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 인천 섬 여행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입니다. 깊어가는 여름. ‘지금 가장 아름다운, 섬 그리고 바다’로 잠시 떠나고 싶습니다. 마음은 이미 섬에 있지만, 여행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섬 ‘드라이브 스루’와 ‘차박’ 캠핑. 차를 타고 사방이 탁 트인 바닷가를 달리다, 마음 닿는 곳에서 하룻밤 자는 게 요즘 여행 트렌드입니다. 코로나 시대, 거리도 마음도 가까운 인천 섬에서 현명하게 여름휴가를 즐기세요.
▲무의도 실미해변에서 설정화, 정연복 부부(서구 당하동). 캠핑카를 몰고 서해,
남해, 동해 바닷가를 둘러보았지만, 인천만큼 좋은 여행지는 없다고 부부는 말한다.
■ 드라이브하기 좋은 인천 섬
석모도·교동도, 영종도·용유도, 무의도, 선재도·영흥도, 신도·시도·모도
■ ‘차박’ 캠핑하기 좋은 인천 섬, 해변
영종도 왕산해변, 무의도 실미해변, 덕적도 서포리해변, 소야도 떼뿌리해변, 시도 수기해변
■ 여기서 잠깐! 코로나19 해수욕장 방역 수칙 기억하세요!
• 중·소형 해수욕장 이용 권고(이용객 분산)
• 단체 방문 자제, 가족 단위 이용 권장
• 백사장 차양 시설 2m 간격 설치
• 물놀이 시 외에는 마스크 착용
• 물놀이 구역 침 뱉기 자제
• 다중이용시설 방문 시 발열 검사, 방문 기록 작성 등의 수칙 준수
• 샤워 시설 한 칸 떨어져 이용
• ‘해수욕장 코로나19 대응반’ 구성, 방역 상황 매일 점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 섬 ‘드라이브 스루’ 석모도
■ Drive Course
석모대교→석모도 자연휴양림→보문사→민머루해변
여름이 파랗게 익어가면, 마음은 어느덧 길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사람들과 부대끼며 휴가지로 가기엔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여행지로 가는 교통수단이 비행기에서 자동차, 대중교통에서 자가용으로 바뀌었다. ‘자차 격리’로 다리 건너 육지에서 섬으로, 섬에서 섬으로 가자.
강화도에서 불과 1.2km, 강화 치맛자락 뒤로 몸을 숨기고 있는 석모도는 ‘섬 속의 섬’이었다. 하지만 2017년 6월 석모대교가 놓이면서 섬은 ‘육지’가 됐다. 다리를 건너는 것부터 섬 여행은 시작된다. 경쾌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차창 밖으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 물결친다. 섬은 해안을 따라 2차선 도로가 나 있어 호젓하게 둘러보기 좋다. 석모대교 건너 자연휴양림을 지나 보문사로 간다. 바다와 땅, 삶이 빚어낸 풍경. 느리고 깊게 파고들수록 길은 아름답다.
▲하늘에서 본 석모대교
천년 고찰 보문사는 경상남도 남해의 보리암,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 도량으로 꼽힌다. 잠시 시동을 끄고 ‘소원이 이뤄지는 길’ 425계단을 올라,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 마애석불에 이른다. 은은히 들리는 목탁 소리. 발아래 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순간 정지 화면처럼 펼쳐진다. 산에서 내려와서는 민머루해변으로 차를 돌린다. 바다 앞에 섰다. 푸른 물결이 밀려간 자리에 진회색 융단이 깔려 있다. 도시와는 다른 여유로움이 나른한 여름 공기 사이를 맴돈다. 바닷가를 둘러싼 숲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점점이 쏟아지는 햇빛. 숲 한가운데 길게 난 ‘힐링 둘레길’을 따라 걷는다. 흙길을 발끝으로 받아들이고 산들거리는 바람을 느끼다 보면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일상으로 가는 길, 사람으로 북적이던 외포리 선착장이 텅 비었다. 배를 따라 섬까지 날아오던 갈매기들이 담벼락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멀리 섬마을에 불빛이 하나둘 반짝인다. 따스하게 비추는 그 빛은 그저 평화롭다.
▲보문사 가는 길
▲민머루 해변
■ 드라이브하기 좋은 인천 섬
여행도 ‘드라이브 스루’다. 다리로 이어져 ‘자차 격리’로 안전하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섬.
[ 석모도·교동도 ]
석모도 가까이에는 교동도가 있다. 강화도와 교동대교로 연결되어 세 섬을 함께 여행하기 좋다. 피란민들이 형성한 대룡시장에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 무의도 ]
지난해 4월 ‘무의대교’가 놓이면서 가까워졌다. 남쪽에 솟은 호룡곡산과 북쪽의 국사봉을 잇는 등산로가 섬의 중앙을 가로지른다. 해안을 따라 호젓하게 트레킹을 즐기기 좋다.
[ 영종도·용유도 ]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 길은 언제나 막힘 없이 시원하다. 12.3km에 이르는 인천대교 바다 구간은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 마치 바다 한가운데를 달리는 듯하다.
[ 선재도·영흥도 ]
쭉 뻗은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를 건너 영흥면 선재도, 영흥도까지 내처 달린다. 세 섬이 각각 다리로 이어져 차를 타고 한번에 갈 수 있다.
[ 신도·시도·모도 ]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하지만, 10분이면 간다. 삼 형제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드라이브하기 좋다. 당일치기 섬 트레킹이나 라이딩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 호캉스 대신 ‘차박’ 캠핑 영종도·무의도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베개 삼아 차 안에서 보내는 하룻밤. 거창한 캠핑 장비도 머리 아픈 여행 계획도 필요 없다. 네 바퀴로 달린 끝에, 차를 세울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휴가지가 된다. 가까운 공원이나 숲속, 바닷가면 충분하다.
‘차박’ 캠핑이 새로운 여행 문화로 떠올랐다. 사방이 탁 트인 야외를 차로 달리다 마음 닿는 곳에서 하룻밤 머물며, 사회적 거리 두기로 꾹꾹 눌러 왔던 여행에 대한 욕구를 푼다.
“날이 흐리면 흐린 대로 볕이 강하지 않아 좋고, 둘이라 외롭지도 북적거리지도 않아 좋아요. 바닷가 풍경도 아름답고요. 힐링의 시간이에요.” 정애란(47) 씨와 탁근혜(46) 씨는 간단한 먹을거리만 싸 들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정 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게를 접고,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했다. 바뀐 일상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지쳐갔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날, 엄마는 모처럼 자연 안에서 자신에게 관대한 시간을 보낸다.
▲민머루 해변
▲무의도 실미해변
모두 힘든 시간.
인천 섬에서 행복인 줄 몰랐던 평범한 일상을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정해진 길은 없다. 차를 타고 달려, 영흥도에서 첫 발자국을 찍고 마음 가는 대로 달려 영종도 왕산해변에 이르렀다. 사람들이 모인 해수욕장에서 빗겨난 흙길로 들어선다. 그 끝엔 느리게 흐르는 시간이 있고, 그 안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영종도에서 다리를 건너 다시 섬으로 간다. 무의도 실미해변. 평일 오후인데도 바닷가엔 유유자적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서울에 사는 이기봉(60) 씨는 불현듯 낯선 길을 찾아 떠나고 싶을 때면 인천을 찾는다. “인천 섬은 가깝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요.” 차를 타고 가다 세우는 곳이 내 집, 내 정원이 되니 마음이 훌쩍 가볍다. 오늘 밤이 지나면 비가 온다는데, 걱정이 없다. 오히려 빗속 낭만이 기다려진다.
하늘빛이 달라진다. 노을빛 진 수평선 사이로 섬들이 아스라하다. 마음을 비운 자리에 그 빛을 채우고 섬과 바다를 담는다. 모두 힘든 시간이다. 행복인 줄 몰랐던 평범한 일상을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무의도 실미해변
■ ‘차박’ 캠핑하기 좋은 인천 섬, 해변
네 바퀴로 달리다 마음 닿는 곳이 바로 호텔이고, 펜션이다. 숲이 있고 바다가 있는 ‘차박’ 캠핑지.
[ 영종도 왕산해변 ]
도심에서 지척이라 바다 품으로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조금은 때도 탔지만, 해수욕장 근처를 잘 둘러보면 한적한 ‘차박’ 명소가 있다.
[ 무의도 실미해변 ]
영종도에서 무의대교를 건너간다. 실미유원지엔 소나무 숲이 우거지고 편의시설을 잘 갖춘 캠핑장이 있다. 물길이 열리면 바로 앞 실미도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 덕적도 서포리해변 ]
바다가 그리울 때 쉽게 닿을 수 있는 섬. 육지에서 뱃길로 단 1시간, 정기여객선이 수시로 다닌다. 배에 차를 싣고 갈 수 있어 ‘차박’도 가능. 해변에 오토캠핑장이 있다.
[ 소야도 떼뿌리해변 ]
덕적도에서 다리를 건너가면 만나는 섬. 소야도 큰말 서쪽에 있는 ‘떼뿌리해변’은 혼자 알고 싶은 비밀스러운 낙원이다. 여느 바닷가보다 한적해, 여행자들이 꿈꾸는 섬의 순수함을 누릴 수 있다.
[ 시도 수기해변 ]
모래사장이 초승달 모양으로 길게 뻗은 바닷가. 솔숲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아늑하다. 펜션 앞에 캠핑장이 있어 가족 여름 휴식처로 모자람이 없다.
▲무의도 실미해변
글 정경숙 본지 편집장│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