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놓여있네.. 어머니는 내일 아침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이를 먹을 수 있네..' 김창완은 이렇게 노래했다. 간간한 고등어 구이와 따끈따끈 밥 한 공기... 한국인에게는 입맛 돋우는 식단이다.
하지만 이스탄불 사람들에겐? 고등어 구이는 밥이 아닌 빵 속으로 골인해 샌드위치가 된다. 터키말로는 발륵 에크멕(Balik Ekmek)이다. 그것도 에미뇨뉴 선착장에서 흔들거리는 배 위에서 구워 파는 바로 그것! 하지만 고등어 케밥은 에미뇨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카라쿄이에도 있고, 위스크다르에도 있고 사마티아에도 있다.
이스탄불 사람들에겐 배를 타고 퇴근하는 승객들의 출출함을 덜어주는 간식거리다. 여행자들에게 고등어 케밥은 '머스트 이트' 아이템인 듯하다. 심지어 라마잔 기간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목격했다.
고등어 케밥은 터키식 바케트인 에크멕 반 조각을 반으로 갈라 속에 채썬 양파와 양상추와 구운 고등어를 넣으면 끝! 레몬즙과 소금을 간간히 뿌려 먹으면 된다. 터키 사람들은 피클 주스나 코카 콜라를 곁들여 마시고, 관광객들은 콜라를 곁들여 먹는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패스트 푸드라 들고 서서 먹거나, 근처 계단 위에서 앉아 먹어도 된다.
고등어 케밥에 대한 평은 가지각색. 아무리 레몬즙을 짜넣어도 비려서 못먹겠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꾸 먹어도 질리지 않아 매일 먹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먹어보지 않고서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지 모를 일이다.
고등어 케밥의 대표 브랜드는 뭐니 뭐니해도 갈라타 다리 왼쪽 편 동동 떠 있는 배 위에서 오스만 전통 조끼를 입은 남자들이 구워내는 것이다. 배에서 갓 잡은 생선을 구워낸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대부분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란다. 한국과 달리 냉동 생선보다는 활어 구이를 즐기는 이스탄불 사람들에게 고등어는 비교적 싸고 서민적인 생선이라 할 수 있다.
세 척의 배가 나란히 파도 위에서 서 있다. 흔들거리는 배 위의 화덕에서 열심히 고등어를 구워낸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이랄 것도 필요 없이 머리 수 대로 고등어 케밥을 가져온다. 콜라를 주문했다면 부지런히 캔 콜라를 가져다 준다. 허겁지겁 레몬즙 뿌려가며 먹은 후 서서 기다리는 다음 손님을 위해 서둘러 일어나게 된다.
에미뇨뉴에서 갈라타 다리를 건너면 카라쿄이. 트램역 왼쪽 편에 어시장이 있다. 펄떡펄떡 뛰는 도미인 추푸라, 아가미를 젖혀 '신선도'를 자랑하는 레브렉이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두 가지 대표 생선은 에게해의 양식어장에서 주로 생산된다고 한다. 멸치같은 함시, 명태 사촌 메즈깃, 보스포러스에서 잡힌다는 이스타브릿, 연어, 참치, 새우와 오징어는 물론 이름 모를 생선들이 눈길을 끈다.
카라쿄이 어시장 입구의 손수레에서도 고등어 케밥을 굽는다. 생선 굽는 냄새에 살짝 식욕이 당기지만 구경 먼저 하고 먹어지 하고 패스! 어시장 끝에 의외의 생선 식당이 있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의자와 탁자를 자유롭게 늘어 놓은 곳. 천막 안 화덕에서 생선을 튀기고 굽는다.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려 앉아 고등어 케밥과 오징어 구이, 생선 튀김을 시켜 먹어도 좋을 듯하다. 에미뇨뉴와는 또다른 분위기다. 일단 시장판에서 허겁지겁 먹어야 할 것같은 불안감은 덜하다. 웨이터 아저씨들도 '에스 플리즈'란 영어 한 마디 밖에 못하지만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한다. 적어도 테이블에 앉아 갈라타 2층 다리며, 날아드는 갈매기를 경치 한 번 볼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는 있다. 물론 이곳 역시 좌석 회전율이 빠르므로 다 먹고 나서는 서둘러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에미뇨뉴, 카라쿄이, 사마티아,, 위스큐다르..... 어디서 먹어보든 고등어 케밥의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인이라면 고등어 반찬을 밥이 아닌 빵에 곁들인다는 발상의 전환에만 익숙해지면 비린 맛은 좀 덜 느낄 것이다. 이것 먹으면서 매콤한 겨자를 곁들인 간장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한국에서 짐 쌀 때 조그만 초밥 간장을 챙기라고 권한다면 너무 극성일까?
고등어 케밥 또는 발륵 에크멕, 또는 피쉬 샌드위치....
에미뇨뉴 선착장에서 흔들거리는 배 위에서 굽는 고등어 케밥.
참으로 큰 화덕에 고등어를 많이도 굽는다.
카라쿄이 어시장 앞의 손수레 고등어 케밥 아저씨.
카라쿄이 어시장 끝의 서민레스토랑.
천박 안에서 고등어 구이는 물론, 멸치나 오징어도 튀겨 판다. 선택의 폭이 넓은 편.
얼마만이냐, 보들보들 오징어 튀김. 그런데 이 한 접시에 10리라다.
첫댓글 와 오징어튀김 비싸다 ㅎㅎㅎ 저는 되네르 케밥이 젤 좋아요 아직도 덜 먹고 온 것 같아요.. 이태원 한번 가야겠다 ㅎㅎㅎ
터키인들도 간단한 외식 메뉴로 되네르 케밥을 많이 먹어요. 좀 큰 식당에선 밥 위에 되네르 고기릉 얹은 '필라프 우스튠 데 되네르' 가 있어요. 매콤한 고추피클과 같이 먹을 수 있어 한국인의 입맛에도 아주 잘 맞죠. 이태원 터키 식당, 우리 남편 한국 갔을 때 가봤는데... 이스마일이 ''이건 되네르가 아니다'' 라고 합디다.... 외국 여행 중 찾은 한국 식당에서 제대로 된 한식을 먹기 힘든 것과 같은 이유겠죠? 그래도 실말할 때 하더라도 가보세요. 요샌 맛이 더 좋아졌을지도 모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