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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지난 2월 14일 안동에서 실시한 <2월 웰빙교양강의> 메인 주제의 강의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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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癡呆)탈출, 어렵지만 길은 있다.(1)
이제 치매를 주제로 하는 본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이 주제는 여러 회차로 나누어 다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의안은 세계적인 알츠하이머 전문의사인 딘 세르자이(Dean Sherzai), 아예사 세르자이(Ayesha Sherzai) 부부의 15년 임상연구가 생산한 야심 찬 연구서인 The Alzheimer’s Solution을 바탕으로 일본의 저명한 고령전문 정신과 전문의 와다 히데키(和田秀樹)의 『ぼけのかべ』, <치매의 벽>을 참고해서 작성하였음을 밝혀둡니다. 특히 세르자이 부부의 책에는 그들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연구한 17명 ‘수퍼 에이지’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들은 70대임에도 20대 청년의 인지능력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의 성공적 노화의 배경을 고도의 정신노동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날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결과를 이끌어 내는 끊임없는 정신활동이 뇌를 늙지 않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다시말해 편안함만 추구하면 뇌세포도 근육처럼 힘없이 처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머리를 써서 일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뇌의 젊음을 유지한다고 주장합니다. ‘삶이 편하면 몸도 늙고 마음도 늙고 뇌도 늙는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이 거대한 Well-being 담론의 보따리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 가장 고통스럽고 무서운 질병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육신을 무너뜨리는 질병, 아니면 정신을 무너뜨리는 질병일까요? 그럼 육신과 정신을 동시에 무너뜨리는 질병일까요? 하긴 모든 육신의 질병이 극심하면 아무리 강한 멘탈도 결국 버티지 못하니까 이런 구분이 사실 무의미하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진실로 두려워하는 질병은 우리의 영혼 자체를 헝클어버리는 질병, 그래서 인간의 정체성을 바닥부터 파괴하는 질병입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흔히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르는 ‘치매’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병의 마지막 순간은 음식을 씹고 삼키는 것도, 말하는 것도, 대소변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다 잊어버립니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와 자식들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한 채 미몽 속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한마디로 인간이 아닌 상태에서 죽음을 맞는 끔찍한 병입니다. 치매는 일련의 인지 장애를 지칭하는 포괄적 용어로서 200종류 이상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와 치매(dementia)는 동의어가 아니지만 치매 가운데 60~80%는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입니다. 그래서 치매를 알츠하이병과 같은 뜻으로 이해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 강의에서는 두 용어를 적절히 선택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치매의 사망률도 만만치 않습니다. 심장병, 당뇨, 암, 뇌졸중 같은 만성질환의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고 이같은 중대 질환의 치료법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로 인한 사망률은 지난 10년간 87%나 증가했고 다음 10년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공식 사인(死因)은 ‘흡인성 폐렴’인데 미국의 경우 심장병, 암에 이어 세 번째 사망원인입니다.
여기서 잠시 ‘흡인성 폐렴’에 대해 추가설명을 하겠습니다. 의료진들은 흡인성 폐렴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음식으로 인한 경우입니다. 예컨대 사래가 들어 식도로 내려가야 할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킵니다. 특히 노화 혹은 치매증세로 음식을 삼키는 능력이 떨어지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평소 식사할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식탁에 바른 자세로 앉아 허리를 펴고 꼭꼭 씹어서 천천히 조금씩 삼켜야 합니다. 흡사 육사 생도들이 식사하는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다음은 구강기능이 불결하고 약화된 경우입니다. 구강의 세균이 기도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씹는 기능, 삼키는 기능이 약해지고 입안이 건조해지기 쉬운 노년층은 특히 양치질을 자주하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합니다. 요양병원으로 직행하는 출발 게이트가 구강기능의 약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혀를 움직이고 씹는 기능을 평소 잘 갖출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다시 알츠하이머로 돌아갑니다. 문제는 지금 65세 이상 10%는 어떤 종류든 치매를 앓게 될 것이며 85세 이상은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확률을 50%로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치매는 노소불문(老小不問)하고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닌 것입니다. 요컨대 이 병은 예방과 증세의 완화는 가능하지만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근본적 치료약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병은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6,000억 달러가 이 병 때문에 소모됩니다. 또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이 되면 이 병의 환자가 1억 3,500만 명에 이를 것이고 지구촌의 손실비용은 2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본격적인 논의를 위해 우선 알츠하이머에 대한 오랜 편견부터 바로잡아야 하겠습니다. 아직은 불치병이다 보니 일반적 오해나 잘못된 믿음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병의 원인이 전적으로 유전자 때문이며 노화와 함께 인지력의 감퇴는 불가항력이라고 단정합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단순한 노화 현상의 일부가 아닙니다. 간헐적 기억 상실 이상의 신경퇴행성 질병일 뿐입니다. 나이가 위험 인자이기는 하지만, 유독 노인들에게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의학계는 알츠하이머병을 30대 나이에도 생길 수 있는 조기 발생 질환 중 하나로 분류합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바는 알츠하이머 케이스의 90%는 예방이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의 90%는 처음부터 이 병을 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할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을 뿐입니다. 또 부모가 치매라고 해서 자식도 이 병에서 피할 수 없는 유전병이 아닙니다. 그래서 치매환자 가운데 인지력 감퇴 위험이 높은 유전인자를 가진 10%조차도 제대로 된 예방조치를 취했다면 10년~15년까지 병을 늦출 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예방조치가 바로 ‘뉴로’, 즉 ‘NEURO 프로그램’입니다. 즉 균형잡힌 영양(Nutrition), 꾸준한 운동(Exercise), 명상을 통한 긴장 이완(Unwind), 수면장애 없는 회복수면(Restore), 두뇌 최적화(Optimize)입니다. 그러니까 날마다의 일상이 바로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의 중대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는 190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정신병원의 젊은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의 이름에서 따온 병명입니다. 그가 어느 날 편집증적 행동, 감정폭발, 정신착란 증세를 호소하는 아우구스테 테터라는 여성을 진료하면서 이 병과 인연을 맺습니다. 이후 의사 알츠하이머는 그녀가 사망 한 후 뇌를 부검해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도 참여합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밝혀집니다. 즉 뇌세포 밖에 쌓인 비정상적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와 뇌세포 안에 영양공급을 차단하는 뒤틀린 타우 단백질 섬유인 ‘타우 엉킴(tau tangle)’이라는 병리학적 원인을 찾아냅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는 이미 1세기 전에 규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끔직한 병의 원인과 해결책은 오랜 기간 정리되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가설이 나왔지만 의사들이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한 것입니다. 오히려 잘못된 편견으로 인한 혼선과 불안만 깊어갔습니다. 사실 알츠하이머의 예후는 그렇게 암울하거나 필연적이지 않고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질병입니다. 다시 말해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는 수십 년의 라이프 스타일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질병이라는 사실을 주목하지 못한 것입니다. 물론 나이와 유전인자는 알츠하이머의 유의미한 변수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 만큼의 결정적 변수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치매에서 자유로운 인생이 가능합니다. 요컨대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왜일까요. 나이와 유전인자는 바꿀 수 없지만 라이프 스타일은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알츠하이머의 고통이 다가오는 시점을 늦추거나 피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환자들은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멍한 상태, 즉 ‘브레인 포그(brain fog)’, 단기기억력 장애나 인지장애가 나타날 때부터 치매 증상이 시작되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진단이 내려지기 길게는 수십 년 전에 이미 발병했다는 사실입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의 뇌는 먹는 것, 운동량, 스트레스 조절, 수면의 질 등에 의해 끊임없이 시달려왔고 6,70대 이후 노년에 이르러 그 습관화된 악영향들을 견디지 못하고 탈진, 즉 번 아웃한 결과가 바로 치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치매는 우리 뇌에 젊은 날의 하룻밤 새우기, 폭음, 폭식 한두 번 같은 소소한 일탈까지 어느 것 하나 빠트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진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일까요? 인간의 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총명하게 과거의 무게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알츠하이머는 징그러울 정도로 우직하고 미련스럽게 그동안 쌓여 온 삶의 결과를 어김없이 보여 주는 질병이기 때문입니다.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모든 유형의 치매는 기본적으로 두뇌의 퇴행에서 비롯됩니다. 전문가들은 두뇌의 퇴행 요인을 염증, 산화, 포도당조절 장애, 지질조절 장애로 봅니다. 물론 네 가지는 서로 연관되어있습니다. 첫째 염증입니다. 본시 염증은 면역 시스템이 유해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자연적인 인체의 보호기능입니다. 손가락이 베였을 때 붉게 부어오르는 현상 같은 것인데 이같은 염증은 혈류를 증가시켜 치유를 촉진합니다. 하지만 염증반응이 장기간 활성화되는 만성염증은 보호기능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기능으로 바뀝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두뇌를 관찰하면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활성 미세아교세포 같은 염증의 증거가 발견됩니다. 그러니까 미세아교세포는 비활성화 단계에는 손상된 뇌세포와 노폐물을 청소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감염으로 인해 활성화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오히려 뇌의 뉴런과 뉴런을 지지하는 구조물에 해를 끼쳐 결국 세포에 치명적 손상을 줍니다.
두뇌 퇴행의 두 번째 과정은 산화입니다. 산화는 산소가 다른 물질과 반응해 그 물질의 변성을 가져오는 현상인데 산화는 ‘유리기’라는 부산물을 만들어냅니다. 유리기는 전자 하나가 부족해서 다른 물질과 맹렬하게 반응하는 불안정한 분자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전자 하나를 훔쳐 가는데 뇌 세포기관은 물론 뇌의 DNA에서도 훔쳐 갑니다. 그래서 뇌의 뉴런, 단백질, DNA 등에 손상을 입힙니다. 뇌는 인간의 신체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기관이라 산소를 가장 많이 소비합니다. 뇌는 우리 몸이 소비하는 산소의 25%를 사용하다 보니 산화에도 매우 취약합니다. 물론 우리 뇌에는 이런 유리기를 분해하고 무기력하게 하는 특별한 세포들과 물질들이 있지만 노화와 잘못된 라이프 스타일로 인해 그 기능이 약해지면 인간의 뇌는 자연스럽게 알츠하이머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음은 포도당조절 장애입니다. 우리 몸에서 포도당의 비정상적인 생산과 사용은 췌장, 호르몬, 효소뿐만 아니라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두뇌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이 가운데 가장 문제되는 것이 바로 인슐린저항입니다. 포도당은 반드시 인슐린이 있어야만 뇌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혈류에 포도당이 너무 많으면 인슐린 수치가 오르고 세포는 인슐린에 둔감해져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되면 뇌세포는 포도당에 굶주리게 됩니다. 특히 혈액 속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면 인산화 반응으로 인해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생성되어 알츠하이머의 직접적 원인이 됩니다. 결국 인슐린저항 하나만으로도 인지력 감퇴의 원인이 됩니다. 실제로 당뇨환자들은 기억력에 중요한 뇌 부위인 해마가 위축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에 이르는 네 번째 경로는 지질조절 장애입니다. 지질은 세포벽, 호르몬, 스테로이드 등을 구성하는 지방과 유사한 물질입니다. 게다가 지질은 세포의 구조, 에너지 저장, 신호전달에 필수적입니다. 생명유지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요소입니다. 지질은 모든 신체조직에 존재하지만 특히 뇌의 건조중량에서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지질조절 장애는 몸에 지질이 지나치게 많거나 염증 또는 산화, 손상 등이 있을 때 발생합니다. 이럴 경우 지질 운반과 대사가 원활치 못해 지질이 산화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위험한 부산물이 생성되고 이로인해 혈관에 비정상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플라크가 생깁니다. 동시에 이 플라크가 혈액 공급을 방해함으로써 각종 혈관질환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혈관질환은 치매의 주요 위험인자가 되는 것입니다. 또 콜레스테롤 같은 지질의 청소나 처리과정이 원활치 못하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하는 등 뇌세포에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생물학적 과정이 우리 뇌에서 오랜 시간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증상은 훨씬 나중에 나타날까요? 두뇌는 기본적으로 회복력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두뇌는 ‘중복’이라는 우아한 디자인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800~900억 개의 뉴런,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중첩된 동맥들 덕분에 인간의 뇌는 손상된 부위를 우회하는 경로를 만들어냅니다. 즉 막힌 혈관을 피하고 손상된 뉴런 옆으로 새길을 개척합니다. 뇌의 한 부분이 파괴되면 다른 부분이 역할을 대신하고 손상된 부분의 주변부가 중심부의 상실된 기능을 보완합니다. 심지어 뇌는 제한적이지만 세포를 재생할 수도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는 뇌 손상의 정도가 너무 커서 내재된 회복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때 비로소 나타납니다. 아주 음험하고 미련스러운 질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인간의 뇌는 고된 작업을 수행합니다.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고 주변 세계를 해석하느라 신체의 어느 기관보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합니다. 그러다 보니 뇌는 열과 노폐물 등 부산물도 가장 많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화 부산물을 비롯한 노폐물이 적절히 청소되지 못하면 매우 위험해집니다. 5년 전 이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연구성과를 한국 연구진이 이루어냈습니다. 즉 '뇌하부의 뇌막 림프관이 뇌척수액을 배출한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뇌척수액'이 치매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 것입니다. 우리 뇌에 쌓이는 노폐물은 치매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뇌척수액은 바로 이 노폐물을 청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뇌척수액이 잘 흘러나오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드는데, 문제는 지금까지는 이것이 어디로 흐르는지를 몰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의 고규영 단장팀이 그 뇌의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경로를 밝혀낸 것입니다. 그게 바로 뇌 아래쪽에 있는 ‘뇌막 림프관’이라는 곳입니다. 이 연구는 그해 세계적 권위의 과학전문저널 『네이처』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두뇌를 사용하는 기간에 비례해 뇌에는 폐기물이 많이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뇌세포가 받는 스트레스와 신체적 노화가 겹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뇌의 태생적인 회복력 덕분에 우리가 그 피해를 곧바로 보거나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어쨌든 뇌에 부담을 주는 피해가 쌓이는 데는 수년 내지 수십 년이 걸리고 우리는 이 기간 동안 몸의 다른 부분에만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당뇨환자의 경우 신장 손상 등 다른 곳을 모니터하는 동안 뇌의 뉴런과 신경아교세포는 파괴됩니다. 또 심장병 환자가 심장과 혈관의 직접 손상을 체크할 동안 뇌혈관은 경직되고 혈류의 흐름은 감소합니다. 요컨대 두뇌는 신체의 종말기관입니다. 그 결과 몸의 다른 곳이 겪은 피해는 고스란히 두뇌에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치매라는 결과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동안 치매의 원인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으로 유전인자가 있습니다. 우리는 물려받은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지만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을 조절할 수는 있습니다. 이런 개념을 중심으로 최근에 와서 연구가 시작된 것이 바로 후성유전학(epigenetics)입니다. 즉 유전자를 끄고 켬으로써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요인을 조절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게놈, 즉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정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해한 환경적 촉발 요인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나쁜 식습관, 운동부족, 유해물질, 만성소화 스트레스같은 요인은 성장 중인 배아는 물론 성체의 유전자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환경적 유해 요인들은 세월과 함께 몸 안에 축적되는 것이므로 후성유전학은 6,70대에 이르러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미국에 사는 일본인이 일본에 사는 일본인에 비해 알츠하이머 유병률이 훨씬 높은 것입니다. 두 그룹 사이의 유전적 차이가 없음에도 말입니다. 중국이나 인도 등지에서도 라이프 스타일이 현대적인 스타일로 바뀌면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끼치고 만성질환을 촉진하는 이른바 ‘풍요의 역설’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치매의 주요 위험요인인 비만, 당뇨 인구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중국에는 당뇨 인구가 전인구의 11.5%, 치매 인구는 1,0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인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동물성 식품, 설탕, 포화지방이 많은 식단이 증가하고 몸을 움직이는 대신 하루 종일 앉아서 보내는 생활패턴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대안은 이런 현상을 신경퇴행성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후성유전학의 요인으로 이해하고 대처하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후성유전학은 심장병, 당뇨, 암, 치매와 같은 복잡한 만성질환의 치료에 광범위한 영향을 줍니다. 단순히 위험한 환경요인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이같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식단에서 설탕을 줄이면 ‘당화(Glycosylation)’라고 불리는 후성유전학적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당화는 염증을 악화시키고 세포 단위에서 염증 적응력을 감소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가져옵니다. 이 모두는 뇌의 뉴런에 손상을 가져옵니다. 또 우리가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뇌세포의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뇌의 신경성장인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북돋아 주고 뇌세포 간 연결도 촉진시킵니다. 알츠하이머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이같은 라이프 스타일의 이론적 기반이 바로 후성유전학인 것입니다.
세계 최고령 기록을 세웠던 프랑스의 잔 칼망(Jeanne Calment) 할머니는 110세까지 독립적 생활능력을 유지했습니다. 그녀가 118세에 받은 신경심리학 검사에서 80~90대의 인지력을 보였고 뇌에는 그 어떤 신경질환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가 노화의 불가피한 결과라는 주장은 잔 칼망 할머니의 사례에서는 설명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요컨대 나이가 들수록 앞에서 말한 두뇌의 퇴행을 가져오는 4가지 위험인자가 쌓일 가능성이 더 높을 뿐이지 나이가 치매의 절대적 근거라는 믿음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알츠하이머는 인생의 전 시기에 걸쳐 두뇌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훗날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예컨대 유,소년기 받은 신체적, 정신적 트라우마를 받으면 어른이 되었을 때 기억력이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뇌의 수초화, 즉 뉴런의 연결부위를 수초라는 지질로 코팅해 세포간 신호전달을 용이하게 하는 과정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로써 뇌 손상의 회복력이 약화되고 이후 노인이 되면 치매의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또 헤딩을 많이 하는 축구선수들이 뇌의 단백질 구조에 문제가 생기고 인지력 감퇴로 이어진다는 연구 보고도 나온 바 있습니다.
요컨대 치매의 발병 요인은 사실상 전 연령층에 걸쳐 누적적으로 진행됩니다. 20대와 30대는 인스턴트 식품의 섭취, 밤샘, 운동 부족, 학업과 취업의 스트레스를 집중적으로 받는 시기입니다. 이게 다 중년에 이르러 나타날 건강 악화의 빌미가 됩니다. 40대에 들어서면 고혈압, 고지혈증, 전 당뇨 같은 성인병 초기 징후가 나타납니다. 당연히 뇌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후 50대와 60대에 들어서면 혈관질환의 누적효과로 인해 콜레스테롤 플라크, 미세혈관 손상, 일과성허혈발작 등이 나타납니다. 이때부터 염증 부산물과 함께 독소로 인한 뇌의 노폐물 청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아밀로이드와 타우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60대 70대에 이르면 알츠하이머의 전형적인 징후가 MRI와 기타 검사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즉 알츠하이머의 첫 징표는 60대의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와 70대에 나타나는 타우 엉킴입니다.
이 두 가지의 독성 단백질은 뇌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대사저하 현상을 발생시킵니다. 이같은 대사저하는 측두엽과 두정엽에서 발생하는데 이 두 부분은 특히 알츠하이머에 취약합니다. 대사저하가 계속되면 우리 뇌는 구조적 변성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세포간 연결과 뉴런이 줄어들고 감정과 단기기억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해마의 크기가 감소하면서 뇌 전체가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알츠하이머의 전형적인 심리적, 인지적 쇠약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기억력 손상, 수행능력 감소, 시각 및 지각 공간 감소현상 같은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는 전 생애에 걸쳐 발생하는 여러 손상들이 상당기간 쌓인 후 대체로 60대 이후에 나타납니다. 참으로 징그러울 만큼 뿌리가 깊은 무서운 질병입니다. 하지만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일상화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치매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치매탈출 프로토콜은 하늘 아래 그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습니다. 치매 진단 이전이라면 예방을 위해서입니다. 이미 징후가 나타났다면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입니다. 요컨대 치매탈출 프로토콜은 당연히 세대불문(世代不問)의 발병여부 불문의 well-being 담론입니다. 다음 시간부터 세르자이 부부의 ‘NEURO 플랜’을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2024.3.1/ 글 최익제(敎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