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로환은 일제 침략기로부터 널리 알려진 배탈, 설사의 명약이다. 그 정로환에 숨겨진 비화가 있다. 러일전쟁(1904년 2월 ~1905년 9월)이 한창일 무렵, 러시아의 세력을 중국에서 몰아내기 위해 만주로 출정한 건강한 일본 군인들은 며칠 만에 죽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에 놀라 죽은 군인들을 면밀히 살펴보니 그 원인이 만주의 수질이 나빠서 생긴 배탈, 설사에 있었다.
이런 사실을 보고 받은 일왕은 하루 빨리 배탈, 설사를 멈추게 하는 좋은 약을 만드는 것이 보국하는 길이요, 왕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전국에 칙명(勅命)을 내렸다. 왕의 말 한마디가 목숨과도 같았던 그 시절, 일본 제약사들은 앞다투어 약을 만들었는데 그 종류가 무려 수천가지에 달했다. 그 중 다이코신약에서 만든 약이 효능이 우수해 이 약을 복용한 만주의 일본 군인들은 더이상 배탈, 설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왕은 이후 이 약의 이름을 일본이 러시아를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해서 ‘칠 정(政)’자와 러시아를 의미하는 일본식 발음 ‘이슬 로(露)’자를 사용해 ‘정로환’(政露丸)이라 지었다고 한다.
올해는 러일 전쟁이 이 땅에서 일어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지금 인천 앞바다에 러일전쟁을 기념하는 배들이 지나고 있다. 다시는 이 땅에 외세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김희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