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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예술의 활용
- 예술 융·복합을 활용한 시 창작사례(7)
김철교(시인, 평론가)
13. 판타지 문학
판타지는 실재적인 대상이 없어도 창조될 수 있으며, 현실과 아무런 구속이나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어진다. 판타지 문학은 무의식에 기초한 ‘낯설게 하기’를 특징으로 하고 있으나, 보편성과 진정성이 있어야 설득력이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기반 체험에서 - 그것이 직접체험이든 간접경험이든 – 선택하고 정제하여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초자연적인 현상은 정신분석학적 문제로 접근할 수 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판타지란 이미 있던 것을 새롭게 보여주는 것, 표면적인 현실의 뒷면에 있는 감춰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의식에 축적된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경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판타지 예술의 기반이 된다.
“넓은 의미에서 모든 문학작품은 판타지며, 리얼리즘은 현실인 척하는 판타지, 판타지는 꿈인 척하는 현실”이라는 미국의 아동문학가 알렉산더 로이드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묘사하는 리얼리즘은 나라, 시대, 문화적 배경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묘사하는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판타지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인 사랑, 미움, 희망, 선과 악을 묘사하기 때문에 시대와 나라, 인종에 상관없어 보편성을 띠는 것이다.”(이수경,『판타지문학의 비밀』, 중앙미디어북스, 2018, 18-43쪽. 참조)
판타지의 울타리 안에는 민담, 신화, 전래동화, 아동문학 등은 물론 공상과학소설까지도 들어있다. 요즘의 사이버스페이스(cyber space)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도 판타지 문학의 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어떤 문학작품 중에서도 시는 모두 판타지라 할 수 있다. ‘시(詩)는 판타지로 창조되지만 현실의 영상(影像)이다. 마치 화초의 줄기가 뿌리에서 자라나고 꽃은 줄기 위에서 피니, 꽃이 결국 뿌리의 양분으로 피는 것과 마찬가지다. 꽃은 줄기와 뿌리보다 아름답다. 그러나 꽃은 역시 뿌리의 양분으로 줄기 위에서 피는 것이니 결국 현실 위에서 발화된 것이다.’(권환, 『시와 판타지』, 온이퍼브 발행 e-book, 2018. 참조)
14. <이브의 그림> 읽기
초현실주의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영향을 받아 등장하였다. 초현실주의 기법의 중심에 있는 자동기술법에 필자는 한때 매료된 적이 있었다. 또한 꿈속에서 선명하게 보았던 과정을 시로 옮기기도 했다. 자동기술법으로 쓴 시를 가필과 정정을 거쳐 완성하려 했을 때, 적지 않는 부분이 손을 댈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무의식이 수정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고나 할까.
맨 처음 자동기술법을 접하게 된 것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를 공부할 때였다. 특히, 학부에서 황동규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예이츠의 초기 시’로 졸업논문을 썼을 때에 접한 예이츠의 자동기술법에 매료되어, 난해하기 그지없는 ‘비전(A Vision)’ 읽기에 도전하였다가 중도에 그만둔 경험이 있다. 다만 우주의 운행, 역사의 전환, 인간 삶의 순환 등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것과, ‘인간은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에서 갇혀 있으며, 어떤 계기가 되어 수레바퀴가 깨지면, 확장(행운)되거나 축소(불행)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 ‘인류문명은 상반된 성격이 2천년을 주기로 전환기를 맞는다는 것, 즉 기원전 2천년의 그리스 로마 문명시대, 그리스도 탄생 후 2천년의 기독교 문명시대, 그 이후에는 또 다른 성격의 문명시대가 열린다’는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학생들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상담전문가과정 3학기, 코칭전문가과정 3학기)을 공부하면서 프로이트와 융에 대해 큰 관심을 가졌다. 제3시집 『달빛나무』(시문학사, 2006)의 「제1부 그림자」에 수록된 13편의 시는 자동기술법을 활용하기도 하면서 꿈속의 경험을 시로 쓴 것이다. 「나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꽃뱀가족」, 「그믐이 피우는 꽃」, 「이브의 그림」, 「무의식 속의 그림 한 장」, 「달의 부화를 기다리며」, 「투명한 불을 켜야 해」, 「꿈속의 하얀 십자가」, 「무덤가의 사진첩」 등이다.
머리를 잘라내도
여전히 웃고 있다
나는 작은 새가 되어
구렁이 입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 구렁이에
손과 발이 생겨났다
이브가 만든 걸작이다
- 김철교 <이브의 그림> 『달빛나무』(시문학사, 2006) 전문
어느 날 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머리맡에 놓아둔 노트에 쓴 것이다. 느낌은, 징그럽거나 무섭지 않고, 참 좋았다. 민속에서 구렁이의 꿈은 태몽이나 재물 및 권력을 암시한다고 하지만, 시인은 기독교 입장에서 죄를 짓고 뱀과 하나가 되는, 말하자면 자신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회개하고 오히려 구렁이를 통제하여 손과 발이 생겨나서 구원을 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뱀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는, 뱀같이 영리하라는 성경의 말씀도 기억하면서.
마태복음 10장 16절에 의하면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뱀의 간교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둘기의 순결함으로 깨끗해진 지혜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많다. 뱀은 고대 이집트를 비롯하여 중동에서 지혜로운 동물로 여겨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뱀의 지혜로움은, 간교함에서 사악함을 제거한 지혜로 해석할 수 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을 유혹한 그 지혜는 지혜 중의 지혜일 것이다. 그러한 지혜를 담되 사악한 것, 불순한 것을 비둘기의 순결함으로 제거한 지혜라고 할 것이다.
15. <맨해튼의 사랑이야기 – 인디애나의 조각 ‘LOVE’> 읽기
다음 작품은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인디애나의 조각 <LOVE>에 걸터앉아 깜빡 졸았을 때에 경험을 재빨리 노트에 썼던 것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의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Robert Indiana, 1928~)의 작품은 ‘숫자’와, ‘포옹’, ‘사랑’과 같은 짧은 문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단어가 가진 고유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간결하고 문학적 상징이 내포된 기하학적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인디애나 조각 <LOVE>
뉴욕 맨해튼 5번가
인디애나가 강철로 세운 사랑 앞에서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을 때
누군가 갑자기 글자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넓고 넓은 사막 가운데 큰 접시가 있고
하얀 글씨들이 가득 담겨 있네요
영어 알파벳, 한글 자음 모음
그밖에도 알 수 없는 문자들이
접시에서 계속 솟구쳐 나오고
LOVE, 사랑, AMOUR, LIEBE······
여러 가지 단어들이 하늘 높이높이 올라가
어디론가 날려가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로
사랑을 생산하고 있어요
접시에서 끝없이 솟아나는 글자들이
사랑을 만들 수 없을 때
지구는 그때에 비로소 문을 닫겠지요
- 김철교 <맨해튼의 사랑이야기 – 인디애나의 조각 ‘LOVE’>(무제2018, 시와시학, 2018) 전문
복잡하고 난해한 메시지보다도 때로는 아주 단순한 그림이나 시구(詩句)들이 감성에 호소하는 힘이 크다는 것을 인디애나의 작품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시인은 이러한 인디애나의 ‘LOVE’라는 단순한 단어의 조각 앞에서, 넓고 넓은 사막으로 날아가는 행복한 꿈을 꾸었다. 사막이 아름다웠던 것은 시인이 젊은 시절, 만 1년 반 동안, 고운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진 아라비아 사막의 경험 덕분이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담맘 시에 있었던 국제그룹 종합기획실에 근무한 적이 있다.
잠깐 조각에 걸터앉아 졸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끌어 당겨 아라비아 사막으로 떨어졌다. 내가 젊었을 때 좋은 마음으로 사귀었던 여인들이, 젊은 그때 그 모습으로 아라비아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다가 나를 보자 달려왔다. 그러나 젊었을 때, 만지고 싶고 안고 싶었던, 가슴 두근거리는 그 느낌이 아니라, 고요하고 푸근한 만남이었으며 성적 욕망이 없는 행복한 재회였다. 아마도 우리가 천국에 가면 이승에서 껄끄러운 관계로 만났던, 특별한 관계로 만났던, 그런 기억들이 다 맑고 밝은 감정으로 승화되지 않을까 싶다.
사막 가운데 있는 자그마한 오아시스에서 바라보는 건너 편 모래 언덕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크고 작은 모래 폭풍들이, 작고 둥근 모래알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만들어 놓은 곡선을 보면,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사막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하얀 접시가 놓여 있고 거기에서 형형색색의 모래 알갱이들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위로 올라가면서 점점 커지더니, 각국언어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16. <황금 수련 - 클림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 읽기
미국 뉴욕에 있는 노이에 갤러리의 대표작품이여서 팸플릿 및 안내판 등에 꼭 실려 있는 그림이 클림트가 그린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I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I)>로, 이 미술관 주인이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3천 5백만 달러에 사들인 그림이다. 황금연못에서 아델이 수련처럼 피어오르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아델이 그림 속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려진 부분은 아델의 얼굴과 손, 어깨 부분이 전부다. 나머지는 장식적인 무늬와 패턴으로 처리하고 있다. 클림트가 추구한 이런 장식은, 클림트가 방문한 적이 있는 이탈리아 라벤나 산 비탈레 교회의 비잔틴 양식으로 된 모자이크 벽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비잔틴 회화에는 성모나 예수, 성자들이 등장하는 반면 클림트는 세속적인 여자를 그려 넣었다.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속의 여인 아델(Adele Bloch-Bauer, 1881-1925)은 비엔나 은행가의 부인이면서 클림트의 연인이었다. 아델은 상류층 출신의 여성이면서도 클림트를 위해 매우 관능적인 그림의 모델이 되어 주었다. 또 그와 정신적인 사랑뿐 아니라 육체적인 사랑도 나눴을 것으로 추정된다. 클림트는 나체와 성을 대담하게 표현하면서 당시의 관중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다가 사후 50년이 지나서야 재평가를 받았다. 오늘날에는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고가의 미술품 반열에 오르고 있다.
온통 황금으로 범벅이 된
몽실한 가슴을 헤집고 들어가면
여러 개의 방들이 마련되어 있지요
오른쪽 방에서는
현대구 신사동 44번지 아줌마가
어젯밤 꽃제비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안주삼아
친구들과 포도주를 마시고 있구요
왼쪽 방에서는
배불뚝이 아저씨가 연신 아가씨를 애무해도
그녀 얼굴에는 피곤만이 가득합니다
손에 들고 있는 수표들은
빳빳이 살아있는데
몸뚱이는 비록 불구지만
(불구가 아닌 사람, 이 세상에 있을까마는)
보는 이마다
에로스를 덧칠하는 붓질로
값비싼 그림 속에서
영생을 즐기고 있는 아델레
클림트의 따뜻한 시선으로
지금도 황금연못에서
수련으로 피고 있습니다
비록 검고 깊고 냄새 고약한
시궁창에 뿌리 내리고 있어도
- 김철교 <황금 수련 - 클림트 ‘아델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1’> (『무제2018』, 시와시학, 2018)전문
*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아델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Portrait of Adele Bloch-Bauer)>, 1907, 캔버스에 유채와 금, 138x138Cm,
뉴욕 노이에 갤러리(Neue Gallerie)
뉴욕에 있는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한 후, 호텔에 돌아와 잠시 잠든 사이에 필자는 그림 속의 여인을 만나 그녀의 품에 안겼다. 갑자기 그녀의 가슴속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그녀의 양쪽 유방 속에는 각각 하나씩의 방이 있었다. 한쪽 방에서는 늙수그레한 유한마담들이 포도주를 마시면서 젊은 제비들과 있었던 이야기들을 서로 경쟁이나 하듯 야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다른 방에서는 돈푼깨나 있어 보이는 늙은 남자가 젊은 여인과 발가벗고 뒹굴고 있었다. 클림트의 문란한 여자관계와, 현대의 타락한 성문화에 대한 뉴스들이 서로 엉겨 꿈속에서 편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약한 시궁창에 핀 황금수련을, 역겹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필자는 웬일인가?
17. <마지막 등불 – 모네‘수련’> 읽기
‘인상주의’하면 떠오르는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영원한 인상주의자’로 자처하며 평생을 살았다. 모네의 작품들은 파리의 마르모탕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 가장 많이 걸려 있다.
모네가 수련을 그렸던 곳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 지베르니이며, 1890년에 정착한 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 가까이 연못 위의 수련을 그리는 일에 몰두했다. 필자가 찾아갔을 때, 집 앞 널따란 정원에는 기화요초가 만발하였다. 모네는 “내가 유일하게 잘 하는 두 가지는, 그림 그리는 일과 정원 일이다”라고 할 정도로 정원 가꾸기에 혼신을 다했다고 한다. 모네는 직접 연못과 일본식 다리, 정원 등을 가꾸면서 자연광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하는 색채를 화폭에 담았다. 2백 50여 편에 이르는 수련을 그렸다고 한다.
지구의 중심을 향해 연못 속으로 풍덩
긴 여행을 떠난다
깜깜한 동굴을 지나면
환하게 펼쳐지는 용궁
용궁에서는 각의가 열리고
환경부 장관이 브리핑 중이다
썩은 사과가 되어가는 지구
그 지구를 파먹고 사는, 그것도 모자라
영혼을 마귀에게 팔아
환락 속에 뒹구는 해충들을
어떻게 박멸할 것인가
논의가 한창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용궁까지 침범할
저 벌레들
브리핑 차트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에덴동산은 생명나무도
사과나무도 없는 사막이 되어
돌아갈 길마저 없어졌다
거대한 잿빛 건물 안에서
남과 남, 여와 여가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남녀들이 벌거벗고 엉겨붙어
섹스 스포츠가 열리고
스탠드에선 남녀노소 열광하고 있다
개정판 콜로세움이
여기 저기 세워지고 있다
아직 수련 꽃은
저 거대한 진흙탕 속에서도
마지막 등불을 켜고
그분을 기다리고 있는데
- 김철교, <마지막 등불 – 모네‘수련’> (『무제2018』, 시와시학, 2018) 전문
* 모네(Claude-Oscar Monet, 1840~1926, <수련 (Waterlilies)>, 1916~19, 캔버스에 유채, 150x197Cm,
마르모탕 미술관, 파리.
모네의 집, 연못에 걸쳐진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버드나무 그림자들이 물위에 비취고 수련 꽃들이 피어 있었다. 갑자기 다리가 아래로 점점 내려가더니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어느 용궁에 이르렀다. 사람과 물고기들이 행복하게 어울리고 있다. 물은 마치 우리가 지상에서 공기를 마시듯, 있는 듯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속에 지어진 용궁은 모네의 집을 닮았다. 벽에는 일본 그림들과 모네가 그린 그림들 그리고 모네의 애장품들이 품위 있게 진열되어 있는 방에서 회의가 열린다고 하여 참석했다. 우리 내외는 지상의 대표로 참석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환경오염으로부터 용궁을 지킬 것인가 하는 것을 논의하였고, 미래의 지구 모습을 체험하는 시간도 가겼다. 현재와 미래를 분리하고 있는 벽을 지나, 길을 한참 따라가니 옛 에덴동산 터가 있다. 나무들은 다 베어져 버렸고 가로수들도 시들었으나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큰 야외경기장에서는 벌거벗은 남녀들이 누가 오래 섹스를 하나 시합이 열리고 있고 스탠드에서는 술을 마시며 관전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또 다른 경기장에서는 동성애 경기가 열리고 있는데 남과 남, 여와 여가 누가 더 자극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시 용궁에 돌아온 회의 참석자들은, 어떻게 하면 에덴동산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갑론을박이 벌어졌으나 정답은 좀처럼 도출되지 않는다. 아직은 수련 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데 미래는 너무 암담하다. 막다른 골목으로 달려가는 현대를 구할 방법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