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1.13 03:00
[세계 '디지털 미술관' 열풍]
英 테이트·美 MoMA 등 웹페이지를 '분관'으로 사용
파노라마로 내부·작품 관람… 청소년 교육 자료로도 쓰여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프리어·새클러 미술관이 아시아 유물 4만여 점을 무료로 온라인에 공개한 것을 계기로 '디지털 미술관'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유명 미술관·박물관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온라인 분관(分館)'으로 여기며 공을 들여 왔다.
◇웹페이지를 또 다른 '분관'으로
국내 미술관 홈페이지는 단순한 전시 설명이나 위치 설명을 제공하지만, 세계 선진 미술관의 웹페이지는 그 자체가 살아있는 미술관이다. 영국 테이트미술관은 2000년대 초반 웹사이트 '테이트 온라인(Tate Online)'을 만들면서 이를 '제5의 미술관'으로 삼았다. 테이트모던, 테이트브리튼, 테이트리버풀, 테이트세인트아이브 등 테이트 산하 4개 미술관에 이은 또 하나의 미술관이란 얘기다. 소장품을 고화질로 공개하는 건 물론이고 '채널'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동영상과 팟캐스트 등으로 예술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구글 아트 프로젝트에 소개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내부를 직접 거니는 것처럼 360도 방향으로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다. 화면 아래 작은 사진을 클릭하면 곧바로 작품이 걸린 방으로 이동한다.
구미 선진국들은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장기적으로 박물관의 디지털화를 준비해 왔다. 미국 MoMA(뉴욕현대미술관)는 온라인의 역사가 20년이나 된다. 1995년 '뮤턴트 머티리얼' '비디오 스페이스'라는 웹사이트를 시작한 이후 2005년 본격적으로 온라인 컬렉션을 시작했다. MoMA는 웹페이지를 딱딱한 정보들을 그러모은 집합소가 아니라 '살아있는 아카이브'로 활용한다. 이번에 디지털 이미지를 공개한 프리어·새클러 미술관의 'Open F|S'는 1998년 스미스소니언 내부에 디지털 사진 스튜디오가 생겼을 때부터 디지털 아카이브를 축적해 왔다.
미술관의 디지털 경쟁을 본격적으로 점화한 계기는 2011년 시작된 '구글 아트 프로젝트'다. 첨단 장비로 세계 각국의 미술관 내부와 전시 작품을 세세한 붓 터치까지 볼 수 있는 정교한 수준으로 찍고 360도 파노라마 형태로 구성해 웹상에 공개한다. 안방에서 마치 미술관에 가 있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아밋 수드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디렉터는 "우리의 비전은 모두가 예술 작품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누구나 컴퓨터만 있으면 예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 네덜란드 반고흐 미술관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고흐의‘해바라기’고화질 이미지. 거친 붓 터치까지 생생하게 보인다. 아래 사진은 게임을 활용한 대영박물관 어린이 교육 코너 ‘영 익스플로러즈’.
영국은 공공 영역에서 디지털 미술관 구축에 힘쓰고 있다. PCF(공공카탈로그재단)와 BBC가 2011년 만든 '유어페인팅즈(Your Paintings)'라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내셔널 갤러리를 비롯해 영국 내 1000여 개 갤러리와 미술관 등이 소유한 유화 20만 점을 고화질 이미지로 전환해 각 기관에 보급했다.
◇'예술의 민주화'를 이루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은 2013년 레노베이션을 끝내고 재개관하면서 미술관 웹사이트도 전면 개편했다. '라익스스튜디오(Rijksstudio)'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미술관이 소장한 20여만 점의 작품 이미지를 누구나 다운받아 책갈피, 책 커버 등 어디에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는 네덜란드의 유명 디자인 그룹 '드룩'이 이 사이트에 있는 이미지로 만든 공간과 소품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전시하기도 했다. 최근 '리움-광주비엔날레 심포지엄'에 참가했던 이 미술관 마틴 프롱크 출판부 총괄은 "많은 사람이 우리 이미지를 사용함으로써 우리 미술관과 소장품을 더욱 살아있는 것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는 사무엘 H. 크레스 재단의 지원으로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서비스를 만들어 4만5000여 점의 소장품을 고화질로 공개했다. 재단은 이 미술관 소장품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면서 이미지의 무상 배포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줄리언 레이비 스미스소니언박물관 관장은 "소장품의 온라인 공개는 예술의 민주화 의미한다"고 했다.
디지털 미술관은 교육 자료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대영박물관은 게임으로 아이들이 쉽게 유물을 익히도록 하는 '영 익스플로러즈', MoMA는 10대 청소년을 위한 웹사이트 '레드 스튜디오(Red Studio)'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