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김보성 부회장입니다.
지난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태안반도로 자원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알게 모르게 많은 분들이 조용히 알차게 다녀오신 분들도 계실 텐데 이 감상글을
올리는 것이 좀 쑥스럽기는 합니다만,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말에 만난
태안지역 주민의 말이 하도 가슴에 찡하게 남아서 이 글을 올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냥 놀려오셔도 됩니다. 미안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오셔서 그것도 가능하면
많이 들 오셔서 신발바닥에라도 묻혀가시면 저희를 돕는 길입니다......"
지난 주중부터 강추위가 몰려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토요일(26일) 이른 아침 고속도로
에서는 영하10도를 가리키더니 햇살이 환하게 펴오른 아침부터 급격히 온도가 오르면서
이내 0도 전후로 내내 날씨가 바람도 잦아들고 화창했습니다.
6시30분부터 부랴부랴 준비해서 7시경에 양평집을 출발하여 태안으로 향했습니다. 경부와
안성-평택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를 지나 서산IC로 빠져나가니 9시가 넘었는데, 이때부터
전세버스를 이용해 봉사활동을 하러 태안으로 향하는 행렬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만 그러고
말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정말 많은 사람들이 환경재앙의 복구에 일조하려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훈훈해졌습니다.
우리 가족 네명은 대부분의 차량행렬이 향하는 알려진 곳을 피해서 만리포해수욕장 1Km 직전에
옆으로 빠져서 '파도리'동네로 들어갔습니다. 마침 딸아이 가인이의 풀무학교 학부모집이 그
근처라 갔습니다.
땅쪽으로 움푹 패인 해안가에 당도하여 작업준비를 하는데, 이미 자원봉사자들을 맞이하는
채비는 꽤나 잘 준비되었습니다. 방제용 작업복과 장화, 장갑 등이 지급되어 각자 발에 맞는
신발을 골라 신을 수 있었습니다. 점심식사도 주민들에 의해 제공되고 있었는데 반찬과 국이
매우 맛이 좋았습니다. 물론 우리 가족은 지역주민 부담을 안드리려고 김밥을 준비해갔습니다.
뭐 중요한 것은 그냥 마음만 가져가면 누구라도 반기고 고마와 합니다. 부담갖지말고 가셔도
됩니다......ㅋㅋ
밧줄을 타고 절벽을 내려가 처음 접해본 자갈밭해안은 겉보기에 상당히 복구가 된 느낌입니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10시30분 상황에서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딸은 붙박이 큰바위를
닦고 막내아들은 기름묻은 작은 자갈들을 닦았습니다. 해가 점차 환하게 대지를 비추면서
지표면 온도가 올라가니 좀전까지만해도 하얗게 보였던 바위들이 모래밑에서부터 녹아 흡착되는
기름으로 시커멓게 표면이 아래로부터 점차 덮여갑니다. 일행 중 지난달에 봉사활동 왔던 분이
말씀하시기를, 그때보다 더 나아진 것이 없는 상태같다는 겁니다.
아직 바닷바람이 매서워 나무장작을 모아다 불피우고 돌을 녹여가며 기름을 닦기도 했지요.
점심먹고 다시 내려와 더 구석진 해곡으로 들어가니 세상에....오염된 이후로 아직 손길이
한번도 닿은 적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두터운 기름찌꺼기가 파도에 차여 해안바위 윗부분 여기
저기에 자연채색의 오염풍경화를 그려놓았더군요. 우리 아들 석인(초등4)은 tv로 보던 광경보다 더
참혹한 오염의 현장에 망연자실하더니 오후 내내 혀를 끌끌 차면서 자기 옷이 더렵혀지고
지치는 줄도 모른채 진지하게 걸레닦기에 열중하였습니다.
우리가족은 미리 연락하여 가장 물때가 잘 맞아 작업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날을 택해
갔습니다. 오후4시가 조금 지나 옷을 갈아입고 돌아오는데, 얼마나 많은 지원차량들이 왔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계속 정체되고 있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의 주선으로 알았는데, 지정된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서를 써오니 오고 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마지막 톨케이트 사무실을 통해 다 돌려받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뭐 이것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친절한 배려덕에 얻은 수확이지요.....ㅎㅎ
다음날 아침 자고일고난 우리 가족들은 모두 팔다리 근육통을 호소하면서 아파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그 고통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오리고기 파티로 제 지갑을 털기는 했지만 말이죠....
앞에서 인용한 태안주민의 말처럼, 주말이나 설 연휴를 이용해서 가족들과 함께 태안 어디에라도
다녀오세요. 봉사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어 온 느낌입니다. 여건이 허락하시는 분들은
평일날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것도 참 보람되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보았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처럼 여기고 태안지역을 다녀오고 있다는 사실에 맘이 즐거워집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감사합니다......
첫댓글 수고 +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