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하반야바라밀경_75. 삼차품(三次品), 끊어진 모습, 무소유의 성품
거란본에는 차제행품(次第行品)으로 되어 있음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법상(法相)이라는 것이 있다고 해도, 역시 순인(順忍)을 얻을 수 없는데, 하물며 어찌 도를 얻겠는지요?
세존이시여, 만약 법상이라는 것이 없다면 순인을 얻는지요?
만일 간혜지ㆍ성지(性地)ㆍ팔인지(八人地)ㆍ견지(見地)ㆍ박지(薄地)ㆍ이욕지(離欲地)ㆍ이변지(已辦地) 그리고 벽지불지(辟支佛地)ㆍ보살지(菩薩地)ㆍ불지(佛地) 등 수도(修道)를 원인으로 하여, 이 수도가 번뇌를 끊는지요?
이 번뇌를 지닌 까닭에,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를 초과하여 보살의 지위에 들지 못하며, 만일 보살의 지위에 들지 못하면, 곧 일체종지를 얻지 못합니다. 그리고 일체종지를 얻지 못하면, 곧 일체 번뇌의 습기를 끊을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법상이라는 것이 없다면, 이 모든 법은 곧 생할 수 없습니다. 만일 모든 법이 생할 수 없다면, 바로 일체종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존재하는 법이 없으니, 순인(順忍)과, 나아가 일체 번뇌의 습기를 끊을 수 있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법상이 있는지요?
이른바 물질의 모습ㆍ식의 모습ㆍ눈의 모습ㆍ뜻의 모습ㆍ빛깔의 모습ㆍ법의 모습ㆍ안계의 모습ㆍ의식계의 모습 등도 그와 같은지요?
4념처의 모습ㆍ일체종지의 모습ㆍ물질의 모습이나 물질이 끊어진 모습ㆍ분별의 모습이나 분별이 끊어진 모습ㆍ12처ㆍ18계도 또한 그와 같은지요?
만일 무명의 모습이나 무명의 끊어진 모습, 근심ㆍ슬픔ㆍ아픔ㆍ번뇌의 모습이나, 근심ㆍ슬픔ㆍ아픔ㆍ번뇌의 끊어진 모습이 있는지요?
탐욕의 모습이나 탐욕의 끊어진 모습ㆍ화냄의 모습이나 화냄의 끊어진 모습ㆍ어리석음의 모습이나 어리석음의 끊어진 모습이 있는지요?
괴로움의 모습이나 괴로움의 끊어진 모습ㆍ집기의 모습이나 집기의 끊어진 모습ㆍ멸진의 모습이나 멸진의 끊어진 모습ㆍ길의 모습이나 길의 끊어진 모습, 나아가 일체종지의 모습과 일체번뇌의 습기까지도 끊은 모습이 있는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법상과 법상 아님이 있을 수 없으니, 이것이 바로 보살의 순인이니라. 만일 법상이 있지 않고 법상 아님이 있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수도(修道)이고, 또한 이것이 도의 결과이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에게 법이 있는 것이 보살의 도이고, 법이 없는 것이 보살의 과보이니, 이러한 인연으로 온갖 법은 무소유의 성품이라고 알아야 하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온갖 법이 무소유의 성품이라면,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온갖 법은 무소유의 성품임을 알아서 성불하셨고, 온갖 법에 있어서 자재력을 얻으셨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온갖 법은 무소유의 성품이니라.
내가 본래 보살도를 행할 때에, 6바라밀을 닦아서 모든 탐욕을 떠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났으며, 거친 생각도 있고 미세한 생각도 있으면서, 애욕을 떠난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켜, 초선에 들고, 나아가 제4선에 이르기까지 들었느니라.
이 모든 선정과 그 소소한 모양을 취하지 않았고, 이러한 선정이 있음을 생각하지 않았으며, 선정의 맛을 수용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선정을 얻지 않았느니라.
물듦이 없는 청정으로 4선을 행하되, 나는 이 모든 선정에 대하여 과보를 수용하지 않았다. 4선에 머무는 것에 의하여, 5신통인 몸의 신통(身通)ㆍ천이통(天耳通)ㆍ타심통(他心通)ㆍ숙명통(宿命通)ㆍ천안통(天眼通)을 일으키되, 모든 신통에 대하여 모양을 취하지 않았고, 이러한 신통이 있음을 생각하지 않았고, 신통이 맛을 수용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신통을 얻지 않았고, 나는 이 5신통에 대하여 분별해서 행하지 않았느니라.
수보리야, 나는 그때 일념에 상응하는 지혜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니, 이른바 고성제와 집성제와 멸성제와 도성제가 그것이니라.
부처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18불공법ㆍ대자대비를 성취하고 부처님이 되었으니, 그런 뒤에 중생을 3취, 곧 정정취(正定聚)와 사정취(邪定聚)와 부정취(不定聚)로 분별했던 것이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모든 법의 무소유의 성품 가운데 계시면서 4선과 5신통을 일으키시고, 중생은 없는 것인데도 3취로 분별하시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모든 탐욕과 악하여 착하지 않은 법의 성품에, 자기 성품이나 다른 성품이 있다고 하면, 나는 본시 보살행을 할 때에, 탐욕과 악하여 착하지 않은 법이 모소유의 성품인 것을 관찰하여, 초선에 들 수가 없었으리라.
모든 탐욕과 악하여 착하지 않은 법의 성품에, 자기 성품이나 다른 성품이 있을 수 없어서, 모두 무소유의 성품인 까닭에, 나는 본래 보살행을 할 때에, 탐욕과 악하여 착하지 않는 법을 떠나고, 초선에 들고, 나아가 제4선에 이르기까지 들었느니라.
수보리야, 만일 모든 신통에 자기 성품이나 다른 성품이 있다면, 나는 이러한 신통이 무소유의 성품인 것을 알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가 없었으리라. 신통의 성품에 자기 성품이나 다른 자의 성품이 있을 수 없어서, 모두 무소유의 성품인 까닭에, 모든 부처님은 신통에 있어서 무소유의 성품을 알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수보리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이 무소유의 성품인 것을 알아서, 4선과 5신통에 의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처음 배우는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모든 법의 무소유의 성품 가운데서, 차례차례의 행 또는 차례차례의 배움 또는 차례차례의 도를 두고, 이러한 차례차례의 행 또는 차례차례의 배움 또는 차례차례의 도로써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처음으로 모든 부처님에게서 들었거나, 모든 부처님을 많이 공양한 보살에게서 들었고, 많은 아라한ㆍ아나함ㆍ사다함ㆍ수다원에게서 들은 바가 있느니라.
그 들은 바의 내용은,
무소유를 얻은 까닭에 부처님이고,
무소유를 얻은 까닭에 아라한 또는 아나함 또는 사다함 또는 수다원이라고 하며,
일체의 성현도 모두 무소유를 얻은 까닭에 이름이 있느니라.
그리고 일체의 유위로 지어진 법도 무소유의 성품이니, 털끝만한 것도 존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온갖 법의 성품이 무소유라면, 무소유의 성품을 얻은 까닭에 부처님이고, 나아가 무소유의 성품을 얻은 까닭에 수다원이다.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거나 얻지 못하더라도, 온갖 법은 언제나 무소유의 성품이라면, 나는 무엇인가 발심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야 하지 않겠느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나서는 온갖 중생들의 존재의 모습에서 행하게 하여, 무소유 가운데에 머무르는 것을 얻게 해야 한다.’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그와 같이 생각하고 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니, 온갖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보살마하살이 행하는 차례차례의 행ㆍ차례차례의 배움ㆍ차례차례의 도라는 것은 과거의 모든 보살마하살이 도를 행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과 같으니, 신발의(新發意) 보살은 6바라밀의 단나바라밀ㆍ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ㆍ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이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스스로 보시를 행하고, 또한 사람을 가르쳐서 보시하게 하고,
보시의 공덕을 찬탄하고 보시를 행하는 이를 환희하고 찬탄하느니라.
이 보시의 인연으로 큰 재물과 부귀를 얻느니라.
이 보살은 아끼는 마음을 멀리 떠나 중생에게 보시하니, 음식ㆍ의복ㆍ향ㆍ꽃ㆍ장신구ㆍ주택ㆍ침구ㆍ등불 등 모든 생활필수품을 원하면 남김없이 주느니라.
보살마하살은 보시 및 지계를 행하여, 하늘이나 사람 가운데 태어나 크게 존귀함을 얻고,
지계와 보시를 지니는 까닭에, 선정의 무리를 얻고,
보시ㆍ지계ㆍ선정을 지니는 까닭에, 지혜라는 덕목ㆍ해탈의 무리ㆍ해탈지견의 무리를 얻느니라.
이 보살은 보시ㆍ지계ㆍ선정의 무리ㆍ지혜의 무리ㆍ해탈의 무리ㆍ해탈지견의 무리에 의하여,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를 초과하여 보살의 지위에 들고,
보살의 지위에 들고 나서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며,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고 나서는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키며,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키고 나서는 일체종지를 얻으며,
일체종지를 얻고 나서는 법륜을 굴리며,
법륜을 굴리고 나서는 3승의 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세상에서 제도되어 해탈하게 하느니라.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이 보시로써 차례차례의 행 또는 차례차례의 배움 또는 차례차례의 도를 행하지만, 이러한 것은 모두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자체 성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한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처음으로 뜻을 일으킨 때부터 줄곧,
스스로 지계를 행하고, 사람을 가르쳐서 계를 지니게 하고,
지계의 공덕을 찬탄하고, 지계를 행하는 이를 환희하고 찬탄하느니라.
지계 및 보시의 인연으로 하늘 또는 사람 가운데 태어나 크게 존귀함을 얻느니라.
빈궁한 자를 보고는 재물로 베풀고,
계를 지니지 않은 자는 가르쳐서 계를 지니게 하고,
산란한 마음을 지닌 자는 가르쳐서 선정이 있게 하고,
어리석은 자는 가르쳐서 지혜가 있게 하고,
해탈이 없는 자는 가르쳐서 해탈이 있게 하고, 해탈지견이 없는 자는 가르쳐서 해탈지견이 있게 하느니라.
이 지계ㆍ선정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을 지니는 까닭에,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를 초과하여 보살의 지위에 들고,
보살의 지위에 들고 나서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고,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고 나서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키며,
중생의 이익을 성취하고 나서 일체종지를 얻고,
일체종지를 얻고 나서 법륜을 굴리고,
법륜을 굴리고 나서 3승의 법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느니라.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이 지계로써 차례차례의 행ㆍ차례차례의 배움ㆍ차례차례의 도를 행하지만, 이러한 것은 모두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일체의 법에는 자기 성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처음부터 줄곧,
스스로 찬제바라밀을 행하고, 사람을 가르쳐서 인욕을 지니게 하고,
인욕의 공덕을 찬탄하고, 인욕을 행하는 이를 환희하고 찬탄하느니라.
찬제바라밀을 행하여 갈 때에,
중생에게 보시하여 각자가 만족하게 하고,
가르쳐서 계를 지니게 하고,
가르쳐서 선정 내지 해탈지견이 있게 하느니라.
이 보시ㆍ지계ㆍ선정ㆍ지혜의 인연으로,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를 초과하여 보살의 지위에 들고, 보살의 지위에 들고 나서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고,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고 나서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키며,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키고 나서 일체종지를 얻고,
일체종지를 얻고 나서 법륜을 굴리며,
법륜을 굴리고 나서 3승의 법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느니라.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은 이 찬제바라밀로 차례차례의 행ㆍ차례차례의 배움ㆍ차례차례의 도를 행하지만, 이러한 것은 모두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일체의 법에는 자기 성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처음부터 줄곧,
스스로 비리야바라밀을 행하고,
사람을 가르쳐서 정진을 지니게 하고,
정진의 공덕을 찬탄하고, 정진을 행하는 이를 환희하고 찬탄하느니라.
나아가 이러한 일은 모두 얻을 수 없으니, 왜냐하면 자기 성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처음부터 줄곧,
스스로 선정에 들고 무량심에 들며 무색정에 들고,
또한 남을 가르쳐서 선정에 들며 무량심에 들며,
무색정에 드는 공덕을 찬탄하고 선정ㆍ무량심ㆍ무색정을 행하는 이를 환희하고 찬탄하느니라.
이 보살은 모든 선정과 무량심에 머물러서 중생에게 보시하여, 각자가 만족하게 하고 가르쳐서, 선정과 지혜가 있게 하느니라.
이 보시ㆍ선정ㆍ지혜의 인연으로,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를 초과하여 보살의 지위에 들고,
보살의 지위에 들고 나서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고,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고 나서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키며,
중생의 이익을 성취시키고 나서 일체종지를 얻고,
일체종지를 얻고 나서 법륜을 굴리고,
법륜을 굴리고 나서 3승의 법으로써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느니라.
나아가 이러한 일은 모두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니, 자기 성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처음부터 줄곧 반야바라밀을 행하고, 중생에게 보시하여 각자가 만족하게 하고, 가르쳐서 지계ㆍ선정ㆍ지혜ㆍ해탈ㆍ해탈지견이 있게 하느니라.
이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하여 갈 때에,
스스로 6바라밀을 행하고, 또한 타인을 가르쳐서 6바라밀을 행하게 하고,
6바라밀의 공덕을 찬탄하고 6바라밀을 행하는 이를 환희하고 찬탄하느니라.
이 보살은 단나바라밀ㆍ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ㆍ반야바라밀의 인연 및 방편의 힘으로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를 초과하여 보살의 지위에 드느니라. 나아가 이러한 일은 모두 얻을 수가 없는 것이니, 자기 성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차례차례의 행ㆍ차례차례의 배움ㆍ차례차례의 도라고 말하느니라.
또한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의 차례차례의 행ㆍ차례차례의 배움ㆍ차례차례의 도라는 것은 보살마하살이 처음부터 줄곧 일체종지에 상응하는 마음으로 모든 법의 무소유의 성품을 믿고 이해하여 여섯 가지 염(念)할 바인 이른바 부처님을 염함ㆍ법을 염함ㆍ승단을 염함ㆍ계를 염함ㆍ보시를 염함ㆍ하늘을 염함을 닦느니라.
수보리야, 무엇이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을 염하는 것인가?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을 염함은 물질로 염하지 않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로써 염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이 물질은 자기 성품이 없고, 색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도 자기 성품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모든 법에 자기 성품이 없다면, 이것을 무소유라고 하느니라.
왜냐하면 염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니, 이것을 부처님을 염함이라 하느니라.
또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을 염함은 32상(相)을 염하지 않고,
금색(金色)의 몸을 염하지 않고,
한 길[丈]의 광명을 염하지 않으며,
80수형호(隨形好)로 염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이 부처님의 몸은 자기 성품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모든 법에 자기 성품이 없다면, 이것을 무소유라 하느니라.
왜냐하면 염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니, 이것을 부처님을 염함이라 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계율의 무리로써 부처님을 염하지 않아야 하고,
선정의 무리 또는 지혜의 무리 또는 해탈의 무리 또는 해탈지견의 무리로 부처님을 염하지 않아야 하니,
왜냐하면 이러한 무리는 자기 성품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모든 법에 자기 성품이 없다면, 이것을 무소유라 하느니라.
왜냐하면 염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니, 이것을 부처님을 염함이라 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부처님의 10력으로써 부처님을 염하지 않아야 하고,
4무소외 또는 4무애지 또는 18불공법으로 부처님을 염하지 않아야 하고,
대자대비로 부처님을 염하지 않아야 하니,
왜냐하면 이러한 모든 법은 자기 성품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모든 법에 자기 성품이 없다면, 이것을 법이 아니라고 하니, 실로 염하는 곳이 없는 이것을 부처님을 염함이라 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12연기법으로써 부처님을 염하지 않아야 하니,
왜냐하면 이러한 연기법은 자기 성품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모든 법에 자기 성품이 없다면 이것을 법이 아니라고 하느니라.
실로 염하는 곳이 없는 이것을 부처님을 염함이라 하느니라.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부처님을 염해야 하니, 이것을 처음으로 뜻을 일으킨 보살의, 차례차례의 행ㆍ차례차례의 배움ㆍ차례차례의 도라고 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차례차례의 행ㆍ차례차례의 배움ㆍ차례차례의 도 가운데 머물러서, 능히 4념처ㆍ4정근ㆍ4여의족ㆍ5근ㆍ5력ㆍ7각지ㆍ8성도분을 구족하며, 삼매ㆍ무상삼매ㆍ무작삼매와 나아가 일체종지까지를 닦느니라.
모든 법의 성품은 무소유이기 때문이니라.
그 보살은 모든 법의 성품이 무소유이어서, 이 가운데는 성품이 있음도 없고 성품이 없음도 없음을 아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법을 염함을 닦아야 하는가?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선한 법을 염하지 않고, 선하지 않은 법을 염하지 않고,
선악에 속해 있는 법을 염하지 않고, 선악에 속해 있지 않은 법을 염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세간의 법을 염하지 않고, 출세간의 법을 염하지 않고,
청정한 법을 염하지 않고, 청정하지 않은 법을 염하지 않고,
성인의 법을 염하지 않고, 범부의 법을 염하지 않고,
유루의 법을 염하지 않고, 무루의 법을 염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욕계에 얽매이는 법 또는 색계에 얽매이는 법 또는 무색계에 얽매이는 법을 염하지 않고, 유위법 또는 무위법을 염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법은 자기 성품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일 모든 법에 자기 성품이 없다면, 이것을 법이 아니라고 하느니라.
염하는 곳이 없는 이것을 법을 염함이라 하느니라.
법을 염하는 가운데 무소유의 성품을 배우는 까닭에, 마침내는 일체종지를 얻느니라.
이 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 모든 법의 무소유의 성품을 얻으니, 이 무소유의 성품 가운데에는, 모습이 있지도 않고 모습이 없지도 않은 것이다.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법을 염함을 닦아야 하니, 이러한 법 가운데는 조그마한 염조차도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니라. 그런데 하물며 어찌 법을 염한다는 것이 있겠느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승가를 염함을 닦아야 하는가?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의 승가를 염함은 무위법인 까닭에 부처님의 제자들이 있다고 분별하지만, 이 가운데는 조그마한 염조차도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니라.
그런데 하물며 어찌 승가를 염한다는 것이 있겠느냐?
그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승가를 염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계율을 염함을 닦아야 하는가?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처음으로 뜻을 일으킨(初發意) 때부터 줄곧, 성스러운 계율ㆍ결함이 없는 계율ㆍ틈이 없는 계율ㆍ티끌이 없는 계율ㆍ탁함이 없는 계율ㆍ집착이 없는 계율ㆍ자재한 계율 또는 지혜로운 자가 찬탄하는 계율ㆍ구족된 계율ㆍ선정에 따르는 계율을 염해야 하느니라.
이 계율은 무소유의 성품이라고 염해야 하니, 조그마한 염조차도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니라. 그런데 하물며 어찌 계율을 염한다는 것이 있겠느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처음으로 뜻을 일으킨 때부터 줄곧, 보시를 염해야 하느니라. 만일 스스로의 보시를 염하거나 타인의 보시를 염하고, 혹은 재물보시ㆍ법보시ㆍ번뇌의 보시를 염한다면, 이러한 보시를 얻을 수가 없다고 관찰하는 까닭에, 조그마한 염조차도 허락할 수가 없는 것이니라. 그런데 하물며 어찌 보시를 염함이겠느냐.
이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보시를 염해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하늘을 염해야 하는가?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염하느니라.
‘모든 사천왕천은, 믿음ㆍ계율ㆍ보시ㆍ들음ㆍ지계가 있는 자로서 이 세간에서 목숨을 마치고 저 천상에 태어났다.
나도 또한 이러한 믿음ㆍ계율ㆍ보시ㆍ들음ㆍ지계가 있다.
나아가 타화자재천은 믿음ㆍ계율ㆍ보시ㆍ들음ㆍ지계가 있는 자로서 이 세간에서 목숨을 마치고 저 천상에 태어났다.
나도 또한 이러한 믿음ㆍ계율ㆍ보시ㆍ들음ㆍ지계가 있다.’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하늘을 염해야 하느니라. 무소유의 성품 가운데서는 역시 조그마한 염조차도 허락할 수 없는 것이니라. 그런데 하물며 어찌 하늘을 염하겠느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이렇게 여섯 가지 염을 행하니, 이것을 차례차례의 행 또는 차례차례의 배움ㆍ차례차례의 도라고 말하느니라.”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온갖 법이 무소유의 성품이라면, 이른바 물질에서 분별까지, 눈에서 뜻까지, 물질에서 법까지는 무소유의 성품이며, 안계에서 의식계까지도 무소유의 성품이라고 염합니다.
단나바라밀에서 반야바라밀에 이르기까지와, 내공에서 무법유법공에 이르기까지, 또는 4념처에서 8성도분에 이르기까지, 또는 부처님의 10력에서 일체종지에 이르기까지도, 무소유의 성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온갖 법이 무소유의 성품이라면, 이것은 곧 도도 없고 지혜도 없고 과보도 없는 것인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물질의 성품이 진실로 있다고 보느냐?
나아가 일체종지의 성품이 진실로 있다고 보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보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만일 모든 법은 있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 어찌하여 이러한 질문을 하느냐?”
수보리가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법에 대하여 감히 의심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다가오는 내세의 많은 비구들로서, 성문과 벽자불도 또는 보살도를 구하는 사람을 위해서입니다. 그 사람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만일 온갖 법이 무소유의 성품이라면, 누가 더럽고 청정하며 속박되고 해탈하는가?’
이것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에, 계율을 무너뜨리고 바른 견해를 무너뜨리고, 위의를 무너뜨리고 바른 생활을 파괴합니다. 이 사람은 이러한 것을 무너뜨리는 까닭에 3악도에 떨어집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가오는 내세에 그와 같은 일이 있을 것을 두려워하고, 그러한 까닭에 부처님께 여쭙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로서는 이 법 가운데 있어서 믿고 의심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습니다.”
|
|
