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성가로 교회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하) 활성화를 위한 제언
"찬양은 복음화의 가장 큰 도구이자 기도"
- 생활성가는 지금도 우리 교회 곳곳에서 불리고 있다. 서울 대방동성당에서 생활성가 가수 최준익(오른쪽)ㆍ이경수씨가 생활성가를 노래하며 색다른 미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많은 생활성가 가수들은 본당 청년밴드 혹은 성가대 등에서 활동하며 찬양사도로서 걸음마를 뗀다. 그러면서 교회 가수로 성장해 성당이란 신앙 놀이터에서 겪은 기쁨과 감사의 기억을 노래하는 꿈을 꾼다. 청년미사에서 노래하며 자신의 재능을 확장해가는 것이다. 생활성가 가수의 꿈이 자라는 본당이 '작은 기획사'가 돼줘야 하는 이유다.
서울 성산동본당에서는 청년생활성가단 꿈(CUM)이 10년째 활동 중이다. 여느 청년단체처럼 본당은 활동비에 악기 구입비도 지원해준다. 매년 본당 정기공연에는 청년과 어른 신자 200여 명이 초대를 받아 이들이 부르는 생활성가로 즐거운 교회 공동체가 된다. 유동준(바오로) 단장은 "본당 지원에 힘입어 10여 명의 단원이 꾸준히 노래로 신앙을 전하고 있어 감사하고 든든한 마음"이라고 했다.
기획사 대표에 해당하는 본당 사목자들은 생활성가 가수의 꿈을 꾸는 이들을 그저 미사 봉사자가 아니라 전례음악을 풍요롭게 하고 젊은이를 하나되게 하는 음악선교단, 생활성가단 내지 교회 음악을 위한 인재로 양성하고 그들을 위한 활동 무대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설 곳과 성장할 곳
시야를 넓혀 지구별 혹은 대리구별 생활성가 거점 본당 마련 또한 필요하다. 서울 대방동본당은 격주마다 주일 저녁 9시 미사를 생활성가 미사로 봉헌한다. 생활성가 그룹 심플리시티 멤버 최준익(막시모)ㆍ이경수(안드레아)씨가 피아노 연주를 곁들여 모든 미사 음악을 생활성가로 부르면 청년들은 흥겹게 따라부르고, 어른들은 좌석에 비치된 청소년ㆍ청년 성가집 '마니피캇'을 들여다보며 신선한 생활성가에 매료된다. 생활성가가 전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 미사는 벌써 5년째 계속되고 있다.
수원교구 안산대리구문화원은 매달 한 차례 생활성가 음악회를 개최한다. 생활성가 가수 2~3팀이 출연해 찬양하는 동안 젊은이 50여 명은 함께 율동하고 노래 부르며 하나가 된다. 부산에서도 가장 교통이 편리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번화가에 위치한 부산교구 서면성당에는 젊은이를 위한 문화공연장 '센다'가 있다. 330㎡(100평) 남짓한 이곳은 매주 생활성가 가수들의 신앙 공연장이 되고 있다. 청년 200여 명이 공연장을 가득 메우면 '젊은이가 없다'는 교회 푸념은 금세 잊힌다.
부산교구 가톨릭생활성가협의회 김인규(미카엘) 회장은 "부산교구 가장 중심에 있는 센다는 생활성가 공연을 비롯해 선택주말 등 젊은이 신앙을 위한 열정의 공간"이라며 "가정ㆍ섬김 등 신앙을 주제로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진다"고 전했다.
많은 생활성가 가수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생활성가계에 뛰어들지만 현실은 나 홀로인 경우가 많다. 이들을 위해 교회 내 음대나 방송매체 등이 '생활성가 가수를 위한 음악ㆍ신앙 아카데미'를 마련한다면 이들이 개신교 CCM대학 문을 두드리거나 따로 가톨릭교리신학원을 오가는 일은 줄어들 수 있다.
후배 가수 20여 명과 공동체를 이뤄 함께 생활하는 생활성가 가수 장환진(요한 사도)씨는 "후배 가수들과 똘똘 뭉쳐 군부대를 방문해 찬양하고, 틈틈이 함께 성경공부를 하며 신앙의 의미도 깊이 깨닫는다"며 "무대에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신앙과 예수님을 제대로 알고 생활 속 선교사로 살아가려면 신앙교육이 꼭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 생활성가찬양사도협의회 이형진(가브리엘) 회장은 "레슨실 하나 잡는 것도 어려운 현실에서 교회에 찬양사도 아카데미가 마련돼 생활성가 가수들이 한데 모여 실용음악과 신앙을 논하고, 정규 강의를 듣고 정식 학위를 받는다면 가수들의 전문성 또한 고양될 것"이라며 "이처럼 생활성가 가수를 예술가로 여기고 제대로 관리해야겠다는 방향으로 인식이 바뀌면 생활성가 30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앙으로 이끄는 힘
국민의 80%가 가톨릭 신자인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 브라질에서는 생활성가 가수의 인기가 일반 대중가수를 훨씬 뛰어넘는다. 브라질 주교회의가 1960년대부터 음악선교 활동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까닭이다. 가장 인기 있는 마르셀로 로씨 신부는 음반을 내면 300만 장이 팔린다. 지역 곳곳 성당과 교회기관에서는 밤늦은 시각까지 생활성가 콘서트와 음악미사가 봉헌된다. 생활성가로 하나 되는 공연장은 어두운 골목에서 마약과 범죄에 얼룩졌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을 치유하도록 이끈다.
브라질 국민의 역동적 민족성이 함께 작용한 것이지만 이 같은 모습이야말로 '찬양은 복음화를 위한 가장 큰 도구이자 기도'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가수로서 음악으로 신앙의 기쁨을 노래하고, 사도로서 신앙 체험을 전하는 이들은 어쩌면 교회 유일한 엔터테이너들이다.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하는 아시아 청년대회에서도 신앙을 노래하는 이들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평화신문, 2014년 5월 4일,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