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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2
에블린은 그의 아내가 남편이 동성애자였고 남편 또한 첫사랑이었던 그레이엄을 평생 잊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로 충격을 입고는 더글러스에게 심경을 털어놓는다.
“마을 축제가 있던 날 남편을 만났어요. 회전목마를 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나타나 ‘날 믿어요.’ 했어요. 그래서 죽는 날까지 그 믿음을 버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남편은 내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지는 않았어요. 나의 이해의 폭이 좁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세상 떠난 남편에 대해 미안해지네요. 그의 아내는 모든 비밀을 다 알고 있었어요. 다 나누지 못하는 부부란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한편 뮤리엘은 좀 더 빨리, 그리고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골반 수술을 받기 위해 인도로 의료관광을 떠나온,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지독한 인종주의자였던 그녀는 수술 후, 인도인 의사의 출중한 외과적 기술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호텔의 청소부 여인이 보여준 친절에 감동을 받게 된다. 주치의는 청소부 여인이 뮤리엘의 친절에 감사하고자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전달한다.
“아노기가 부인을 초대했어요. 부인의 친절에 감사한데요.”
“난 친절하게 한 적이 없는데.”
“부인만이 자기의 존재를 알아차려 준데요.”
휠체어를 타고 청소부 여인의 집을 찾은 뮤리엘은 영어 한 마디도 못 하는 수드라 카스트의 여인이 보여준 친절에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려 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친절에 감사한다는 젊은 청소부 여인의 아름다운 마음은 유색인에 대한 뮤리엘의 인식을 바꾸어놓기에 이른다.
뮤리엘은 자기 스스로도 영국 한 가족의 가정부로 일해 왔었다는 과거를 그녀에게 털어놓는다. 한 가족의 관리자로서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을 도맡아 해주었지만 새로 들어온 젊은 도우미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주다가 결국은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했다는 가슴 속 상처를 털어놓는다.
점점 건강을 회복해가던 뮤리엘은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의 매니저인 소니의 컴퓨터를 몰래 살펴보고 호텔의 재정 상태를 파악한 후, 잘만 운영한다면 충분히 이윤을 낼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녀는 소니가 그렇게도 꿈꾸던 투자를 결정하고 호텔의 부 매니저로 일하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런가 하면 돈 많은 남자를 만나고자 인도를 찾은 마지는 저녁 시간이 되자 한껏 멋을 내고 자이푸르 최고 상류층들이 회원인 사교클럽을 찾아간다. 입회비가 12만 루피라는 클럽 매니저의 말에 그녀의 응답이 만들어내는 즉흥 쇼가 웃음을 자아낸다.
“전 왕가의 일원인 마가렛 공주인데 왕족에 대한 할인은 없나요?”
“아! 그러세요? 세상 뜨신 지 9년이나 된 마가렛 공주가 살아 돌아오신 건가요? 자! 12만 루피 내시죠.”
울며 겨자 먹기로 입회비 전액을 납부한 그녀는 직원에게 따로 팁을 찔러주며 돈 많은 홀아비 옆에 앉혀 달라고 부탁을 한다. ‘켄트 공’이라며 안내해준 남자가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다. 이크! 그는 켄트 공이 아니라 메리골드 호텔에 함께 머물고 있던 노먼이었던 것이다.
그 역시 여자를 낚아보겠다고 클럽에 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몸은 김정구이지만 사랑에 대한 열정만큼은 아이돌 그룹 멤버 못지 않은 노먼. 삶의 터전을 인도로 옮겼어도 그의 관심사는 여전히 여자밖에 없다.
마지는 노먼이 영국에서 평생을 살아온 영국 여인, 캐롤(다이애나 하드캐슬)을 만나도록 주선해 준다. 이제껏 여성들을 만나 해왔던 구태의연한 작업 멘트들을 모두 내려놓은 노먼은 진실한 고백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돌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내 이름은 노먼. 나는 늙었고 지금 외롭습니다. 난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젊음을, 멋진 밤을 느껴보고 싶어요.”
진실만큼 아름다운 고백은 없다. 캐롤 역시 자신의 외로움을 털어놓으면서 둘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관계는 급행열차를 탄 듯, 빨리 진행된다. 곧바로 노먼이 묶고 있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 이 커플이 살림을 차리자, 마지는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이에 대한 캐롤의 답변, “나이가 드니까 뭐든 빠르게 결정하게 되더군요. 어차피 알 거 다 아는 나이에 겪을 거 다 겪어봤으니까요. 남아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데 따지고 재기보다는 일단 행동하게 되는 거죠.”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대화, 우리 영혼의 자유를 보장받으려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그렇게 맨몸으로 다가갔을 때, 우리들에게는 삶의 놀라운 선물이 주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이 둘의 관계는 보여주고 있다.
더글러스와 진은 일행 가운데 유일한 커플. 하지만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다른 존재들이다. 현실에 긍정적으로 적응해나가려는 더글러스와는 달리 아내인 진은 사사건건, 불만이고 부정적이다. 진은 거의 모든 시간을 호텔에 머물며 책을 읽는 바면, 더글러스는 그래이엄이 추천한 도시의 관광명소들을 발로 찾아 다닌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외출한 에블린과도 우연히 마주치는 일도 잦다. 무엇보다 진은 은퇴연금을 몽땅 딸의 인터넷 회사에 투자했다가 수중에 몇 푼 없는 남편 알기를 아주 우습게 여긴다. 그런 그녀의 눈에 전직 대법원 판사의 경력을 갖고 있는 그래이엄이 얼마나 크고 멋져 보였을까?
거의 매일 호텔에만 틀어박혀 있던 진이 간만에 외출준비를 하고 그래이엄의 뒤를 밟아 길을 나선다. 우연을 가장해 그래이엄에게 다가간 그녀는 한껏 웃는 표정으로 묻는다.
“어쩜 그렇게 인도에 적응을 잘 하세요?”
“인도의 빛과 색깔, 사람들의 웃음이 너무 매력적이죠. 특권의식을 갖지 말고 이들을 바라보시면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드디어 타이밍을 잡아 그녀가 자신의 설레는 사랑의 마음을 고백한다.
“검사님. 전 항상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이를 어쩐다. 그래이엄의 반응이 시원치 않음을 넘어서 충격적이다.
“… 죄송합니다. 전 동성애자입니다.”
적응하기 힘든 인도 생활에 있어서 단 하나의 희망이었던 그래이엄이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동성애자라는 고백은 그녀의 몸을 수치심에 떨게 만들었다.
계속 서로 친밀감을 키워가고 있었던 에블린과 더글러스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그래이엄을 화장하고 돌아오는 길, 두 남녀가 나눌 수 있는 깊은 대화의 최대치를 나누게 된다. 그래이엄의 연인의 아내가 남편이 동성애자였음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자신의 결혼생활에서 신뢰가 부족했음을 눈물을 흘리며 고백한다. 인간적인 위로의 감정으로 에블린을 포옹하는 남편을 보게 된 진은 자신은 그래이엄에게 마음을 빼앗겼어도 질투에 몸을 떤다. 더글러스는 진이 남편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결여된 점과 매사에 부정적인 태도에 대해 처음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한다.
그 순간, 은퇴연금을 투자했던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 원금을 상환할 수 있을 만큼 사업이 자리를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영국에 살 수 있을 만한 능력이 된다면 이들 부부에게는 인도에 머물 이유가 더 이상 없었다. 때를 같이 해 호텔 측에서는 호텔이 팔릴 예정이니 투숙객들을 영국으로 보내주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진은 신이 나서 짐을 꾸리지만 좋은 감정을 갖게 된 에블린을 두고 떠나야 하는 더글러스는 결코 마음이 편치 않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인도의 전통 축제로 인해 교통체증이 말이 아니었다. 이대로는 결코 비행기 시간을 맞출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때 마침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릭샤꾼이 눈에 보인다. 진은 더글러스를 내버려두고 그것에 올라 타, 공항으로 향한다. 이로써 진은 39년 동안 움켜쥐고 살았던, 맞지 않는 부부의 끈을 인도 땅에서 비로소 놓게 된다. 더글러스는 자신의 짐을 챙겨 다시 호텔로 돌아오고 인생의 여정을 함께 갈 수 있는 동반자라는 강한 느낌을 주는 에블린과 진지한 만남을 갖게 된다. 황혼의 커플이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아름답다.
열정적인 호텔의 매니저인 소니는 꿈이 있는 청년이다. 그의 아버지는 “꿈꾸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가르침으로 소니를 키웠다. 아버지가 갖고 있던 꿈은 그에게로 고스란히 대물림 됐다. 그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시니어들을 위한 최고의 리조트로 만들겠다는 소망을 이루고자 사방팔방에서 호텔 증축을 위한 투자금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었다.
영국에서 일곱 명의 투숙객이 들어와 있는데다, 수나이나라는 예쁜 여자 친구와 짬짬이 데이트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소니에게 갑자기 다른 지방에 살고 계신 어머니께서 찾아오셨다. 하루 방문이 아니라 며칠 호텔에 묶어 가시겠단다. 소니, 그리고 소니의 형과 함께 호텔 지분을 나눠 갖고 있던 어머니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호텔을 처리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그녀는 감정사들을 불러 호텔의 가치를 매기며 현재 투숙객들에게는 보상을 해줄 테니, 호텔을 비워달라고 요청한다. 뿐만 아니라 델리의 집안 좋은 아가씨로부터 중매가 들어왔으니 소니더러 호텔 문을 닫고 가서 결혼을 하라고 종용한다.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호텔과 애인을 모두 잃게 된 소니는 고민이 말이 아니다. 우연히 길에서 소니와 마주친 에블린은 그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는 걸,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되요.”
생각과 동시에 행동이 나가는 완전한 행동파, 소니는 에블린의 조언을 듣고는 곧바로 수나이나를 찾아가 자신의 사랑을 선언한다.
“널 사랑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버렸어. 널 사랑하면서 내게도 자격이 생겼어.”
다음 날 아침, 어머니 앞에 선 소니는 수나이나를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소개하며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용감하게 고백한다. 소니의 세상 떠난 아버지 역시 가족들에 맞서 자신을 대변해주고 반대를 무릅써가며 그녀와 결혼했었는데 지금 아들이 아버지와 똑 같은 상황을 연출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소니의 어머니는 아들을 부잣집 딸에게 정략결혼 시키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호텔 판매 결정도 보류하게 된다.
이제 투숙객들은 돌아가거나 남거나 선택할 수 있었다. 투숙객 7명 가운데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을 떠난 사람은 세상 떠난 그래이엄과 런던으로 떠난 진뿐이었다.
나머지 다섯 명의 게스트들은 모두 호텔에 남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캐롤과 호텔에서 살림을 시작한 노먼을 들여다보니 방에서 양말을 빨아 널고 있다. 그의 여자, 캐롤은 침대에 누워 카마수트라를 읽고 있다. 마지는 클럽에서 부유한 인도인 남성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그녀가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기를 바래본다.
뮤리엘은 소니의 호텔에 투자하고 부 지배인으로 일하며 고객들을 맡고 있다. 소니는 이 호텔에서 뮤리엘을 만나 투자를 받음으로써 비로소 그의 원대한 꿈을 펼쳐나가게 된다. 그에게 있어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꿈꾸는 공간인 것이다.
에블린 역시 이곳에 남기로 결정한다.
“여기에선 모든 것이 내 기대를 비껴갔거든요.”
우리들의 인생이란 때로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들에게 선물 같은 삶을 선사하곤 한다. 파도처럼 다가오는 생소한 문화에 맞춰 적응한 결과,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다고 하는 그녀의 말은 삶에 대한 우리들의 고백에 다름 아니다. 일터로 향하는 그녀를 향해 언제쯤 돌아오느냐고 묻는 더글러스의 목소리엔 사랑이 가득하다.
“차 마실 때쯤 와요.”
“차, 어떻게 마셔요?”
“우유 조금 넣어서요.”
그녀와 더글러스가 스쿠터를 타고 자이푸르의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며 노년에 찾아온 로맨스를 축하했다.
에블린이 블로그에 기록한 51일째 되던 날의 일기를 들여다보자.
“진정한 실패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며 성공의 척도는 좌절을 이겨내는 방법에 있다. 좌절은 극복해야 한다. 이곳에 와서 우린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시도했다. 우린 매일 아침 최선을 다해 산다.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과거가 시들면서 새로운 현재가 싹튼다. 그러니 과거를 되돌리려 애쓸 필요는 없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건 현재와 다를 바 없는 미래를 맞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를 반겨야 한다.”
기대했던 모습과는 달랐던 베스트 엑조틱 매리골드 호텔. 하지만 그곳에 머물던 영국인 투숙객들은 저마다 갖고 있는 자신만의 아픔과 문제들을 하나 둘 치유해 간 것이다.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2012년 판, ‘러브 액추얼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브 액추얼리’가 여러 커플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랑에 대해 잔잔히 말하고 있었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여러 시니어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아름다운 삶과 사랑은 기적처럼 우리 곁에 다가온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며 우리들은 주인공들을 따라 낯선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며 새로운 이들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들이 나름대로 과거와 화해하고 스스로를 용서하며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진실한 사랑과 삶의 가치를 재조명하게 한다.
우리들은 모두 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를 물리학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관성의 법칙이요, 불교적 표현으로 하자면 습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그처럼 힘들어서다. 그럼에도 인류는 끊임 없는 변화의 터널을 지나왔고 그 변화를 통해 한 차원 더 진화된 존재가 되어왔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용감하게도 익숙하고 안온한 삶의 터전을 떠나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물론 그들이 꿈꾸었었던 멋진 호텔은 소니라는 매니저가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매니저는 곧 호텔이 멋진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 약속하지만 변화된 것은 이 호텔에 머물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호텔은 7명의 투숙객들이 마음 공부를 제대로 하게 된 도량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도량에서 그들은 끊을 수 없었던 징한 관계를 정리했고, 진실한 사랑을 찾았으며, 늘 미뤄왔던 인생의 커다란 숙제를 해결했다. 편견에 가득 차 세상을 보던 삐뚤어진 눈이 따뜻하게 바뀌었으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용기도 갖게 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홀로서기에 용감하게 도전했고 진정한 관계에 대해 새롭게 눈뜬 곳도 이 호텔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솔직함으로 새로운 사랑을 얻게 된 곳도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에서였다.
영화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최고의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꼽는 인도 라자스탄에서 촬영됐다. 로케이션을 위해 인도 순례에 들어간 제작진들은 곧 인도와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신비한 사원과 화려한 고대 왕국, 여인들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색색의 사리들, 그러면서 빠른 속도로 현대화 되어가는 상반된 모습은 이국적이며 압도적이다. ‘인도를 한 번 오게 되면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는 E.M. 포스터의 말은 여러 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에블린 역의 주디 덴치는 인도에서 매일 느껴지는 놀라움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지 역의 셀리아 아임리는 ‘어느 곳에나 즐거움이 있는 마법 같은 나라’라고 느낌을 전했으며, 노먼 역의 로널드 픽업은 ‘이곳은 세계의 다른 어떤 곳과도 다르다. 스릴이 넘치고 황홀하며 충격적이다. 인생의 모든 모습이 이곳에 있다.’며 경탄했다.
촬영은 자이푸르 중심가에서도 진행되었는데 인도의 길거리라는 것이 차는 물론이요, 자전거와 오토바이, 성스러운 소(힌두교인 인도는 소를 성스럽게 여긴다. 영어 표현으로 Holy cow!는 여기에서 나온 것)와 낙타, 코끼리, 거기에 사람과 닭 원숭이까지 지구 상 모든 생명체로 붐비는 곳이 아니던가. 이렇게 새로운 신천지에서의 촬영은 제작진들에게 매일 넘치는 영감을 불러일으켜 줬다.
그리고 참 아름다운 뒷얘기. 촬영 시작 전, 이 지역의 성자가 찾아와 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촬영 장비에 축복을 내리는 힌두교 식 예배인 푸자를 거행했다고 한다. 또한 촬영 기간 중, 제작진들은 인도의 축제와 축일들을 모두 지키며 촬영에 임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상대방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섬세한 외교적 노력이 있었기에 살아 있는 인도의 이미지가 가득한 영화가 탄생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올해 2월 24일에 개봉됐다. 3월 들어서는 26개 국가에서 줄줄이 개봉되었고 미국에서는 5월 4일, 전국적으로 27개 극장에서 제한적으로 오픈했다가 5월 25일, 상영관을 늘려 1,233개의 개봉관에서 상영되기 시작했다. 7월 8일 현재, 북미 지역에서 4203만 4천 달러를 벌어들였고 그 외 지역에서 8218만 7천 달러를 수익을 올려 합계 1억 2천 422만 1천 달러의 흥행기록을 냈다. 여름 극장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강세 속에서도 박스오피스 10위권을 유지하며 오히려 순위가 상승하며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장기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영국박스오피스에서는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개봉 2주째, 1위에 오르면서 3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이며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을 이어 전 세계로 흥행열풍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7월 12일에 개봉돼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123분의 상영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재미있고 감동적인 영화다. (9월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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