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Latinholic & Peruholic 라틴홀릭&페루홀릭
 
 
 
카페 게시글
♪ 대한민국 스크랩 새조개와 봄나물의 만남
이반코 추천 0 조회 17 09.08.24 00:5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겨울철부터 4월까지 여수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은 그 맛에 흠뻑 빠져버린 것이 새조개 살짝 데침요리일 것이다. 여수시내 어디를 가도 새조개 요리가 흔하지만 특히 문수동 세자리식당에서 새조개는 특별한 만남이다.

 

먼저 탱탱한 새조개, 한 입 가득 머금을 정도로 큰 크기에 압도를 당한다. 거기에다 봄향기가 물씬 풍기는 햇쑥과 돌미나리, 달디단 돌산 시금치, 소불(부추)을 푸짐하게 갖다놓고 펄펄 끓은 육수에 넣어서 살짝 데친다. 이것을 건져서 초장에 찍어먹는다. 그 봄나물만 먹어도 보약이 따로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 식탁까지 찾아온 봄의 향기는 코끝을 절여버린다.

 

살짝 데친 새조개를 대파와 고추, 마늘, 양파를 생된장에 찍어서 봄똥이나 상추에 넣어서 싸먹을 때는 세상 누가 부럽지 않다. 초장 대신 3년 동안 김칫독에서 삭힌 묵은 김치를 곁들이면 색다른 맛이 묻어난다.  여기에 소주 한 잔이면 더욱 감칠맛을 더해준다.

 

 

오죽 그 맛이 별미였으면 여수에 근무하는 대기업 임원은 서울 지인들에게 이 맛을 보여 주기 위해 비행기로 서울로 공수하였다고 한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겨우내 황토 땅에서 햇빛 충분히 받고 자란 돌산 시금치이다. 돌산갓김치가 유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해풍을 먹고 자란 시금치이어서 새조개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새조개는 따로 누구를 대접할 수 없다. 순간적으로 데쳐지기 때문에 각자 한 마리씩 젓가락으로 집어서 20초 가량 담궜다가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쩜 가장 식사의 민주화가 이뤄진 음식이 아닐까 한다.

 

그런 새조개 요리와 만남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아쉬움이 많다. 값이 싸질 때 많이 먹어야 더운 여름을 대비한 보양식이 될 것이다. 세자리식당은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손님이지만, 아주머니 홀로 음식을 준비하시기 때문에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고 스스로 음식을 내오거나 술을 가져온다. 이 식당을 짓기 전, 이름처럼 옆에서 자리가 세개인 실내마차였다고 한다.

 

 

새조개가 있어서 겨울을 심심치 않게 보내는 여수사람은 그래서 행복하기만 하다. 뭐니뭐니해도 먹는 것이 최고이다는 자부심이 오늘도 여수를 살기좋은 동네로 만들고 있다. 

 

그 모양이 새의 부리처럼 닮아서 새조개이지만 1년생이어서 꼭 이 때 아니면 못 먹는 해산물 요리이다. 깊은 바다 찰진 갯벌에서 옮겨다니면서 살아간다는 그 새조개는 철새처럼 날아서 우리 곁으로 날아왔다 4개월만에 떠난다. 올 겨울을 기다리면서 그 맛을 혹시 잊어버릴 것 같아, 여운을 남겨두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