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을 바라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탄을 금치 못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세월은 흘러, 산하는 붉게 물들었기에 창경궁에 위치한 춘당지로 향하였다.
창경궁 후원에 위치한 춘당지는 주변의 지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긴 타원형으로 만들어졌고, 호수 옆으로는 폭2m 정도의 산책길이 있었는데, 물과 땅의 경계에는 청사초롱을 설치하여, 이곳이 임금의 공간이었던, 범상치 않은 곳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산책로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다가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니, 호수 중앙의 작은 섬과 산책로 주변의 나무들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메마른 나뭇잎들은 바람도 없는 공중에서 힘없이 떨어지고 있었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어 그 의미를 되새긴다.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춘당지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온실 앞에서부터, 팔각칠층석탑과 남쪽 안내소까지를 걸으며, 가을의 정취에 젖어 보지만, 성철스님의 말씀과 같이, 구름처럼 생겼다가는 없어질 것 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