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일찍 조선을 떠나야하는 처지였지만
리델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까 본 광경들이 눈에 아른거렸고
포졸들의 말소리들도 귀에 맴돌았다.
그리고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는 동료 신부들과
아직 옥안에 갇혀 있는 신자들의 얼굴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나의 동료 신부들과 우리 신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들은 지금 얼마나 큰 고통과 불안감을 겪고 있을까?"
이러한 상념에 뒤덮인채 리델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고
다음 날인 6월 11일,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리니
가마꾼들과 짐을 싣고 갈 말들이 당도했고
조선에서의 마지막 절차가 질서 있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