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래산막의 하루(2)-노동은 신성하다-분수만들기 행복만들기
오래돤 글입니다
같이 보시죠 감동이 있습니다. 분수대 만드시려는 분께 참고도 될 수 있습니다
워낙 눈 비오는 것을 좋아하고 물소리를 좋아하다 보니 원두막 주변을 정리하는 김에 분수대 하나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저곳 눈동냥 귀동냥 발품을 꽤 판 끝에 대략 가격대를 알아보니 인도네시아산이 약 80-200만원선 중국산이 200-300만원 선이었습니다. 너무 비쌌습니다. 별것 없이 모양만 그럴싸한데 그 가격을 지불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대안들을 모색하느라 원두막에 앉았다 누웠다 골똘히 궁리하던 중 문득 한 쪽 귀퉁이에 처박아 놓은 경계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이 되느라 그랬던가 얼마 전 보도석으로 깔까하고 구매했던 멧돌 까지 한눈에 척 들어왔습니다.
마침 구멍까지 두개나 뚫어져 있으니 분수대 받침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싶었지요.
곧장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설계라 하니 무슨 도면圖面 그리고 물량物量 뽑고 가격산출하고 하는 복잡한 것이 아니라 물은 어디서 가져오고 외관은 어떻게 정리하고 물받침대는 어찌하며 퇴수退水, 물넘이 및 배수처리는 어찌 할 것인지 기본적인 구상을 다듬는 것이었지요.
구입한 맷돌 운반차 현장에 온 조경회사 사장 아들과 그의 선배( 두 친구 모두 20대 후반)에게 1m 짜리 경계석 4개를 우물 정자로 배치하고 그 위에 지름 약 30cm의 맷돌을 얹게 한 후 고무 호스로 물을 틀어 보았습니다.
제법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로 치 솟으며 분수대 꼴이 잡힙니다. 그럴싸했습니다.
화강석 재료와 주변의 적벽돌 포장도 잘 어울렸습니다.
젊은이들 의견을 들어보니 내 앞이라서 그랬던가 wonderful 이랍니다. 아무튼 내 맘에는 쏙 들었습니다. 이제 정식으로 분수대 설치하는 작업이 남았습니다.
먼저 고려해야할 사항들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첫째, 분수대를 설치할 장소에 적벽돌 포장이 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적절한 물받이와 자연배수장치가 필요했습니다.
터파기 후 방수콘크리트를 치거나 굴착면에 방수포를 씌우고 자연석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생각했으나 콘크리트 타설과 자연석 확보가 쉽지 않은 현장상황을 고려하여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스테인리스 물받이, 유리통, 나무통, 플라스틱 통, 콘크리트 흄관, P.C 집수정 등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검토해 보았으나 여의치 않았습니다. 비용이 맞으면 현장 운반이 어렵고 현장설치가 가능하면 비용이 맞지 않았습니다. 마침 두 젊은이가 인근 고물상에서 1.5X 1,5X 1 m 짜리 청색 FRP 물통을 구했다기에 주저없이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일금 35,000원이라면 거의 공짜 아닌가?. 먼저 약 40cm 깊이로 터파기를 한 다음 모래로 바닥을 다지고 같은 깊이로 FRP물통을 잘라 바닥에 앉혔습니다. 50mm 짜리 퇴수용 볼 밸브가 바닥 10cm 높이에 설치되어 있어 따로 구멍낼 필요도 없이 PVC 관만 연결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왠걸 워낙 고물인지라 밸브는 열리지도 않는 고장난 상태. 더구나 그 높이에서 적절한 구배句配의 배수관을 설치하려면 거의 1m 이상을 굴착해야 하는데 기존 구조물과 원두막 때문에 불가능했습니다.
일단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키로 했지요.
분수대의 물은 가장 근접한 상수관로를 잘라 쓰기로 하고 적절한 지점을 찾았으나 여의치가 않습니다. 좀 더 쉽게 하려다 보니 꾀만 늘고 생각만 많아집니다. 원리원칙대로 일하는 것이 가장 빠른 것을..이런 일에 경험 없기는 나나 젊은이나 매 일반 그러다 보니 없는 것 투성입니다.
자재도 그렇고 공구도 그렇고..
이러다 날 새겠다 싶어 두 사람에게 점심식사도 할 겸 읍내로 가 필요한 자재를 구해오도록 했습니다. 두 시간이 그냥 날라간거지요. 아! 아까운 시간 무계획과 비효율의 의 비애여......
PVC관, Tee, 90도 엘보, 아연도 강관, 리듀서, 커플링, 접착제, 테이프 등 등 구할 것도 많았습니다. 엑셀 파이프는 마침 있던 것을 사용키로 했고 물받이판 월류越流용 자연배수관은 50mm PVC 90도 엘보를 FRP물통에 연결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인입관경引入管徑이 15mm이므로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았지요.
두 젊은이가 자재 구하러 간 사이 인입관로를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하던 중 문득 터파기 때 발견한 관로管路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몇해 전 겨울 수도관이 자꾸 얼어 관로 자체를 이설하면서 그대로 두었던 것입니다.
이걸 잘라 분수대에 연결하면 별도로 포장을 뜯고 관로를 매설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테니 위대한 발견을 한 셈이었지요.
무엇이든 잘 생각해 보면 쓸모가 있는 법입니이다. 보일러실을 열고 관로 연결 상태를 확인한 후 FRP 통에 구멍을 뚫고 90도 엘보로 강관으로 연결한 다음 고무관으로 분수와 연결했습니다. 분수대 노즐은 읍내 철물점에서 4만원에 구입한 2중 노즐이며 노즐은 1m 짜리 강관으로 고정시켰습니다.
믈을 틀어보니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데요. 수압이나 유속 등 모든 것이 다 좋은데 한가지 문제점이 노정되었습니다. 밸브를 최대한 열었을 때 상당량의 물이 포장면에 그대로 쏟아지는 겁니다. 배수문제를 생각치 않을 수 없었지요. 포장면의 자연 배수능력을 보기위해 밸브를 최대한 열고 3시간동안 관찰해 보았더니 걱정한대로 물이 모래를 물고 경계석 아래로 자꾸만 흘러나옵니다.
배수처리를 해 주지 않으면 강우降雨시나 분수대 풀 가동시 포장면이 취약할 수 있었습니다. 포장면 일부를 들어내고 유공관을 묻거나 개거를 내 주는 것이 좋겠으나 이 또한 번거로운 일. 결국 50mm자연월류관로(spillway) 매설시 파 놓은 포장면을 약간 낮추어 자연배수를 유도키로 했습니다. 아 얼마나 다행한일입니까?
물은 1mmm 라도 낮은 곳으로 임한다는 진리가.. 이 문제는 그렇게 해결했으나 아직도 해결치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강제 퇴수장치입니다.
항상 물을 틀어 놓고 있다면 별 문제 없겠으나 장기간 집을 비우거나 퇴적물이 쌓였을 때, 청소가 필요할 때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지요. 특히 자연수를 이용하는 우리집의 경우에는 장기간 방치할 시 해충이나 녹조綠藻가 생길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이엇습니다. 원칙대로 하자면 땅 파고 물통에 30mmm 정도 관로를 연결하여 배출시키는 것이 최선이지만 앞서 말한 현장사정상 불가능햇습니다.
대안으로 수중 펌프를 설치하여 강제 배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고려되었습니다. 이 경우에는 별도의 유입수 없이 분수내의 물을 펌프로 자연 순환시키면서 분수대를 가동할 수 았는 이점이 있었지요. 배수관로를 거꾸로 연결하면 가압펌프가 되는 것입니다. 생각을 거꾸로 하면 진리가 보인다던가? 즉각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가격도 종류도 천차만별. 싼것은 8000원 짜리부터 몇 십만원에 이르고 종류도 어항용으로부터 대규모 배수펌프용 등 다양하기 그지 없습니다. 펌프값이 이렇게 싸다고는 미쳐 생각치 못했지요. 내 친구 중에 GRUNDFOS라는 세계적인 펌프회사 한국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언젠가 펌프 한대 팔아봐야 얼마 안돼 하던 말이 생각낫습니다. 양정과 마력수를 감안하면 대략 3만원 정도면 될 것 같앗습니다. 예산상으로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결정하고 젊은이들에게 사오라 하니 이 곳에서는 최소한 12만원짜리밖엔 없답니다. 볼일보러 서을 간 길에 회사 앞 공구상에 들러 물어보니 2만 7천원짜리가 있었습니다.
옳타꾸나 막 사려는 데 언뜻 눈에 들어온 물건이 있었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사이폰. 왜 있잖습니까? 간장이나 석유 옮길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관 말입니이다. 한쪽은 큰 통에 꼽고 다른 쪽은 옮길 병이나 통에 연결한 후 가운데 있는 손잡이를 주물럭거려 공기를 빼면 내용물이 좍 흘러가는......
얼마요 물으니 단돈 1000원. 무조건 한 개 사서 내려오자 마자 즉각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결과는 대 성공. 용량이 작아 배수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물은 잘 빠졋습니다. 게다가 물속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토사나 부유물 등을 보이는 대로 빼낼 수 있고 펌프도 전기도 필요없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다음번 시내 나갈 때 좀 큰놈으로 하나 사와야겠다. 단돈 1000원 짜리 포터블 배수펌프! 멋진 세상아닙니까?
이런 곡절 저런 곡절 끝에 그런대로 쓸만한 분수대 하나 만들어 졌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분수대 외관을 치장하고 주변을 정리하는 일뿐입니다. 당초 분수대 물받이통에는 자갈을 깔고 외부는 잔디나 꽃밭으로 꾸밀 생각이었으나 괸리상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아 깨끗한 강자갈로 처리키로 했지요. 투입된 비용을 계산해보니 경계석 8개 8만원, 맷돌 두개 5만원, 배관자재 및 노즐 합 8만원, 자갈 8만원 품값 30만원 도합 59만원입니다. 이 중 품 값은 벽돌 포장 배수로 굴착 주변정리등 다른 일도 같이 한 점을 감안 하면 실제로는 훨씬 적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시중에서 구입할 때와 비교하면 1/3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적은 비용으로 훌륭한 시설물을 만들었다는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스스로 무얼 구상하고 만들었다는 성취와 심리적 만족감일 것입니다.
비록 작은 분수대 하나였지만 여기에는 토공 , 설비, 배관, 포장공 콘크리트공 조경 등 토목공사의 전 공종이 망라되었을 뿐 아니라 수리학 역학을 바탕으로 한 設計와 자재구매, 시공, 사후관리에 이르는 공사의 전 과정이 녹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젊은이들과 같이 생각하고 시행착오하며 땀 흘렸던 일은 값비싼 성취였습니다. 과거 30년을 건설에 전념해 오며 세계 곳곳에 댐을 만들고 펌프장을 건설하며 수천 킬로미터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던 그 시절에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성취成就였던 것입니다. 무엇이 다를까? 대답은 자명합니다. 그 때는 말로써 지휘했을 뿐이나 지금은 몸으로 시행한 것입니다. 그 때는 남의 일이었지만 지금은 나의 일인 것입니다. 스스로 무얼 생각하고 그를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며 땀 흘린다는 사실! 이 것이 주는 성취成就와 만족滿足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인 것입니다.
이 다음엔 앞마당에 또 하나의 분수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이번엔 커플링하나가 없어 비뚤 빼뚤 관로를 연결하는 일이 없게끔, 부속하나 사러 공사도중에 읍내로 나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예쁜 실개천과 물레방아도 함께....
원두막에 누워 시원스레 물줄기 뿜는 나의 분수를 바라보며 문막의 한 여름은 또 그렇게 하루를 갔습니다. 언제나 쉬지 않는 상상과 열정으로 푸르른 나래를 펴며...
무릇 행복해지고자 하는 자는 몸과 머리로 땀 흘려 움직일지라! 결코 머리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喜悅이 거기 있다. 문막생활이 주는 또 하나의 敎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