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낭송진흥회 통영 문학기행 후기 - 김구완 시낭송가
하늘로 달리는 애드벌룬의 들뜬 마음으로 길을 나선다.
초행길 고성능 수퍼 자가용의 안내를 받으며 처음 도착한 곳은 충렬사. 이순신 장군의 깊은 위엄을 지킨 370년 수령의 동백나무 잎은 반들반들 태양이 앉아 있었고, 군사들의 훈련과 숙식을 해결한 세병관의 깃발은 통영의 세찬 바람속 한산대첩을 호령하고 있었다.
김춘수기념관 에서 꽃의 인사와 이야기를 안고 박경리기념관 토지 위에서 경건한 마음의 숙연한 발길로 돌아 보는데, 동향의 두 분은 눈웃음으로 수평선 위에 둥실 떠 계셨다.
오늘 저녁 멍게, 해삼, 모듬회 한 접시와 소주 한 잔은 위대한 장군과 문인들의 미소가 머금은듯 달근했다.
다음날 통영의 그러그러한 짜장과 우동을 먹고 동피랑벽화마을 에서 추억의 사진 작품을 내고 출발,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아래를 지나다 통영 꿀빵과 충무 김밥에 살짝 마음을 어르며 내달린 곳은 거제의 시성 유치환기념관 이었다. 쉴 새 없이 듣는 이의 마음 달래지 못하는 스피커의 딱딱한 시낭송은 밭일하는 농부의 구슬땀과 참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마을의 수호신인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서 청마의 작품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낭독한 일은 아름다웠다.
다시 통영 최고의 숙소 이에스클럽 리조트로 돌아와 낙조와 함께 사진 예술을 하고 맛난 삼겹살 파티와 함께한 우리들의 시낭송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 삼겹살 못지 않았다.
다음날 사랑도를 향한 열정의 마음은 추적추적 내리는 통영의 정열의 빗방울에 양보를 하고, 대신 보성 녹차 밭을 향했다. 가는 도중에 들린 오동도는 비맞은 여인처럼 처연했고, 보성에서 방앗간을 하시는 보성지부장 댁에서의 쑥절편과 찰밥과 라면은 일품이었다. 보성지부장 중도 하차의 아픔을 안고 남은 일행은 비에 젖은 녹차 밭의 푸르름 한 컷으로 위로하며 전주를 향했다.
어스름 저물 무렵 도착한 전주에서 급한 마음으로 구한 민박집은 나름 훌륭했다.
송광사의 위엄이 서려 있는 산세 속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한 편의 시낭송이었기 때문이다. 전날 마셨던 맥주 내음을 탈탈 털고 일어나 맞이한 마지막 날 아침, 그대로 시골 인심의 맛과 향기를 오롯이 배어낸 백반 한 상을 잘 차려 먹고 송광사를 둘러 보았다. 보통 절이 아니었다. 돌아 보는 내내 감탄과 탄복이 끊이지 않는 많은 문화재가 있는 신라천년의 고찰이었던 것이다. 그중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보물 제1255호인 송광사 소조사천왕상 이었다.
비파를 든 지국천왕은 동쪽 세계를 관할하며 인간의 기쁜 감정과 봄을, 용과 여의주를 든 광목천왕은 서쪽 세계를 관할하며 인간의 노여움과 가을을, 지혜의 칼을 든 중장천왕은 남쪽 세계를 관할하며 인간의 사랑과 여름을, 탑과 큰 깃대를 든 다문천왕은 인간의 즐거움과 겨울을 주관한다. 여기서 꼮 하나의 왕을 선택하라면 다문천왕을 꼽을 것이다. 왜냐하면 겨울은 별로지만 인간의 즐거움을 크게 생각하고 싶기 때문이다. 천년 고찰의 천년 바람속에서 각자 천년속에 묻힐 시낭송을 읊조리고 전북대 보건진료소 실장으로 근무중인 최은우 회원님(홍보국장)을 뵈러 갔다.
그곳에서 생각지 않은 건강 검진의 결과로 근력이 월등했던 나는 기분이 좋았고, 저녁으로 전주에서 제일 오래 된 비빔밥집 한국관에서의 비빔밥은 매우 달달했다.
그리고 올라 오는 차안에서 교수님의 안내로 두 명의 황후들이 기사를 위한 졸음방지용 쇼쇼쇼는 실로 어마어마 했다. 청주를 거쳐 분당을 지나 서울 신정동 목적지까지 조금은 피로 했지만 1400여 킬로미터의 통영문학기행은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후기 글: 김구완 시낭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