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이 친구가 지리산이 앞산이요 바로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백운산자락 산중에 있었던 내 어설픈 공간에서 집필을 하고 살다가
충청도 서산 해미읍성 부근 산속으로 거처를 옮겼다
심성 좋은 아내와 잘 살다가 어찌저찌하여 이혼을 한지 얼마되지 않을 때였다
그당시 속상한 친구를 보면서 나역시 경험자로서 위로를 하거나 애써 아는체를 하지 않았다
아마 그 싯점이 요즘처럼 텃밭에 고추,도마토,호박 등 모종을 텃밭에 심는 비슷한 시기였다.
그가 이사 온 이곳.
그때처럼 솔숲을 따라 들어가면 거기 외딴 토담집 하나 참 포근한 집.
오늘 찾아가는 기분은 그때와는 영 다를 수 밖에...
이 아까운 친구가 느닷없이 무슨 암에 걸렸다하고 해서 전화 통하만 하고 맘에 늘 걸렸는데
언더 가수로 할동하는 지 아들 두 놈이 케어를 해주면서
지낸다하니 이 친구 죽기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아
문안차 찾아가는 날이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송작가와 난 한 30년된 지기인데 구례에 사는 동묵이와 송시인
어라 그러고봉께 나만 빼놓고 다들 멋있는 글쟁이들이네
숨은 얼굴 찾기-아픈 놈을 찾으려 해도 하나두 없네~
아니지 알고보면 다 아픈 사람들이지
욕심 같아선 그래도 한 갑자는 훌쩍 넘게 살아야 자신의 추한 꼴도 보고 고통까지도 겸허히 받아들일 것인디
저 앞에 서있는 미루나무 보다도
잎이 제일 늦게 돋아나는 벽오동나무 보다도
삶이라는 나이테가 덜할 터이지만 그런다고 쓰러질 것을 각오하고 산단 말인가 이 친구야~
암치료에 있어 '현대의학은 구라다' 그러하니 당신은 병원치료를 선택하지 않았고
그 잘난 의사 새끼덜한테 마루타가 되고 싶지 않을 뿐더러
수술하면 산다는디 그걸 연명해서 머할꼬 항암제 맞고 고생하느니
그냥 차라리 당신 생각대로 두 아들하고 살면서 죽으면 죽는 것이고,살면 다행이고
그것 또한 자식들에게도 공부가 되질 않겠나 하는 결심으로 굳어졌나 본데
나름 산속에서 호흡하고 명상도 하고 산책하면서 기꺼이 생의 마감을 맞이 할 것이라는
저 싸가지 없는 친구를 대하면서 느낀 점은
나역시 내게 남은 에너지와 버팅길 그 꺼리와
다가서는 고통과 불편함에 대해 당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뒤안길이 남아 있는 후발주자이련가?
그거야 모르제 인생이 어디 한치 앞이 보이던가
그는 한사코 더 놀다가라고 잡았지만 말을 많이하면 힘들어 지는 지라
더 많은 얘기를 하고 더 머물다 가고 싶었지만 어이~다시 보세 가네잉~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으려나 하는 그런 짠하면서 아깝고 아쉬운 이별
염빙할,올라 갈때는 몇년 전 죽은 우보를 문상하러 군산 장례식장 갈때 보았던 그 등나무꽃을
보면서 태웅이랑 그때를 회상하고 똑같은 코스로 전군가도를 달렸는데
송작가와 헤어지고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 오다 보니까 아카시아꽃과 이팝나무꽃이 온몸으로 죽기살기로 피어나고 있네
이런 젠장,하긴 저 꽃들이 무슨 죄여~
아야, 막내 동묵아 차세워라잉~
태웅아 여기가 어디다냐? 빨리 도착해서 머한다냐?
도저히 안되겠네 술한잔 먹고 가세 어찡가?
곡성 석곡에서 쏘주 한 두어병 까고, 구례에 도착해서 청천슈퍼에 들러 막거리를 디지게 먹고
다시 수련장에서 쏘주병을 비우고도 모자라
다시 토지 구산식당에 들러 배고팠으나 삽겹살 한 점 못먹고 시커먹게 탈 때까지 마셔불고
다시 수련장으로 와 과자 부스러기에다 한 잔 더 찌끄러불고
다시 태웅이네 집으로 이동
그래,이리 가슴 아프게 남은 자가 더 미친 놈들이지...
어이 송작가! 더 살고프다고 욕심좀 부려봐~
자네는 다행이도 건강혀 보였어~어이 친구야 멋있게 죽어잉~그리움만 펑펑 남기지 말고...
어떤 위로가 있을 것인가
아니다!
그는 이미 건강하며 오래오래 살 것이다
'해미에서 보낸 편지'를 계속 보낼 것이다 그 따뜻한 언어를 띄울 것이다
그 친구에게 다음날 문자가 왔다
언제 쐬주 한잔 하자고...이 얼마나 고맙고 건강한 안부인가
죽음에 대하여 마음을 내려놓은 자가 젤 오래사는 것이다.
그는 그답다.
그는 마음이 여리고 사람에게는 어질고 자기 자신에게는 강한 사람이다.
그는 격이 높은 수행자이기도 하다.
첫댓글 그렇게 많이 아프셨군요...송선생님도 치유되길 기도 드립니다...
살고 있는 그 공간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가 싶습니다. 아픈 사람이 그 중 누구인지 분간 할수 없음 ! 그 자연에서 친구를 만나니 좋고 ....
송성영 작가님~
치료 받으시고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ㅠㅠ
우리 좀 아프지 맙시다...라고 말하면 뭣한다냐... 그냥 글케 사는 것이지...
전에 순천서 뵌 선생님이시군요~
건강햇으면합니다~^
한번찾아뵈도 될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