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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의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두 교황 - The Two Popes >
여기,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잘 알려진 존 요제프
라칭거(앤서니 홉킨스 분)와,
그의 뒤를 이어 교황 프란치스코가 되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조너선 프라이스 분)의
일련의 만남을 극화한 작품,
< 두 교황 -The Two Popes > 이 있습니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은(inspired) 작품
< 두 교황 > 은 오프닝 시퀀스에 이어,
중세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의 일화를
현대적으로 연출하며,
로마와 아르헨티나 속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지요.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으로,
세계 각국의 가톨릭 추기경들은 콘클라베를
위해 바티칸으로 모입니다.
세번의 투표까지 치룬 끝에 명예욕이 가득한
야심가 독일 출신의 라칭거가 교황직위를
얻게 되지요.
엄격한 규율과 기준을 바탕으로 정통 가톨릭
신앙의 수호에 나섰던 베네딕토 16세...
하지만 그의 보수적인 행보는 많은 신도들로
하여금 가톨릭교회를 외면하게 만들었죠.
급기야 교황청 내부 비리와 가톨릭계 성 추문
등이 적나라하게 담긴 책이 발간되어 전 세계가
흔들립니다.
책이 출간되는데 극비문서를 전달한 교황의
최측근 집사가 체포되고, 교황이 직접 임명한
바티칸 은행장은 해임되지요.
이 전무후무한 교회 스캔들의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했던 베네딕토 16세...
2013년, 결국 그는 가톨릭 역사상 600여년 만에
자진해서 교황직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오묘한 섭리일런지요...
비슷한 시기,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스스로가
짊어진 마음의 짐과 함께 주님의 명령을 실행해
온 추기경 베르고글리오는,
베네딕토 16세의 내심을 모른 채 사임을
청원하기 위해 교황청을 방문하죠.
오랜 준비 끝에 교황이 되었지만 교회의 추락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깨닫고,
베네딕토 16세는 자신과 다른 길을 걸어온
베르고글리오를 후임으로 설득코자 합니다만...
다른 신념과 다른 목표, 다른 성격에 다른 취향을
가진 두 성직자가 일주일간 함께 지내는 동안,
교황 자리를 서로 양보하는 우정어린 핑퐁게임의
결론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요.
'나치 출신' 이라까지 비난받던 베네딕토 16세
일지언정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떠나야 할 때를
알았던,
무엇보다도 라이벌을 인정할 줄 아는 그는 역시
대범한 거인입니다.
베르고글리오 또한 '리더가 되기를 소망하지
않았으므로 훌륭한 리더가 되었다' 는 역설을
보여주지요.
진정한 대화란 이런 것일까요.
농담 같은 선문답을 주고받다가도, 신념과
철학 앞에선 한 치 양보 없이 설전을 벌입니다.
그렇다고 서로의 약점과 고통을 함부로 들추지
않지요.
각자 마음 속 깊이 묻어둔 비밀을 힘겹게 꺼내
보일 때는 진심어린 힐링의 헌사를 건넵니다.
하여,
신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두 사제의 진솔한
대화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동시에 상대방의
실수를 용서하는 '구원의 과정' 으로 화하지요.
그저 말의 참맛, 그 성찬 뿐이 아닙니다.
마치 남의 고해성사를 듣다가 자신의 영혼마저
정화되는 것 같은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되지요.
해서, < 두 교황 > 은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다름과 또 같음'에 관한
하모니로 울려옵니다.
보수와 진보, 전통과 변혁 등 가치관이 서로
너무 다르지만,
또 묘하게 닮은 두 사람의 밀고 당김과
화학적인 화합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축으로
자리하지요.
2012년,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바티칸에
"추기경직을 사임하고 남은 여생을 평신부로
봉사하겠다” 는 내용의 사직서를 보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그는 직접
바티칸으로 가서 이를 해결하고자 로마로
떠나게 되지요.
콘클라베 이후 6년 만의 재회는 바티칸이 아닌
교황의 여름별장,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카스텔 간돌포에서
둘 만의 시간으로 이뤄집니다.
한 사람은 정통교리의 수호자 교황으로,
또한 다른 한 사람은 거리의 신부로서,
두 사람의 성정과 태도, 인식은 너무 큰 괴리를
드러내지요.
하지만, 교황의 날카로운 창과 추기경의 둥근
방패는 대화가 길어질수록 상대에 대한 존중과
경청으로 바뀌어갑니다.
"추기경님이 날 가장 비판하는 사람 중
하나이잖소?
일거수일투족이 비판처럼 보여요.
하다못해 (끈 풀린)신발까지도요."
은근히 날선 교황의 지적에 "제 신발이 마음에
안드세요?" 라며 슬며시 웃어넘기는 추기경
베르고글리오...
그는 사퇴를 간청하지만 왜그런지
베네딕토 16세는 계속 외면하지요.
한데, 교황은 놀랍게도 추기경에게 사임을
알리면서 후임을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난 의무를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더 이상 성 베드로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없어요!
추기경님이 최적격입니다.
교회엔 변화가 필요하고 당신이 그 변혁의
지도자가 될 수 있어요!"
뜻밖의 폭탄성 제의에 깜짝 놀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납득시킬 대상은 저 한 사람이 아닌,
바로 12억 명의 신도들로,
교황 권위가 영원히 손상될 문제이기에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지요.
"잘못 판단하셨어요, 교황님은..."
베네딕토 16세는 외칩니다.
"그만! 조용히 하시오!"
교황의 뜻이 워낙 확고했지만 추기경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군사 독재정권의
'콘도르 작전(더러운 전쟁)' 에 타협하며,
당당히 전면에 나서지 못한 채 신부들을
보호해주지 못한 전력을 들어 사양합니다.
교황은 설득하지요.
"하느님과 함께 우리는 움직이고 살며
존재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은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일 뿐이죠.
하지만 그분이 계시지요, 인간이셨던..."
아울러 "늑대가 나타났다고 목자가
도망갑니까?
과거에 잘못은 누구나 저지르는 일,
하느님은 다 용서해주십니다“ 라고 하면서,
납치, 고문당한 신부이외 다른 신도들을
무자비한 학살로부터 구하기 위해 남몰래
활동한 점,
그 사건 이후 속죄하는 마음으로 빈민들을
굽어살피고 그들의 뜻을 위해 일한 점 등을
들어 추기경의 잘못을 사해주지요.
그리고, ”하느님은 세상에 새 교황을 보내 전임
교황의 잘못을 바로잡으신다" 는 말과 함께,
"내가 못다한 개혁을 추기경께서 어떻게 잘
헤쳐나가는지 보고 싶소" 라고 간절히 이릅니다.
교황의 뜻을 확인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그러면 두 명의 교황이 있게 되는 거냐고 묻자,
베네딕토 16세는 명확하게 답하지요.
자신은 사라지고, 영원히 ‘침묵의 화신’으로
남겠다고...
그러면서 베르고글리오에게 고해성사를
부탁하며 무릎을 꿇으려 하자,
추기경은 교황을 의자에 앉게 해 바티칸
추문을 은폐하고자 했던 잘못에 대한 용서의
기도를 해줍니다.
재임 중 한번도 대중앞에 서지 않았던
베네딕토 16세...
그는 비로소 바티칸 대성당 관광객 속으로
들어가서 격의없이 어울리지요.
비서가 말리려 하자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교황님이 이제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며
가만 놔두라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후 2013년 2월, 베네딕토 16세는
라틴어로 된 사임서를 낭독하지요.
추기경들에게 안좋은 소식을 전할 때는
라틴어가 가장 좋은 언어라고 한 자신의 말을
입증이나 하듯이...
세상에서 가장 영적이고 지혜로운 두분의
사적이고도 내밀한, 허심탄회한 대화를
듣는 것은 행운이자 축복이지요.
"교황님, 자연에 멈춰 있는 건 없습니다.
심지어 주님도 마찬가지에요."
"그분이 늘 옮겨다니시면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저희도 돌아다녀야겠죠!"
"오! 돌아다니다 보면 주님을 만날 수도 있겠지요.
추기경님도 꼭 소개하리다..."
"고해를 하면 죄지은 자의 영혼은 씻길지 몰라도
희생자를 돕진 못해요.
죄악은 상처이지 얼룩이 아닙니다.
치료받고 아물어야 한다고요.
용서만으론 충분치 않습니다..."
헬기에서 교황청 정원사에게서 받은 식물
'오레가노' 를 보여주며,
"제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애쓸 뿐입니다" 라고
얘기하는 베르고글리오에게 교황은 에둘러
답하지요.
"인기가 좋군요. 난 내 모습으로 다가가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던데..."
베네딕토 교황은 요즘 주님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털어놓지요.
"주님의 음성을 듣는 영적인 보청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 너스레를 섞으며 말입니다.
교황은 홀로 식사하고, 또한 피아노를 치지요.
또한 TV 형사물 드라마 역시 혼자서 보며
잡념을 잊고자 합니다만...
그런 교황의 모습은 너무 고독해 보입니다.
신비스럽고 성스러운 존재로, 오랫동안
혼자로만 있어야만 하는 까닭에,
교황은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나중에 만약 교황이 된다면 뭘하고 싶냐" 는
교황의 질문에,
베르고골리오는 "저라면 일단, 혼자 식사하지
않겠다"라고 답합니다.
예수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빵을 나누었듯
민중 속으로 들어가라는 조언이겠죠.
"개혁에는 정치가가 필요합니다.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격은 자리를 탐하지
않는 거죠."
베르고골리오 추기경은 삶도 변하고 주님도
변하듯, 교회도 변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합니다.
"인생의 고단함과 덧없음으로 교회가 있지요.
한데, 교회가 더 이상 이 세상의 일부가
아닌거 같습니다.
함께 하고 있지 않아요, 연결돼 있지도 않고요.
지구는 파괴되고 불평등은 암처럼 커져가는데,
교회에서는 미사를 라틴어로 하는 게 좋을지
여자아이들을 복사로 허용할 것인지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진짜 위험은 언제나 내부에,
우리 안에 있는데도 말이죠."
영화는 카톨릭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베르고골리오 추기경의 입을 통해서
전하고 있는 게지요.
베르고골리오의 화답에 교황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습니다.
화면 속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역시나
베르고골리오답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뭏든 베르고골리오에게는 그만의 방식이
있고, 베네딕토 교황에게도 그만의 방식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다를 뿐이지,
틀린 건 아니었으니까요.
영화의 메시지는 자못 진중하지만,
끝내 유쾌함을 저버리지 않지요.
영화 피날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함께 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침 독일 대 아르헨티나 결승전의 빅매치였죠.
두 교황의 '본방사수'는 물론 상상의 산물이지만,
그 허구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합니다.
흔연스런 미소가 절로 머금어질 정도로 자신의
나라를 응원하는 두 교황의 모습은 끝까지
인간적이죠.
환호했다가 실망하고, 소리질렀다가 탄식하고...
그러나 그게 사실 우리의 본래 모습 아닐까요.
아마 예수님도 그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상 최고의 권위인 교황에서 내려오려는
사람, 그리고 추기경을 사퇴하고자 하는 사람,
이 두 성직자가 던지는 화두와 진실의 언어는,
자신의 신념과 개성을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최대한 아끼고 배려하며 주고받는
말들의 교향곡으로 울려 퍼지죠.
영화 < 두 교황 > 은 '두 교황' 에게 면죄부만을
주고자 함이 아닌,
두 사람의 진솔한 면,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점까지 들이대지만,
이 모든 것이 그만큼 두 사람의 치열한 삶을
살아왔음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수와 진보, 리더십, 권력의 무게와
책임 이란 명제를 놓고 티격태격하던
'두 교황' 은,
오랫동안 가슴을 짓눌러왔던 각자의 약점을
마침내 고백하지요.
아울러 그 약점은 단순한 주홍글씨가 아니라,
보다 나은 인간, 혹은 가톨릭의 미래 지도자가
되기 위한 변화의 계기와,
동시에 서로가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교황 역시 신이 아닌 인간일 뿐으로, 변화와
타협의 기로에서 늘 고뇌하고 있다는 것을,
또한 그런 고민은 혼자 힘만으론 풀 수
없다는 걸 말이죠.
< 두 교황 > 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초반
간돌포성에서 '두 교황'이 대화를 나누던 중,
베네딕토 16세의 스마트 워치에서 시종 울리는
“멈추지 마세요. 계속 움직이세요(Don't stop,
Keep going)”라는 건강 알람 멘트일 것입니다.
이 은유적 메시지는 어쩌면 가톨릭 교회가
“멈추지 말고 계속 변화해야 한다”는 경구가
아닐런지요...
하여, 극 중 마음 깊이 울려오는 성경 말씀을
고이 품게 합니다.
“두려워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이사야 41:10)
1. 영화 < 두 교황 - Two Popes > 예고편
https://youtu.be/2GnUrI0W6Jw
영화 < 두 교황 > 은,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 보헤미안 랩소디 >, < 다키스트 아워 > 의
각본을 쓴 앤서니 매카튼이,
세상에 알려진 두 사람의 신념이나 발언에
기초해 두 인물의 논쟁을 재구성했습니다.
< 시티 오브 갓 >(2002), < 콘스탄트 가드너 >
(2005) 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브라질 출신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얘기하지요.
" < 두 교황 > 은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그린, 관용과 용서에 관한 영화입니다."
< 두 교황 > 은 프란치스코와 베네딕토 16세의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춥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옅고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베네딕토 16세는 물론, 많은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진취적이고 소탈한 성격의
프란치스코 인간미에 몰입케 하지요.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는 < 시티 오브 갓 >
이라는 액션 스릴러 영화로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죠.
무법천지 도시의 갱단을 그리던 그가 교황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 간의,
'일대일 대화와 대결(?)' 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박진감이 넘치죠.
그렇다고 서로 상처를 주거나 피를 쏟는 싸움은
결코 아닙니다.
자신의 신념과 개성을 좀처럼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우아하게
주고받는 말들의 심포니이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어온 사적 인생사를
알아가는 것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탱고를 열심히
추었으며, 민주화에 역행하는 일을 하기도
했죠.
플래시백으로 삽입되는 젊은 날의 교황의
오류와 영예가 하나하나 쌓여 지금의
존경스러운 지도자가 된 것입니다.
세계를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정은
다큐멘터리 장면으로 삽입되지요.
한국을 방문하는 장면도 짧게
들어갑니다만,
그렇게...
두 거인들의 고뇌와 결심은 인생사의
아이러니와 정의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끌어줍니다.
< 두 교황 > 은 극 초반,
2005년 폴란드 출신으로 27년간 교황으로
전세계의 존경을 받던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으로 새로운 교황을 뽑기위한 콘클라베와
함께 합니다.
20세기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로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중 오랫동안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직을 맡았고,
평생 정통 가톨릭 신앙 수호에 매진해 왔던
독일 출신의 라칭거 추기경이 유력한 것으로
예측되죠.
그는 오랫동안 신학교수로, 신앙(교리)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피아노 연주의 권위자일
정도로 귀족적인 성향입니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서민적이고 예수회 출신답게 농담을 좋아하는
소탈한 성격이지요.
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첫대면을 하는데,
베르고글리오가 흥얼거리자 라칭거는
“그게 무엇이냐?”고 물어봅니다.
베르고글리오는 환한 웃음으로 스웨덴 그룹
아바의 ‘댄싱 퀸’이라고 답하죠.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드는 라칭거,
교황 후보에 오른 추기경이 도대체 품위없이
‘팝송'을 흥얼거린다는 표정으로 나갑니다.
그러다, 가톨릭에서 가장 엄숙하고 장엄한
콘클라베의 시작과 함께 웅장하게 변주된
‘댄싱 퀸’이 흘러나오는 광경은,
천주교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미장센으로
펼쳐지지요.
콘클라베에서는 요한 바오로 2세 후계자로
알려진 라칭거 추기경이,
예상을 뒤엎고 1차가 아닌 3차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돼,
'베네딕토 16세' 로 즉위합니다.
이렇듯, 콘클라베에서 이변이 벌어진 것은
너무 보수화된 천주교에 대한 반발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 중심 인물이 바로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였음을 나타내지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은 그런 '두 교황'의
틈을 잘 파고 들어가 팩션 드라마 < 두 교황 >을
직조해냈습니다.
둘 사이에 있었을 법한 대화와 무엇이 그들의
오늘을 있게 했는지,
무엇이 그들의 장점과 약점인지,
그리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가장 현명한
결론을 맺을 수 있었는지,
그 모든 양상들을 감각적인 섬세함으로
디자인했지요.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카메라 워크는 엄격하고
근엄해보이는 바티칸 시티의 모습을 마치
남미의 어두운 도시를 그리듯,
거칠면서도 자못 신선하고 에너제틱하게
담아냈습니다.
두 사람은 교황청의 여러 구역을 옮겨가며
얘기를 나누죠.
교황의 여름 별장과, 바티칸으로 향하는
교황 전용 헬리콥터 안,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시스테나
성당 홀과 제의실(새로 선출되는 교황은 여기서
교황 복장으로 갈아입음),
그리고 은퇴한 교황의 자택 등에서 입니다.
이렇게 장소를 옮겨가면서,
두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난제,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현안, 개인적 고민과 상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지요.
< 두 교황 > 은 극 중 ‘두 교황’ 을 연기한
유능한 두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조너선 프라이스를 공들여 조명합니다.
독일인 특유의 치밀함과 강인함과,
아르헨티나 사람에게 내재된 여유와
솔직함이 조화로이 아우러지면서,
마치 진짜 두 교황의 모습을 보는
느낌을 받게 되지요.
- https://www.dailymotion.com/video/x7k2agp
< 두 교황 > 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본명을 대면서 비행기표를 직접 예약하려고
하자,
통화하던 직원이 교황 사칭인 줄 알고
"웃기네요" 라며 끊어버리는 시퀀스로 그 막을
열어가지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향 팀인
'CA 산 로렌소' 의 팬일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극 중간중간 깨알같이 축구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축구에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베네딕토 16세는 무덤덤하지요.
경비병에게 길거리 피자와 환타를 배달시켜
나눠먹는 장면에서,
베네딕토 16세의 식사기도가 끝날듯 말듯
길어지자 피자를 집으려다 다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의 인간적인 모습,
교황의 라틴어 퇴임 연설을 듣고 제대로 들은게
맞냐며 웅성대는 추기경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을 씻으며 흥얼거리던
'댄싱 퀸' 을 콘클라베 개최 장면과 맞물려
장엄하게 변주하는 등,
영화 곳곳에 흔연스런 유머가 녹아있어서
잔잔하게 웃을 수 있는 구간이 자못 존재하지요.
월드컵 결승 중계 관람 직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님을 쳐부술 준비가
되었습니다" 대사는 이중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물론 두 교황의 대결 구도가 아닌,
축구시합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만...
아울러, 두 교황이 관전하고 있는 방 바깥에
붙여놓은 촛불이 살짝 꺼지는데,
초반부에 베네딕토 16세가 성구로 촛불을
껐을 때처럼 연기가 밑으로 퍼지지 않고,
곧게 올라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베네딕토 16세가 "주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다" 고 탄식했던 시점과는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미장센이죠.
< 두 교황 > 은 흑백과 컬러, 다양한 화면비를
가진 이미지와 영상을 교차시키며 영화의
리듬감을 형성합니다.
극 중 '두 교황' 은 비틀즈 이야기를 하다가도
교회의 의미를 되짚고,
길거리 음식을 배달시켜 먹으며 교회의
미래를 논하기도 하지요.
피아노를 사랑하는 라칭거와 열정적인
축구광 베르고글리오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
또한 자주 포착됩니다.
'두 교황' 의 영적인 고뇌를 감싸주는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
시스테나 성당에 처연히 울려퍼지는
알레그리의 '미제레레(Miserere)' 등
클래식 음악은 물론,
콧노래와 함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변주되는
아바의 '댄싱 퀸(Dancing Queen)',
중의적인 표제의 'Nobody knows the
trouble I've seen',
흥겹게 아우러지는 남미 음악 '베사메 무초
(Besame Mucho)'와 '벨라 차오(Bella Ciao)',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출신 다운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의 춤 솜씨를 빛나게
해주는,
디노 살루치의 'Tango para mi padre y
marialuna',
그리고, 교황의 피아노 연주로 흐르는
비틀즈의 '블랙버드(Black Bird)' 등
따스함이 스며든 위트와 음악을 화면 곳곳에
배치하는 것을 잊지 않는 점 역시,
< 두 교황 >의 큰 미덕으로 자리하지요.
덕분에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가 유쾌한
톤으로 풀어지며,
차이와 신념을 둘러싼 중심 메시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해집니다.
2. 드뷔시의 '달빛(Claire de lune)'
- 조성진의 피아노
https://youtu.be/97_VJve7UVc
3. 'Blackbird (Remastered 2009)'
- The Beatles
https://youtu.be/Man4Xw8Xypo
4. '베사메 무초(Besame Mucho)'
- 안드레아 보첼리 노래 / 라스베가스 Live,
2006
https://youtu.be/fTxcrjBGves
5. '벨라 차오(Bella Ciao)'
- Originale
https://youtu.be/4CI3lhyNKfo
- 마누 필라(Manu Pilas : DJ ZsuZsu Remix)
/ Electro Swing
https://youtu.be/edWal-A5kJU
6. 'Antiphone Blues'
- 구스타프 작비스트 & 아르네 돔네루스
https://youtu.be/7tEjulVGuog
7. 디노 살루치의 'Tango para mi padre y marialuna' - 애시람(Ashram)
https://youtu.be/yltdjE5hE2o
8. 'Cuando tenga la tierra'
- 메르세데스 소사의 노래
https://youtu.be/Gmvjm78oD0k
9. 'Nobody knows the trouble I've seen'
- 루이 암스트롱(1962)
https://youtu.be/SVKKRzemX_w
10.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 Gregorio Allegri 'Miserere'
- 캠브리지 칼리지 & 티모시 브라운,
클레어 콰이어
https://youtu.be/IA88AS6Wy_4
-탈리스 스콜라스(Tallis Scholars)의 코러스
( Legendary 1980 recording)
https://youtu.be/YDOENZediM8
11. 아바(ABBA)의 '댄싱 퀸'(Dancing Queen)
https://youtu.be/rMYeu7mPkao
영화는 '두 교황' 의 서로 다른 성격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후임 선출 당시
경쟁자였던 두 사람의 화장실 만남을 통해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화장실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에게,
라칭거 추기경(베네딕토 16세)은 “새로 나온
찬송이냐" 고 묻지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아바(ABBA)의
‘댄싱 퀸’(Dancing Queen)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라칭거 추기경은 “아바(ABBA)?”라고
되물으며 아바라는 이름을 의아해하지요.
아바는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람어(예수 당시
민중들의 언어)로 ‘아버지’라는 단어로 주님을
뜻합니다.
같은 단어에 대한 묘한 차이가 두 사람의
다름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것이죠.
이렇게 다른 함의를 지닌 같은 단어를 통해
극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대목이 영화 중반에도
등장합니다.
베르고글리오가 신의 부름에 대한 확신을
느끼지 못해 방황하다 신부가 되길 포기하고
당시 만나던 여성에게 청혼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에서,
베르고글리오와 함께 일하던 친구이자
동료는 그에게 “좋은 아빠가 될거야”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스페인어로 신부(神父)와 ‘아빠’는
‘파드레(padre)’로 같은 단어를 씁니다.
'좋은 아빠' 가 될 것이란 친구의 말은,
'좋은 신부' 가 될 것이란 예언처럼 미묘하게
들리지요.
12. 텔레오니오스와 케니 클라크의
'Epistrophy'
https://youtu.be/YecvWY8RQyY
13. 디노 살루치의 'Por el sol y Por la lluvia'
https://youtu.be/Uu6EyvtiBDQ
14. 비틀즈의 'Blackbird/ I Will
The Swingle Singers
https://youtu.be/RD0K5CRsBx8
그리스도 안에선 모두가 형제인 법이죠.
신념뿐만 아니라 음악 취향, 식성까지 모두
판이한 두 교황은 거듭된 대화 끝에 서로를
이해하고 합의점을 찾아냅니다.
이와 함께 < 두 교황 > 은 전통과 개혁의
대립에 대한 돌파구는 ‘사랑’이라고 답하죠.
비틀즈의 '블랙 버드(Black Bird)'가
The Swingle Singers 아카펠라 버젼으로,
두 교황의 포옹 후에 베네딕트 16세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배웅하는 장면에서
"Don’t bring him back. Ciao"라는 대사를
마친 후에 흐릅니다
15. 'Sastanàqqàm' - 티나리웬(Tinariwen)
https://youtu.be/vACZA9dGvV4
16. Tango 'Cafe Dominguez'
- 드미트리 바신과 카를라 에스피노사
: 솔로 탱고 오케스트라
https://youtu.be/xcEwIjBBvm0
17. 비틀즈의 '엘리노어 릭비(Eleanor Rigby)'
- '엘로우 서브머린(Yellow Submarine)' 중
https://youtu.be/HuS5NuXRb5Y
18. 비틀즈의 '엘로우 서브머린
(Yellow Submarine)'
https://youtu.be/krIus0i9xn8
비틀즈의 '블랙 버드(Black Bird)'
를 피아노로 솜씨있게 연주하는 베네딕토 16세,
그는 마치 로맨틱 영화 속 대사처럼
베르고글리오에게 묻습니다.
"비틀즈를 아시나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당연, 압니다!" 라며
비틀즈의 '엘리노어 릭비(Eleanor Rigby)'를
아시냐고 되묻지요.
'누구지(?)' 라며 잘 모르겠다는 표정의 교황에게
그럼 '엘로우 서브머린(Yellow Submarine)'은
아시냐고 다시 물어봅니다
머쓱해진 교황은 답하지요.
"바보같은 이름이군, 재미있네요"
- 李 忠 植 -
첫댓글 콘클라베 이후 6년여 만에 교황의 여름
별장에서 재회한 베네딕토 16세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이 두 사람 사이에 첨예한 논쟁이
발발합니다.
별장의 아름다운 정원을 배경으로 현 교황과
전임 교황의 이데올로기가 강렬히 대립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죠.
교회가 전통을 유지해야 함을 피력하는
베네딕토 16세와 다르게,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변화의 흐름에
거스르는 교회의 아집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이상을 좇고 있는 것인지를 설득합니다.
촘촘하게 긴 호흡으로 구성된 대사는
사실적이며, 두 이념의 괴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지요.
하늘 아래 두 명의 교황이 살아 숨쉬는 일이
600여년 만에 벌어졌습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8년만에
자진 사임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이 같은 역사가 성사됐지요.
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사상 가장 사랑 받는 교황입니다.
< 두 교황 > 은 현 교황과 전임 교황의 첨예한
신학적 대립과 그 속에서 미묘하게 피어난
우정을 그린 극영화이지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2005년,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현 프란시스코 교황)은
교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개혁 옹호자로,
남미 출신 추기경 중 가장 높은 신임과 인기를
얻었습니다.
당시 개혁을 추구하기 보다 전통을 지키길
원했던 가톨릭 교회는,
베르고글리오가 아닌 보수적인 전통파
라칭거 추기경을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추대했지요.
이후 7년 동안 베네딕토 16세와 교구는
숱한 스캔들을 뿌리며 논쟁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 가운데 신앙활동에 무력함을 느낀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끝끝내 답이 없는 교황을 결국 직접
찾아가기에 이르렀지요.
철저하게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인생은 결코 정적이지 않으며,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는,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에 이끌려 추는 탱고...
이 찬연스런 춤 사위는 그래서 더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진보적 추기경 베르고글리오
(뒷날의 프란치스코 교황)로 분한
조너선 프라이스...
그는 특유의 표현력, 풍부한 눈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댄싱 퀸' 을 흥얼거리며
정원사와 격의없이 대화하고,
축구와 탱고에 대한 열정 또한 숨기지
않는,
사랑받을만한 사제 베르고글리오를
기막히게 열연합니다.
여전히 호기심이 살아 있는 대배우
프라이스의 눈은 클로즈업에 힘을
더하고,
진퇴가 섬세한 보디 랭귀지는
126분의 상호작용을 쉴 새 없이
흥미롭게 하지요.
하여, 압도적 명연기와 차별되는,
포용하는 명연기의 좋은 예를
보여줍니다.
교황이 자진 사퇴하는 법은 없지요.
지난 역사에 딱 한번 그런 일이 있었을
뿐입니다.
교황 '그레고리오 12세'(1406~1415
재위) 인데,
이른바 ‘대립교황’이 있어 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 스스로 물러났던 것이죠.
그런데...
600여 년이 지난 2013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교황의 위치를
고려할 때,
전 세계 신자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인 게
당연한 노릇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영화 < 두 교황 > 은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상당히
공들여 묘사했습니다.
투표용지가 붉은 실에 꿰어지는 모습,
투표 결과에 따라 굴뚝과 난로에서
검은색, 흰색 연기가 피어오르는 과정이
상세히 그려지는데,
그 자체로 볼거리이죠.
실물 크기로 재현한 시스티나성당도
절로 입이 떡 벌어지게 합니다.
영화 <두 교황 - The Two Popes > 예고편
https://youtu.be/2GnUrI0W6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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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리의 '미제레레(Miserere)'
https://youtu.be/IA88AS6Wy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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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Blackbird'(Remastered 2009)
https://youtu.be/Man4Xw8Xy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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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의 '달빛(Claire de lune)'
https://youtu.be/97_VJve7UV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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