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20일 수요일 새벽녁
일어나자 마자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비가 오지 않았다
얼마나 고마운지
내마음과 몸이 바빠졌다
부산 언니한테 보내려고
냉이와 씀박이는 좀 뜯었는데 시간이 없어 쑥은 못 뜯었다
새벽녁부터 비가 온다고 소식에 못내 아쉬웠는데
착하게 살아서 그런가봐 비가 안오네 해더니
울 민희 뭐여하면서 학교로 가고

상아야 너가 알아서 출근해 장조림 해 놓았다 밥먹고 가
어디가는데 비 안온다 쑥 캐려 갈려고 그만해라 엄마
안되 보내는 김에 쑥도 좀 보내야지
어디를 또 보내
부산 이모한테 보낼거야
아~~그래 후닥가소 하는 상아가 한마디 덧붙이는 말
그렇게 좋나
응
바로 들로 나갔다

날씨가 흐려서 비가 내릴것만 같았다

바람도 불었다
8시경 비가 조금씩 내렸다
조금이라도 더 해야겠다고 한눈도 못팔고 쑥을 뜯는데
어디선가
민희 엄마 커피 한잔 마시고 해
언니 나 여기 있는줄 어떻게 알았어요

부엌에서 바라다보니까
누가 비오는데 나물 뜯나 싶어 자세히 보니
우리동네 민희 엄마 말고 또 누가 있겠어
봄비 맞으면서 모닝커피 한잔 같이 하고 싶어서
해이즐넛 커피 내려 가지고 왔지
참 살만한 세상이다 언니
안시켜도 커피 배달이 오고 ㅋㅋ
저기 보이는 하얀 이층집언니 부엌에서 보면 이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 불어서 우산이 날리다
얼른와

따뜻하게 마시고 해
이런 언니의 마음을 내어찌 잊으랴 감사 감사에 비가와도 좋고
비맞고 뜯으면 더 좋고
정성드려 내린 따뜻한 커피 마시니
몸도 따뜻해지더이다
사실은 비바람에 춥기도 하고
그만해야하나 갈등하고 있는 순간에 언니가 왔음당 ㅋㅋㅋ

분위기 너무 좋다 언니
언니 우리동네 이사 너무 잘 왔다
이런 날도 있네
헤이즐넛 커피향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네

아침 안먹었지
이것 먹어 주머니에서 마가렛트 과자
이런 언니의 마음을 내어찌 잊으랴 감사 감사에 비가와도 좋고
비맞고 뜯으면 더 좋고
정성드려 내린 따뜻한 커피 마시니
몸도 따뜻해지더이다

봄비 내리는 들녁의 아침
부러진 우산속에 해이즐넛 커피 두잔 놓고
살아가는 이야기 잠시 하다가

비오는데 그만해 하면서 돌아가는 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고마워 언니야
언니가 우리동네 살아서 넘 좋다

삶에 멋을 아는 언니와 커피를 마시고
때로는 나에 넋두리를 들어주는 언니가
늘 볼때마다 민희 엄마 웃자
그래도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자는 말을 자주 해 준다
이런 언니가 내곁에 있어 좋다
봄비가 내리는 오늘도
언니가 나에게 선물한 고마움과 행복한 순간들이 모여서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게 한다
2013년3월20일 수요일 아침 헤이즐넛향이 가득한 모닝커피 한잔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