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희망을 보다
기간제 교사의 교단일기
명예퇴직으로 30여년 근무한 교단을 떠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30여 년 간 학생들과 함께 하는 생활은 보람도 많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짜증도 나고 힘들 때도 많았다. 서툴지만 젊음의 열정으로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고, 경력이 쌓이면서 학생지도나 학습지도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던 시절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열정과 자신감이 떨어져 이젠 젊은이들에게 물려주고 떠나야할 때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너무 틀에 박힌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내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보고자 퇴직을 신청했었다. 막상 퇴직을 하고 돌아보니 교직생활은 정말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고 내가 교직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운이 너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가경중학교에서 한 달 간의 선생님을 구한다는 전화를 후배 선생님에게서 받았다. 학교가 그립기도 하지만 내가 충분히 전임 선생님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신임이 두터운 후배의 부탁이라서 수락은 했지만 걱정이었다.
내가 퇴직할 당시 요즘 중학교 학생들이 가장 질서가 없고 제멋대로이며 선생님 말씀을 안 듣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반항하는 학생들이 많아 어떻게 지도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어 왔다. 퇴직당시 선생님들 간에 우수갯소리로 ‘북한 김정일이가 남한을 쳐들어오려고 해도 중학교 2학년이 무서워서 못 쳐들어 온데요.’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었으니 고등학교에만 근무했던 나는 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가경중학교에 와서 학생들과 대하고 보니 정말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생들은 단정하고, 욕설하는 학생을 발견하기 힘들고, 그런 학생을 발견한다 해도 타이르면 공손히 ‘죄송합니다’하고 반성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무한히 기뻤습니다.
무엇보다 교장, 교감선생님을 비롯해서 모든 선생님들이 합심해서 부단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후배 선생님의 설명이다. 2년 전만해도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교장 교감선생님의 지지와 성원으로 모든 선생님들의 토론과 합의를 도출하고 공감해서 새로운 학교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선생님들께서도 조금이라도 거친 언어나 작은 폭력조차도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을 시대에 맞게 변화한 지도방식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설득과 인내로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전 같으면 일이년만 근무하고 다른 학교로 전근 가시겠다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될 수 있으면 더 계시고 싶으시다는 분이 많다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관리자들의 철학과 마인드와 선생님들의 공감대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요즘 학생들의 지도는 설득만으로는 도저히 안 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구나.’ 라고 나의 생각도 고쳐먹게 되었다. ‘명령과 권위로 행정이나 학생지도를 할 때는 이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의 일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름다운 가경중학교를 만들어 가느라 고생하신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한 달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가경중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행복했습니다.
첫댓글 뉴스에서 기분 좋은 소식만 보기를 바라는데 정말 희망이 보이는 흐믓한 이야기네요~~매섭게 추운겨울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