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그리고 구생 무상(鳩生無常)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라 하면서 인간들은 비둘기에 대해서는 항상 친밀감을 가졌다. 그래서 어떤 평화를 상징하는 곳 또는 행사에는 항상 비둘기가 등장하였고 도심의 어느 공원을 막론하고 공원을 찾는 이들이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평화로운 모습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참으로 평화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통신이 발달하기 전에는 전서구로써 인간들의 통신 수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인간들은 비둘기에 대하여 좋은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때부터 비둘기는 혐오동물로 변하여 버렸다.
어느 날 아내와 운동이랄까 산책이랄까 해운대 달맞이 길을 한적하게 걷고 있는데 길가에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말라는 내용의 횡단막(플래카드)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그 횡단막(플래카드)을 다시 자세히 보니 비둘기가 아예 법으로 환경부에서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어 버린 것이다.
참으로 황당스러웠다. 이때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비둘기가 아니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이 플래카드를 본 많은 사람들은 한 번쯤은 고개를 갸우뚱하였을 것이다.
사실 비둘기가 어느 때인가부터는 인간들이 혐오하기 까지는 아니드라도 기피하기 시작하였다. 인간들이 비둘기를 기피하기 시작한 것은 도심에서의 비둘기의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960년대 또는 1970년대 초반까지는 우리나라 산들은 도시근교의 야산이나 아주 깊은 산이 아닌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중간 높이의 산들은 거의가 벌거숭이산이었다.
그렇든 벌거숭이산들이 세계적인 산림녹화의 모범 사례가 된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대대적인 산림녹화사업으로 벌거숭이였던 우리나라의 산들은 나무들이 울창한 산으로 변하였고 도시 근교의 야산은 물론 도심의 공원들도 울창한 숲으로 변하였다.
이렇게 도시근교의 야산이나 도심 공원의 산림이 울창해지니 자연히 비둘기의 개체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시의 비둘기들은 천적의 위험으로 부터도 대체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의 조건으로 비둘기들의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급격히 증가한 도심의 비둘기들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여 사람들이 기피하고 더 나아가서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이 된 것이다.
비록 비둘기가 환경부의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었지만 우리 인간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 것은 별러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도심의 급격히 늘어난 비둘기들의 배설물이 도시의 환경을 더럽히는 것이다. 건물, 차량은 물론 도로와 공원 등은 비둘기들의 배설물로 도시 환경이 지저분해지고 악취고 나는 것이다. 특히 건축물이나 차량 그리고 인간이 설치한 각종 구조물은 비둘기들의 배설물을 오랫동안 방치하면 부식이 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엄청나게 늘어난 개체수로 사람들의 보행과 차량의 통행에 불쾌감과 불편을 주어 좋게만 인식되었던 비둘기의 이미지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이미지로 바뀌고 그리고 혐오 동물로 바뀌고 급기야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것이다.
이렇게 평화의 상징으로 그리고 기계 통신이 발달하기 전 통신 수단으로써 인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비둘기가 그런 역할들이 퇴색하고 늘어난 개체 수는 인간들에게 불쾌감과 불편을 주어 기피 동물, 혐오동물, 유해 야생동물로 바뀌어 버린 비둘기들을 볼 때 인간들의 사회를 보는 것 같다.
인간 사회 역시 서로서로가 필요하고 도움을 주면 긍정적이다가 그렇지 못하고 손해를 주면 배척을 하는 것이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비둘기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2023년 3월 25일
김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