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dubai유油
-태안 반도 * 1
김양숙
물결이 일었다 발소리 죽이며 뱃전을 더듬었다 불빛은 꺼진 지오랬다 수은주는 더 이상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자꾸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기름이 거울 속에서 흔들렸다 저벅거리며 상괭이*와 뿔논병아리사이를 헤맸다 기름 뒤집어 쓴 패리카나 한 마리 본적 있다 그때 우린 걸프해안의 일이라고 티브이tv속에 가둬 버렸다 선지덩이들이 만리포 모래톱으로 쏟아지고 일순간에 휩싸였다 한참동안 하늘이 눈을 뜨지 못했다 사람들은 헤드폰을 쓰고 볼륨을 높였다 게와 고둥의 울음소리에 파장이 일었다 고둥은 죽어갈 것이다 게들은 벌써 죽어있다 아무도 닻을 올리지 못했다 자갈이 옆구리에 문신을 새겼다 이곳은 구겨진 여자의 배꼽처럼 죽어 갈 것이다 철 지난 겨우살이처럼 말라 갈 것이다
고백하자면 2백6십5센티미터cm고무장화 끌고 산을 넘었다 장화 안에서 2백2십5센티미터cm의 발이 닳았다 밧줄 두 개에 붙들렸다 구겨진 위장이 흔들거렸다 끝내 갈매기소리 들리지 않았다 소나무가 꺾인 바람을 세웠다 타르덩이를 끌어안고 누워있는 자갈들. 어디서 봤을까 목을 꼬는 사이 망막 안쪽에 접혀있던 소리도**가 정적을 깨트렸다 손등으로 낡은 얼룩을 지웠다 얼룩 사이에서 찾아낸 고동 하나. 번들거리는 기름을 쓰고 무지갯빛을 낸다 그러나 속지 않았다 사는 것과 죽지 못한 것 사이에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고동은 허베이 스피리트호***를 넘을 수 있을까 아침에 먹은 김밥이 치밀어 올랐다 명치끝에 썩은 물의 길을 냈다 잠입하기엔 몸통이 너무 크다
*상괭이: 돌고랫과의 포유동물哺乳動物
**소리도: 여수시 남면 소재
***허베이 스피리트호: 태안반도에서 기름 유출한배의 이름
첫댓글 뜻 있는 봉사에 고통은 따랐겠지만 얼마나 아름답고 보람 있는 삶의 실천인가. 잘했어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