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침, 조금 긴장한 채로 전화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차미연입니다’에서 구글 TV를 주제로 전화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생방송이어서 긴장이 되더라고요. ‘손에 잡히는 경제’가 출근 길에 많은 분들이 즐겨 듣는 경제 프로그램인 만큼, IT 용어를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니 예정된 6분의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더군요.
최근 들어 트위터와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서 구글 TV까지. 경제, 시사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부쩍 IT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분위기입니다. 블로터닷넷에서도 인터뷰 요청을 종종 받는데요, 그만큼 블로터닷넷이라는 이름이 많은 분들께 알려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블로터닷넷 독자 여러분께도 구글 TV에 대해서 보다 쉽게 설명해드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에서는 시간관계상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을 포함해서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해봤습니다.
차미연 : 구글이 새로운 TV를 세상에 선보였는데, 구글이라는 회사는 인터넷 기업 아닙니까? 어떻게 TV를 다 내놨죠?
주민영(나^^) : 네, 구글은 인터넷 기업이죠. 스마트폰을 위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출시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구글은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기기라면 어디든지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만큼 구글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나게 되고, 광고 수익도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구글 TV도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입니다.
‘구글 TV’ 라고 하니까 구글이 직접 TV 수상기를 만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구글 TV는 새로 나온 TV 수상기가 아니고, 우리가 ‘케이블 TV’, ‘IPTV’라고 부르는 것처럼, 인터넷과 TV를 연결한 일종의 방송 서비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차미연 : 구글 TV가 대체 뭐길래 이렇게 세계가 떠들썩한가 싶은데요, 우리가 지금 보는 TV와는 뭐가 어떻게 다른 겁니까?
주민영 : 구글 TV는 가정에서 사용하시는 TV에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기능이 모두 들어간 형태입니다. 생김새는 TV처럼 생겼지만 컴퓨터처럼 CPU와 운영체제도 있구요,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웹 브라우저도 탑재됩니다. TV가 컴퓨터처럼 똑똑해진 것이죠. 그런 뜻에서 이런 유형을 스마트 TV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차미연 : TV에서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게 되면 뭐가 좋아지는 거죠?
주민영 : 차미연 아나운서도 컴퓨터로 동영상 보신 적이 있으시죠?
차미연 : 네. 그럼요.
주민영 : 그 수많은 영상을 TV로 볼 수 있다면 편리하지 않겠어요? TV가 인터넷에 연결되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컴퓨터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유튜브나 다음 TV팟 등 수많은 인터넷 동영상을 TV로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에 비해서 화면 크기가 훨씬 크고, 무엇보다 일부러 책상 앞에 앉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하죠. 거실에 앉아서 TV로 중요한 메일을 확인하고, 인터넷 검색이나 쇼핑을 할 수도 있습니다.
차미연 : 또 어떤 점들이 기존 TV와 다릅니까?
주민영 : 요즘 TV는 참 채널이 많은데요, 불편하게 채널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싶은 방송을 인터넷 검색하듯이 쉽게 찾아볼 수 있구요, 자주 보는 채널이나 방송을 즐겨찾기 할 수도 있습니다.
또,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가 구글 TV에도 들어갑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과 게임을 다운받아서 사용할 수 있게 되죠.
이런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하려면 아마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리모콘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차미연 : 그러면 지금 집에 있는 삼성, LG TV로는 구글 TV를 볼 수 없는 건가요?
주민영 : 구글 TV를 사용할 수 있는 전용 TV가 출시될 예정인데요, 전용 TV가 아니더라도 전용 셋톱박스를 연결하면 구글 TV를 볼 수 있습니다. 셋톱박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개된 내용이 별로 없어서 모든 TV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차미연 : 구글 TV가 등장하면서 가전업체나 통신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데, 업체별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더군요.
주민영 : 네, 이번에 구글 TV를 출시하기 전에 많은 업체들이 뭉쳤습니다. 인텔(CPU), 소니(TV), 로지텍(컨트롤러), 디시 네트워크(위성방송), 어도비(플래시), 넷플릭스(주문형 비디오) 같은 업체들인데요, TV와 관련된 업종이 총망라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판 하이마트라고 볼 수 있는 베스트 바이(유통)도 포함됐습니다.
기존 TV 시장의 흐름을 스마트 TV로 바꾸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서 관련된 여러 업체들이 힘을 합친 것이죠. 앞으로 더 많은 업체가 구글 TV 진영으로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삼성이나 LG도 스마트 TV를 준비하기 위해서 야후나 디빅스 같은 업체와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구글 TV만큼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습니다.
차미연 : 현재는 삼성이 TV시장 1위 업체인데, TV시장 판도가 많이 달라질까요?
주민영 : 구글이 초기 파트너로 TV 시장에서 3등을 하고 있는 소니를 선택했는데요, 이 부분이 관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니가 먼저 나섰다고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봅니다. 구글 TV가 확산돼서 스마트 TV가 대세가 되면 삼성이나 LG도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으니 이를 가장 잘 활용하는 업체가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구글 TV가 오픈소스로 공개될 예정이거든요.
삼성이나 LG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나갈 지, 구글 TV를 잘 활용할 지, 아니면 둘 다 하면서 가능성을 엿볼 지를 철저히 따져보고 선택을 해야합니다.
구글 TV의 직접적인 경쟁자는 제조업체보다는 케이블 TV나 위성 방송, IPTV 같은 방송 서비스라고 봅니다. 이들 업체의 입장에서는 구글 TV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시장을 선점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향후에는 구글에 국내 방송 콘텐츠를 공급하는 등 구글 TV를 보완하거나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차미연 : 구글 TV는 언제 직접 볼 수 있고, 앞으로 TV 시청자, 소비자 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주민영 : 소니가 올 가을에 미국 시장에 첫번째 구글 TV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셋톱박스도 함께 출시되고요.
국내에 언제쯤 들어올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해외에서 갓 나온 서비스다보니 국내 방송관련 법률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또 국내에서 IPTV가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 업계나 정부에서는 구글 TV가 빨리 들어오기를 원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 구글 TV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시청자들은 더 이상 수십 개, 수백 개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도 곧바로 원하는 컨텐츠를 검색해서 사용하게 될 겁니다. 또 가정에서 컴퓨터를 쓰는 시간도 줄어들 거예요. 예를 들어 중요한 메일이 왔을 때 일부러 방에 가서 컴퓨터를 켤 필요가 없으니까요. 또, 야구중계를 보면서 동시에 트위터나 메신저로 친구들과 내기를 걸어볼 수도 있을겁니다. TV를 보는 재미가 두 배가 된다고 할까요?
반면에 구글 TV가 기대에 못미친다면 마치 컴퓨터처럼 TV가 에러가 나거나 다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TV마저 말썽을 부린다면 스트레스 엄청받겠죠.
그런 부분 말고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점 들도 있는데요, 구글 TV가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주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봅니다. TV를 휴대폰처럼 1, 2년에 한번씩 바꾸지는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TV와 인터넷이 하나로 만나는 현상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고요,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있듯이, 장기적으로는 TV도 스마트 TV쪽으로 조금씩 바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