다. 그리고 고3때 시상대에서 웃고 있을 저의 모습을 상상하며 선배님들을 축하해줬죠. 하지만 입시를 코앞에 둔 저의 고3 시작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그렇다할 대학 백일장 장원에 상금까지 받으며 선배님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데 맨날 옛날에 썼던 시 돌려쓰기나 하고 있고... 칭찬 받은 표현 조금씩만 바꿔서 또 쓰고 있고 .... 하지만 저는 게으른 제 자신을 탓하기보다 친구들을 질투하고 시기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왜 상도 못 받는데 대회를 그렇게 많이 나가느냐’ ‘그 대회 결과는 언제 나오느냐’ 라고 한마디씩 하셨고 제가 수업시간에 졸기라도 하는 날엔 ‘네가 상 좀 타더니 대학 벌써 갔냐’ 라고 까지 말씀하셨습니다.
또 예대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저에게 더 좋은 대학 알아봐 줄 테니 그런 곳으로 가라고 설득하기 까지 하셨습니다.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견디지 못했고, 건강도 악화되는 바람에 입시를 앞둔 5월 학원을 그만 두고 말았습니다. 그때 조금 더 열심히 했다면 더 좋은 대학을 갔을 텐데, 후회가 좀 됩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수시 철은 저에게 고역이었습니다. 솔직히 수능을 쳐봤자 돈만 아까울 것 같고 빨리 입시가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 앞에 있는 전문대에 원서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상 타놓은 것으로 문예창작과 한 군대를 넣어보라고 하셨습니다.(무시 할땐..언제고..)
문창과 있는 대학을 찾아보는데 제가 넣을 수 있는 학교는 추계예대 밖에 없었습니다.
수상실적100% 반영.....
실기도 없고 면접 또한 그리고 제가 제일 자신 없는 성적...학.생.부. 전혀 미반영
but 하지만 2명 뽑음...........................
제가 문장학원을 다니면서 받은 실적을 두 개 넣고 아무 생각 안했습니다. 그냥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저는 수상실적 2개가 대학을 갈 수 있는 합격티켓이 될지 정말 몰랐습니다.
지방에 있는 전문대에 그냥 가느냐, 서울에 있는 4년제 예술대를 가느냐. 그걸 판가름 짓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상이었더라고요. 추계예대에서 인정하는 상이 있고 저는 거기에 포함되는 상 두 개를 내서 합격했답니다. 누가 믿겠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그렇게 대학에 붙었습니다. 만약 그 상마저 없었다면 저는 서강정보대 학생이 되었겠지요.
편안한 마음으로 원서를 냈기에 솔직히 붙을 건 예상도 못했고, 성적이 좋지 않아 전문대 호텔조리학과에 합격했기에 겨울부터 요리학원...에 다닐 생각이었습니다. 마음을 놓고 있으니 한결 편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는 날.... 수험번호와 주민번호를 7번인가 쳐봤습니다.
매번 파란색으로 ‘합격’이라는 글자가 떴습니다. ...... 잘못 나온 줄 알았습니다. 내가 서울이라니......4년제라니.....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진짜 감격이라는 게 이런 건가하고 느꼈습니다....그리고 문장학원이 내게 참 큰 선물을 줬었다는 걸 늦게야 깨닫고 감사했습니다.
혹시 이 수기를 읽으면서 제가 대학을 쉽게 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제가 합격한건 정말 운이 좋았지만 저는 결코 쉽게 가지 않았습니다.
비록 몇 개월이었지만 제가 한참 상이 한꺼번에 터질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저 보고 그때처럼 하라고 하면 저는 다시는 그렇게 못할 만큼 열심히 했습니다. (끈기가 부족했지만..)
쉽게 포기하고 끈기 없는 성격 탓에 그게 얼마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저도 열심히 했을때가 있었습니다.......끝까지 포기하지마세요....적어도 저는 13개월을 버텼잖아요. 제가 후배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뿐입니다....
문장은 저에게 너무 흔한 비유지만 롤러코스터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긴장감과 짜릿함 뒤에 남는 후회, 아쉬움 그 모든 것을 가르쳐준 곳이기 때문이죠...
입시학원에 다니면서 힘든 게 당연한 거고 고3이 스트레스 받는 게 나중에 웃는 것인걸 뒤늦게나마 깨달았습니다.
학원 다닐 때에도 제대로 된 글을 써보지는 않았지만 필사조차 하지 않은지 6개월....
이제 서서히 다시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오지만 이젠 입시가 아니니 웃으며 해보려고 합니다.
항상 좋은 충고 해주시는 4기5기 선배님들 ㅠㅠ
언제나 호되게 야단쳐서 최고로 만들려고 노력해주시는 최금진 원장님, 학원을 그만두고도 장문의 문자로 격려해주시고 용기를 주셨던 문지원 부원장님 그리고 대회마다 새벽에 눈 부비고 오는 저희를 환하게 맞아주시는 노양식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젠 포기하지 않는 문장녀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첫댓글 슬프다 열심히 했자나 그래도
슬기는 시를 아주 잘 쓸 때 스스로 좌절하고 포기했었다. 조금만 더 그 시기를 참았더라면 더 좋은 대학에 넣을 수 있었다. 그래도 대단하다. ㅋㅋ 13개월동안 고생했으니, 1년은 넘겼잖아. 내가 듣기론... 아마.... 네가 다닌 학원 중에 제일 오래 다닌 학원이었다면서? ㅋㅋㅋㅋㅋ너 같은 애들이 이번에도 몇 있었다. 에고 그런데 진심으로 말해줘도 못 알아듣고, 지금 죽쓰고 있는 애들이 몇 있다. 왜 조금만 참으라면 그걸 못 하는지. 하여간, 너는 잘 되어서 다행이다. 원래 실력이 있었으니, 대학 가서도 인정 받을 거다. 그냥 너 쓰고 싶은 말, 시 쓰면 될 거야. 천천히 시집, 소설집 좀 읽어두거라. 이젠 대학생이잖아. ^^ 놀러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