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백석을 그리워 하며
-일곱해의 마지막-김연수장편소설-문학동네
華曇 정순덕
책 속의 낱말풀이
노죽:남의 마믐을 듣기 위하여 말, 표정, 몸짓, 행동 따위를 일부러 지어내는 일
굼떼다:매우 느리다
도글도글:작은 믈건이 자꾸 가볍게 굴러가는 모양을 나타냄
감실감실:등이 먼 곳에서 어렴풋이 자꾸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겁석거리다:고개나 몸을 가볍게 많이 자꾸 숙이다
거볍다:무게가 적다
걸탐스레:무엇을 받아들이려는 의욕이 강한 데가 있거나 몹시 강하게
잔자룩하다:가라앉아 조용하다
염량세태炎凉世態: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좆고, 권세가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 인심
고박하다:(사물이) 예스럽고 질박하다
질박하다:꾸밈이 없이 수수하다
까끈하다:성질이나 태도가 깐깐하고 끈덕지다
메꿎다:고집이 세고 심술궂다
마가리:'오막살이'의 방언
메시근 하다:미지근 하다의 방언
몰취미:취미가 전혀 없음
굼떼다:굼뜨다. 매우 느리다
똥겨주다:살며시 암시를 주어 일깨워 주다
거연하다:크고 의젓하다
감때사납다:매우 험상궂고 사납다
검질기게:끈기가 있고 질기다
감실감실:잔털 따위가 조금나서 군데군데 가무스름한 모양을 나타내는 말
늠실늠실:액체나 바람 따위가 조금 크고 부드럽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궁근 소리:크고 깊은 소리
궁글리다:이리저리 돌려서 너그럽게 하다
너슬너슬:굵고 긴 떨이나 풀 따위가 부드럽고 성기게 난 모양
걸탐스레:무엇을 받아들이려는 의욕이 강한 데가 있거나 몹시 강하다
묵새기다:별로 하는 일이 없이 오래 묵으면서 날을 보내다
고박하다:예스럽고 질박하다
예) 질그릇이 고박하다
나줏손:저녁 때의 방언
개포가->개포:개의 방언
성엣장:물위에 떠서 흘러가는 얼음덩이
가댁질:서로 잡으려고 쫒고 피하며 뛰 노는 짓
양자귀?
조마구?
패사적?
새하마노?
오체르크:실제로 있었던 일을 적은 문학. 예술성 보다는 내용의 흥미를 앞세운다.
1957년 부터 1963년 까지. 백석(백기행)시인의 이야기를 소설화 했다. 북한의 체제 속에서 자유로운 영혼, 백석이 시인으로 살지 못하고, 번역가로 살면서 급기야 삼수에 있는 협동조합에서 염소와 양을 키우며 살게 되는 슬픈 이야기이다.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닌 언어에 의해 쓰이는 운명 인 줄 모르는 작가동맹 위원장 병도는 체제에 빌 붙어 출세를 했지만 그도 역시 추방 당하는 신세가 된다.
병도는 작가대회에서 '시인은 시위날의 프랑카드를 높이 쳐들은 행렬의 기수가 아니라 인간 정신 내부의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들, 매 개인의 다양한 개성, 그리고 특히 이 모든 것들을 조성하는 힘을 우람차게 노래하는 가수' 라고 말 한 적도 있었다.
러시아의 시인 빅토르의 아내였던 벨라에게 자신이 쓴 시작 노트를 건네 준 것은 시가 세상에 알려지기를 원했던 것일까? 아마도 압수 당하지 않았다면? 주옥 같은 백석의 시를 우리가 더 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순수문학의 잔재가 남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이해하지 못했던 백석.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 슬픔을 모르는 인간, 고독할 겨를이 없는 인간, 그게 바로 당이 원하는 새로운 사회주의 인간형이라고 친구 준은 말 한다. 또 준은 시바이 (연극, 속임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개조의 본질이라고 말 한다. 시바이를 할 수 있다면 남고, 못 하면 떠날 수 밖에 없고, 모두가 시바이 하고 사는 세상에서 자기를 속이고 글을 쓸 수 있겠냐고 묻는다.
백석은 자아비판도 받는다. 자아 비판은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자백하는 것이다.
고백 : 숨긴 일이나 마음속에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솔직히 말하는 것.
자백 : (해당 기관이나 조직 또는 남들앞에서) 자기가 저지른 죄과에 대하여 스스로 고백하는 것 또는 그러한 고백.
상허도 다른 작가들도 훗 날 백석도 그렇게 해서 추방 당한다.
상허는 최선을 선택 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 고통받은 뒤에야 그게 최악의 선택임을 알게 되는 것. 죄가 벌을 부르는 게 아니라 벌이 죄를 만든다고 말한다.
우리 어렸을 때 유랑극장에서, 라디오에서, TV에서 만담이 나왔다. 재밋어 했다. 잠깐 만담꾼 신안남의 만담을 보며 추억도 되살아나고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슬픈 내용의 이 책을 읽으며 재밋어 한 대목이다.
삼수군 관평리 독골에서 요행이 인민학교 교원 진서희를 만나 가끔 아이들 동시를 짓는 것을 도와주는 일이 생긴다. 기행은 땅 설고 물 선 삼수에 와서 천대와 멸시 속에서 목장 일을 배울 때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머나먼 나라와 사람들에 대한 기사들. 자신이 죽고 나서 백 년이 지난 뒤의 세상에서도 신문에 실릴 것 같은 기사들을 읽으며 위안을 삼는다. 밤이 되면 붙일 수 없는 편지나 전에 썼던 시, 죽음에 대한 글을 공책에 썼다가 찟어 난로에 태우며 비로소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행은 소박한 꿈 세가지를 친구 현에게 말했다. 하나는 시집을 한 권 내고 제목은 사슴이면 좋겠고, 하나는 시골 학교 영어 선생이 되었으면 좋겠고, 또 하나는 착한 아내와 두메에서 농사짓고 책 읽고 사는 것 이라고.
마지막 장은 어디에서도 오지 않고,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는 천불이 나, 골짜기가 빨갛게 타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백석
의 뒷 모습으로 끝난다.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글 쓰지 못 하는 세상에서, 강요로 오체르크를 써야 하는 시인 백석. 유폐된 시인의 무력감 외로움을 느꼈다. 세대를 잘 못 타고 난 시인 백석의 삶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백석 시인이 미치지 않고 농장에서 삶을 마감한 것은 발표하지 못하는 글이라도 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언젠가는 지상에 발표 할 날이 오겠지 ...기다리며 살았던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두 번을 읽고나서야 그 깊고 아픈 상처를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