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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소기준일보다 나중에 전입한 사람이 선순위란다
세대합가에 따른 대항력 발생기준 변경에 대한 권리분석 실수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외환위기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12년 동안 서울지역에 가장 경매물건이 많이 나온 지역이 어디일까 하고 통계를 뒤져 본 적이 있다. 그 동네 사시는 분들은 기분이 조금 언짢아 질수도 있겠다. 그래도 사실이니 언급한다. 강서구 화곡동이 그 주인공이다. 강서구 화곡동의 경매물건이 가장 많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동네가 크다는 것에도 기인한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린다. 화곡동의 소형 빌라를 낙찰 받고 낙찰가격 이상의 돈을 임차인에게 물어준 채준국씨 이야기이다.
후순위가 선순위란다
⇒ 이 집 낙찰 받은 사람입니다. 3일전에 잔금 납부했고요, 영수증은 여기 있습니다. 모레면 소유권 바뀐 등기부 나온다고 하네요. 하하하~~♩~♭~♪~♬~!
⇒ 그러세요, 축하합니다. 그런데 우리 돈은 언제 주실 건가요. 이사 날짜 잡게요. 이집 아주 지긋지긋합니다. 2년을 시달리고 나니 오만 정이 다 떨어졌어요?
⇒ 저도 사는 사람내보내고 수리 좀 해서 세놓을 생각입니다. 그래야 세를 더 받잖아요, 아주머니네는 이집서 몇 년 사셨어요~!
⇒ 제가 여기서 산 것은 7년째이고, 남편이 온 것은 4년 반 되었네요?
⇒ 보증금 한 번도 안 올리셨죠!
⇒ 아니죠, 내가 와서 2년 살다가 한번 올려주고는, 그리고는 안 올려주었죠, 왜 올려주나요. 올려주면 올려준 금액은 후순위로 못 찾아갈 수 있는데?
⇒ 아 그러셨군요~!
세 살고 있는 아주머니 말씀에 채준국씨는 건성으로 대답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아무튼 이사날짜 잡아주세요?
⇒ 네~ 그런데 돈을 주셔야 이사를 가죠!
⇒ 내가 무슨 돈을 왜 주나요?
⇒ 주셔야죠~!
⇒ 아니 왜 주냐고요?
⇒ 그럼 주셔야지 왜 안 주세요!
⇒ 남편분 전입일이 저당권보다 나중이잖아요?
⇒ 내 전입일이 저당권보다 먼저잖아요!
⇒ 무슨 말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 모르시네, 알아보고 오세요!
⇒ 뭘 자꾸 모른다고 그러세요?
⇒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죠, 다음에 오실 때는 9,500만원 가져오세요.
얼마에 낙찰 받았는데 9,500만원을 들고 오란다. 뭐가 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경매공부는 와이프가 해서 말이다.
세대합가라는 카운터펀치
경매지 표현은 이러했다. 전입사항과 등기부설정일 비교해보면
⇒ 저당권(저당권 설정 : 2003.05.11일)
⇒ 장우*(세대합가전입 : 2004. 10.18일)
(장우*의 처 이미*의 전입일 2002.03.14일)로 되어 있었다.
장우*의 처 이미*씨는 이혼하기 전 남편과 저당권 설정되기 전에 현재의 집으로 이사 왔다. 전 남편과는 남편이 집에서 이사 나가는 조건으로 이혼을 하셨단다. 그리고 남편 앞으로 되어 있던 전세계약을 자기 앞으로 하기로 한 조건에 따라 임차인 명의 변경과, 세대주 변경을 하고 살고 있다가, 현재의 남편분과 재혼을 하면서, 새 남편이 세대주로 하고, 이미*씨는 세대원으로 편입되어 살고 있었다. 꼼짝없이 당하는 구조이다.
경매진행 내역
⇒ 강서구 화곡동 77-1**
⇒ 대정빌라트 301호
⇒ 대지지분 : 22/298㎡
⇒ 건 물 : 72㎡(21.78평)(방3, 욕실 2개)
⇒ 감정가격 : 1억 4,3000만원
⇒ 최저가격 : 9,152만원
⇒ 낙찰가격 : 1억 900만원
⇒ 응찰자수 : 4명
물건으로 보면 정말 평범한 물건이다. 그리고 조금만 살펴보았어도 아무 문제가 생길일 없는 하품 나오는 물건일 뿐이다
추가로 인수해야 할 금액이 9,500만원
대학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 아는 형님이 낙찰을 하나 받았는데 뭐가 잘못된 것 같단다. 한번 봐달라는 말에 동의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런 정도의 실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자주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안 있어 채준국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날 잡아 한번 보기로 했다.
⇒ 우 박사님! 시골 후배 종진이한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염치없이 연락드렸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 글쎄요, 무슨 방법이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무슨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 경매공부 해 보셨어요!
⇒ 나는 아니고, 집사람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8주 경매수업 들었어요?
⇒ 하루에 90분짜리 주 1회 수업 말씀하시나요!
⇒ 시간을 모르겠고,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하는 강좌였다네요?
⇒ 그게 전부였나요!
⇒ 집에서 권리분석 책으로 열심히 공부하던데요?
⇒ 그게 전부였나요!
⇒ 같이 수업 들었던 아줌마들끼리 경매법원도 같이 가고 그러는 것 같더라고요?
⇒ 이번이 처음 입찰이셨나요!
⇒ 아 ~ 니 ~ 오 ~, 비슷한 물건에 몇 번 응찰했다가 떨어졌어요, 다섯 번째 입찰이었어요?
한숨을 연거푸 내리쉬는 채준국씨가 안쓰러웠다. 전세가격으로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하겠다고 응찰한 것이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커져 버렸으니 말이다. 아무런 도움도 줄 수없는 사람을 상대로 채준국씨의 하소연이 길어졌다. 그냥 보내려니 마음이 짠했다. 소개해 준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동대문역 인근 시장 빈대집골목으로 한잔하러 가려는데 올 수 있냐고.
뜻밖의 기회로 얻은 귀한 깨달음
⇒ 지금 올래!
⇒ 어디로요?
⇒ 우리 저번에 빈대떡 먹었던 데 동대문역 생각나니!
⇒ 거기~ 4호선 동대문역 7번 출구 빈대떡집 골목?
⇒ 응 그래 그리로 와라!
셋이서 빈대떡에 파전, 모듬전을 주연으로, 막걸리는 엑스트라로 출연시켜 놓고 관객은 필자포함 세 명이었다. 세상과 집과 일과 돈에 의미를 씹었다. 그리고 그들의 조합을 씹었다. 씹었다는 표현이 거칠다고 불쾌하신 독자가 계시면 그 날 그 빈대떡집 분위기가 대강 그 모양이었다고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 형~! 그래서 이참에 형수 바꿀 꺼야~ !
막걸리 몇 사발 들어가자 내게는 대학 후배이자, 채준국씨에게는 강원도 산골 후배가 한마디 했다. 그 한마디로 분위기가 더 어색해져 버렸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조금은 칙칙하게 시작했었다. 그 말끝에 채준국씨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 야~아~! 종진아~! 돈이 뭐라고 그렇게 말하냐 이 자식이~!
나도 거들었다.
⇒ 맞다, 그 말 취소해라~!
후배는 버텼다.
⇒ 형~! 속 마음이야기 해~봐~!
약간 말린 혀로 다시 채준국씨가 말했다.
⇒ 낙찰전이나 낙찰 후나 달라진 거 아무것도 없다?
몇 사발 들이킨 막걸리로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상태는 지나가고 있었다.
채준국씨가 다시 보였다
⇒ 강원도 화천 촌놈이 서울에서 대학 졸업하고,
⇒ 월급 안 밀리고 제때 잘 나오는 직장 다니고,
⇒ 착하고 열심히 사는 마누라 있고,
⇒ 자식 둘 착하고 말 잘 듣고,
⇒ 공부 대충하는데 뭐가 걱정이냐.
그만말 끝에 후배가 다시 한마디 했다
⇒ 경매 잘 해 돈 까먹은 형수~! 근데 형~ 정말 그렇게 생각해~!
⇒ 아니 이 자식이~ 야 ~ 내가 거짓말 하면 니가 돈 대신 물어줄래 헤헤?
⇒ 아 이 뭔 소리야 내가 왜 형 돈을 물어줘~!
술판이 길어지는 사이로 비가 추적대기 시작했다. 옆 좌판 가게에서 순대에 혼자 소주를 마시던 어떤 아저씨가 한마디 했다
⇒ 합석해서 한잔해도 될까요?
우리 이야기를 아까부터 들었다며 합석을 신청하셨다.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우리 쪽으로 먹던 안주 접시와 소주병과 잔을 들고 오셨다.
외환위기때 부도로 집을 날렸단다
⇒ 나는 외환위기 끝 무렵에 경매로 집을 날린 사람이요?
딱 그 한마디에 분위기는 완전히 싸늘해졌다. 시비하려는 줄 알았다. 비상상태로 접어들었다. 바로 계엄령이 하달되었다. 일단 우모씨부터 입을 다물었다. 집을 날렸다는 말을 듣고는, 듣기만 하고 말은 안했다.
⇒ 망해보니까 세상이 보입디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가족이었단다.
⇒ 32년 살던 강동구 천호동에 있는 75평 단독주택을 낙찰 받은 사람이 다음날로 쳐들어와 집을 비워달라며 점령군으로 행세할 때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를 우리에게 물으셨다.
⇒ 당신이 그 집에서 결혼을 했고, 자식 셋을 낳고, 자신의 손으로 그 집을 새로 증축했고,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큰 아들놈 장가보냈던 그 집을 점령군에게 넘겨줄 때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를 우리에게 물으셨다.
⇒ 하남시 미사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짓고 있는 친구의 도움으로 일흔 노모를 모시고 비닐하우스로 4.5톤 트럭 세대로 이삿짐을 옮길 때 보이던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를 우리에게 물으셨다.
⇒ 비닐하우스로 이사 와서 이틀을 울던 집사람과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운 일흔 노모의 눈에 비닐하우스 천장을 통해 보이던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를 우리에게 물으셨다.
⇒ 미사리 비닐하우스로 이사 오는 바람에 자기 결혼이 깨졌다며 아빠의 가슴을 치며 울던 막내딸의 가슴으로 보이던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를 우리에게 물으셨다.
⇒ 이사 가서 딱 2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노모를 비닐하우스 장래를 치르던 사람의 눈에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를 우리에게 물으셨다. 그리고는 독하게 결심하셨단다.
반드시 다시 일어서고야 말겠다고
⇒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서고야 말겠다는 것을.
⇒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단다.
⇒ 세상에서 편은 오직 자기 건강과 가족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채준국씨를 안주로 추가하여 옆에서 떠드는 우리 이야기를 혼자 들으면서, 한잔 사고 싶었단다. 말린 틈도 없이 우리 술값까지 그 양반이 계산했다. 그 날 우모씨는 충격을 심하게 받았다. 그리고 많은 공부를 했다. 부슬비 추적거리는 동대문역 빈대떡 골목 포장마차 긴 탁자에 앉아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경매세상의 다른 쪽을 보았다. 누구 말대로 거기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때까지 내가 알던 망한 집주인은 이러했다.
⇒ 망한 빚쟁이.
⇒ 경매로 집 뺏긴 멍청이.
⇒ 가족 잠자리마저 빼앗긴 무능력자.
⇒ 세입자까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천하에 나쁜 ㄴㅗㅁ~!
⇒ 그러고도 몇 푼 이사비용 뜯어가려고 온갖 흉계를 다 꾸미는 몬스터.
염치도, 체면도, 그리고 자존심은 처음부터 있어 본적도 없는 몬스터 말이다. 그런 몬스터를 상대하고 물리치려니 허풍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우모 씨부터도 낙찰 받아 명도하려 가면 바로 점령군 행세였다.
⇒ 그러나 그럴까, 정말 그럴까.
경매하는 사람도 경매당하는 사람도, 또 거기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사람 또한 내 이웃이었다. 같은 하늘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함께 사는 너무나 평범한 내 이웃이라는 사실을 쉽게 망각한다. 난 그 양반의 물음을 들을 때까지는 단 한번도, 정말 단 한번도, 망한 채무자가 내 이웃인 적이 없었다.
⇒ 그러나 그럴까, 정말 그럴까.
영원한 甲도 영원한 乙도 없는 것이 세상살이 아닐까. 채준국씨 덕분에 귀한 보너스를 받았다. 내가 세상의 또 다른 면을 보았다고 해서 채준국씨가 인수해야 할 금액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말이다.
망해 경험한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이를 물고 살아 돌아와 일면식도 없는 경매점령군들에게 이제는 편안하게 막걸리 몇 사발 값을 치를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몇이나 될까. 소수일 것이다. 절대 소수일 것이다. 마실수록 더 또렷해지는 정신을 붙잡고 필자는 그날 밤 끝내 깨달은 게 하나 있었다. 세상에는 ‘창’보다 훨씬 더 많은 ‘방패’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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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서류로만 보면 저런 실수가 생길수도 있겠네요^^
설마 실화인가요?? ㅠ 오늘 또하나 배워갑니다.
근데 이같은 경우는 유료정보지에 안나오나요?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적당이 알아서는안되는 거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