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읽었던 적벽대전의 내용은 뛰어난 지략가이자 군사인 제갈공명이 십 만개의 화살을 받아오고, 남동풍을 일으켜 조조의 군대에 맞서 이긴다는 내용이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제갈공명이 모두 이루어 내 그는 꼭 신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은 제갈공명의 지략도 있었지만 주유라는 인물의 역할이 제갈공명과 두 축을 이루어 흘러가고 있다. 주유라는 인물에 대해 나는 속이 좁고 야비한 소인의 품성을 지닌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삼국지에 그렇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를 보고 검색한 결과 삼국지연의의 저자 나관중에 의해 왜곡된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영화 감상 내내 주유의 대범함과 단호함에 감탄했고 작고 세세한 것에 대한 치밀함까지 돋보여 주유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제갈공명은 항상 삼국지에서는 최고의 브레인으로서 많이 알려져있기 때문에 언급은 배제하고 주유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보고 싶다. 주유는 젊은 나이에 아름다운 아내와 최고의 권력, 뛰어난 음악솜씨 또한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위 엄친아다. 외모까지 빼어나 주유의 단점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아내가 적의 군대 속으로 들어갔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계획된 작전을 배제한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유비와의 동맹이 깨진 것처럼 연출해 조조뿐 아니라 아군까지 속인 치밀함은 나를 놀라게 했다. 꼭 앞뒤 결말이 짜여져 있는 소설처럼 말이다. 유비의 리더십이 사랑과 온유함이고, 조조의 리더십이 카리스마와 저돌적인 면으로서 무언가 너무 과했기 때문에 단점이 된 부분이 있었다면 주유의 리더십은 완벽함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오나라의 실권을 거의 장악하고 있지만 왕으로 모시는 손권에 대해 신하로서의 예를 다하고 병사들 중 소도둑을 잡아 징벌을 내리는 대신 병사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모습은 신하로서의 예와 지도자로서의 덕을 모두 갖춘 자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적벽대전의 전술을 짤 때 주유는 처음부터 유비와 동맹을 파기한 것처럼 조조를 속이고 후방에서 공격하게 하는 등 전술가로서의 뛰어난 면모가 돋보였다. 이 뿐만 아니라 지음(知音)의 고사처럼 악기를 다룸으로서 제갈공명과 이야기하는 등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 주유의 리더십은 완전함으로서 만들어진 것 같다. 영화 중간 중간에 영웅주의를 조장하는 장면이 나와 좀 웃기긴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본다고 해도 주유의 리더십은 참으로 본받을만한 것이다.
완벽함으로서 상대를 제압하고 무리들을 이끈다. 그리고 예로서 왕을 보필하는 주유의 모습에서 비범함과 훈훈한 기상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