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녹색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까?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조원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말한다. 전설 속 동물 유니콘만큼이나 스타트업이 상장 전에 1조원의 기업가치를 갖는 게 신화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작년 말 11번째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그동안 등재된 유니콘 기업이 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집중된 반면 11번째는 생명공학 분야 기업이다.
세계적인 성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녹색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수처리, 대기 등 녹색 분야에서 5만8000여 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지만 90%가 매출액 100억원 미만 기업들이다. 기업 성장에 기초가 되는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도 여전히 높다. 가령 청정대기 분야 핵심 소재인 나노필터의 5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는 글로벌 녹색산업 선점이 쉽지 않다. 녹색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유니콘 기업 수준의 경쟁력 있는 녹색 기업 탄생이 필수다. 유니콘 기업이 앞장서고 후발 업체들이 따라가는 혁신적 협력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 녹색산업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열의를 보이는 유망한 녹색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초에 다녀온 수처리·에어필터 생산업체인 엔바이오니아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습식 공정으로 첨단 고기능성 필터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듀폰 등 해외 선진 기업이 선도해온 건식 공정 기술보다 더 까다롭다. 적정한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이런 유망 기업들은 유니콘 기업으로 탄생할 것이다.
세계적 친환경 자동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2014년부터 보유 특허를 공개하고 있다. 선도 기업이 발판이 돼 후발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지난해 후발 주자인 전기차 회사 '리비안'은 기업가치 약 4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녹색산업의 혁신성장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우리에게 테슬라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이 녹색산업 분야 예비 유니콘 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녹색금융 활성화와 더불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유한 초기 창업기업을 맞춤형 지원을 통해 2022년까지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예비 녹색 유니콘 기업으로 10개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예비 기업 발굴은 물론 이들이 한국형 녹색 유니콘 기업으로 탄생하도록 환경부는 정책 역량을 집중할 참이다. 기술 개발에서 해외 진출에 이르는 전 주기적 지원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다부처 협력 체제도 가동된다. 녹색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녹색 미래를 여는 알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