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입양센터 난이가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난 후 까칠해진 모습을 보여서 걱정을 시키고 있네요. 난이가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만 하는 우리 마음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난이의 중성화 수술을 보면서 문득 예전에 흰순이의 중성화 수술을 하던 때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흰돌이와 흰순이는 2012년 4월 7일에 이태원의 유기견 거리입양캠페인장에서 입양을 해온 강아지들입니다. 당시 흰돌이가 4개월, 흰순이가 5개월쯤 되었어요.
보통 수컷 중성화 수술은 3개월쯤에, 암컷 중성화 수술은 초경 직전인 6개월쯤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컷인 흰돌이의 경우는 입양해온 당일날 바로 중성화 수술을 했고,
흰순이는 입양 카페와 연계하고 있는 용산의 한 병원에 중성화 수술을 예약하고, 예약금까지 미리 내었답니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더 지나서 드디어 흰순이가 중성화 수술을 할 때가 되었어요.
흰순이는 타고난 천성이 무척 착한 강아지입니다. 다른 강아지는 물론 고양이들과도 적의없이 다 잘지내요. 그곳에 있는 다른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고도 반가운 듯 즐겁게 인사를 합니다.
병원에서 고양이와 포메라이언 강아지를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흰순이
수컷인 흰돌이의 경우는 중성화 수술을 하고 난 후 1시간 있다 바로 퇴원을 했고, 암컷인 흰순이의 경우는 개복 수술을 하기 때문에 마취가 깨어나는 4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퇴원을 해서 집에 데리고 왔어요.
중성화 수술후 수술 부위에 압박 붕대를 캐고 있는 흰순이
아무래도 강아지들의 중성화 수술은 아플 수 밖에 없지요. 흰순이도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나서는 조금 힘들어했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고 몸 회복에 좋다는 북어채를 삶아서 주었는데도 잘 안먹더군요. 그냥 푹 쉬고 싶어하더라구요.
중성화 수술을 하던 날, 집에 와서 누워서 쉬고 있는 흰순이
단짝 친구인 흰순이가 수술을 하고 난 후 힘이 없는 모습으로 있으니까 흰돌이는 혼자서 놀고 있어요. 흰돌이와 흰순이는 둘이 서로 같은 배에서 난 형제인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건 아니고, 같은 곳에서 함께 구조한 두 강아지들입니다. 백사마을이라고 개들을 키워 보신탕집에 팔아먹던 곳에서 구조해온 두 강아지들이지요.
수술을 하고 나서 힘없어 하는 흰순이를 걱정하는 흰돌이
흰순이가 함께 놀아줄 수 없는 상황인 것을 아는 흰돌이는 혼자서 장난감을 갖고 놉니다. 성견이 된 지금은 장난감을 갖고 잘 놀지를 않지만 어린 강아지 시절의 흰돌이는 장난감을 무척 좋아했었어요.
얼굴에 귀욤이 가득한 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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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새 아침이 밝았답니다. 수술 하느라 입맛이 없어 잘 먹지를 못한 흰순이를 위해 갈비를 구웠어요. 다른 강아지들도 다 마찬가지이지만 흰돌이와 흰순이는 갈비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아.. 그런데.. 정말 여기서 웃기는 반전이 일어난 거에요.
전날에 흰순이가 수술한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집을 양보했던 흰돌이 녀석이 떡 하니 흰순이가 있는 집안에 들어가있는 겁니다. 흰돌이 녀석은 흰순이가 그 집안에 들어가있는게 부러웠나봅니다. ㅎㅎㅎ
흰순이 방에 들어가서 갈비를 뜯고 있는 흰돌이, 그리고 늘 양보심이 많고 착한 흰순이.
그렇다고 흰돌이가 늘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에요. 흰돌이는 어린 강아지 때부터 먹는 것을 무척 잘먹고 빨리 먹는 편이었는데, 상대적으로 느리게 먹는 흰순이가 천천히 밥을 먹어도 빼앗아 먹지 않고 기다려줍니다. 그러다가 흰순이가 양보를 해주면 그 때 먹곤 했지요.
흰순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흰돌이
그건 작은 시츄 순심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순심이는 길거리를 떠돌다가 뻥튀기 장수에게 잡혀 자칫 큰일 날뻔했던 아이를 그 때 구조했던 것인데 처음에는 흰돌이, 흰순이와 함께 잤었어요. 흰돌이와 흰순이는 막 들어온 순심이에게 배타적이지 않고 서로 잘 지냈답니다.
구조했을 당시 흰돌이, 흰순이와 함께 잠을 자는 시츄 순심이
역시 작은 시츄인 순심이가 먹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흰돌이가 다 먹고 난 다음에도 순심이는 천천히 먹었어요. 그러면 흰돌이는 순심이 것을 빼앗아먹지 않고 다 먹을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곤 했답니다. 그러다가 순심이가 배불러서 그만 먹으면 그 때 순심이 밥그릇을 싹싹 비웠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기특한 흰돌이에요.
시츄 순심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흰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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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흰돌이는 이제 커다란 성견이 되었고, 흰순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맘씨 착한 강아지로 계속 함께 지내고 있답니다. 그 사이에 럭키가 들어와서 흰돌이, 흰순이, 순심이와 함께 한 식구가 되었지요.
며칠 전 럭키의 엄마나 다름업는 홍여사님이 오셨어요. 홍여사님은 럭키를 구조한 이후로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꼬박 뚱아저씨네 집에 들러서 럭키를 보고 가신답니다.
처음에는 홍여사님만 오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던 럭키였는데, 이제는 뚱아저씨 집에 잘 정착해서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지요.
구조 당시 홍여사님만 집에 오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던 안쓰러운 럭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럭키의 홍여사님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어요.
럭키는 구조 후 2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홍여사님만 오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답니다. 구조자로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럭키를 챙겨주는 홍여사님과 럭키의 아름다운 인연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입니다.
잘생긴 외모로는 어디가서도 안빠지는 럭키
며칠 전 고기를 삶아서 오신 홍여사님.
홍여사님이 오시는 날이 잔칫날이라는 것을 아는 흰돌이, 흰순이, 럭키의 똘망똘망한 모습
홍여사님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는 강아지들
흰순이 중성화 수술 얘기를 하다가 흰돌이, 럭키, 순심이까지 다 출연했네요. 어쩌면 험한 세상에서 서로 못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과 동물의 아름다운 인연이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원 여러분, 모두 즐거운 일요일 되세요 ~
첫댓글 흰순이 흰돌이 럭키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 그 자체예요....천사 흰순이 ..신사 흰돌이 ..힐링견 순심이 그리고 럭키와 홍여사님의 사랑~~오늘도 한편의 수필을 읽고 가네요...얘들아 건강하게 즐겁게 지내~~
럭키와홍여사님사랑은정말감동적이에요
팅커벨 카페가 생기기 전에 아고라 반동방에서
흰돌이 흰순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사진 정말 찡~하네요 모두들 행복해보입니다
아름다운 가족얘기 잘 읽었습니다. 한편의 동화를 읽은 기분입니다.
흰돌이의 어릴적 행동 모습 다 감동이구요. 홍여사님과 럭키의 관계도 감동이공. 훈훈하게 찡~하네요.
어쩜 뚱아저씨네 개님들은 이리 순하고 착해요....??? 전생에 아무래도 많은 복을 지으셨나봐요....
항상 느끼지만 너무 고맙습니다
어머 흰돌이도 완전 애기였네요~?? 꼬쭈도 빨리 뗐는데
이렇게 상남자 흰돌이가 되었다니!! ㅎㅎㅎ
아이들이 모두 착해서 너무 흐뭇해요.
난이도 얼른 몸이 회복되었으면 싶네요.
흰순아..힘내!!!
흰돌이같은..남자 완전 멋져요~~~~!!
사람이었으면 인기...정말 많았을 남자!!!!
럭키는 털갈이 중인가봐요? ^^ 아이들이 눈이 홍여사님의 고기 봉지에 모조리 고정되었네요 ㅎㅎ
흰순이도 착하지만 우리 흰돌이도 진짜 착하네요. 키우시는 보람이 있으시겠어요. 뚱아저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